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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 속 하이브 마인드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무협

bamboowife31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3.07.24 00:47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4,745
추천수 :
175
글자수 :
312,860

작성
23.06.2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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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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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차도살인 (借刀殺人) (1)

DUMMY

“두, 두목···.!”


나무 사이에서 활 시위를 당기던 염적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게 대체···. 뭡니까?”

“···..”

“두목?”

“···.. 미친.”


부하의 얼떨떨한 반응에도 사천 염적의 우두머리, 장거독은 단 한 마디 말고는 못했다.


그 또한 그의 부하들만 큼이나, 아니 부하들 이상으로 놀라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저게 뭐야 쓰벌?’


폐광산 안에서는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갑자기 땅이 푹 꺼지나 싶더니 매캐한 흙먼지와 함께 기기괴괴한 벌레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것들은 이내 기병들이 잠시 묶어 놓은 말을 포함해 광산 안의 모든 것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도망치던 말들을 거대한 집게가 솟아올라 땅속으로 채갔고, 하얀 실 같은 것이 뿜어져 나와 병사들이 들고 있던 방패를 날려 버렸다.


그리고 훤히 노출된 그들의 가슴팍에 날카로운 가시 같은 것이 사정없이 박혀 들었다.


황군이 최선을 다해 진형을 유지하려는 것이 보였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서 있는 지면이 불안정해졌으니 그들로서는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히히힝···..


“—아아아악···..”


광산 쪽에서 바람을 타고 날라오는 말과 사람들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여과없이 들려왔다.


‘이거··· 우리도 계속 화살을 날려야 하나?’


원래 계획은 황군을 폐광 안으로 유인한 뒤, 광산 안이 훤히 보이는 이 산기슭에서 화살을 쏘아 모조리 전멸시킨 후, 흙으로 메워 시체들을 숨길 생각이었다.


‘뒷일이야 저 양반이 알아서 해준댔고···.’


그는 잠시 자신의 옆에서 말없이 상황을 관망중인 흑의인을 흘끗 쳐다보았다.


“·········”


다른 염적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복장을 한 그는 눈앞의 지옥도를 말없이 관망 중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장거독과 그 휘하 염적들에게 그들이 쓰던 폐광산이 황실에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준 자.


동시에 거금과 뒷처리를 약속할 테니 그 황군을 광산에서 섬멸시키라는 말도 안되는 거래를 요구한 자.


원래라면 거절하려고 했으나, 어떤 성정의 인물이 얼마나 만은 병력을 어떤 구성으로 끌고 올지 전부 알려주는 시점에서, 장거독은 그가 결코 범인이 아님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리고 그런 부류는 보통 거래를 거절한 상대를 살려두지 않는다.


그렇게 결국 거래를 받아들이고 나름 준비를 마쳐 선전 중이었거늘, 갑자기 저런 일이···.


“···. 장 대협.”

“예? 예!”

“대협과 대협의 수하들은 이 근방에서 오랫동안 지냈던 걸로 압니다.”


검은 복면 사이로 중성적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저 것이 무엇이죠?”

“저, 저희도 모릅니다. 난생 처음 보는 괴물··· 이라···.”


장거독이 손사레를 치며 고개를 젓자, 흑의인은 다시 말없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어느 덧 일방적인 살육은 다 끝나가고 있었다.


개 만한 크기의 곱등이, 귀뚜라미들이 시신들을 조각조각 찢고 있었고, 거미의 몸에 전갈의 꼬리와 집게를 가진 곰 크기의 괴물들이 처음에 낚아챈 군마들의 상반신을 집어 든 채 모습을 드러냈다.


그 밖에 온갖 기괴하게 생긴 괴물들이 폐광안을 쓸며 더듬이들을 이리저리 까딱이는 것이 보였다.


‘생존자를 찾는 건가.’


벌레들의 감각은 사람보다 뛰어나다.


황실에서 어린 황족들이 키우는 귀뚜라미가 복도에 숨어든 자객의 기척을 눈치채고 우는 것을 그만두어 살행이 들키는 경우도 제법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놔둬도 알아서 저것들이 생존자들을 모두 박멸해 줄 터.


“아무래도 이쪽에서 더 손을 쓸 필요는 없겠군요.”

“그럼?”


계산을 마친 흑의인이 조용히 한 손을 들어올렸다.


“이만 철수하시죠. 보수와 뒤처리는 약속대로 해드리겠습니다.”

“좋소! 아그들아 들었지? 짐 챙겨라!!”


내심 이 돌발상황에 뭘 더 시키진 않을까 걱정하던 장거독은 의외로 빠르게 철수 명령을 내린 흑의인의 아량에 감복하며 재빨리 부하들을 채근했다.


‘어리석은 것들.’


빠르게 활과 남은 화살 등을 가지고 떠날 채비를 마치는 염적들의 모습을 보며 흑의인은 속으로 비웃었다.


‘어차피 죽은 목숨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다니.’


뭐, 그들의 우두머리인 장거독이라는 자는 나름 계산을 해서 그에게 ‘협력’ 한 모양이지만, 그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흑의인과 그가 속한 조직은 어차피 처음부터 이 염적들을 쓰고 버릴 장기말로 여기고 있었다는 것.


‘··· 우선 돌아갈까.’


일이 잘 끝났다고 보고하는 것과 동시에 이 이변에 대해 상부에 알려야 했다.


게다가 이들을 뒤처리할 장소로 유인해야 할 필요도 있었고.


흑의인은 잠시 다시 한번 폐광 안을 바라보았다.


이미 벌레들의 도살장이 되어버린 그곳에서는 사람이란 이름의 가축들이 신나게 가공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 끔찍한 광경에 묘한 기시감을 느낀 그는 이내 등을 돌려 염적들의 따라갔다.




####




“호오, 이 사람을 포함해 몇 명은 금의위였구나.”


뽕!


······ 털썩.


막혀 있던 구멍이 뻥 뚫리는 소리와 함께 갑옷을 입은 사내가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흉한 구멍이 뻥 뚫려 있는 정수리 아래로 울긋불긋한 이마와 허옇게 뒤집어진 한 쌍의 눈은 그가 생전에 부사의 지위를 지녔던 장종익이라는 사람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개체명 천마. 질문.]

“고하세요.”

[개체 금의위. 설명 바람.]

“황제의 친위대이자 감찰 조직이죠.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소규모 토벌대에 낄 체급은 아니에요.”


다만 장종익의 기억에 따르면 그를 포함해 각 제대 별 지휘자들만 금의위였던 걸로 보인다.


그 외 나머지 병사들, 예를 들어 지금 저기서 하이브 로드가 육포마냥 질겅질겅 씹고 있는 한승원 교위라는 자는 사천성 태수의 부하였다.


아까 이미 한번 그의 뇌를 빨았기에, 천마는 그가 죽기 전까지 장종익의 답답한 행실에 괴로워하던 걸 알고 있었다.


“금의위씩이나 되는 조직에도 이런 꽉 막힌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툭, 툭.


천마는 이미 빈 껍데기만 남은 장종익의 머리를 촉수로 건드리며 중얼거렸다.


아니, 어쩌면 꽉 막힌 인물이기에 금의위에서도 더 감당 못하고 이렇게 부사를 맡겨 지방으로 쫓아낸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더욱 불안해져서 공을 세우고 돌아가고자 원칙에만 매달렸던 거고.


적어도 방금 천마가 뇌를 빨아 알아낸 그의 기억 속에서 장종익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그냥 갈 줄이야···.”


천마의 시선이 이내 저 위에 화살이 날아온 산기슭으로 향했다.


분명 자신과 무리가 황군을 도륙내는 걸 봤을 텐데, 그들은 아무런 조치도 안하고 그냥 철수하는 모양이다.


‘현명하네.’


어차피 이 황군들은 여기서 죽이기로 했으니,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 이건가?


천마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 과감하게 황군을 공격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상술했듯 염적을 포함해 무림의 그 어느 세력도 황실에 단독으로 대항하는 건 위험부담이 크기에 황군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무림의 세력이 아니고, 그 부담을 질 자신이 있는 자들이라면 건드릴 수도 있다는 뜻.


‘그리고 건드릴 거면 몰살시키려 들겠지.’


그래야 말을 옮길 생존자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중간에 사냥을 시작한 것이다.


어차피 여기서 다 죽이기로 결정된 자들이라면 무리가 먹어 치워도 문제는 없을 테니.


이는 절대 염적 따위가 혼자서 저지를 수 있는 수준의 일이 아니다.


‘누군가 염적들을 이용해 차도살인지계를 노린 건가.’


대놓고 황군을 섬멸시키려 들었고, 심지어 마치 이들이 당연히 이곳 광산 안에 자리 잡을 거라는 걸 예상했다는 듯이, 적절한 전술까지 들고 나왔다.


‘황군 내부의 정보를 알고, 건드리고도 그 뒷감당을 능히 할 수 있는 세력’


그런 게 가능한 세력은 무림에는 없었다.


······. 같은 황실이라면 몰라도.


‘그리고 금의위를 견제하는 황실의 세력이라면···.’


뚜둑.


그 때 옆에서 고치의 껍질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변이 완료.]


머릿속에서 한덕로가 보고했다.


[새로운 개체. 센타우로피드.]

“푸르릉.”


찢긴 고치 안에서 6개의 두꺼운 다리를 가진 큼직한 생명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말의 유전자 사용. 지상 질주에 특화. 지구력. 무리에서 가장 높음.]

“몇 마리 보내요.”


지이잉—


천마의 눈이 보랏빛으로 변하자 센터우로피드들의 겹눈도 같이 보랏빛으로 깜박였다.


“이용만 당하는 건 질색이니까.”




####




“음?”


말을 몰던 흑의인이 돌연 멈춰 섰다.


“대인, 무슨 일—”

“조용히.”


갑자기 멈춰선 그에게 한 염적이 다가왔지만, 흑의인은 그의 말을 날카롭게 끊어낸 채 정신을 집중했다.


다가가닥, 다가기닥, 다가가닥···..


착각이 아니었다.


그의 기감에 저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선명히 들려오고 있었다.


‘추격자라고?’


하지만 대체 누가?


“대인, 왜 그러십니까?”


부하들에게 비보를 전해 듣고 후위로 온 장거독이 물었다.


“···. 추격자다.”

“추격자?!”


그 말에 그도 기함했다.


“생존자가 있었단 말입니까?”

“확실히 이상하군.”


흑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생존자가 있다 한들, 그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렇게 빨리 추적해 올 가능성은 낮았다.


게다가 말발굽 소리로 보아 경공을 사용하는 무공의 고수는 더더욱 아닌 듯 한데···..


‘···.. 잠깐.’


다가가닥, 다가가닥, 다가가닥···..


잠시 귀를 기울인 흑의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소리가 이상한데.’


사족보행을 하는 말의 특성 그 발소리는 일정한 규칙을 지니고 있었다.


앞다리(다) 소리, 뒷다리(가) 소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굽으로 인한 메아리(닥).


그러나 지금 들려오는 소리는 박자가 하나 다 껴있었다.


마치 발이 한 쌍 더 있기라도 하듯···.


다가가닥, 다가가닥, 다가가닥···..


점점 더 커지는 소리에 흑의인이 긴장하며 고개를 든 순간,


“푸훼에헭헭—”


괴이한 포효와 함께 풍뎅이의 상반신에 말의 하반신을 지닌 기이한 벌레가 허공으로 뛰어 올랐다.


작가의말

대충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온 켄타우로스를 벌레처럼 변형시킨 걸 생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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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중꺾마 23.07.22 33 1 10쪽
58 대침투 (3) +1 23.07.19 34 3 9쪽
57 대침투 (2) +1 23.07.19 39 3 11쪽
56 대침투 (1) +1 23.07.17 38 2 9쪽
55 대책 +1 23.07.14 40 2 13쪽
54 지하지망 (地下地網) (3) 23.07.11 34 1 9쪽
53 지하지망 (地下地網) (2) 23.07.10 41 1 11쪽
52 지하지망 (地下地網) (1) +1 23.07.09 32 2 10쪽
51 듄 (3) +3 23.07.09 34 2 10쪽
50 듄 (2) 23.07.07 31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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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데스웜 (3) 23.07.05 40 2 10쪽
47 데스웜 (2) 23.07.04 42 1 9쪽
46 데스웜 (1) 23.07.03 39 1 11쪽
45 차도살인 (借刀殺人) (2) +1 23.06.30 42 2 11쪽
» 차도살인 (借刀殺人) (1) 23.06.29 41 2 10쪽
43 염전 (鹽戰) (2) 23.06.28 41 1 10쪽
42 염전 (鹽戰) (1) 23.06.28 4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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