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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행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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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행마
작품등록일 :
2012.08.25 11:14
최근연재일 :
2012.08.2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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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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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43

작성
11.09.0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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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묻지마 새꺄!(4)

DUMMY

"그래서?"

월터의 말에 윌리엄은 코웃음을 치며 같잖다는 듯이 되물었다. 월터라는 용병이 술에 취해, 일부러 시비를 걸고 있었다. 전장에서 굴러먹던 윌리엄 일행이다. 이 정도의 도발에 눈 하나 깜짝할 사람들이 아니다.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네 놈들만 재미 보지 말고, 우리한테도 이 계집을 빌려달라는 거지."

"와하하하! 그렇지 원래 좋은 건 나눠 먹는 거야! 월터 말이 맞다!"

건너편 술자리에서 대여섯 명의 사내들이,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월터의 말에 박장대소를 하며,맞장구를 쳐댔다.

"꺼져라. 조용히 술을 마시고 싶다."

보다못한 헤르만이 자리에서 일어나 월터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건 또 뭐 하는 물건이야?"

월터는 우습다는 듯이 동료들을 돌아보면서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헤르만의 방심을 틈타 공격을 한 것이다. 그러나 상대를 잘못 골랐다.

원래 골수까지 기사였던 헤르만이다. 그러나 윌리엄과 만나고 나서부터 변했다. 전장을 돌아다니면서 별의별 더러운 수법을 사용하는 상대와 전투를 벌여야 했다. 나중엔 헤르만이 비겁한 수법을 더 잘 쓰는 경지에 올랐다.

그런 헤르만에게 월터의 공격은 어린아이 장난질에 불과할 뿐이다.

-터덕!

"어엇! 이 자식이?"

월터는 당황했다. 곱상해 보이는 사내 놈을 한 주먹에 쓰러뜨리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던 계획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월터는 상대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크다. 체격 면에서 월터가 훨씬 유리했다. 단숨에 뭉개버리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힘으로 눌러버리면 그만이었다.

월터는 오른팔에 힘을 잔뜩 집어넣었다. 굵은 팔뚝에 푸른 힘줄이 벌떡거리며 일어섰다.

"이익!"

"애송이! 자리로 돌아가라!"

-우당탕...

"크윽!"

월터는 뒤로 넘어지면서 얕은 신음을 흘렸다. 호리호리해 보이는 헤르만을 찍어 누르기는커녕, 미는 힘에 뒤로 넘어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동료들의 얼굴에도 놀란 빛이 역력했다. 전투 능력은 몰라도 힘이라면 월터를 능가할 사람이 자신들 중에선 없었다. 그런 월터가 호리호리해 보이는 헤르만에게 장난감처럼 내동댕이 쳐진 게 믿기지 않았다.

월터는 술이 확 깨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망신을 당한 자신과는 달리, 상대는 다시 의자에 앉아 맥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마치 월터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였다. 월터는 속에서 불덩이가 치밀어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이건 아니야. 내가 이런 개 무시를 당하다니!'

월터는 이를 갈면서 천천히 일어섰다. 일층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용병들이 반 이상이다. 이런 개망신을 당하고 그냥 돌아선다면, 다른 용병 놈들한테 당분간은 업신여김을 당할 게 분명했다.

사실 계집이 마음에 들어서 껄떡댄 것만이 이유에 전부는 아니다. 그저 그런 차림의 사내들이, 비싼 양고기 스테이크를 10인분이나 시키고, 최고급 맥주를 시켜대는 모습에 배알이 꼴린 것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월터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서 시비를 걸면, 상대가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술 한잔씩 돌리고 무마하는 게 일반적인 경우다.

월터도 그 정도의 수준을 생각하고 행동한 것이다. 덤으로 계집의 얼굴을 가까이서 구경할 목적도 있었다. 거친 용병들이 있으니 함부로 까불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었다.

노련한 여행자라면 이런 경우, 윌리엄 일행처럼 대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초보 여행자라는 뜻이다. 옷차림을 보니 귀족도 아니다.

분했다.

이런 뜨내기들한테 수치를 당했다는 것이 화가 났다. 술이 알딸딸하게 들어간 탓에 월터의 수치심은 더욱 컸다.

"이런 썅!"

월터는 허리춤에 꽂아둔 대거를 번개처럼 뽑아 들고 빠르게 움직였다. 흉험한 전장에서도 이번처럼 빠르게 움직였던 적이 없었다. 월터의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던 헤르만과 라이슨은, 재빨리 방어자세를 취하며 일어섰다.

"병신..."

"그러게요."

라이슨과 헤르만은 피식 웃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월터가 목표로 한 상대가 아베였기 때문이다. 월터는 오른손으로 아베의 목에 칼을 겨누고, 왼손으로는 아베의 어깨를 쥐고 있었다.

'뭐지?'

월터는 헤르만과 라이슨의 반응에 당황했다. 일반적인 반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여자를 인질로 잡으면, 길길이 날뛰는 것이 수컷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그런데 이들은 전혀 상식적이지 못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더욱 상식적이지 못한 것은...

"꺼져!"

여자의 반응이었다. 꺼지란다. 감히 목에 칼을 들이민 월터 자신에게 꺼지라고 하는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가장 무서웠던 여자는 마법사였다. 그러나 월터가 보기에 인질로 잡고 있는 여자는 마법사가 아니다. 그렇다고 남자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여전사도 아니다.

이렇게 겁이 없다는 것은 세상에 경험이 많다는 뜻이다. 이런 여자들은 자신의 얼굴과 육체가 무기라는 것을 아는...

'창녀인가 보군.'

월터는 그렇게 결론을 지었다. 저들은 조용히 술을 마시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정말로 일행이라면 이런 반응은 말이 안 된다. 그저 사내놈들이 심심풀이용으로 끌고 다니는 여자인 것 같았다.

"좋아! 이 계집은 오늘 우리가 빌리겠다."

월터는 웃으면서 말했다. 좋은 결과다. 굳이 싸울 필요도 없다. 시비의 발단은 여자 때문이었다. 저들의 반응으로 보아, 이 계집은 창녀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났다.

그러면 되었다.

이것으로 월터 자신의 체면을 살릴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시비의 발단이 되었던 여자를 상대가 포기했으니, 승자는 월터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흐흐흐... 멋진 몸매를 가진 년이로군."

"꺼지라고 했다? 나 화낸다?"

월터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아베의 몸을 더듬으려고 하자, 아베는 짜증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경고했다. 그러나 월터의 손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창녀들은 의례히 이렇듯 입이 거칠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시체들 사이에서도 몸을 파는 여자들이 있을 정도로 대담하고 거칠다. 전쟁이라는 것은, 원래부터 미치광이들이 날뛰는 곳이다. 제정신인 여자들이 활동할만한 곳이 아니다.

월터는 반쯤 맛이 간 여자들을 숱하게 봐왔다. 이 정도의 앙탈은 애교에 불과하다. 하는 것 봐서 팁이나 두둑이 줘야겠다고 월터는 생각했다.

"야! 저건 좀 아니잖아?"

"놔둬 아베가 알아서 할거야."

"자식이 지 마누라 아까운 줄 모르네."

윌리엄이 시큰둥하게 반응하자, 라이슨도 더는 뭐라 하기가 껄끄러웠다. 남편이라는 놈이 이러고 있는데, 엄한 놈이 나서서 말리는 것도 우스웠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으아악! 아악! 내 손! 내 손! 아아악!"

월터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왼손이 온통 피투성이가 되었다. 어떻게 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피가 끊임없이 줄줄 흘러내렸다.

"꺼지라고 했지?"

아베가 잔뜩 날이 선 목소리로 말했다. 아베의 머리카락이 부풀어 오른 상태다. 아베는 화가 나면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친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녀의 본 모습은 아울베어. 블랙 드래곤의 가디언이다. 아베라는 이름은, 윌리엄이 아베가 아울베어였을 당시에 부르던 애칭이다. 아울베어였을 당시의 아베는, 온몸의 털에 마나를 보내 갑옷처럼 몸을 보호한다.

그 특성은 폴리모프 후에도 남았다. 화가 나거나 위협을 느끼면 머리카락이 모두 일어선다. 그 때문에 투구를 쓰거나 평소에도 머리를 묶어놓는다. 웬만한 머리 끈은 버틸 수도 없기 때문에 아베의 머리카락을 꼬아서 만든 끈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 아베가 화를 내면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난다. 머리카락이 부풀어 올라 마치 투구를 쓴 것과 같은 모양이 된다.

"비, 빌어먹을 년! 뭘 감춘 거냐!"

월터는 핏물이 줄줄 흐르는 왼손을 감싸 쥐며, 악독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그거 나쁜 말이다. 나한테 나쁜 말하는 새끼는 윌리엄 빼고는 반 죽인다."

아베는 인상을 싸늘하게 굳히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응? 저, 저건..."

라이슨은 일어난 아베의 모습에 넋 나간 얼굴이 되었다. 아베의 사타구니 부근이 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적갈색의 꼬불거리는 바늘 같은 무언가가, 가죽바지를 뚫고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아베의 머리와 같은 색상이었다. 헤르만은 황당한 상황에 희한한 표정을 지으며 볼을 긁적일 뿐이었다.

"윌리엄... 너도 혹시 저러다 손이 그렇게 된 거냐?"

"묻지마 새꺄!"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협행마입니다.
이번 세 편을 올리고 다음주 금요일에 올리기로 하겠습니다.
일이 바쁜 관계로 자주 들르기가 어려워졌네요.
즐거운 한가위되시길 바랍니다.
모두 행복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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