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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은 뿌링클

슬기로운 종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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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링틀
작품등록일 :
2024.08.11 03:54
최근연재일 :
2024.09.21 08:00
연재수 :
5 회
조회수 :
358
추천수 :
15
글자수 :
27,889

작성
24.09.19 08:00
조회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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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9쪽

프롤로그

DUMMY

조용한 밤.

조용했던 밤.


마을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꺄아악!!”

“타타르, 타타르다!”

“모두 도망치시오! 어서 도망··· 케릃릃···.”


트란실바니아의 어느 한적한 마을.

가난하지만 평화로웠던 주민들의 삶은 머나먼 동방의 유목민들에게 철저히 짓밟히고 있었다.


“다루가, 도망치던 인원들을 모두 잡아왔습니다.”

“고생했다.”


마을 우물에 물 뜨러 간 어머니가 돌아올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다.

그동안 몽골 기병 수십이 마을을 통째로 불태우고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죽였다.

자그마한 마을에 붉은 실개울이 흘렀고 그 위에 몽골 병사들이 서있었다.


“우으으···.”

“······.”


몽골군은 살아남은 주민들을 한데 모았다.


“대충 스무명쯤이군.”

“정확히 스물 셋입니다.”

“많군.”

“이 주변에서 제일 큰 마을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군.”


몽골군 지휘관은 무심하게 살아남은 자들을 쭉 둘러봤다.


“하나같이 노인에 어린아이··· 여자뿐이군.”

“아무래도 남자들은 전부 징집당하거나···.”


부하는 슬쩍 고개를 돌려 병사들이 차곡차곡 쌓아놓은 시쳇더미를 봤다.


“쯧··· 이래서야 수지가 안 맞아. 당장 칸에게 필요한 건 일을 할 수 있는 노동력인데 말이야.”


지휘관은 잠깐 투구를 벗고는 머리에 찬 땀을 닦아냈다.


“후.”

“어떻게 할까요?”


부하의 질문에 병사들도 하던일을 멈추고는 지휘관의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살아남은 주민들은 몽골말을 할 줄 몰랐기에 그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먼저 간 가족이나 친구들을 보며 두려움에 벌벌 떨기만 할 뿐이었다.


이 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며 카르파티아산맥의 시원한 바람으로 머리를 식히던 몽골 지휘관은 다시금 투구를 머리에 쓰며 무심하게 명령을 내렸다.


“위에서 내려온 명령은 파괴지 약탈이 아니다.”

“그 말씀은···?”

“전부 죽여라.”


몽골군 지휘관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병사들은 피가 뚝뚝 흐르는 무기를 들고 주민들을 에워쌌다.

주민들도 그쯤에야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채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 했으나 노약자의 걸음걸이로는 건장한 전사를 뿌리치기엔 무리가 있었다.


“꺄아아악-!”

“사, 살려주시오··· 살려주시오··· 부탁입니다···.”

“제발··· 이 어린 것만은 제발···.”


주민들은 몽골 병사들에게 넙죽 엎드려 자비를 구걸했으나 이미 저들은 주민들을 살려줄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말이 통하지 않기도 했고 말이다.


“신이시어 부디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원하소서···.”


이 난장판에서 살아남은 마을 유일의 사제가 두 눈을 감고 간절히 하늘에 기도를 올렸다.

남들은 어떻게든 제 한 목숨을 건사해보겠다고 바닥을 기고 있을 때, 혼자만 목을 빳빳하게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은 몽골 병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저거 뭐냐?]

[뭐긴, 곧 죽을놈이지.]

[딱 한방에 치기 좋게 목을 빼놨네.]

[누가 할래?]

[난 빼줘. 오늘 종일 칼질 했더니 어깨가 뻐근하다.]

[에이씨··· 그럼 또 나야?]

[빨리 해, 또 한소리 들을라.]

[썅.]


한 병사가 투덜거리며 사제에게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조금 전 죽인 사람들의 피가 뚝뚝 흐르는 큼지막한 검이 들려있었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병사의 검이 하늘로 치솟았다.


“흐아아압!”


우렁찬 기합과 함께 검이 떨어졌다.


-쿵.


그리고 허공에 피가 튀었다.


“끄아아아악!!!!”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당연하게도 그건 사제의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사제의 목을 노리던 몽골 병사의 것이었다.


바닥엔 사제의 목 대신, 사제의 목을 베려던 몽골 병사의 두 팔이 나뒹굴었고 그의 옆으로 마치 카르파티아산맥처럼 커다란 거인이 서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자연스레 고개를 들어 우러러보게 할 정도로 거대한··· 동시에 깎아지르는 산맥을 보는 것처럼 경외감과 두려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있었다.


[토르구?!]

[저거 뭐야!]


주민들에게 검을 들이밀던 병사들은 갑작스레 등장한 거인의 모습에 당황하긴 했으나 곧장 그에게 무기를 들이밀었다.


[주변에 적이 남아있었던건가.]


거인을 본 몽골 지휘관은 부하의 두 팔이 날아갔음에도 개의치 않고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만큼 낭비했다. 빨리 정리하도록.]


원래대로라면 지휘관의 명령을 들은 병사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지 못했다.

왜냐면···.


“끄아아악!”

“끼엑!”

“쿠헉-!”


이미 그의 병사들은 거인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온몸이 찢겨나가거나 허공을 날며 도륙당하는 중이었으니까 말이다.

그의 병사들은 지난 여러 전투를 겪으며 패배를 모르는 역전의 용사로 다져진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용맹한 병사들이 거리를 청소하는 청소부의 빗자루에 쓸려나가는 쓰레기더미처럼 무참히 쓸려나가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다루가, 피하십시오!]

[뭐? 내 형제들을 두고 도망치라고? 절대로 그럴수는 없다!]

[위험합니다!]

[싸움은 원래 위험한 법이야! 히럇!]


단 한 명에게 수십 명의 병사들이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는 모습을 보다 못한 지휘관이 안장에 걸어놓은 창을 뽑아 들고는 거인에게 돌진했다.


[죽어라! 마자르 괴물!]


그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두려움을 꾹 누르며 그의 두려움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그는 게르 기둥만 한 검을 휘두르며 그의 병사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괴물의 뒤통수를 노리며 있는힘껏 창을 내질렀다.


말의 속도와 창을 내지르는 힘까지 더해지며 깔끔하게 상대의 뒤통수를 꿰뚫었다.

아니, 꿰뚫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챙!


[?!]


그의 두려움은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것인지 몸을 빙그르르 돌리며 그 힘으로 창을 쳐냈다.


“애쓴다.”

[!!!]


-서걱.


그러고는 말째로 그의 몸을 두 동강 내버렸다.

트란실바니아의 어느 이름 모를 마을을 불태우던 몽골 지휘관은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병사들은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그대로 얼어붙은 채, 죽은 지휘관과 거인을 번갈아 볼 뿐이었다.

모두의 두려움을 한 몸에 받는 거인이 살아남은 몽골 병사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 중에 누가 대장이냐.”

“······.”


거인의 입에서 나온 유창한 몽골 말에 병사들이 놀랄 새도 없이 다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반으로 갈라져 죽은 지휘관을 봤다.

그런 병사들의 반응을 본 거인이 왼팔을 굽혀 검에 묻은 피를 가볍게 닦아내며 혀를 찼다.


“쯧··· 또 죽었어?”

“······.”


몽골 병사들은 숨을 죽인 채 거인을 바라봤다.

그들은 원한다면 말을 타고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었지만, 조금 전 거인이 보여준 모습에 압도당하여 다리가 움직이질 않았다.


“혹시 이 중에서 수부타이, 바투의 위치를 알고 있다. 거수.”


다시금 거인의 입이 열렸다.

하지만 몽골 병사 중에 손을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 모른다는 거지.”

“······.”


거인이 피식 웃으며 병사들에게 말했다.


“나는 울리히 경의 종자 레메니 미클로시다.”


거인의 이름을 들은 몽골 병사들의 낯빛이 몹시 파리해지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 악마의 아이!”

“마자르의 늑대···!”

“괴, 괴물···.”


병사들은 반사적으로 내뱉는 단어를 들은 거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병사들에게 말했다.


“다들 날 아는 것 같아서 기쁘구나. 다들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내 이름을 알고 있으니 우리는 이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내 말이 맞나?”

“······.”

“내 말이 맞냐고 물었다.”


-텅!


거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병사의 머리가 빠르게 한 바퀴 돌며 그의 몸뚱이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다른 병사들이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는 내 이웃이니 내 부탁을 하나만 들어줘야 겠다.”

“부탁···?”

“가서 너희의 칸에게 전해라.”


거인은 반으로 갈라져 죽은 지휘관의 시체를 의자 삼아 앉더니, 검을 바닥에 꽂고 손잡이에 두 손을 걸친 채로 말했다.


“당장 내 구역에서 안 꺼지면 다음에는 오른팔이 아니라 목을 가져가겠다고 말이야.”

“······.”

“다들 귓구멍이 막혔나?”

“아, 아닙니다.”


거인은 싸늘한 표정으로 병사들에게 말했다.


“그래, 그러면 지금부터 내가 너희 중에서 딱 두 놈만 놓아줄 거야.”

“!!!”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바닥에 박힌 검을 뽑아서 오른쪽 어깨에 걸치며 말을 이어갔다.


“셋세면 시작이다.”

“도, 도망쳐!”


몽골 병사들은 한여름 계곡 바위 밑에 숨어있던 가재들처럼 재빠르게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니 흩어지려했다.


“셋.”


거인이 검을 휘두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작가의말

오랜만입니다!


신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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