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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 속 하이브 마인드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무협

bamboowife31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3.07.24 00:47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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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7
추천수 :
175
글자수 :
312,860

작성
23.07.0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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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데스웜 (1)

DUMMY

화염 없는 겁화가 휩쓸고 간 아미산의 전경은 삭막하기 그지없었다.


검소했지만 태산 같은 존재감을 자랑하던 사찰들은 을씨년스럽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늘 들려오곤 했던 불경 외는 소리나 무공을 연마하는 기합 찬 소리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스윽.


그 외관만 멀쩡할 뿐인 폐허 위에서, 한 무리의 흑의인들이 모여 있었다.


“혈흔이다.”


그 중 허리를 굽혀 바닥을 쓸었던 흑의인 하나가 손에 든 흙더미를 바스락거리며 말했다.


“아미파 문도의?”

“아니, 흙이 뭉친 흔적으로 보아 지나치게 끈적거리고 탁하다. 인간의 것이 아니야.”


동료의 질문에 흙을 집어 들었던 흑의인이 고개를 저으며 손에 묻은 흙을 털어냈다.


이들은 바로 흑기대.


무림맹의 정보부서 은영각에서 다루는 직속 무력대였다.


검붉은 흔적만이 남은 흙만으로도 대략적인 주인을 유추해낼 수 있는 모습에서 보듯이, 이들은 단순 무공뿐만이 아닌 추적술을 비롯한 정보 수집에도 능통했다.


저벅 저벅.


그 때 사찰 안 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그러자 순식간에 흑기대의 신형이 연기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들의 모습이 허공으로 증발하기 무섭게 사찰의 미닫이 문이 옆으로 열렸다.


드르륵.


“······..”


굳은 인상의 늙은 비구니는 잠시 바깥을 뚫어지게 보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일을 겪고 나니 이젠 환청까지 들리는 구나. 분명히 누군가 있다고 믿었거늘···.”

‘이 심마를 어찌할꼬.’ 라며 중얼거리던 늙은 비구니는 이내 고개를 돌려 안에서 원래 하던 일에 다시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은 여전히 열어둔 채였다.


꾀꼴.


어둠 속에서 꾀꼬리 소리가 들려왔다.


아미산에는 꽤 많은 새들이 살았는데, 개중에는 밤 늦게까지 우는 별종들도 있어 창문을 열어 두면 제법 소란스러운 밤이 지나는 걸 들을 수 있었다.


늙은 비구니는 이 소리 또한 그 중 하나라 생각하고 크게 개의치 않았다.


때문에 그녀는 어둠 속에서 검은 인영들이 조용히 사찰 근처를 이탈하는 모습을 보지 못 했다.


‘구파일방의 이목을 끌어서는 안된다.’


이번에 흑기대를 사천으로 파견한 무림맹의 군사, 제갈청이 그들에게 직접 당부한 명령이었다.


‘아미와 청성을 조사할 때에도 사천당가를 조사할 때와 마찬가지로 운신의 폭을 극히 좁히도록 하여라.’


얼핏 듣기엔 기이한 요구였다.


사파제일세가를 천명한 당가야 조사할 때 몸을 숨겨야 한다 쳐도, 어째서 같은 정파인 아미와 청성을 조사하는 것 조 비밀로 붙여야 한단 말인가.


우선 흑기대의 존재 그 자체가 문제였다.


그들을 부려야 하는 맹주와 군사, 그리고 은영각의 간부들을 제외하면 흑기대의 존재는 철저히 감추어져 있었다.


만일 이들의 존재가 널리 알려진다면 당연히 마교나 사파를 포함한 무림맹의 적들도 이에 맞춰 대비를 할 것이고, 그러면 정보 수집을 하기가 극도로 어려워진다.


그들의 간자가 어디까지 침투해 있을 지 모르니 아예 존재 자체를 대외비로 부치는 것이다.


무림에는 제 실력의 삼할은 숨겨야 한다는 격언이 돌았는데, 흑기대가 무림맹에게 있어서는 바로 이 삼할에 속하는 존재들인 셈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무림맹 내부의 알력 다툼이 있었다.


일견 정파는 모두 협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파일방을 주축으로 한 문파들과 세가들을 중심으로 한 가장들이 서로 견제를 통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불행히도 은영각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집단은 바로 제갈청과 그의 제갈세가.


제아무리 모두를 위해서라도 구파일방인 아미와 청성이 흔쾌히 그들의 활동을 허락해줄 리가 없는 것이다.


‘좀 더 빨리 왔다면 이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었을 터인데···.’


흑기대의 대장, 운소가 조심스레 기척을 죽인 채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이 사천에 도착하기 하루 전, 무림맹에 파견되어 있던 아미와 청성의 문도들이 모두 귀환을 마쳤다.


가 있는 동안 본문이 쑥대밭이 되었다니 그들이 경악한 것은 당연지사.


때문에 본래라면 아무도 없어야 할 두 문파의 장원에는 현재 제법 많은 인원들이 경계를 최고조로 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비록 대부분 실력이 흑기대보다 일천하여 잠입 자체는 순조로웠지만, 여전히 번거로운 것 또한 사실.


“대장.”


그 때 옆에서 그의 부관, 상관월이 물었다.


“당가에 이어 청성, 그리고 아미까지 둘러보았습니다. 이제 어디로 갑니까?”

“우린 감숙으로 간다.”


운소가 바로 대답했다.


“곤륜이 정말 맹에 거짓을 고한 것이 아니라면, 마교의 흉수들은 감숙을 통해 사천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이미 사천을 공격한 존재들이 마교의 주구들이라는 것을 확신한 듯했다.


“허탕치면 어떡합니까? 여지껏 둘러본 장소들에서 마기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만···.”

“반드시 마기를 남겨야만 마교의 짓인 건 아니지.”


운소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어 나갔다.


“이번 일과 과거 마교가 침공 전에 했던 수많은 흉계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느냐?”

“아!”


그의 말에 다른 대원 하나가 깨달았다는 듯이 탄성을 내자, 운소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두들은 언제나 일정 수 이상의 정파인들을 납치해 간다. 자신들의 병력으로 쓰기 위해서.”


중원 전체를 집어 삼키려는 그들의 특성상, 마교는 언제나 병력이 모자랐다.


고수들이야 마교 특유의 약육강식을 통해 키운 소수 정예로 충당한다 쳐도, 전선에서 피를 흘려줄 하급 무인들의 존재는 언제나 아까운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본격적인 침공 전에 항상 곤륜이나 감숙 등의 인접한 지역들에 있는 군소 문파들을 습격해 멸문시키곤 했다.


그들의 스승이나 가주를 살해한 뒤 자식과 제자들을 신강으로 끌고 가 칼받이로 쓰는 것이다.


어차피 각종 사술이나 약물을 사용하는 걸 꺼리지 않는 마교인만큼, 일단 머릿수만 확보하면 그렇게 끌고 간 자들을 전선에 세우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운소가 그의 흑기대원들을 둘러보았다.


“비록 마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장로들을 비롯한 다수의 실세들을 살해하고 나머지 문도들을 모조리 납치해 간 것은 분명 마교의 방식이다.”


의아한 것은 시신이라도 남겼던 이전과는 달리 시신조차 회수해 간 것이지만, 그조차 당가를 조사하면서 알게 된 혈강시의 존재로 인해 설명이 가능했다.


“전서응을 준비해라. 내가 군사께 보고를 먼저 올린 직후, 우리는 바로 감숙으로 향한다.”

“존명!”




####




옥문관.


신강과 감숙을 나누는 이 거대한 관문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볐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비단길에 오르려는 풋내기 상인들,


그런 초짜들을 등쳐먹기 위해 감언이설을 귀에 속삭이며 동반하는 사기꾼들,


중원 방문을 위해 지나가는 각종 도문과 불문의 순례자들까지.


때문에 일은 언제나 많았고, 일손은 부족하기 일쑤였다.


고심 끝에 감숙 태수는 감숙의 명문 정파인 공동파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황실과 무림의 허가 아래 관과 무림이 협력해 관문을 통과하는 이들의 검문을 나눠서 하게 되었다.


지금은 도복을 입은 사내들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으로 보아 공동파가 검문을 주관 중인 모양이다.


“다음!”


한 도사가 행인에게 호패를 돌려준 후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낡은 도복 아래로 굵게 다져진 그의 팔뚝이 제법 험한 무공을 다룬다는 것을 넌지시 암시하고 있었다.


신강의 마교와 대막의 마적, 유목민들 사이에서 분투하다 보니 공동파의 무공은 다른 도문들에 비해 훨씬 살기가 강하고 실전적인 것이 특징이었다.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서 있는 몇몇 공동파 무인의 등에는 황군이 주로 쓰는 길쭉한 창대가 매여져 있었다.


“호패가 없소? 그럼 통과 못 시켜드리오. 다음!!”

“아이고 대협들 부탁입니다~”


공동파 무인 하나가 칼같이 내쫒으려 하자, 쥐와 비슷한 수염을 지닌 상인 하나가 손사레를 치며 허리를 연신 굽신거렸다.


“소인이 그만 그것을 청해의 본가에 놔두고 오는 바람에···.”

“까먹을 게 따로 있지. 못 통과시켜주니까 그렇게 아시오.”

“아하이고, 그러지 마시고······”


짤그랑.


상인의 손에서 제법 묵직한 전낭이 반짝였다.


“더운 날씨에 고생들 하시는데, 이따가 저기 객잔에서 화주 한잔씩들 걸치시는 건 어떠십니까?”

“······ 한 명 분이 부족한데.”


잠시 그를 말없이 쳐다보던 도사가 조용히 말하자, 상인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거 말코 도사 주제에 욕심 하고는···.!”

“아이고 소인이 미처 저 대협을 못 보았군요! 여기 있습니다~”


쩔그렁.


그렇게 한 명 몫의 뇌물을 마저 받고 나서야 공동파의 도사들은 그 상인을 통과시켜주었다.


대놓고 불만스러운 얼굴을 한 채 나가는 상인의 모습을 모를 리가 없었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상술했듯 공동은 신강과 대막 양쪽에서는 치이는 입장이었다.


자연히 무공뿐만 아니라 문파의 성향도 실전적, 실용적인 쪽으로 변해갔고, 그 중에는 방금 전의 ‘성의’를 마다하지 않는 것도 포함되었다.


두 세력으로부터 영역을 지키려면 돈은 늘 부족했으니까.


어쩌면 그래서 오늘은 유독 더 관문이 붐비는 지도 모른다.


그나마 군법으로 다스리는 만큼 뇌물 쪽에 비교적 엄격한 황군과는 달리, 공동의 도사들은 돈만 있다면 호패가 없어도 쉽게 통과시켜주니까.


“다음!!!”


터벅, 터벅.


관성에 젖어 다음 사람을 호명하는 공동파의 도사 앞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그보다 족히 머리 하나는 더 큰 상당한 덩치에 놀란 도사가 살짝 뒤로 물러서며 물었다.


“소협은?”

“···. 태을이라고 해요.”


몸뚱이에 비해 제법 공손한 말투에 긴장이 풀렸는지 도사의 안색이 한결 나아졌다.


“어디서 오는 길이오?”

“사천에서 출발해서 감숙을 지나 신강으로 가는 중이에요. 혹시 문제가 있나요?”


사천?


그 말에 타성에 젖어있던 주변의 모든 도사들의 시선이 스스로를 태을이라 소개한 사내에게로 모였다.


최근 사천 무림에서의 잇따른 혈사에 대해선 이들 공동파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시기에 뒤집어진 사천을 떠나 마교가 있는 신강으로 간다고?


“······. 호패가 없으면 통과시킬 수 없소.”


공동파의 도사는 살짝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호패를 내놓으시오.”


작가의말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몸조리 잘하고 왔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휴재하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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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중꺾마 23.07.22 33 1 10쪽
58 대침투 (3) +1 23.07.19 34 3 9쪽
57 대침투 (2) +1 23.07.19 39 3 11쪽
56 대침투 (1) +1 23.07.17 38 2 9쪽
55 대책 +1 23.07.14 40 2 13쪽
54 지하지망 (地下地網) (3) 23.07.11 34 1 9쪽
53 지하지망 (地下地網) (2) 23.07.10 41 1 11쪽
52 지하지망 (地下地網) (1) +1 23.07.09 32 2 10쪽
51 듄 (3) +3 23.07.09 34 2 10쪽
50 듄 (2) 23.07.07 31 3 10쪽
49 듄 (1) 23.07.06 34 2 10쪽
48 데스웜 (3) 23.07.05 40 2 10쪽
47 데스웜 (2) 23.07.04 42 1 9쪽
» 데스웜 (1) 23.07.03 40 1 11쪽
45 차도살인 (借刀殺人) (2) +1 23.06.30 42 2 11쪽
44 차도살인 (借刀殺人) (1) 23.06.29 41 2 10쪽
43 염전 (鹽戰) (2) 23.06.28 41 1 10쪽
42 염전 (鹽戰) (1) 23.06.28 41 1 10쪽
41 징조 23.06.26 46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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