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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19.10.28 19:34
최근연재일 :
2021.03.04 14:24
연재수 :
2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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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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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8.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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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
16쪽

소란스런 폭풍전야 #3

DUMMY

세상의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오늘도 스목의 독에 버무려진 상추 겉절이처럼 되었다가 간신히 회복했음에도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삭신이 쑤셔오는 걸 느끼면서 포이부스는 일어났다.

어제 회의가 끝나고 일처리를 한 다음 일찍 잠자리에 들었건만 몸이 개운하지가 않았다.

단련을 하고 싶어도 몸을 움직일 떄마다 스목에게 물려 구멍이 뚫린 옆구리의 상처가 쑤셔오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상황이 좋지 않아서 차원문 여는 작업만 하다가 왔는데도 몸의 피로가 가시지 않았다.

옆에는 스틸리나가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마냥 가슴 위에 손을 교차시킨 채 잠들어있었지만 방이 어둡기 때문에 그저 윤곽만 보일 뿐이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것은 온통 별이 총총한 하늘 뿐이었고 포이부스는 자신이 동트기 직전의 새벽에 깨어났다는 걸 깨닫고 이불 속에서 3초 정도 고민하였다.

피곤이 가시지 않았는데 이대로 다시 눈을 감을지, 아니면 잠깐 화장실에 다녀올지, 그것도 아니면 세안을 미리 하고 다시 돌아올지 고민하던 포이부스는 일단 화장실에 다녀오자고 생각하면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거구가 대체 어떻게 이렇게 조용하고 소리를 내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까치발을 들고 이불에서 나온 거인은 조금 삐걱거리는 문을 열면서 조금 있다가 아침식사를 끝낸 뒤에 윤활유를 발라서 소리가 안나게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방 밖으로 나왔다.



"ZZZ"



거실에 나와보니 요새 그나마 살이 빠진 아들 카론이 입에 정체모를 뼈다귀를 물고 손에는 푹신푹신한 솜을 끌어안고 자고 있었다.

카론은 어렸을 때 무언가를 끌어안고 자는 버릇이 있었다가 성년이 되면서 사라졌는데 아무래도 늑대의 몸에 들어간 뒤에 버릇이 재발한 것 같았다.

뼈다귀를 타고 흐르는 맑은 침이 돌로 된 바닥에 뚝뚝 떨어지고 있었지만 마음씨 고운 물의 정령들이 침을 재빨리 증발시켜서 웅덩이가 생기는 걸 막고 있었다.



"어휴 얘 털 찐거 봐. 조만간 털정리 잘하는 부하 시켜서 날렵한 샤기컷이라도 해주든가 해야지 원"



포이부스는 거실 구석의 수납장에서 마력석을 꺼내 새벽 내내 고생해준 물의 정령들에게 한움큼씩 주고 복실복실한 아들이 자는 자세를 고쳐주었다.

입에서 조심스럽게 침범벅이 된 뼈다귀를 빼내서 옆에 가지런히 놔주고 얼굴을 위로 가게 한 뒤 엄마와 똑같이 파라오 자세를 취하게 한 뒤 포이부스는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으로 향했다.


불빛 하나 없이 어두컴컴한 주방에는 정화한 물을 담아놓은 커다란 통이 있었고 화장실 가기 전에 먼저 수분 보충 좀 하자는 생각을 하면서 포이부스는 어슴푸레한 주방에서 통의 뚜껑을 옆으로 치워놓고 물을 마시려고 했으나 늘 물 위에 띄워놓는 표주박 바가지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바가지 좀 찾아줄래?"


-여기! 여기!



포이부스는 카론에게 들리지 않게 근처에 있을 물의 정령들에게 부탁하였고 바로 옆 아궁이 근처에서 대답이 들려오면서 어두운 주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포이부스는 바가지를 받은 뒤 바가지로 통에서 물을 떠서 나무로 된 컵에 담고는 몇 번이고 마셨고 물을 다 마신 다음 바가지는 통 안쪽에 넣고 뚜껑을 올리고 자기 컵은 다시 선반에 놓았다.

포이부스는 정리를 끝낸 뒤 주방에서 나와 거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케트라 산 꼭대기 신전 인근의 숙영시설에 마련된 공중 화장실은 늘 연구원 엘프들이 청소를 하는데다 정령들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깨끗한 편이었다.

포이부스는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코를 자극하는 소독제 냄새에 잠이 확 달아나버렸다.

균이 배양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지만 분명 어제 밤에 뿌린 약 냄새가 아직까지 진동하는 걸 보면 물에 희석하지 않고 원액을 그대로 뿌린 모양이었다.


포이부스는 팔라딘 제니스에게 다음부터는 좀 희석해서 뿌리라고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어두운 하늘은 어느새 보랏빛으로 변해 있었고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동이 터오를 게 분명했다.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케트라 산에는 불침번들이 피워놓은 등불들이 곳곳에서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아까 소독약 냄새 때문에 잠이 달아나서 그런지 포이부스는 딱히 잠이 오지 않아 그 등불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번 시대는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까?'



각 시대의 전환 조건은 개발자인 창조신 말고는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얻은 정보를 토대로 추측해보자면 각 시대에 획을 긋는 큰 사건이 시대 전환의 트리거인 것이 분명했다.

제1시대는 제대로 된 지성체 종족을 등장, 제2시대는 제대로 된 중앙집권화된 왕국의 출현이 그 조건이었다.



'이번 시대의 전환 조건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 신들의 간섭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테지'



지난 번에는 창조신에게 첫번째 달에 끌려갔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할 수 없었지만 이번 시대에는 딱히 큰 일을 저지르진 않았으니 이번 시대가 종료되면 포이부스는 정상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남아있을 게 분명했다.

신들이 사라진다고 모든 분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이 신들이 직접 점화하는 무분별한 전쟁의 봉화들은 신들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신들의 간섭이 줄어드는 것이 곧 지금과 같은 무분별한 전쟁이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고 그것은 곧 그가 가족과 있을 시간과 치킨 연구를 할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였다.

지금처럼 아픈데도 쉬지도 못하고 차원문 생성과 전쟁을 위한 회의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가치있는 것을 만들기 위한 알뜰하게 시간을 소비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포이부스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 시간에 뭐하는 거지?"



그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고 놀란 포이부스가 빠르게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얼굴의 존재가 서 있었다.

때마침 태양이 엄폐물 뒤에서 기웃거리는 초보 병사처럼 지평선 너머로 고개를 슬쩍 내밀어 눈을 굴리면서 햇빛이 쏟아졌고 그자의 모습이 제대로 보였다.


그곳에 있는 것은 검은색이었다가 햇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바뀌고 다시 검은색으로 바뀌는 머리카락에 포이부스와 비슷한 적갈색 피부를 지닌 즈뮤였다.

어제 신들의 회의 직후 다두룡들이 하로나스의 만신전에 투항했다는 사실을 통보한 뒤 만신전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맹세를 하고 지하감옥에서 풀려난 고룡 즈뮤는 여전히 이난나 여신의 세뇌에 영향을 받는 것인지 애증으로 갈등하는 얼굴로 포이부스를 보고 있었다.



"다음부터는 뒤에서 갑자기 인기척도 없이 말걸지 마. 놀라서 나도 모르게 하로나스 님 찾을 뻔했으니까."



즈뮤는 진지하게 임하는 자신이 멍청했다는 얼굴로 포이부스에게 말하고는 지하감옥으로 통하는 뚜껑이 감춰진 땅을 바라보았다.

어제 즈뮤는 자신을 대신해 반쯤 시체 상태인 스목이 지하 감옥으로 옮겨지는 걸 봤었고 그랬기에 풀려난 자신과 달리 좋지 못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스목이 있을 방향을 안타까운 얼굴로 바라보다가 다시 포이부스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잠이 안 오나?"


"스목 녀석 덕택에 비오는 날 관절이 쑤시는 것처럼 몸이 삐걱거리는데다 화장실 소독약 냄새 때문에 잠이 확 달아나서 말이야. 미래에 대한 걱정도 들고"



포이부스는 이번에는 장난치지 않고 즈뮤의 말에 진지하게 대답했고 즈뮤는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말이 통한다고는 해도 괴물한테 이런 면이 있다니?"


"난 몸은 괴물 같을지 몰라도 정신까지 괴물인 건 아니야. 나도 고민하고, 갈등하고, 상처입는 인간일 뿐이지."



포이부스는 섭섭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즈뮤는 여전히 미심쩍은 얼굴로 포이부스를 보고 있었다.



"정신이 괴물이 아니라는 놈이 우리 동포들을 토막내서 튀겨먹냐?"


"..."


"넌 그저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괴물일 뿐이야."



즈뮤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마다 괴로운 것처럼 입술이 떨렸지만 그래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부 할 수 있었다.

포이부스는 즈뮤가 자신에게 말을 할 때마다 괴로워하는 것이 진심이 아니라 이난나의 세뇌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즈뮤를 측은하게 생각하였다.



"인간을 너무 과대평가하는구나 즈뮤. 때때로 인간은 악마보다도 잔인해지는 족속이야. 난 그저 그런 인간 중 하나일 뿐이다."



포이부스는 이전 세상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떠올리며 말했고 즈뮤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이제 태양은 완전히 떠올라 둥근 몸에서 찬란한 햇살을 쏘기 시작했다.

포이부스는 태양이 떠오르는 걸 본 막번 불침번들이 다음 사람과 교대하고는 당직 사관이 있는 병영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오늘 서부 지역으로 떠난다고 했지? 원한다면 지금 바로 차원문을 열어줄까?"



포이부스는 어제 회의에서 결정된 안건을 떠올리며 말했고 즈뮤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지금은 그 말을 듣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남녀는 함께 중앙관제소로 들어갔고 그곳에는 대량의 마력석을 지팡이와 연결시켜 차원문 긴급 개방 요청에 응하고 있는 엘프 요원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보였다.


포이부스는 마력석 더미에서 지팡이를 떼어내 자신의 마력으로 긴급 요청 건들을 전부 처리한 뒤 에스티나 왕국 서부의 이난나 여신 직할령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즈뮤의 손에 정령 통신기 하나를 쥐어주며 말했다.



"이전 일을 잊으라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일단 같은 만신전을 모시는 처지가 되었으니 잘해보자 즈뮤. 이 통신기는 특별히 1:1 전송이 아니라 즈메이가 가지고 있는 통신기와도 연결된 특제품이다. 즈메이랑 대화하고 싶으면 이걸로 얼마든지 하고 지원 필요할 때도 이걸로 연락해라."


"혹시 지원군이랍시고 스목을 세뇌해서 보내는 건 아니겠지?"



즈뮤는 여전히 포이부스와 만신전의 신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말했고 포이부스는 정색하면서 말했다.



"아무리 신용이 없어도 그렇지 일족이 다 같이 넘어온 너랑 달리 미쳐 날뛰어도 이상하지 않은 녀석을 세뇌해보겠다고 하겠냐."


"신들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거 같은데"


"그... 아니다. 네 말이 맞다."



즈뮤의 그 한마디에 포이부스는 뭐라고 반박을 하려다가 도저히 반박할 여지가 없다는 걸 깨닫고 순순히 인정하였다.

안 그래도 즈뮤와 즈메이를 손에 넣지 못한 신들이 지금 자신들 수중에 남아있는 이름이 잘 알려진 고룡인 스목을 회복시키자고 포이부스에게 돌려말하고 있는 상태니 스목의 상태가 개선되면 그들 중 일부는 이름 높은 비스툴라의 흑룡, 바벨의 용으로 불리는 스목을 손에 넣으려고 할 게 분명하였다.



"그럼 난 간다 아르드바르. 가급적이면 다시 보지 말자."


"올 때 선물 잊지 말고"


"시끄러워"



즈뮤는 포이부스의 농담에 대꾸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기대를 함께 가지고 차원문을 통과했고 고룡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포이부스는 원래 자신이 앉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아직 근무시간이 되려면 좀 이르지만 보고할 사항 있나?"


"안 그래도 긴급보고가 3건 있어서 꺠우러 가야 하나 고민하던 차였습니다."


"3건?"



중앙관제소 근무 요원들이 자신을 깨우려고 했다는 말에 포이부스는 고개를 갸우뚱 하였다.

뭔가 국가단위의 긴급 사태가 벌어졌다면 신들이 자신을 깨웠을 것이고, 그리 심각하지 않은 일이라면 요원들이 자신을 꺠우려고 할 리가 없건만 대체 무슨 일이기에 신들은 잠잠한데 요원들은 긴급한 일이라 판단했단 말인가?

포이부스의 의문이 가득한 얼굴을 본 부관은 침을 삼키고 포이부스에게 말했다.



"일단 첫째로 릭샤카 왕국이 대 스칼라베이 전선을 이탈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뭐?"



릭샤카 수인 왕국이 스칼라베이와의 전쟁에서 손을 떼겠다고 했다는 말에 포이부스는 잠깐 놀랐다가 침착하게 물었다.



"사절단이 왔나?"


"릭샤카 왕국에 침투시킨 요원이 고위 인사에게서 캐낸 정보입니다. 조만간 공식으로 선포될 것 같습니다."



대 스칼라베이 연합전선 형성을 주장한 자는 콰둔과 릭샤카 왕국이었고 크나시아는 그들의 설득에 뒤늦게 참전한 것이었건만 릭샤카 왕국이 먼저 이탈을 결심한 저의를 파악해야 하였다.

오크 공중 함대에게 입은 피해가 너무 막심해서인지 오크 왕국에게 뒷돈을 받아먹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릭샤카 왕국이 전쟁에서 이탈한다는 건 단순히 위험부담이 커진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스칼라베이 왕국 인근에 펼쳐진 3개나 되던 전선 중 하나가 줄어드는데다 크나시아와 콰둔을 이어주던 중간 지대인 릭샤카 왕국의 가도들을 이용할 수 없으니 연합군의 연계는 어려워지고 스칼라베이의 부담은 확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그럼 2번째는?"



포이부스는 일단 자기 혼자서 판단을 내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2번째 긴급사태에 대해 물었고 부관은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곤드 대륙의 헤이메 왕국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드워프 왕국 소드라우프니르가 확보한 광산 던전 인근으로 군사를 배치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되었습니다."


"아니 그놈들이 갑자기 왜?"



안 그래도 레무 대륙의 정세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와중에 갑자기 곤드 대륙에서 일이 터지려고 한다는 말에 포이부스가 물었고 부관은 곤란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무래도 지난번에 궤도폭격으로 벨파스트 왕국을 쓸어버린 걸 보고 우리 만신전과 모트 투오넬 신의 아카이아 왕국이 뒤로 손을 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드워프 왕국과 아카이아 왕국이 서로 견제하고 있으니 광산 던전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킬 수 없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터가 될 거라고 생각해 방치했지만 우리가 뒤로는 손을 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아예 광산 던전을 망쳐버리려고 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 새끼들 지혜의 신 세력의 공격에 강과 해안가 공업지대가 초토화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와중에 우릴 공격한다는 판단을 했다고? 확실한 첩보 맞나? 다른 세력의 이간책일 확률은?"



헤이메 왕국을 이끄는 신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포이부스가 부관에게 물었지만 부관 역시 신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해 당황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다시 확인해보겠습니다."


"마지막 긴급사태는 뭔가?"


"레무 대륙에 나타났던 베스코스가 지혜의 신의 부하들과 싸우고 있다고 보고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화해했는지 어인들과 같이 술을 마시고 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포이부스는 한순간 얼굴을 찌푸렸다가 다시 얼굴을 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였다.

베스코스야 예전부터 종족차별 철폐를 주장하고 다니던 만민평등주의자였으니 좀 비린내 나는 물고기들과도 잘 어울리고 다닐 거라고 납득하면서 생각보다 심각한 보고는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 다음 나온 부관의 말에 포이부스는 두통이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문제는 그놈들이 같이 술 마신 다음 잔뜩 취했는지 인근 크나시아 왕국에 소속된 마을의 주점으로 가서 술을 다시 퍼마시다가 취객과 난투극을 벌였다고 합니다. 지금 마을의 경비병들은 죄다 때려눕히고 인근 엔리리아 시의 군대까지 격파했다는데 어떻게 처리할까요?"



포이부스는 잠깐 고민하다가 치킨을 만들 재료를 고를 때만큼 진지한 얼굴로 부관에게 말했다.



"그놈이 입힌 손해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쯤 되지?"


"못해도 3000퓨닉크는 될겁니다."


"그럼 정당한 절차를 통해 피해를 산출해서 손해배상 청구서를 보내라."


"예?"


"그 놈은 무력으로 제압하기 힘든 놈이다. 그러니 다른 방법을 써야지. 놈은 명예와 결투의 신을 섬기고 있으니 자기 스스로가 명예롭지 못한 일을 하고 있다고 인지하면 좀 얌전해 질 거다."



부관은 지금 자신의 상관이 제정신인가 의심했지만 포이부스는 잠이 다 깨서 정신이 말똥말똥한 상태였다.

납득되지는 않지만 부관은 일단 상관이 까라면 까야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크나시아 왕국에 군대를 물리고 손해배상 청구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전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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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소란스런 폭풍전야 #11 +7 20.09.01 1,167 5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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