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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거북이 님의 서재입니다.

BUTTERFLYDREAMS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고래거북이
작품등록일 :
2012.10.27 10:29
최근연재일 :
2015.07.08 01:38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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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35
추천수 :
3,367
글자수 :
579,403

작성
15.07.08 01:35
조회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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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번외 8-2

DUMMY

* 8-2 *


두런두런. 누군가 대화하는 소리가 귓가에 어렴풋이 들려왔다. 도겸이 가물가물 잠에서 깨어났다. 물먹은 솜처럼 몸이 노곤하여 좀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창문에서 내리쬐는 햇살이 눈을 찌르고 있었다. 적어도 아침은 아니었다.


몇 시지?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평소의 시트가 아니었다. 기절했다 깨어나니 생소한 이불을 덮고 있었던 기억에 잠이 확 달아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명 자기 집이었다. 그런데 평소 쓰던 이불이 아니었다.


.......이불을 바꾼 기억이 없는데.


“.......!”


순간 어젯밤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밤에, 아수가....... 그제야 도겸은 엉망진창이었던 몸이 깨끗이 씻겨 있고 잠옷으로 갈아입혀져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몸에 열이 올랐다. 아수는? 도겸이 아수를 찾아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하는데 귓가에 밖에서 들려오는 대화소리가 좀 더 선명하게 들렸다.


“이게 뭐야? 밤톨?”

“으하하!”


거실에서 들려오는 아수의 혼잣말을 들은 도하가 좀처럼 웃지 않는 경박한 웃음을 터트렸다.

12시가 좀 넘은 시간, 도하는 오후에 다시 미국으로 떠나야 하는 토니와 함께 집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막상 현관 앞에 서자 벨을 눌러도 될지 잠시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사정을 모르는 토니가 우물쭈물하는 도하를 보고 뭐하냐며 초인종으로 손가락을 향하는데 아수가 현관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차고로 들어오는 지프를 본 모양이었다. 집 안에서 불쑥 튀어나온 아수를 보고서야 토니가 머리에 형광등 들어 온 표정으로 아수와 도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손님 맞는 집주인처럼 당당하게 문을 연 아수는 도하를 보자마자 ‘배고파. 밥 좀.’ 이란 대사를 날렸고 덕분에 도하는 부엌으로 직행해야만 했다. 아수는 도하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집 구경을 하고 있었던 듯 도하가 아침 준비를 하는 동안 집안을 여기저기 쏘삭거렸다. 소파 위에 있는 사람 키만큼 커다란 쿠션에 자수되어 있던 십자수 무늬를 보고 있던 아수가 부엌에서 들려오는 도하의 웃음소리를 듣고 물었다.


“넌 이게 뭔지 알아?”

“누나가 직접 뜬 거예요. 누구 생일 선물 주겠다고.”

“누구? 누구 생일 선물로 이런 수고를 해?”


이미 얼마 전 올해 생일 선물을 받은 바 있는 아수가 발끈하여 곧장 물었다. 도하가 보글보글 끓는 찌개에 두부를 넣으며 말했다.


“그 도안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요.”


아수가 눈썹을 꿈틀하며 쿠션위의 그림을 째려보았다. 사실 척 보고 똥덩어리라고 생각했지만 쿠션위에 그런 그림을 새길 리 없다고 생각하여 고민 끝에 나온 말이 ‘밤톨’이었다. 삐죽삐죽 가시가 나 있는 밤송이. 도겸이 주변에 그런 놈이 있었던가?


“그래서 그 밤톨 같은 놈이 누군데?”


형이잖아요? 가시 나 있는 모양이 딱. 도하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사자예요.”


뭐? 생각지도 못한 말에 아수가 쿠션을 다시 한 번 내려다보았다. 갈색계통의 실로 자수된 똥덩어....... 아니, 사자. 사자? 이게 사자라고?

사자라고 생각하고 자세히 살펴보니 삐죽삐죽 제멋대로 뻗친 가시들이 갈기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 저게 눈? 저게 눈이면 저 꽈배기 같은 주름이 입.......

피카소가 울고 갈 정도로 난해한 사자였다. 아수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쨌든 난해한 중에도 원래의 의문을 잊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 사자가 어울리는 놈이 누구냐고?”

“누구겠어요?”


보글보글, 뚝배기 그릇을 식탁에 얹어놓으며 도하가 웃었다.


* * *


도겸은 당혹했다. 저걸 숨겨뒀어야 하는데! 아수가 이렇게 갑자기 집을 방문하게 될 지 꿈에나 알았겠는가? 그나저나 나불나불 다 불어버리다니, 도하 너! 도겸이 어쩔 줄 모르고 침대에서 급히 내려왔다. 바닥에 발을 딛고 서는데 갑자기 시야가 낮아졌다.

철푸덕!

어? 잠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서 어리둥절했다. 나 설마 지금 넘어진 거야? 왜?


“괜찮아?”


도겸이 넘어지는 소리를 들을 듯 곧바로 문이 열리며 아수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아수가 바닥에 넘어져 있는 도겸을 안아들었다.


“너 아직 못 일어나.”

“.......!”


엉겁결에 아수의 품에 안긴 도겸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아수의 체향이 어젯밤의 기억을 들쑤셨기 때문이었다. 도겸의 상태도 모르고 아수가 도겸을 안아든 채 문 밖으로 나갔다.


“마침 딱 맞게 일어났네. 밥 먹자!”


자, 잠깐, 이런 꼴로.......!


도겸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거실로 나오자 침실에는 들어오지 못하고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토니가 쪼르르 달라붙었다.


“누나! 괜찮아?”

“와.......”


당혹하고 부끄러운 와중에도 왔어? 하고 인사하려고 했던 도겸이 자기도 모르게 입을 꾹 다물었다. 목소리가 말도 안 되게 쉬어 제 목소리에 제가 놀랐기 때문이었다. 어젯밤 일을 완전히 내보인 거나 다름없는 상황에 도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토니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도겸을 살피더니 아수를 불만스럽게 째려보았다.


“형, 실망이야! 난 형이 누나 천국구경 시켜준 줄 알았더니 지옥구경한 얼굴이잖아!”

“죽을래? 그거 성희롱이야!”


곧바로 튀어나오는 고함을 뒤로하고 아수의 발길질을 피해 토니가 부엌으로 쌩하니 도망갔다. 도겸이 어쩔 줄 모르고 새빨개진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 어젯밤의 기억이 절로 떠올랐다.


* * *


첫 번째 사정 후 아수의 등을 토닥이고 있던 도겸은 문득 궁금했다. 그래서 순진하게도, 물었다.


“근데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면 절륜한 남자는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하던데 아수는 왜 이렇게 빨라? 혹시 아수, 조.”


말을 끝까지 맺지 못한 건 아수가 입을 틀어막았기 때문이었다. 손바닥으로 도겸의 입을 내리누른 아수가 뇌를 찌르는 황당함에 허, 하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위기였다. 순발력이 발동하지 않았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지금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단어를 그녀의 입으로 들었으면 재기 불능이 됐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순간에 이런 걸 물을 수 있다는 게 그녀의 가장 큰 무기 아니겠는가? 이 순진무구함이 저를, 2년 동안이나 수절하게 만든 것 아닌가!

아수의 큰 손바닥에 코까지 같이 틀어 막힌 도겸이 숨이 차서 아수의 어깨를 마구 두드렸다. 그제야 손을 들어 올린 아수가 도겸의 눈을 응시하며 입술 끝을 끌어올리며 웃었다.


“절륜의 뜻이 뭔지, 몸으로 깨달아 봐.”


* * *


그 후의 일은 차마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조차 창피했다. 이미 한 번 사정 하고 냉정을 되찾은 아수가 말 그대로 도겸을 밤새, 밤새도록 괴롭힌 것이다. 몇 번이나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까부터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인데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 신기했다. 절륜? 오르가즘? 모든 것을 진정 느끼기에는 도겸은 한참 부족했다. 기절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아수의 혀에, 손가락에, 배덕과 수치를 모르게 만드는 손짓과 움직임에 그저 허덕이고, 소리 지르고, 울며 매달렸을 뿐이었다. 지난 밤 결국 종내에는 기절했는지 마지막 즈음은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도겸을 기웃거리며 아수가 물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황급히 아니라고 대답하려던 도겸이 곧 입을 다물고 도리질 쳤다. 여전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수가 도겸을 안아든 채 부엌으로 들어가자 차려져 있는 식탁에 앉아 있던 도하와 토니가 두 명을 맞았다.


“밥 먹을 수 있겠어?”


도하의 물음에 도겸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 일을 다 알고 있는 동생 앞에서 고개도 못 들고 아수가 앉히는 대로 식탁 앞에 앉는데 정신이 없어 이제껏 느끼지 못하고 있던 음식 냄새가 그제야 느껴졌다. 의자에 앉은 도겸이 코를 찌르는 냄새를 풍기는 찌개를 쳐다보았다.


“집에 냄새배서 안된다고 했는데 토니가 꼭 이게 먹고 싶다고 해서.”

“환기 하면 돼! 소스도 내가 사왔어. 형 요리솜씨가 장난 아니더라. 먹어봐요, 맛있어!”


토니가 찌개를 한 숟가락 퍼 입에 넣고는 몸을 부르르 떨며 행복한 표정으로 웃었다. 쳐다보는 도겸의 입에까지 절로 웃음이 떠오르게 만드는 웃음이었다. 그 때 도겸을 앉히고 그 옆자리에 앉은 아수가 갑자기 헛기침을 했다. 큼큼! 집중을 바라는 소리에 식탁에 모여 앉아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아수에게 쏠렸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아수가 마찬가지로 눈을 동글동글하게 뜨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도겸에게 말했다.


“손 내밀어 봐.”


아수의 말이 나온 순간 상황을 알아차린 도하의 표정이 드디어, 하는 생각에 절로 환해졌다. 반대로 토니가 낭패라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잠깐, 이거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 상황 아니지? 설마 아니겠지? 토니가 고민하는 짧은 순간, 아수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도겸의 손을 잡고 약지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결혼하자.”

“!”


도겸이 순간 뻣뻣하게 굳었다. 눈만 둥그레 치뜬 채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쳐다보았다. 동시에 토니가 아~하는 절규를 터트렸다.


“형! 진짜 이럴 거야?! 이럼 오늘 청국장 끓여 달라고 떼 쓴 내가 뭐가 돼!”

“뭐, 뭐야? 쟤 왜 저래?”


토니의 발악에 도리어 깜짝 놀란 아수가 황당한 표정으로 도하를 돌아보았다. 도하는 그저 웃었다. 토니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


“바야흐로 청혼이란 건!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촛불 켜고! 장미꽃다발 들고! 와인 한 잔 앞에 놓고! 그렇게 하는 거지, 청국장 냄새 풀풀 풍기는 집구석에서 하는 법이 어딨어? 아 진짜 형 뭐야! 실망이야!”


누나, 물러! 반지 던져버려! 난리치는 토니의 말을 들으며 다소 당황한 아수가 동의를 구하는 표정으로 도하를 향해 말했다.


“야, 하나밖에 없는 동생도 있고, 너도 있고! 축하해 줄 사람 다 모여 있는 아침 식탁보다 청혼하기 좋은 장소가 어디 있어? 와인? 장미? 그게 중요해?”


중요하지! 그게 더 중요한 거라고 등신아! 토니가 아수를 손바닥으로 마구 내리치는 와중에도 도겸은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도겸의 탄생석인 보랏빛 자수정이 박혀 있는 심플한 모양의 반지였다. 토니에게 두드려 맞으면서 아수가 조금 걱정스런 표정으로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는 도겸을 돌아보았다.


“마음에 안 들어? 실망했어?”

“아-.”


아니, 아니!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도겸이 듣기 싫게 갈라지는 목소리를 멈추고 도리질 쳤다.


어떻게,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 있겠어!


말 대신 도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혔다. 도겸이 울음을 터트릴 것 같자 깜짝 놀란 아수가 소리쳤다.


“울지 마! 울면 죽는다!”

“저 말하는 뽐새 좀 봐!”


답답해서 가슴을 퍽퍽치는 토니를 진정시키며 도하가 말했다.


“형이 보석가게에서 직접 반지를 산 것만 해도 놀랍잖아.”

“그것도 못하면 그냥 평생 총각으로 살다 죽어야지!”


토니의 독기어린 말에 도하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겨우겨우 삼키고 있던 웃음을 터트렸다. 아수는 우는 도겸을 달래느라 진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도하가 도겸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예뻤다. 예상대로 너무 예뻤다. 아수의 차 안에서 2년이나 숨어 있던 반지였다. 청혼하겠다고 그 다 부서진 와중에도 어렵게 구해놓고 레아의 메시지 사건 이후 차가워진 도겸의 태도에 전전긍긍하며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반지. 힘이 지금보다 갈무리 되어 있지 않았던 시절의 일이라 차 안의 반지에 대해 금세 알아챘었다. 마음을 읽으면 곧바로 말하겠다고 약속했던 도하도 저 반지만은 말 할 수 없었다. 그 반지가 2년 동안, 아수의 마음을 담아, 놀랍게도 점점 빛이 났다. 마음을 눈으로 형상화 할 수 있게 돼서부터 도하는 차 사물함에 숨겨져 있는 수정의 영롱한 와인 빛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자주색 보석이라는 걸 깨닫자마자 자수정임을 알았다. 저 반지는 마음이 담긴, 그야말로 아티펙트였다. 그 반지를 드디어 눈으로 본 것이다. 아수에게 숨기고 있던 비밀이 없어져 후련했다. 도하가 말했다.


“누나, 축하해.”

“어, 나도, 누나, 형이 저런 남자라서 정말 안됐지만 어쨌든 축하, 악!”


어쨌든이 뭐야! 아수에게 꿀밤을 맞고 토니가 억울한 듯이 소리쳤다.


“그래도 누나가 좋으면 됐다고 하려고 했어!”


도겸은 행복했다. 더 이상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사랑스러웠다. 햇살이 환하게 비치는 아침식탁,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었던 이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도겸이 눈물을 털어내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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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아수 외전 1 12.05.03 537 30 28쪽
65 토니 외전 12.04.12 526 33 16쪽
64 도겸 외전 12.04.05 598 100 21쪽
63 번외 6-8 12.03.29 820 48 20쪽
62 번외 6-7 12.03.22 665 10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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