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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성칭 밑의 피와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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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23.05.20 20:59
최근연재일 :
2023.08.13 23:55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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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글자수 :
805,772

작성
23.07.0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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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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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4쪽

5화

DUMMY

어두컴컴한 수술실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다만 파우스가 시간이 되었다고 하니 다음날이 되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어제 저녁에 식사를 마치고, 파우스의 도움으로 용변을 보고, 깨끗하게 몸을 씻고 자고 일어난 레비롱은 수술시간이 다가오자 마음을 편히 가지려고 하였다.



'시발! 시발! 시발! 시발! 제발 이번 수술도 잘 끝나게 해 달라고 빌지 않겠습니다 포르투나시여! 대신 저 숙성 잘못된 포도주 같이 시큼하고 재수 없는 인간 얼굴에 딱 주먹질 2번만 하게 해주소서! 그래도 제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니 그 이후에는 저 재수 없는 놈 앞길이 잘 풀리게 해주소서!'



포르투나 여신에게 행운을 기원하며 마음을 진정시킨 레비롱은 수술 준비를 하고 있는 파우스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하나 평가하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젊어보이지만 분위기나 알고 있는 지식이 결코 나이가 적은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많이 잡아봐야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저 얼굴로 지금까지 몇 명이나 되는 인간의 머리통을 열고 해부를 해온 것인가?

비록 우악스럽고 강압적이긴 했지만 레비롱의 뇌수술을 부작용 없이 성공시킨 것만 봐도 파우스가 저질러온 피비린내 나는 길을 엿볼 수 있다.


거기다 몬스터의 내장을 뜯어내서 개조해 사람한테 이식한다?

신정일치의 종교국가 중 광신적인 분위기인 국가였다면 바로 이단 판정 당해도 할 말이 없는 행동이다.

게다가 말하는 걸 들어보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저기"


"왜 그러지?"


"지금까지 나 말고 몇 명한테 이런 정신나간 수술을 한 거야?"



일단 무턱대고 질러봤지만 레비롱은 후회하였다.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 뒤에야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나면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게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 것이다.

하지만 파우스는 감정 없는 무미건조한 어조로 간단하게 대답해주었다.



"이 손으로 말인가? 윗선의 지시로 48명, 나중에 나를 습격한 놈들을 잡아다 13명에게 시험한 걸로 알고 있다."


"..."



60명이 넘는 인간들을 잡아다 이런 끔찍한 수술을 해봤다는 말에 레비롱은 할 말을 잃었다.

속으로 짐작하고 있는 것과 직접 본인에게 대답을 듣는 것의 차이가 이토록 심할 거라고는 알지 못했다.

문답이 지나간 뒤 한참 동안 두 남녀는 말이 없었고 수술준비가 거의 끝났을 때 레비롱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어?"


"대부분은 부작용으로 사망했다. 성공한 자가 4명 뿐이었는데 그중 3명은 날뛰다가 진압부대에게 잡혀서 처형되었지."


"남은 한 명은?"


"탈출에 성공했다. 지금 너에게 하는 수술은 그 탈출한 성공작으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내가 최대한 수정 및 보강한 버전이니 실패 확률은 생각보다는 높지 않다."



실패확률이 낮다는 말을 듣고도 레비롱의 마음을 편치 않았다.

하지만 이미 그녀에게 남은 다른 길은 없었고 잠깐 눈을 감고 생각을 한 뒤 그녀는 시작하라는 신호로 고개를 끄덕였다.

파우스는 레비롱의 팔에 수혈팩과 연결된 바늘을 찌르고 레비롱의 입에 마취 가스를 주입하는 마스크를 대고 마취제가 든 주사바늘을 찔렀다.

마취효과가 마저 올라오기 전에 파우스는 길게 잘라낸 소독효과가 있는 약초의 이파리는 레비롱의 가슴팍에 올려놓고 표시를 하였다.

몇 분이 지나 마취 효과가 올라온 것을 파우스가 확인한 뒤, 파우스는 수술대 옆의 쟁반에서 칼을 들어올리고 말했다.



"A.J. 723년 4월 30일 제3주간시. 준비완료."



의식은 남아있지만 레비롱은 움직임이 제한되었다.

그녀는 이름 모를 수술용 칼이 이파리가 표시한 자국대로 자신의 커다란 가슴과 가슴 사이의 가죽과 살을 가르는 걸 보았다.

고개를 내린 그녀는 칼날이 근육층을 가르고 근육 밑에 있는 갈비뼈를 피해 파우스가 손을 집어넣은 걸 보았다.

그 끔찍한 광경에 그녀는 순간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뛸 뻔했지만 마취효과가 워낙 좋아서인지 날뛸 수 없었다.


그냥 눈을 감고 이 순간이 지나가기를 빌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만에 하나 파우스가 엉뚱한 짓을 하면 온 힘을 다해 저항해야 한다는 부질없는 계획을 세우며 자신의 가슴을 파헤치는 손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파우스의 손은 쟁반 위에 올려져 있던 작은 집게들을 하나씩 집어오며 그 집게들을 레비롱의 가슴 속에 박아 넣었다.

뭘 하고 있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집게가 8개쯤 안에 들어갔을 때 파우스가 혈관들을 붙잡고 고정하는데 그것들을 사용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공간 확보 완료. 이제 이식에 들어간다."



어느 정도 진도가 나갔는지 파우스는 전에 봤던 초록색과 파랑색의 알하우네 변종의 내장을 통에서 꺼냈다.

그 장기는 통에서 꺼내지자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려는 듯이 꿈틀대기 시작했고 파우스는 그걸 레비롱의 가슴 속에 넣은 뒤 가위와 실과 바늘을 잡고 천천히 작업을 시작했다.



"위치를 잡는데 성공했다. 이대로 연결한다."



레비롱의 시야에는 보이지 않지만 파우스는 마석등을 가까이 끌어와서 가위로 혈관 일부를 잘라내 그걸 몬스터의 장기와 연결하기 시작했다.

수술 중 레비롱은 갑자기 시야가 흐릿해지면서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지만 다시 회복하였고 파우스의 가위질과 바느질 속도는 느려지지도, 빨라지지도 않은 채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수십 분이 흐르며 수술이 순조롭게 이어질 것 같았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피가 솟구치면서 파우스의 눈에 부딪쳤다.

파우스는 급히 옆에 놔둔 깨끗한 천으로 얼굴을 씻어내고는 바로 3번째 쟁반에 놔뒀던 손가락 크기의 통 같은 걸 들고 피가 뿜어지는 부분에 쑤셔 넣었다.



"거부반응인가? 이제 와서?"



파우스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나 놀람은 없었다.

평소와 같은 감정이 안 담긴 무미건조한 목소리였으나 그 내용은 그가 놀라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수혈량을 늘리겠다."



파우스는 급히 수술대 옆의 네 번째 쟁반에 올려진 수혈용 팩들을 레비롱의 몸에 연결시키고 최대한 출혈을 멈추려고 하였다.

레비롱은 파우스가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지만 당황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까지 그는 연기를 하고 있던 게 아니었다.

그저 감정 표현을 목소리로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뿐이었다.



'가슴이 아파! 아프다고!'



그때 레비롱은 통증을 느끼며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수술 중 통증이 느껴진다는 건 마취가 풀려가고 있다는 의미였다.

마취제가 열화되었던 것인가?

아니면 이식한 몬스터 장기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가?

어느 쪽이던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아으... 으... 아... 아파!"



마취되었던 게 풀려가는 게 맞았다.

제대로 말도 할 수 없었던 레비롱의 혀가 풀려가고 있었다.

파우스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손이 빨라졌다.

레비롱은 점점 마취가 풀려가면서 가슴 쪽 혈관들이 마치 전력 질주를 할 때처럼 꽉 채워져서 격렬하게 떨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혈류를 견디지 못하고 혈관들이 한계까지 팽창하는 그 느낌에 견뎌보려고 했지만 결국 레비롱은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아악!!"



대체 몇 분이나 소리를 질렀을까?

초 단위의 시간이 마치 영원처럼 흘러가는 것 같았고 흉부의 통증은 급격히 늘어갔다.

독이 있는 뱀에게 물렸을 때조차 이 정도로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몸의 떨림과 분비되는 땀의 양은 한계까지 몸을 몰아붙일 때 만큼이나 늘어났고 그렇게 영원히 고통 속에 잠겨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파우스의 목소리가 레비롱의 시간을 정상적으로 흐르게 하였다.



"됐다"


"되긴 뭐가 돼! 아파 죽겠다고!"



레비롱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파우스는 다시 뼈와 근육을 제자리로 되돌리고는 봉합을 개시하였다.

고통 때문인지 아니면 파우스의 손이 느린 건지 모든 것이 느리게 느껴지는 와중에도 레비롱은 재빨리 상황 판단을 하였다.

지금 파우스는 몸 안쪽의 출혈도 제대로 못 잡은 것 같은데 급히 절개한 부위를 다시 꿰매고 있는 게 분명했고 그런 파우스의 모습에 레비롱은 기겁하며 말했다.




"뭐해! 당장 지혈해야지 왜 닫아!"


"출혈은 막아 놨다. 이식도 성공했어."


"그럼 왜 이렇게 아픈건데! 아아악! 당장 봉합 그만하고 출혈이나 잡.... 꺄아아아!!"



레비롱이 항의하던 말던 파우스는 봉합을 계속하였고 레비롱의 항의를 무시하고 수술을 계속한지 수십 분, 마침내 레비롱의 열려있던 가슴은 붉은 상흔을 남긴 채 닫혔다.

가슴의 꿰멘 자국을 보면서 레비롱은 눈앞에 있는 이 미치광이 연구자가 끔찍한 실험을 자행해서 추방된 게 아니라 수술을 실패해서 원래 소속된 조직에서 추방된 게 아닌가 의심하였다.

시간이 한참 더 지나 마취가 거의 풀렸을 때 레비롱이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오른손으로 파우스의 멱살을 잡는 것이었다.



"대체 뭐하는 거야! 수술 똑바로 못해?!"


"그 손으로 봉합한 부위에 손을 대봐라."


"뭐?"


"그럼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거다."



레비롱은 반신반의하면서 봉합된 부위에 손을 올려보았고 심장이 뛰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뭐야 아무것도 안 변했잖아? 대체 뭐가... 어?"



처음에는 그저 심장이 뛰는 쿵쿵대는 감각 뿐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그 쿵쿵대던 감각이 미세한 엇박자를 내기 시작했고 조금 집중해보니 원래 심장이 있던 곳보다 오른쪽에서 박동이 느껴진다는 걸 깨달았다.



"네가 아픈 부분은 어느 쪽이지? 심장? 아니면 그 옆?"


"...옆"



지금 그녀의 가슴속에서 뛰는 심장은 2개가 있었다.

하나는 원래 심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방금 막 이식한 심장이었다.

파우스는 경악하고 있는 레비롱을 보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적합성이 지나치게 높았던 것 같군. 설마 이식한지 30분도 안되서 완전히 연결될 줄이야. 제대로 장기로서 기능하는데 최소 며칠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무래도 몬스터 장기에 혈관을 연결하자마자 활성화되어서 몸에 돌고 있던 마취제 성분을 독으로 인식하고 모아 놓은 마력을 소비해 강제로 해독에 들어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이식한 장기에 연결해 놓은 혈관들이 변이되다 변이가 덜 된 혈관들까지 무리를 줘서 출혈이 생긴 거고."



마취제 성분을 독으로 인식해서 강제로 해독하는 바람에 죽을 뻔했다는 파우스의 말에 레비롱은 등골이 싸늘해졌다.

그 급격하게 마취가 풀려가면서 고통이 몰려온 게 이식한 심장이 일을 너무 열심히 했기 때문이라니?

수술 실패도 아니고 성공하는 바람에 죽을 뻔하다니 농담에도 정도가 있지 이런 식으로 죽는 건 절대 사양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이제 남은 건 2가지다. 하나는 잘려나간 팔다리는 붙여야 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그 장기의 사용법을 익히는 거지. 그건 이제 네 몸의 일부다."



파우스는 왼쪽에 진열된 레비롱의 팔다리를 가리킨 다음 레비롱의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고 그때 레비롱의 가슴의 봉합 흔적들이 살점에 파묻혀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초재생 능력이 부여된 건가? 벌써? 정말로 예상 밖의 결과로군."


"잠깐 뭐하려는... 끼야아아악!"



파우스는 예고도 없이 레비롱의 가슴의 수술부위를 꿰멘 실 중 녹지 않은 녀석들을 그대로 뽑아냈고 레비롱이 격통에 몸부림치며 가슴팍을 부여잡고 있는 동안 실을 강제로 뽑아내서 생긴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녹지 않는 실만 뽑아냈다. 내부 봉합에 사용한 실들은 인체의 열에 녹아내리는 성분으로 만들었으니 걱정마라."


"씨발놈아! 뽑아낼 거면 말이라도 하고 해!"


'포르투나시여! 죄송한데 소원 한 번만 더 수정하겠습니다! 저 인간의 감정을 모르는 씨발놈의 미치광이 새끼의 아굴창을 3대! 딱 3대만 때리게 해주소서!'



레비롱은 자신이 팔다리를 되찾기만 하면 바로 저 망할 놈의 턱주가리에 펀치를 3대 박아주겠다고 맹세하며 눈물을 흘렸다.

심지어 평소와는 달리 3대 때린 다음 파우스의 앞날이 잘되게 해달라는 것도 없었다.

파우스는 대체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멀뚱멀뚱 서 있다가 갑자기 뭔가 기억났다는 듯이 레비롱에게 말했다.



"그런데"


"그런데 뭐?"


"안 좋은 소식이 하나 늘어났다."



이 타이밍에 갑자기 안 좋은 소식이 늘어났다는 말에 레비롱은 이 미치광이가 대체 무슨 말을 지껄일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순순히 문제가 뭐냐고 물었다.



"뭔데? 설마 피 닦던 천을 넣은 채로 봉합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그 심장이 마취제를 독으로 인식하고 강제로 해독해버리니 사지 봉합 수술은 마취제 없이 해야 할 것 같다."


"....아아아아악!!!"



레비롱은 파우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깨닫고는 발광하면서 하나 밖에 없는 팔로 어떻게든 달아나려고 애썼지만 바로 잡혀버렸다.

그녀는 이 미친 짓을 3번이나 더 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울부짖기 시작하였다.



"다 필요 없으니까 그냥 이대로 내보내줘!"


"진정해라, 그저 아플 뿐이지 목숨에는 지장이 없을 거다."


"그게 더 문제라고 젠장!!!! 포르투나여! 왜 저한테 자꾸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겁니까! 제 소원을 들어줄 생각은 없고 고통만 주는 그대는 가학성애자란 말입니까 포르투나여!!!!"



레비롱은 소원을 들어줄 생각은 안하고 시련만 연달아 내주는 행운의 여신을 저주하며 울부짖었다.

그녀가 진정한 것은 마음을 가라앉혀서가 아니라 다음날 아침까지 미쳐 날뛰다가 배가 너무 고파서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포르투나 여신으로부터는 응답이 없었다.


작가의말

이 글은 비정기적으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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