퀵바

고래거북이 님의 서재입니다.

BUTTERFLYDREAMS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고래거북이
작품등록일 :
2012.10.27 10:29
최근연재일 :
2015.07.08 01:38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41,934
추천수 :
3,367
글자수 :
579,403

작성
12.04.12 23:30
조회
525
추천
33
글자
16쪽

토니 외전

DUMMY

토니는 거울을 마주보았다. 빛나는 오렌지 빛 눈동자를 가진 남자가 거울 속에서 자신을 마주보고 있었다. 일순 남자의 눈에서 형광색 안광이 빛나자 토니가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적이다.


인식해라. 짐승과도 같은 안광을 가진 저것은 나의 적이다. 뿐만 아니라 이 땅 위의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이 적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내 몸조차 버리고 오롯한 정신이 된다. 오로지 적을 섬멸하기 위해 존재하는 의지, 육신이 없는 혼이 될 것이다.


인간 토니는 죽었다.


"안녕."


어느 새 방으로 들어온 남자가 싱긋 웃으며 토니에게 인사했다. 머리카락을 일곱 갈래로 나누어 색색으로 염색해서 각각 땋아 아래로 늘어트린 남자는 자신을 귀족 전용 미용사라고 소개했다.


"크레파라고 해. 여기 말로는 무지개란 뜻이지. 나랑 어울리지?"


크레파는 들고 온 작은 가방에서 가위와 넓은 천을 꺼내 익숙한 몸짓으로 토니의 목에 두르고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와, 머릿결 좋은데."


느슨하게 묶어 놓은 끈을 풀고 어깨 아래로 내려오는 토니의 거미줄 같은 머리카락을 흩트리면서 크레파가 말했다. 대단히 얇아서 바람만 불어도 엉키는 토니의 머리카락이 크레파의 가늘고 긴 손가락 사이에서 엉기지 않고 찰랑거렸다.


"게다가 예쁜 빛깔이다. 우리에겐 없는 색이야. 굳이 말하자면 강가에 피는 투명나무 색 정도 될까? 그 나무도 석양에 비치면 실루엣이 이런 느낌으로 빛나거든."


크레파는 불빛에 비쳐 황금색으로 빛나는 토니의 연한 갈색 머리카락을 내려다보며 아쉬운 듯 말했다.


"우리 대장 취향을 모르겠네. 가만히 놔두기만 하면 쑥쑥 자랄 이 특이한 개성을 흔해빠진 오렌지색으로 염색했다니. 그것도 네 피부색이랑 잘 어울리기는 하겠지만."


토니의 머리카락과 홍채는 유전자 변이로 오렌지색으로 염색되었다. 이 머리카락을 밀어버리면 지금부터는 오렌지색 머리카락이 자랄 것이다. 크레파는 모근에 남아있는 머리카락 때문에 지금 머리를 밀어도 한 번 더 끝을 정리해야 할 거라고 말했다.


"자르면 내가 가져가도 될까?"

"......미용사는 어딜 가나 수다스러운 모양이야."


이제껏 표정 없이 앉아있던 토니가 말을 내뱉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자신이 의문이다. 이미 버린 것인데 왜 저 말이 귀에 거슬린 걸까.


"그딴 건 어찌됐든 좋으니까 할 일이나 해."

"후후."


크레파는 대답대신 살짝 웃었을 뿐 머리카락을 다 잘라낼 때까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


"이 사람이랑....... 이 사람."


토니가 스크린에 떠 있는 사진 중 마지막으로 짧은 금발머리의 미남자를 골라내자 스크린이 꺼지며 투명한 벽 너머로 사람들이 나타났다.

쾅! 쾅쾅!

금방 토니가 짚은 짧은 금발머리의 남자가 벽을 부술 듯이 두들기고 있었다. 분노로 얼굴이 붉게 물들어 무어라 소리치고 있는 낯익은 얼굴을 본 토니의 눈이 커졌다. 뒤에 서 있던 탄탄한 근육을 가진 장신의 남자가 흥분한 금발머리 남자의 어깨를 감쌌다. 뿐만 아니라 토니가 골라낸 나머지 팀원 6명이 모두 방 안에 있었다. 그들은 스크린 너머로 토니가 동료들을 하나하나 골라내는 것을 고스란히 보고 있었던 것이다. 벽이 두껍고 견고해 그 어떤 소리도 전해지지 않았지만 입술을 읽을 줄 아는 토니는 투명한 벽 너머로 소리치는 남자의 목소리와 벽을 내리치는 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토니! 이 배신자!]


쾅쾅쾅!


[짐승보다 못한 인베이더 밑에 깔려서 동료를 팔다니,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버린 거냐?]


쾅쾅쾅쾅!


[토니!]


발악하는 남자를 쳐다보고 있던 토니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아....... 하하하!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토니가 발작하듯 웃음을 터트리자 남자가 벽을 치는 행동을 멈추었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기절할 듯 웃고 있는 토니를 붉게 물든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이거야, 이거. 이게 바로 내가 바라던 거야."


토니는 한 번 터진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조차 버렸냐고? 인간에게 애초 그런 것이 있었던가? 대니, 난 인간이라는 게 부끄러워. 그래서 선택한 거야. 다 없애버리자고. 하. 우리는 왜 인간으로 태어나서 이런 꼴을 보며 살아야 하는 걸까. 지겨워. 이 땅에서 살아 숨 쉬는 것 전부 다 지긋지긋해. 증오스러워. 노라. 들어 봐. 왜. 우리는.


* * *


[그는 거짓말 하고 있지 않습니다.]


레아가 게일에게 말했다. 게일은 소파에 앉아 모니터에 비친 토니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상태와 행동이 일치합니다. 호르몬 분비나 심박, 뇌내 활성 물질 등을 분석해 보아도 서로에 대한 동정이나 죄책감, 또는 동조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복수하고 싶다고 한 그의 말은 이유까지는 믿을 수 없다 하더라도 표면적으로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


내가 보기에는 한마디 한마디가 다 거짓말인데. 게일이 턱을 괴고 있던 팔을 아래로 늘어트리며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레아가 알아낼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그녀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인간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 레아. 네가 스스로조차 속여 넘기는 인간을 이해하기는 힘들겠지. 게일이 토니를 처음 만났을 때 토니는 죽은 사람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무표정 이상의 무표정. 이미 죽음을 경험한 그 흔하지 않은, 자신과 같은 표정. 지루함, 헛됨, 무가치, 무의미, 허무. 그 이상의 덧없는 망향. 바로 죽음 그 자체의 표정. 거울을 본 듯 이미 죽은 몸을 마주하고 자기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다. 이것은 내게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자기 연민 정도일까. 게일이 피식 웃었다.


"잘 됐군. 그는 배신을 증명했다. 방을 옮겨라."


* * *


눈을 뜨니 한밤중이었다. 꿈. 바로 어제 겪은 일처럼 생생하게 가슴을 치는 꿈. 토니의 꿈은 그저 꿈이 아닌 항상 현실이다. 그래서 꿈을 꾸고 일어나면 현실과 꿈의 구분이 안 되고 자신이 있는 장소와 시간을 인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어디지? 고개를 돌리니 익숙한 얼굴이 옆 침대에 누워 있었다. 도하다. 더 옆에는 아수와 도겸이 누워있다. 도겸. 저 사람이 나와 같은 방에 누워있다. 상황을 채 판단하기도 전에 경악으로 분리된 의식이 순식간에 주변을 훑었다. 병원이다. 동시에 레아의 반격으로 의식을 잃기 전과 후에 일어났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훑고 지나갔다. 현재, 2211년 8월 9일 02시 24분 26초. 의식이 쫓기듯이 더 멀리, 더 멀리를 향했다. 펜실베니아 백악관 병원, 워싱턴, 미국, 그리고 더 멀리, 더 멀리.


이럴 수가.


토니가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올려 머리를 감쌌다. 그리고 어깨를, 팔을 주체하지 못하고 떨리는 온 몸을 감쌌다.


이럴 수가. 세상은 아무 것도.


토니의 몸이 휘청하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팔에 꽂혀 있던 링거와 주사바늘들이 거칠게 빠지며 튕겨 올라갔다. 와장창! 옆에 놓여 있던 선반이 같이 넘어지면서 큰 소리가 났지만 아무도 깨어나지 않았다. 토니는 깨진 약병과 의료집기들로 엉망진창이 된 바닥을 거의 기었다.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다.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세상의 얼룩을 씻어내려는 듯 미친 듯이 쏟아지는 8월의 장대비를 맞으며 토니는 발 닿는 대로 걸었다. 병원을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도 모르고 토니는 거의 넋이 나가서 세상을 둘러 보았다. 이 세상은 이미 없어졌어야 했다. 자신이 이 눈으로 이 길을, 저 인간들을 보며 걷는 일도 없었어야 했다. 자신이 살아 숨 쉬는 일도 없었어야 했다. 모든 게 다 끝이 났어야 했다. 그때 무언가가 머리카락을 우악스럽게 낚아챘다. 토니가 힘없이 벽에 내동댕이쳐졌다.


"거기 서라고 씨발 자식아."


고개를 드니 익숙한 군복의 남자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었다. 둘러싼 이들의 눈빛이 하나같이 살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아직 지구 위를 당당하게 걸어 다니는 새끼들이 있었네."

"낙오했나본데."


그들은 착각하고 있었다. 곧바로 상황을 알아차린 토니가 헤벌쭉 웃었다. 그래. 이 방법이 있었지. 세상을 끝내는 방법이 아직 하나 남아 있었다.


날 죽여.


오렌지색의 홍채가 마지막 희망을 담고 간절히 남자들을 향한다. 토니가 자신을 밟고 있는 남자의 다리에 빌듯 매달렸다. 제발 죽여 줘. 남자가 토니의 오렌지색 머리카락을 휘어잡으며 증오에 사무친 목소리를 내뱉었다.


"어딜 붙잡아, 더럽게."

"이 자식 정신이 좀 이상한 거 같지 않아?"

"이 상황에 제정신이면 그게 정상이냐?"

"아지트로 데려가자!"


비틀린 입술 사이로 비어져 나오는 음산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토니는 무언가로 뒤통수를 얻어맞고 까무룩 기절했다.


* * *


토니는 거울에 비치는 크레파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크레파의 머리 위에서 현란했던 원래 머리카락 대신 익숙한 갈색 머리카락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말없이 토니의 머리카락을 다듬고 있던 크레파가 거울에 비치는 시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울려? 공들여 심은 건데."


토니는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되었지만 그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었다. 그저 인상을 찌푸리며 한마디 물었을 뿐이다.


"무슨 짓이야?"


크레파는 대답 없이 결 좋은 토니의 오렌지색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형광색 머리카락 끝에 불타고 있는 초의 심지처럼 하얗게 바래보이는 갈색 머리카락이 솜씨 좋은 크레파의 가위질을 따라 후드득 후드득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한참 말없이 토니의 머리카락을 정리하던 크레파가 조용히 말했다.


"무관심이 혐오보다 더 비참한 사람도 있어."


토니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혀끝에 가시라도 돋은 듯 까실까실했다.


"혐오 받고 싶어서 그 짓거리를 했다는 거야?"

"그리고 난 이 색이 마음에 들어. 일석이조인 거야."


그것은 아마 광기일 테다. 자신 역시 스스로를 파멸에 빠트리는 집착과 죽음을 향해 기꺼이 달려가는 광기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토니는 그를 위해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토니가 말했다.


"난 네가 마음에 드나 봐."


진심으로. 널 위해 무언가 해 주고 싶은 맘이 드는 것 보니.


"그거 고맙네."


완전히 일그러진 토니의 표정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크레파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 * *


토니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헤매고 있었다. 의자에 묶여 둥그런 단상 위에 앉혀져 있는 자신과 누군가와 함께 침대 위에 있는 자신이 공존했다. 토니는 경계의 어딘가에서 희미한 의식으로 분열되어 있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토니는 들려오는 곡조를 흥얼거렸다. 죽음의 서곡. 나의 호의는 생명을 죽음으로 내몬다. 죽음이야말로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안식이자 평화이기 때문이다.

나는 도도한 자세로 발을 내밀었다. 크레파가 천천히 내 발을 잡았다. 그가 고개를 숙이자 그의 갈색 머리카락이 내 발가락을 간질였다. 익숙한 머리카락 익숙한 모양새, 저것은 바로 나다. 나는 내 머리 꼭대기에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내 발 밑에 꿇어앉아 나를 경배하며 나의 발등에 키스한다. 이 얼마나 갸륵한 코미디인가. 그 때 불같은 것이 뺨을 후려치고 지나갔다.


[웃고 있어!]

[우리를 우습게 보는 거야!]

[죽여! 저들이 내 딸을, 내 아들을!]

[죽여!]

[죽여 버려!]


광시곡. 죽음을 부르짖는 광기어린 합창. 그리고 그 합창과 함께 곧 거대한 죽음이 덮쳐왔다.


[죽고 싶으냐.]

[게일.]


나는 악의 없는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죽음으로 발을 내밀었다. 죽음의 세례를 받은 발로 크레파의 어깨를 밀치고 턱을 들어올렸다. 흘러내리는 갈색 머리카락 사이로 크레파의 떨리는 시선이 게일에게 향했다. 처음으로 마주치는 시선. 자신을 똑바로 내려다보고 있는 살의에 휩싸인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 크레파는 해사하게 웃었다.


[죽여.]


이것은 누구의 입에서 나온 말일까. 웃음과도 같고 절규와도 같은 이 말은.

크레파는 산채로 타올랐다. 동시에 그것을 보고 있던 왼쪽 눈에 불에 지지는 듯한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아아. 아마 독과 같이 가증스러운 이 눈물 때문일 테지. 크레파. 미안해. 세상은 모두 끝났어야 했어. 하지만 그러지 못했어. 이제껏 내가 살아 숨 쉴 수 있었던 건 곧 모두 없어질 거였기 때문에. 분명히 그럴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한쪽은 내가 뽑게 해 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서 씹을 거야!]


크레파, 그렇게 웃지 마. 살라고도 하지 마. 나더러 어떻게 살라는 거야. 아무것도 끝나지 않은 세상에서 너를 짊어지고 어떻게 살라는 거야. 어떻게 죽음이 나를 비껴갈 수가 있나. 내 죄는 내가 짊어질 수 있는 게 아닌데. 짊어질 수 있는 게 아닌데......!


[죽여! 더 고통스럽게! 고통스럽게!]

[죽여!]


게일, 난 네가 증오스러워.......


"너나 죽어."


고막을 치는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토니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맑은 정신으로 눈앞에 서 있는 남자를 보았다. 죽음을 바로 앞에 둔 인간의 청명함. 고요. 토니는 삶의 끝자락과 죽음의 시작이 만나는 꼭짓점에서 도하를 보았다.

공간을 터질듯이 채우고 있는 분노에 휩쓸려 자아는 온데간데없었다. 그저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그 목소리는 인간집단의 의지, 타나토스. 죽음의 본능과 같았다.

광기는 결국 자신에게로 향한다. 인육을 먹고 인간의 피를 뒤집어쓰는 것이 스스로를 파멸시킬 것을 알면서도 광기에 몸을 맡기고 죽음에 몸을 내던지는구나. 흐르는 붉은 피로 인간임이 이미 확실한데 너희는 그조차 외면한다. 너의 슬픔과 분노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너희는 이미 잊어버렸다. 그러니까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울부짖은 어리석은 자들은 모두.


"죽어."


* * *


도하는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 날 새벽, 광기어린 사람들에게 죽을 뻔 한 자신을 구했다는 것은 어렴풋이 기억하지만 워싱턴 지하 4번 셸터의 200 남짓한 주민들과 군인들이 스스로 목을 조르거나 서로 난도질하는 처참한 형태로 집단 자살한 사건은 완전히 잊었다. 그 날은 4명이 타고 있던 두 개의 셔틀이 폭발에 휘말려 각각 어딘가에 처박힌 지 4일 만에 발견되어 병원에 이송된 날 새벽이었다. 탈진한테다 약에 취해 그 날 눈을 뜬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토니도, 도하도 자력으로 깨어난 것이 아닌 것이다.

토니는 그 날 그 죽음의 명령을 들었다. 도하가 힘을 컨트롤 한 것이 아닌 만큼 도하의 명령을 듣는 순간 토니는 그 자리의 누구보다도 먼저 죽었어야 했다. 자기보다 더 죽음을 향해 몸을 내던진 사람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자신은 죽지 않았다.


에로스와 타나토스. 사람은 누구나 죽고 싶어 한다. 동시에 누구나 살고 싶어 한다. 내가 지금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 죽고 싶다고 소리친 만큼 사실 살고 싶어 했다는 부정할 수 없는 반증이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나의 분노와 슬픔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기억하는 것뿐이다.


"후아......."


언덕 위에 선 토니가 심호흡을 했다. 힘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도하를 1년 동안 피해 다녔다. 그가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자신의 기억 때문에 그 때 일을 알 게 되지 못하도록.

형은 형이 나에게 가지는 의미를 알까. 죽음으로 떠밀어 나를 죽음에서 꺼내 준 그 날을 형도 언젠가는 기억할까.

언덕 위로 불어오는 바람에 오렌지색 머리카락이 찰랑거린다.


크레파. 너는 지금 웃고 있을까?


작가의말

* 넵, 정신이 하나도 없는 토니 외전 되겠습니다.
목요일 마감을 어떻게 지켰는지도 모르겠네요;;
크레파는 크레파스의 크레파 맞습니...[퍽퍽!]

즐감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BUTTERFLYDREAMS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 작품은 BL이 아닙니다. ㅋ 12.03.09 895 1 -
공지 번외를 준비하고 있는데, 11.12.27 664 0 -
공지 안녕하세요. 고래거북이입니다. 11.10.14 647 0 -
78 번외 9장 에필로그 15.07.08 206 5 16쪽
77 번외 8-2 15.07.08 149 4 13쪽
76 번외 8-1 15.07.08 685 7 38쪽
75 7-7 15.07.08 168 4 66쪽
74 7-6 13.06.18 590 20 34쪽
73 7-5 13.06.04 514 51 21쪽
72 7-4-2 13.05.20 716 87 36쪽
71 7-4-1 13.04.07 635 139 24쪽
70 7-3 13.03.30 483 92 15쪽
69 7-2 13.03.23 414 35 20쪽
68 7-1 13.03.03 795 149 17쪽
67 아수 외전 2 12.10.27 899 145 32쪽
66 아수 외전 1 12.05.03 537 30 28쪽
» 토니 외전 12.04.12 526 33 16쪽
64 도겸 외전 12.04.05 598 100 21쪽
63 번외 6-8 12.03.29 820 48 20쪽
62 번외 6-7 12.03.22 665 106 12쪽
61 번외 6-6 12.03.15 977 78 21쪽
60 번외 6-5 12.03.08 445 28 13쪽
59 번외 6-4 12.03.03 828 56 8쪽
58 번외 6-3 12.03.01 383 10 12쪽
57 번외 6-2 12.02.23 573 157 9쪽
56 번외 6-1 12.02.16 1,071 156 16쪽
55 번외 5-2 12.02.11 601 106 9쪽
54 번외 5-1 12.02.09 792 122 5쪽
53 번외 4-3 12.02.06 681 101 19쪽
52 번외 4-2 12.02.02 758 115 2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