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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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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년
작품등록일 :
2016.08.20 13:37
최근연재일 :
2017.09.26 20:15
연재수 :
99 회
조회수 :
21,643
추천수 :
241
글자수 :
295,860

작성
16.12.24 15:01
조회
178
추천
2
글자
8쪽

일상-6

DUMMY

"원의 정의는?"


"평면상의 한 정점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


"그래,그래서 원의 방정식을 쓰면..."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가끔씩 창문 너머로 오토바이 소리만 요란하게 들리는 한적한 날이였다.








"안아줄게!"


"누나,나 아파!"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포옹을 하려다가 신수가 진지하게 급박한 얼굴로 포옹 직전에 말해줌으로서 알았다.다친 상태에서 압력을 받으면 진짜 아플 것 같아 말해준 것이였다.


"....어쩌다가...?"


살짝 상의를 젖혀 붕대를 감은 걸 보고 골똘히 쳐다보다가 누나가 약간 진지한 얼굴로 물어보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설명해줘야 했다.당연히


"우연히 길을 가는데..."


중요한 부분은 가린채.










"일단 좀 쉬자."


"응."


하고 잠시 찌푸드드해진 몸을 풀려고


"읏~!"


기지개를 쭉 폈다.그 사이로 흰 티를 입은 터라 약간은 변색된 붕대가 안쪽으로 보인다.


"....."


씁쓸한 표정으로 그걸 보며 혀를 가볍게 차는 그녀.


"안 속상해?"


"아니...뭐 한두번 있었던 일도 아니고...익숙해졌어...하하.."


머리를 긁적이며 겸연쩍은 듯이 하하 웃었다.그 이면에는 물론 노트로 조종해서 죽이고 돈을 바친 것도 있었지만,노트도 익숙해졌고,눈앞에서 죽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니어서 노트에 의한 복수라는 의미와는 별개로,'익숙해졌다'라는 말은 진심이기도 했다.


"익숙해지면 안돼!"


"!"


순간 높은 소프라노 톤이 크고 짧게 울려퍼지는 터라 약간 깜짝 놀랐다.


"응?알겠니?인간은 말야,그런거에 익숙해지면 안되는 거야."


그에 따른 신수 반응은 '무슨 소리야..'가 아니라


"또 그 소리야.."


"몇번이고 해줄게.아무리 구타같은거에 노출되더라도,절대로 익숙해지면 안돼,부당한 대우에 화낼 줄 아는것,그게 인간이야."


"화내서 더 맞게?"


비웃듯 빈정거리는 투로 말하자


"아니,내 말은 그게 부당한 대우라는 걸 확실히 인지하고 있으란 거야."


"그러면 뭐가 달라지는데?"


"....."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듯 씁쓸히 입을 닫았다.


"인간이기 때문에 느껴야 하는 거야."


"인간이기 때문에 적응하는게 아니고?"


거기서 뭔가 상기됬던 팽팽한 분위기가 정적에 의해 누그러져갔다.


"어찌됐든,난 계속 너에게 이렇게 주입시킬거야."


"누나는 참...온실 속 화초 같애...."


신수 입장에선 그렇게 보였다.비록 자신도 얼마전에 노트를 얻어 상공에 붕 떠있는 느낌을 받았지만,어디까지나 노트는 노트이고,일상 생활에만 비추어봐서 비유한다면 흙탕물인건 여전했다.


"......"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다 문득 이런 화초같은 사람의 인생을 부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기도 했다.


'이번엔 그런 애 가지고 하나 실험해볼까?'


동시에 분위기가 약간 이완되기 시작했다.


"잊지마,아무리 괴롭더라도 니 편인 사람이 하나는 있다는거."


"하하..두번만 들으면 백번째야.."


"두번 더 말해줄까?"


"아니,됐어."


이완된 분위기 속에서 양반다리 자세서 그대로 바닥에 누웠다.


"하아...공부하기 싫다..."


"나도 그래."


가볍게 그녀가 대꾸했다.








초등학교 X학년.

당시 수업시간 도중,어느 학년이였고 어느 시간이였는진 정확히 신수 기억속에 남아있진 않았지만,아무튼 선생님의 주최 아래 이런 찬반 논쟁이 벌어진 적 있다.


'탈레반지역에 가서 인질이 된 우리나라 국민들을 정부가 구해줘야 하는가?'


아마 그런 주제인거로 봐서 고학년이였을 꺼라고 신수는 생각했다.


"찬성하는 사람?"


원래 사람이란 눈치의 동물이다.다같이 움직이지 않으면 영 움직이지 않고,움직이려는 기미가 보이면 우르르 움직인다.자신이 보는 앞에서 1더하기 1은 삼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수십명이 만약 그렇다 라고 한다면 자신에게 물어봤을때 너무나 당연한 수학 문제를 가지고 바보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


딱 한명,그때도 이미 낙인이 찍힌 신수만,서른 몇명 가운데서 손을 들었다.

보통 눈치보는 분위기 가운데 한명만 손 들면 왠만에서는 상황을 지켜본다.근데 그 한명이 왕따이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흐음..."


정적인 한 반 속에서 단 한명만 손 든 분위기.애들도 아는 그 묘한 분위기를 선생님이라고 모를리 없었다.


"그럼 반대하는 사람?"


좌라락.

25명 남짓 인원이 손을 드는 소리가,비록 소리는 나지 않지만 인기척을 느끼듯 공기가 변한다.


"뭐야?남은 사람들은?찬성도 아니고 반대도 아냐?"


살짝 웃으며 선생님이 말했다.

언제나 일어나는 기권표 상황.

그 중엔 찬성의견도 있었지만 신수가 드니까 난 눈치보이기 싫어 안든다도,신수'만' 드니까 역시 눈치보이는 인원도,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아이도,그냥 상황을 지켜본다는 아이도,아예 손 들기가 귀찮은 아이도 있을 터였다.


"그래,그럼 반대 측 이유부터 먼저 들어볼까?말해볼 사람?"


먼저 다수의 의견을 듣고자 말했지만 당연히


"...."


정적을 지키며 눈치만 본다.매번 레퍼토리는 똑같다.


'계속 눈치만 보다가 어느 하나가 나서서 얘기하거나,정말로 아무도 얘기를 안하면 쌤이 화내거나 내 쪽으로 차례를 돌리겠지'


그때도 이미 집단에 일어나는 눈치에 대해서는,또래들도 마찬가지지만 신수는 더한 상황에 노출되서 그런지,익숙해져 있었다.


'10초 정도?'


시계의 초침 움직이는 소리를 카운팅했다.10초가 지났을까.


"자기네들이 멋대로 간거니까요."


'딱 맞췄네.'


말하는 아이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생각했다.


"우리나라가 가지 말라고 했는데 가서 그렇게 된거니까요."


참고로 이 토론과는 별도로 한국은 당연히 어떻게든 인질들을 구출하려는 상태였었다.


"그래...."


알았다는 듯이 작은 목소리로 수긍하고는


"그럼 찬성은 왜?"


'찬성'이라고 마치 찬성 집단이 있는 것처럼 말해봤자 소속 인원은 신수 하나였다.


"그 사람들이 낸 세금 안에 이런것도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정확히 표현을 할 수 있진 못했지만 대략 그런 느낌이였다.남들이랑 일부러 다른 의견에 손을 든 것이 단순한 심술 때문만은 아니였었다.


"흐음..."


선생님은,본래 자신의 의견과는 상관없이,그 말을 듣고 어쨋든 겉으로는 납득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천적으로 남들이랑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던건지,후천적으로 괴팍한 환경에 놓이며


'최대한 엿먹어야지'


라고 괴팍한 성격이 형성되어진건지는 몰라도,확실히 남들과는 생각이 달랐다.


후자인 측면도 있던 것은,남들과 다른 의견 해놓고 바로 이유를 만들어내어 들먹인다는 것이다.









"물이나 마실까...."


"그러든지."


별 의미없는 대화를 나누며 자기 집처럼 익숙한 곳에서 일어서며 주방으로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아."


걸어가는 도중 별 생각없이 폰을 보던 그녀가 뭔갈 깨달은 듯 작게 탄성을 내었다.






"....."


거의 벌레마냥 무언가를 보는 듯한 눈으로 냉장고 안을 바라봤다.


"아아~"


뒤따라 뭔가 안절부절한 듯 따라나오는 그녀.


"뭐야 이거?"


냉장고 한 켠에는 그때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쳤던 캔과 같은 상표의....


"이거 다 누나가 먹어?"


"아,아냐!아빠가 샀어!아빠가 먹는다고..."


맥주캔'들'이 한쪽에 쌓여있었다.


"근데 왜 누나는 따라 나왔는데?"


"그게...음...나도 물 마실려고.."


그게 생각해서 나올 이유인가 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말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냐 싶어 놔두었다.


"몇일에 얼마나 마셔?"


"으...이삼일에 한번..."


"....."


그냥 때려맞혔다고 해야하나,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해야했다 해야하나..


"몇일에 얼마나 마셔?"


".....하루에..한번..."


조조가 허유의 질문에 답하는 것처럼,우물쭈물하며 겨우 대답하는 그 공기 안에서


'삐익 삐익!'


"!"


냉장고 기계음이 퍼지고 그에 반응해서 문을 닫았다.


"무슨 맛으로 먹어?"


"...먹다보면 알게 돼..."


쓴 맛 만 느껴지는 신수로서는,제사때나 술을 한 잔 기울이는 거 빼곤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슨 모닝캔인가 싶었다.


"무슨 모닝캔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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