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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천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내스키마
작품등록일 :
2024.05.08 12:08
최근연재일 :
2024.06.16 19:39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7,632
추천수 :
305
글자수 :
276,420

작성
24.05.1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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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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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8쪽

채집 조(3)

DUMMY




“우-웩!

”아아-!“


여기서 토하는 아저씨, 저기서 드러눕는 아저씨.


얼씨구, 지혜는 흙바닥에 드러누워 몸을 비비고 있었다.


“걷는 게 도움이 됩니다! 다 토했으면 걸으십시오!”

“어지럽다고 누워있으면 안 됩니다! 일어나서 천천히 걸으세요!”

“나눠드린 물건 잃어버리면 안 됩니다! 각자의 짐은 각자가 챙겨야 합니다!”


팔이 잡혀 억지로 앞으로 끌려나간 나는, 사방 여기저기서 허리를 굽혀 토를 하거나, 흙바닥에 드러누워 꿈틀거리는 조원들을 구경했다.


처음에는 나도 머리가 심하게 아프고 바닥에 쓰러질 만큼 어지러웠으나, 역시나 난 위대한 지은이의 오빠이기에 이 정도는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대신-,


쿵떡쿵떡 쿵떡쿵떡.


심장에 사는 토끼들이 너무 빨리 찰떡을 찧어대고 있었다.

이런 속도라면 떡을 만드는 게 아니고, 떡 찧는 방망이로 내 심장을 후려칠 기세다.


더군다나 삐이이- 하는 이명과 함께 머릿속 아저씨들이 뜻 모를 심상을 남발하고 있는데, 도무지 뭐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저 머리가 쿡쿡 쑤실 뿐이다.


어느덧 누런 신물을 다 게워내고, 흙바닥과 비비기 놀이를 끝낸 조원 아저씨들이 하나, 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흙바닥에 주저앉거나 드러누워 게이트 하늘에 떠 있는 화려한 빛과 두 개의 심장을 멍하니 쳐다보며 드디어 자신들이 게이트에 들어온 것을 실감한다.


“참나, 가지가지 하네.”

“우린 먼저 갑니다. 알아서들 오세요.”


그런 조원들을 보며 호위 각성자들이 타박을 한다.

혀를 몇 번 차던 그들은 저 멀리 보이는 베이스캠프로 먼저 출발했다.


그들이 떠나고 한참이나 지나서야 안정을 찾은 조원들.

여전히 우리를 기다려주는 착한 군인 아저씨들과 함께 천천히 베이스캠프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후으읍!”

“후읍!”


토를 너무 많이 해서 배가 고픈 걸까?


심마니 아저씨들이 깊게 심호흡을 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꼴불견 모습을 보인 것을 망각한 듯이 가슴을 쫙 펴고, 최대한 깊게, 길게 숨을 들이킨다.


그리고 내색은 하지 않지만, 다들 조원들 역시 가슴이 크게 부풀어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동상이몽인 모양.

하지만 굳이 저렇게 심호흡을 하지 않아도, 굳이 저렇게 티를 내지 않아도.

이제는 이곳 게이트에서 나가기 전까지 생물학적으로 숨쉬기를 반복할 테니 저렇게 요란을 떨 필요는 없을 텐데.


“······.”


그래도,


스으읍.


나도 아저씨들을 따라 숨을 깊게 들이마셔 본다.


뭐, 별다른 건 없었다.

그저 심장이 여전히 간지러운 느낌뿐이다.




터벅터벅.


캠프 쪽으로 이동하는 한 걸음, 한걸음에 앞으로 잘해보자고, 돈 많이 벌어서 나가자고, 마력을 쌓고 쌓아 각성 등급을 올려보자고, 새로운 스킬을 각성하겠다는 희망찬 각오가 새겨지고 주변 청록의 전경이 한가득 눈에 들어온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기후와 비는 오지만 눈은 내리지 않고, 영하의 기온으로도 떨어지지 않는 축복 받은 날씨에 주변의 푸르름이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 또한 대충이라도 평탄화 작업을 한 것인지, 아니면 수백, 수천 번의 발걸음에 다져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저 멀리 보이는 베이스캠프까지 곧게 이어져 있었다.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주변을 훑어본다.


청록의 전경은 이론 교육에서 배웠던 대로 제주 중산간 지역처럼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여 있었다.

저 먼 산기슭 아래까지 뻗어 나간 광활한 초록의 들판과 뿌연 구름에 가려진 산, 녹림이 무성한 숲을 보면 게이트는 정말 신기한 곳이라고 또다시 감탄한다.


비눗방울 같은 얇은 막처럼 생긴 게이트 장막의 크기는 고작 수 십m에 불과하지만, 그 막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서면 이처럼 상상할 수도 없는 광활한 세계가 펼쳐진다.


학계에서는 차원 확장, 차원 이동, 지표 웜홀 등등으로 표현하지만, 그 원리는 여전히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는 신비의 세계.


내가 드디어 그 신비의 세계에 들어와 나만의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


좋다. 정말 좋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지은이 마력 병이 다 나으면, 이모도 포함해서 다 함께 이 게이트에 놀러 오고 싶을 정도다.


그렇게 우린 주변의 전경을 구경하며 천천히 베이스캠프로 이동했다.




제주 랜덤 게이트 베이스캠프.

정확하게 지칭되는 단어는 없다.

다들 그렇게 부르니까 그렇게 알고 있을 뿐이다.


그 캠프에 다가갈수록, 점점 상세한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여러 단층의 조립식 건물과 천막들.

단층 건물 옥상에는 수많은 태양광 패널들이 빛을 반사 시키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 저마다 다른 크기의 천막들이 여러 개 세워져 있었다.


러프하게 세워진 펜스와 철조망, 감시탑, 경계 초소와 군인들.

하늘에는 몇몇 드론이 날아다니고 있었고, 언뜻 봐도 족구장, 농구장, 테니스장, 연병장으로 사용되는 공간도 보였다.


“······.”


마치 베이스캠프가 아니라 군인 아저씨들이 단체로 놀러 온, 대단히 넓게 구성된 캠핑 장 같았다.


그 캠핑 장 입구에 도착하자, 우리를 이곳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준 군인 아저씨들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상사 계급의 또 다른 군인 아저씨가 나타났다.


“게이트에 들어오신 C1 채집 조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의 전담이 될 김태식 상사라고 합니다. 김 상사라고 불러주십쇼.

우선, 게이트 출입 후유증으로 고생하셨으니 오늘은 개인 정비와 휴식을 취하시고, 채집 일정은 내일 오전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다만, 1시간 뒤에 캠프 대장님과 연구소장님 동석하에 환영 인사 및 면담이 있을 예정이니, 그때까지 아직 식사하지 못한 분들은 가지고 온 전투식량으로 해결하십시오.


피곤하실 테니 자세한 설명은 차차 하기로 하고, 단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여러분이 이곳에 들어온 목적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다들 안전에 유의하시고 값진 것, 희귀한 것, 그리고 마력을 잘 받아들여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화장실과 샤워실, 편의시설 등은 캠프에 돌아다니시다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테고······.”


상사 군인 아저씨가 첫 만남부터 음파 공격으로 내 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테스트를 한다.


함께 이동해서 도착한 곳은 어느 허름한 천막.

이곳이 앞으로 우리가 지낼 곳이라고 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저 약한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태풍 한번 불면 그대로 다 같이 날아갈 것 같은, 그런 천막인데 여기서 지내라고?

저 조립식 건물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뭔데?


나도 저기서 지내고 싶다는 절실한 눈빛을 조장 아저씨에게 마구 보냈다.

그러자 내 심정을 텔레파시로 이해한 조장 덕수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상사 군인에게 물었다.


“그-, 채집활동 할 때 여기서 지내라는 말입니까? 다 같이? 여성도 있는데요?”

“하하, 캠프 규칙입니다. 이곳은 정글과도 같은 곳이죠. 억울하면 마석이나 유마석, 신기한 거, 희귀한 거 많이 캐 오십시오. 그럼 그에 상응하는 안락함을 바로 보장해 드리죠. 제 방, 제 침대도 기꺼이 양보하겠습니다.”

“······.”

“······.”


처음 듣는 변명이다.

이런 얘기는 사전에 듣지 못했다.

이런 복지는 절대로 원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아!


대가리를 삐걱대며 우리 조원 중 유일한 여성, 지혜를 쳐다봤다.


수컷들만 이루어진 공간에선 예쁜 여인이 제일 불편한 법.


내가 노가다를 뛰며 흙 묻은 밥, 이상한 건더기가 들어간 국, 야외에서 볼일을 볼 때 화장지가 없어서 넓은 이파리나 어디 떨어져 다 삭은 신문지로 뒤처리를 한 적도 있었다.

다른 아저씨들도 나만큼의 경험이나 노하우가 당연히 있을 것이고.


그런 남자들은 이런 허름한 천막에서 당분간 생활하는 것쯤이야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예쁜 여인은 대단히 불편한 상황에-,


“······.”


어쩌면 혹시.


그녀는 이런 상황까지 미리 예견해 고춧가루, 후추 스프레이를 챙긴 건가?

그거 치한한테 뿌리는 게 아니고 우리에게 쓰려고?


내 짐작과 달리 예쁜 여인은 그저 덤덤할 뿐이다.




대충 마무리한 흙바닥 위로 방수천과 고무 깔개 등으로 눈가림을 한 바닥.

그 위에 스트로폼을 깔고 또 그 위에 국방색 천을 덮은, 접이식 침대?가 8개 있다.

그리고 어설프게 만든 테이블과 나무 박스 몇 개가 허름한 천막에 있는 전부였다.


분명 조립식 건물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있는 걸 봤음에도 이런 상황.


누구는 황당한 처지에 혀를 차고, 누구는 이런 대접이 익숙한지 자신의 배낭에서 전투식량을 꺼내 허기를 달래고, 누구는 그냥 멍하니 침대 위에 앉아 숨만 쉬고 있었다.

하지만, 이럴 때도 빛을 발하는 자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생존 전문가 진용이 형님이었다.


그는 어디선가 얻어 온 빨랫줄 같은 것으로 천막 여기저기를 몇 번 묶더니 얇은 천을 그 줄에 걸어 지혜만의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 줬다.

그리고 나중에 자재와 시간이 더 있으면 우리들에게도 공간을 나눠주겠다고 하는데.

이걸 좋아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애매한 상황이다.


그래도 지혜가 스프레이를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조금은 안심했다.


“······.”


그런데 왜 지혜는 천막 제일 안쪽, 내 뒤에 자신의 공간을 마련한 걸까?

아니, 내가 자리를 잘못 잡은 건가?


그런 이상한 망상도 조금 해본다.




1시간 뒤, 조립식 건물 본관 캠프 대장실.

그곳에서 캠프 대장, 연구소장과 첫 만남을 가졌다.


“제주 랜덤 게이트에 방문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곳이 다른 게이트와 달리 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족한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랜덤 게이트는 한국에서 처음인 곳이죠. 그러니까······.”


이건 캠프 대장. 모자에 말똥이 두 개 박힌 군인 아저씨의 말이다.

당연하게도 우리가 허름한 천막에서 지내는 걸 아는 모양.


그냥 이해하라고 한다.


“······처음 보는 거, 희귀한 거, 특이한 거는 무조건 저에게 가지고 오세요. 잘 쳐 드리겠습니다. 마석이나 유마석은 물론이고, 어차피 이곳은 다른 지역의 게이트보다 특수성이 월등하니까······,”


이건 이곳에서도 빛나는 머리를 가진, 턱수염이 허연 연구소장 아저씨의 말이다.


그는 좀 이상한 사람 같았다.

어쩌면 빛나는 머리를 가진 사람은 다 이상할지도 몰랐다.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사람들은 다 그랬으니까.


우리 조원들과 나는 대충대충, 무의식적인 고개 끄덕임과 대답으로 그들의 음파 공격을 방어했고, 지루한 시간이 이어지다 드디어 캠프 대장실에서 탈출해 건물을 나오는데-,


“······.”


군인 아저씨 몇이 복도 공용정수기 앞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컵라면과 믹스 커피를 타는 걸 봤다.


누구는 허름한 천막에 돼지코 하나 없이 지내는데 여긴 뜨거운 물도 나오네?


우리 천막에도 저걸 넣어달라는, 강력한 눈빛을 조장 아저씨에게 보냈다.

그러자 내 텔레파시를 정확하게 이해한 조장 덕수 아저씨가 상사 군인 아저씨에게 또 묻는다.


“저희와 같이 들어온 호위 각성자들은 어디서 지내고 있는지 물어봐도 됩니까?”

“이 옆, 별관 건물일 겁니다. C급 파이터 계열 각성자들은 그곳에서 머물거든요.”

“그 별관이라는 곳도 이곳과 구조나 시설이 비슷하겠죠?”

“뭐, 더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고 그렇습니다. 근데, 왜-,”

“채집, 열심히 해야겠네요.”


“하하,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이번이 처음이죠? 동기 부여도 되고 좋죠. 일종의 신고식 같은 겁니다. 정 불편하시면 PX에 들려보세요.”

“PX도 있습니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입니다. 있을 건 다- 있지 않지만, 뭐 그럭저럭 지낼만합니다. 누구는 여기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오지 못하는데, 조금 불편하다고 배부른 소리 하면 안 되죠.”

“······.”


마지막 말이 어째 나보고, 우리보고 들으라고 일부러 하는 얘기 같다.

맞는 말이긴 하다.

대우가 허접해도 게이트에서 지내고 싶으면 꾹 참아야 할 것이다.




신고식을 마치고, 나머지 시간은 개인 정비라 일컫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이젠 게이트 출입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조원 아저씨들이 나잇대가 맞는 짝을 찾아 캠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경하기 시작한다.


난 PX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 지나가던 군인 아저씨에게 물어 그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진용이 형님과 지혜가 날 따라오는 것 같다.


“······왜요?”

“뭐, 왜? PX 가는 거 아냐? 나도 거기 가는 건데?”

“······.”


지혜는 아무 말이 없다.

그저 날 빤히 쳐다볼 뿐이다.


뭐지?

편의점에서 새우깡에 소주라도 한잔 사달라는 액션인가?


새우깡에 소주 정도는 사줄 수도 있다.

그녀는 무척이나 예쁜 여인이고, 우린 아직 셋째 아이 이름을 짓지 않았으니까.


“와-, 소주도 있다? 엥? 이게 뭐냐? 3?”

“냉동 만두도 있군요.”

“막걸리는 1이라 적혀 있네?”

“냉동 만두도 있군요.”


“일반 편의점처럼 있을 건 거의 다 있는 것 같은데?”

“냉동 만두-,”

“그래! 냉동만두 사줄게! 됐지?”

“탁월한 판단입니다.”

“크큭, 진짜 신기한 놈이네.”


저번 입틀막 사건으로 진용이 형님과는 꽤 가까워졌다.


PX라는 곳을 대충 훑어보니, 지내는 곳이 개떡 같아서 그렇지 이곳 복지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물건들의 양과 종류가 조금 없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게이트 밖 흔한 편의점과 비슷하게 갖출 건 다 갖춰 놓은 것 같았다.


문제는 가격이 이상하다라는 것.


“못 보던 분들이신데, 오늘 들어오신 겁니까?”

“예.”

“아, 아직 환전 안 하신 모양이네요?”

“환전요?”


PX 관리자로 보이는 병장 계급 군인 아저씨가 우리의 정체를 눈치챘다.

그리고 환전이란 단어로 유추해본 결과, 여긴 PX가 아니라 공항 면세점인 모양.


“여기서 뭐 사시려면 환전소를 먼저 들려서, 어-, 마석 사용을 권장해서 이렇게 된 건데, 그냥 환전소에 가서 물어보시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예? 돈으로 못 삽니까?”

“아뇨. 살 수 있죠. 대신 시세보다 50% 정도 더 비쌀 뿐이죠.”

“······.”


PX 관리자의 설명이 너무 어렵다.

그냥 대충 환전소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 모양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뜻이다.


나 혼자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닌 모양.


진용이 형님이 관리자에게 다시 물었다.


“소주 한 병에 3이라 적혀 있는데, 이게 뭐죠? 3천 원입니까?”

“잠시만요.”


PX 점원이 갑자기 계산기를 두드린다.


“오늘 시세가 그람 당 15,500원이니까-, 그거 46,500원이네요. 마석 원석 3g 어치죠. 뭐, 날마다 다르긴 한데 요즘 평균 이 정도 합니다.”

“4, 4만 얼마요? 소주 한 병에?”

“예. 여기가 어딥니까? 운반 비용도 생각해야죠.”

“아니, 아무리 그래도 소주 한 병에 4만 원이 넘어가면-,”

“비싸다고 생각되면 안 사시면 됩니다. 정책이나 시스템이 불만이시면 캠프 대장님께 따지시고요. 이보다 자세한 건 담당자분이나 환전소에 가서 물어보세요. 저 바쁩니다.”


진용이 형님이 소주 한 병값이 왜 이따위냐고 묻자 병사가 오리발을 내민다.


난 일행이 아닌 척 고개를 돌린 후 냉동만두 말고 다른 게 뭐가 있는지를 살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는 여성 속옷도 팔고 있었다.


그렇게 내 취향에 맞는 물건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샅샅이 살펴보고 있는데-,


“······.”


지혜와 눈이 마주쳤다.


난 여성 속옷, 빨간 T팬티에서 얼른 눈을 돌렸다.

내 눈동자가 떨리는 것 같지만, 아마 착각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말해 냉동만두는 물 건너갔다.

내가 계속 진용이 형님 귀에 냉동만두라는 단어를 속삭이자, 그가 큰 결심을 하고 지갑에서 카드를 꺼냈는데 PX 직원에게 한 소리만 더 들었을 뿐이다.


“여기서 카드가 되리라 생각하는 겁니까? 안 됩니다! 외상도 안 됩니다! 안 살 거면 나가세요!”


그렇게 문전박대를 당했다.


억울한 심정에 환전소라는 곳을 찾아 환전?을 하려고 하는데, 우린 자격이 없단다.


최소 1회 이상 마석을 판 기록이 있어야 환전이 가능하다며, 우선 마석을 먼저 가지고 오라고 한다.

그러면서 반대로 현금으로 마석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누구의 말대로 시세보다 50%나 비쌌다.


이건 뭐, 완전 양아치 캠핑 장이다.

바가지도 이런 바가지가 없다.


비를 쫄딱 맞아 비루해진 강아지처럼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천막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한 조원 아저씨들의 한탄을 들어야만 했다.


식수는 1인당 하루 1리터까지 무료!


별관에 구내식당도 있다!

그런데 식권은 마석으로만 살 수 있다!


공동 샤워실, 세탁실도 있다!

그런데 마석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이곳이 군인들이 단체로 캠핑 온 캠핑 장으로 생각했으나.

실상을 살펴보니, 이곳은 마석에 중독된 이들이 모인 도박장이었다.


도박장이라면 내 느낌적인 느낌으로 판돈을 다 쓸어 버릴 수 있을 거다.


“······.”


내 왼손이 눈보다 빠른 도박 기술을 선보이겠다며 제멋대로 이리저리 꺾이기 시작하자, 내 오른손이 진정하라며 왼손을 꽉 잡는다.


이건 대단히 공손한 자세다.

그 공손한 자세로 심신의 안정을 위해 주문을 외운다.


“아수라 발발 타-, 아수라 발발 타······.”


저 천막 한쪽 구석에서 진용 형님의 타박이 들리는 것 같지만, 아마 착각일 것이다.


난 지극히 정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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