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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 속 하이브 마인드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무협

bamboowife31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3.07.24 00:47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4,743
추천수 :
175
글자수 :
312,860

작성
23.07.24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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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올렸다 떨구기 (1)

DUMMY

끝없이 이어지는 통로 속에서 사내의 다급한 숨소리가 울려 퍼졌다.


“헉···. 헉··· 헉···.!”


타탓!


금방이라도 파낸 듯 울퉁불퉁하고 험하기 그지없는 동혈이었지만, 초절정의 기량을 자랑하는 고수답게 운소의 발이 걸려 넘어지는 일은 없었다.


어느덧 빠르게 움직이던 그의 신형이 서서히 뚜렷해지나 싶더니···.


탓.


그는 그나마 가장 완만해 보이는 장소에 멈춰서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헉··· 허억···..”


숨이 턱 끝까지 찼다.


그 정도 되는 고수라면 어지간해선 신법을 전개한 것 만으론 숨이 찰 일은 없었지만, 그는 방금 전까지 지니고 있던 내공을 한계까지 쥐어짜 경공을 밟는데 사용했다.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너희의 희생을 절대 헛되이 하지 않으마···.!’


그가 마지막까지 쓰러져 간 자신의 부하들을 떠올리며 주먹을 바르르 떤 순간이었다.


“끼이이이에에에엑!!!!”

“!”


방금 전 지나온 어두운 통로의 끝에서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어린 여자아이의 비명소리를 기괴하게 왜곡시킨 듯한 께름칙하기 그지없는 소리.


“어떻게?!”


그러나 운소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소리의 끔찍함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그 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놈들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그를 포함해 흑기대원 전원은 경공을 극한까지 수련한다.


무력단의 특성상 적의 중심부나 후방 깊숙이 침투하는 일이 잦았고, 최악의 경우 그 어떤 지원도 없이 자력으로 맹에 돌아가야 할 상황도 여럿 상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다른 무공은 몰라도 경공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연마했다.


어느 정도냐면 거금을 들여 비밀리에 사파의 악명높은 대도이자 하오문 소속 고수인 화남대투 신갈덕을 초빙해 와 가장 은밀하면서도 빠른 경공술을 전수받았을 정도였다.


그런 과거의 경험을 살려 그는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렸고, 실제로도 부하들이 쓰러진 장소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까지 온 것이 확실했다.


“그럼 한동안은 벌레들은 한 마리도 못 볼 줄 알았는데···.!”

“키에에에엑······”


그의 허탈한 중얼거림이 무색하게 벌레들의 소름끼치는 울음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 졌고, 결국 운소는 내공을 채 운기하지도 못한 상태로 다시 한번 경공을 밟아야 했다.


타탓!


살짝 발이 무거워진 것을 느끼며 그는 그가 지나고 있는 동혈의 광경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아까는 오로지 달리는 데 집중하느라 미처 보지 못했지만, 더 이상 힘을 쏟기도 힘들어진 지금은 저절로 그 기이한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애초에 자연적인 동혈이 아니다.’


무수한 중유석이 천장에 매달려 있고 바닥은 지하수에 의해 마치 계단처럼 층층이 깎여 있어야 할 동굴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마치 소나무의 송진을 연상시키는 끈끈한 점액들과 그것에 엉겨 붙어있는 이상한 껍질들, 그리고 동물의 뼈를 연상시키는 울퉁불퉁하면서도 단단한 인위적인 구조물들이었다.


개중 몇몇은 아까 부하들을 공격하던 거대 곱등이나 사마귀의 외골격과 굉장히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동족들마저 둥지의 일부로 쓰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운소가 발을 내딛은 순간,


퍽!


그의 발이 툭 튀어나와 있던 외골격 중 하나에 걸리고 말았다.


쿵—


“큭!!!”


불썽사납게 앞으로 쓰러진 운소가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냈다.


평소라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건 고사하고, 넘어지더라도 낙법을 쳐서 피해를 최소화시키고도 남았을 그가 바닥을 구르는 모습은 만일 동료 흑기대원이 보았다면 경악했을 만큼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운소는 더 이상 만전의 상태라고 보기 힘들 상황이었다.


“큭, 내공이···.!”


그는 고통을 이 악물고 외면하며 빠르게 단전 속의 기운을 움직이려 했지만, 마치 무거운 납덩이가 눌러 앉은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너무 무리했다.


동굴인 줄 알았던 그 거대한 지룡의 입 안에서 쏟아지던 산들을 피하는 동안 호신강기를 남발한 탓이다.


도저히 움직일 생각을 안 하는 자신의 공력에 그가 무거운 한숨을 내쉰 순간,


쿵!


“꾸르륵?”


놈들의 소리가 지척에서 들려왔다.


“·········”


소리를 듣고도 운소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죽을 순 없다며 발악하는 대신, 그는 오히려 호흡을 최소화하고 이미 많이 약해진 기운을 마저 갈무리해 조용히 억누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그의 기운이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사라지거나 감춰지는 정도가 아닌, 운소 본인의 존재감이 동굴 속의 풍경과 분위기 그 자체와 물아일체를 이루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운소가 은신술을 펼친 순간,


콱!


그의 시선에 날카로운 벌레 다리 하나가 지면에 박혀드는 것이 보였다.


“츳츳츳츳츳···..”

“고와아아악!”


그의 눈에 총 세 마리의 벌레가 들어왔다.


하나는 그에게 실을 내뿜던 거대한 거미였고, 나머지 둘은 날카로운 칼날 다리를 지닌 사마귀였다.


덩치 큰 거미를 가운데로 두고 양쪽을 사마귀가 지키는 식으로 동혈을 완전히 틀어막아버린 그들은 더듬이와 다리로 통로 곳곳을 더듬거리며 빠르게 다가왔다.


“······.”


운소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며 정신을 맑게 했다.


‘침착하자.’


콰삭.


바닥에 튀어나와 있던 외골격 하나가 놈들의 날카로운 다리에 바스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운소가 진땀을 흘리며 은신술에 집중한 순간,


스으윽.


마침내 괴물들이 그의 앞을 지났다.


“크르르르르?”


순간 역삼각형 모양의 사마귀 얼굴이 그를 향했다.


“!!!”


갑자기 눈앞에 들이밀어진 그 추한 흉상에 운소는 저도 모르게 기겁했다.


“키이이이···.”


까딱, 까딱.


놈이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마른 나뭇가지끼리 서로 비벼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구는 놈이었지만, 이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도 운소는 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초점이 안 잡혀 있군.’


실제로 놈의 머리는 그를 향해 있었으나 무수히 많은 겹눈은 보랏빛으로 은은하게 빛나기만 할 뿐, 정작 그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듯이 잘게 흔들리고 있었다.


‘성공인가.’


기실 이놈들 아까 그의 부하들을 도륙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정말 들켰다면 이미 사단이 났어도 한참 전에 났었을 것이다.


운소의 은신은 통한 것이다.


“키르르륽···.”


그렇게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운소는 놈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나마 가장 닮은 게 사마귀라서 그렇게 속으로 부르긴 했지만, 자세히 보니 실제 사마귀와는 영 동떨어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쌍의 커다란 이빨은 벌레 특유의 씹는 턱 밖으로 튀어나와 대칭을 이루고 있었고, 더듬이가 달려 있어야 할 매끈한 이마에는 대신 짧은 촉수들로 뒤덮여 꿈틀거렸는데 마치 고양이의 잔털이 흔들리는 듯했다.


“키이익?”


툭.


놈이 고개를 까딱하자, 왠 주인 잃은 고깃덩어리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쩌면 그의 대원들 중 하나였을 수도···..


“······”


그 역겨운 광경을 이 악물고 운소가 견뎌내던 사이,


“······. 캬악!”

“츠츠츳!”


마침내 놈은 흥미를 잃은 듯 고개를 돌리고 먼저 앞서가던 동료와 거미의 옆으로 다가갔다.


기기묘묘한 소리와 함께 놈들의 신형이 이내 통로 저 너머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것들이 내던 괴성이 점점 메아리로 희미하게 흩어지기 시작하고 나서야 운소는 은신을 풀 수 있었다.


“허억!”


오랫동안 숨을 참은 반동인지, 그는 저도 모르게 크게 숨을 들이 마셨다.


은신술을 전개하면서 딱히 숨을 참을 필요는 없었지만, 상상 이상으로 추악한 그 괴물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참았던 모양이다.


“······. 당장은 위험을 피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 정신이 들자 이내 막막함이 그를 엄습해 왔다.


“또다른 활로를 찾아야만 하는가.”


운소가 허망하게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우르릉!


쾅!!


별안간 조용하던 동굴이 갑자기 크게 울리나 싶더니 이내 그의 앞에 있던 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이건?”


반사적으로 피한 그의 시야에 무너진 벽 너머로 새로운 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


그러나 운소는 곧바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가 길을 갈망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새로운 통로라니···.


누가 봐도 함정임이 뻔하지 않은가.


그러나 그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 키아아악!!!”

“츠츠츠차차찻!!!”


그가 지나온 곳과 벌레들이 사라진 통로 양 끝에서 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포효가 끝나기 무섭게 운소는 통로의 벽이 놈들의 움직임으로 인해 자잘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잠깐 놈들과 맞서 싸울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방금 전 가까이서 본 그 추악한 사마귀 괴물의 얼굴이 떠오르자 그는 스스로가 저도 모르게 진저리를 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 빌어먹을!”


휙—


결국 그는 어쩔 수 없이 함정 속으로 몸을 던져야만 했다.




####




쿵!


“···. 역시.”


그가 들어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닫히는 통로를 보며 운소는 체념한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함정이었는가.”


그러나 당장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놈들이 기감에 잡히지 않았기에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거와는 별개로 놈들이 근처에 있을 때 오감으로 느껴지는 그 축축한 공기가 께름칙한 소리, 그리고 역겨운 냄새 같은 것이 없었다.


그렇게 잠시 숨을 돌린 그가 주변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돌린 순간이었다.


쩌어억.


“?”


뭔가 축축한 것이 쩍 벌어지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검 손잡이에 손을 올린 운소는 조용히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나아갔다.


찰팍, 찰팍!


바닥에 물이라도 고여있던 것일까.


예상치 못하게 밑에서 들려오는 물기 가득한 소리에 운소가 멈칫한 순간,


“?!”


저 앞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청련사태?”

“······..”


실종된 아미의 고수 중 한 명, 유심랑이 창백한 얼굴로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작가의말

의외로 살아(?)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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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렸다 떨구기 (1) 23.07.24 59 1 10쪽
59 중꺾마 23.07.22 33 1 10쪽
58 대침투 (3) +1 23.07.19 33 3 9쪽
57 대침투 (2) +1 23.07.19 39 3 11쪽
56 대침투 (1) +1 23.07.17 38 2 9쪽
55 대책 +1 23.07.14 40 2 13쪽
54 지하지망 (地下地網) (3) 23.07.11 34 1 9쪽
53 지하지망 (地下地網) (2) 23.07.10 41 1 11쪽
52 지하지망 (地下地網) (1) +1 23.07.09 32 2 10쪽
51 듄 (3) +3 23.07.09 34 2 10쪽
50 듄 (2) 23.07.07 31 3 10쪽
49 듄 (1) 23.07.06 34 2 10쪽
48 데스웜 (3) 23.07.05 40 2 10쪽
47 데스웜 (2) 23.07.04 42 1 9쪽
46 데스웜 (1) 23.07.03 39 1 11쪽
45 차도살인 (借刀殺人) (2) +1 23.06.30 4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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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염전 (鹽戰) (2) 23.06.28 41 1 10쪽
42 염전 (鹽戰) (1) 23.06.28 41 1 10쪽
41 징조 23.06.26 46 2 10쪽
40 흉내쟁이 23.06.17 5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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