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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향 님의 서재입니다.

모르스 무토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종이향
작품등록일 :
2016.05.17 23:32
최근연재일 :
2016.09.30 23:49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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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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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29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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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부산항 (1)

DUMMY

정현은 조심스럽게 울고 있는 엘렌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아마도 둘이 무척이나 친한 관계였던 것 같았다.


‘그러니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그녀를 걱정하고 깨워달라고, 도와달라고 했겠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정현에게는 솔직히 낯설기만 했다. 정현은 지금 자신의 주위에서 일어난 이 모든 일들이 지옥같이 느껴졌으니까. 더불어 갑자기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을 그저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저대로 두 사람을 두고 갈 수도 없었다. 올리버가 부탁한 것도 있으니 말이다.


동시에 내가 왜 그래야하는지, 왜 올리버의 부탁을 들어줘야하는지 슬그머니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죽은 올리버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사정을 어찌어찌 이해해준다고 해도, 영문도 모르고 변해간, 죽어간 동료들에 대한 잘못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올리버 하나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는 없겠지만, 왠지 두 사람과 자신 사이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은 떨치기가 어려웠다. 정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현은 울고 있는 엘렌에게 다가서려고 몇 번이고 발걸음을 뗐다가 말았다 망설이다가 이내 포기했다. 사실 엘렌과 제대로 아는 사이도 아니어서 쉽게 다가서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모른 채 하기도 어려운 애매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엘렌을 몇 번 보기는 했지만, 그녀를 안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내가 죽은 올리버에 대해서, 그가 남긴 말을 해준다는 것 자체를 그녀가 싫어할지도 몰랐다. 아마도 믿지 않을 공산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휴우~ 가시방석이 따로 없네.’


정현은 사실 이런 자리 자체가 조금 부담스러웠다.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것을 보고 슬퍼하는 여자를 보는 것도 말이다. 둘 다 익숙한 일도, 익숙해지고 싶은 일도 아니었다.


연신 한숨을 내쉬던 정현의 눈에 올리버들 안아들고 일어나는 엘렌의 모습이 보였다. 잠시 머뭇거리던 정현은 조심스럽게 그녀를 불렀다.


“저기.....”


엘렌은 올리버를 품에 안은 채 천천히 뒤돌아 정현을 바라보았다. 눈에서는 눈물이 가득 흐르고 있었고, 얼굴의 이마에는 여전히 붉은 눈이 빛나고 있었다. 그 눈빛이 마치 정현의 구석구석을 찔러오는 것 같았다. 정현은 저절로 침을 꿀꺽~ 삼켜졌다.


엘렌은 잠시 정현을 보고 있다가 다시 돌아서서는 배스티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현은 그런 엘렌에게 다시 말을 붙일 수가 없었다. 뭔가 위로라도 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그러는 것이 실례일 것 같았다. 혼자 남게 된 정현은 쓴 웃음을 지었다.


‘이대로면 되겠지. 이대로면...’


정현은 잠시 그녀가 들어간 배스티언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다시 피곤이 물밀 듯이 밀려온 정현은 기지개를 켜면서 천천히 데크를 가로질렀다. 데크는 사도와의 전투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서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정현이 데크 경사로에 도착했을 때, 완전히 파헤쳐서 반쯤 무너져 내린 경사로를 볼 수 있었다.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경사로가 파헤쳐진데다가, 진흙홍수가 났던 것처럼 군데군데 질벅한 액체들이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정현은 차마 그쪽으로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완전히 난리가 났구먼, 이리로는 못 올라가겠다.’


정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서 선미 쪽으로 움직였다. 선미 연돌 쪽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돌아서 걸어가려는데, 바닥에 뭔가 낯익은 것이 눈에 띄었다. 선원들이 입는 작업복으로 보이는 것들이 넝마가 된 채 바닥에 뭉쳐서 뒹굴고 있었다. 정현은 조심스럽게 그 뭉치를 살펴보았다.


‘어? 이거 1기사님 거잖아?’


뭉쳐진 작업복에서 정현은 1기사님의 이름이 발견할 수 있었다. 온통 피와 점액질로 얼룩덜룩한데다가 완전히 찢겨져 너덜너덜해져 있는 옷에 정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 이 옷이 여기에?’


정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고 보니 여러 가지 옷들이 여기저기 찢겨지고 뭉쳐진 채 주변에 널려있었다. 정현은 잠시 생각해 봤지만,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지를 모르는 정현으로써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생각해보니 미군들이 데려간 기관장과 1기사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찾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당장은 무리였다. 정현이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다들 어디로 갔는지 미군들의 코빼기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멀리 “징~징~”거리는 소리를 내는 기계 주변에 미군이 몇 명 서 있는 것이 보였지만, 다시 가서 물어볼 생각은 들지는 않았다. 저 “징~징~”거리는 소리가 꺼려지기도 한데다가, 실제로 자신은 그들이 가둬둔 곳에서 탈출한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제 무덤을 팔수는 없지. 일단 피하자. 피하고, 나중에 알아보자.’


정현은 자신이 그들이 사도를 잡는데 도움을 주었으니, 다시 잡아 가두지는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자신하지는 않았다. 모름지기 그런 위치의 사람들의 생각은 보통사람의 상상을 뛰어넘으니까. 그저 마냥 외면하지는 않으리라 기대만 하고 있었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었다. 자신에게는 특별한 힘도 생겼으니까 충분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자신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점점 눈꺼풀은 겉잡을 수없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비몽사몽에 선미에 도착해서는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판자로 막힌 벽 너머로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는 정현은 무의식중에 짜증을 내면서 문을 막은 것들을 그대로 뜯어냈다. 엘리베이터에 타고서는 갑판으로 올라가는 버튼을 눌렀다. 그때, 멀리 기관실에서 알람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현은 순식간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아~ 정말 세상에 도와주는 게 하나도 없네. 휴우~’


정말 피곤해서 내려가기 싫었다. 하지만 정현은 비상정지 버튼을 누르고 다시 리셋 시킨 후 기관실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니 사관이라고는 혼자 남은 상황이라 저 알람을 해결할 사람은 자신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기관실에 도착해서 콘트롤 룸으로 들어갔다. 콘트롤 판넬에서 알람을 확인해보니, 드레인 탱크 하이레벨 알람이었다. 별것 아닌 알람에 짜증이 났지만,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알람을 잡아놓고 기관실을 한 바퀴 순찰했다.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콘트롤룸으로 돌아왔다.


정현은 콘트롤 판넬 앞에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집채만 한 괴물들과 싸우는 그런 난장판을 겪은 지 몇 시간도 안 되었는데, 여기서 아무렇지도 않게 기관실을 순찰하는 자신의 모습에 괴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항차였는데, 정말 제대로 된 마지막 항차네.’


정말 제대로 꼬인 항차였다. 촉수를 나풀거리던 사도의 모습이 생각났다. 그리고 올리버가 연이어 떠올랐다.

순간 올리버가 했던 많은 말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교단이니, 변이자니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한꺼번에 받아들이기엔 용량초과인데다가 믿겨지지 않지만,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이야기였다.


‘아~ 모르겠다. 자자. 자야겠다.’


정현은 머리를 힘차게 긁고는 콘트롤 룸을 바로 나섰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갑판으로 올라왔다. 갑판에서 맞는 밤바다 바람이 온몸에 더러움을 씻겨주는 것 같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정현은 비몽사몽으로 거주구역으로 들어가서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상하게도 그동안 선원들의 모습을 하나도 보지 못했지만, 지금 정현은 너무 피곤해서 그런 것들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정현은 그대로 자신의 방의 침대에 엎어졌다. 창문이라도 열렸는지 방안의 바람이 세게 느껴졌지만 일어날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귀찮은 거도 귀찮은 거지만, 순식간에 잠이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정현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 정현의 찢어진 천장위로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


정현이 다시 눈을 뜬 것은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시끄러웠기 때문이었다. 정현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 졌다.


다시 주변이 조용해지자 만족한 정현이 다시 자려고 누웠다. 헌데 문득 뭔가 이상해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현은 다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자신의 반 이상 찢겨져나간 천장과 벽면 사이로 미군들이 정현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하아~~~”


정현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동물원의 동물이 된 기분이었다. 더구나 정현이 살짝 움직일 때마다 움찔 거리는 것을 보니, 어제 정현이 했던 행동들을 지켜본 사람들인 것 같았다.

정현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기지개를 켰다. 잠시 그런 정현의 움직임을 보면서 눈치를 살피고 있던 미군 하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일어나셨으면, 저희 대령님께서 모시고 싶다고 하십니다.”


정현이 말을 하는 미군에서 시선을 돌리자 그 미군은 순간 움찔 하였다. 자신을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정현은 다시 한숨이 나왔다. 자신의 작은 움직임에도 저렇게 움찔대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그 대령이라는 사람을 만나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갑시다.”


정현은 미군을 따라 나섰다. 다행이라면, 피곤이 많이 가셨는지, 어제처럼 정신없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 또 다행인 것은 어제 밤새 어떤 알람도 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게 정현이 미군을 따라 나서려는데, 뒤쪽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정현이 돌아보니, 선장이었다.


“2기사! 어디 가는 거야?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어?”


정현은 그때서야 선장이 미군들 뒤에 물러나 서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주변의 미군을 살펴보고는 선장에서 큰 소리를 말했다.


“먼저 미군 측에서 불러서요. 바로 갔다 와서 찾아뵐게요.”


정현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아쉬워하는 선장을 뒤로 하고서 미군과 같이 배스티언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보니, 어제 올라올 때 보았던 것보다 정말 데크가 엉망이었다. 어제는 피곤해서 비몽사몽간에 봐서 그런지.... 피해는 입었지만, 그다지 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여기 저기 큰 구멍이 데크 바닥과 천장에까지 뚫려있었고, 화염의 그을린 자국들과 총알 자국 등도 여기저기에서 보이고 있었다.


대부분의 컨테이너들은 짜부라 들고 찢겨져 나간 상태였다. 데크에 돌아다는 미군들도 거의 보이질 않았는데, 그 모습에 정현은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피해가 너무 큰 것같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와아~ 완전히 난장판이네.”


정현은 보면 볼수록 고개가 절로 흔들어졌다. 특히나 배스티언 주변에는 거의 멀쩡한 컨테이너가 별로 없었다. 그 이상한 힘이 빠지게 만드는 기계가 든 컨테이너와 그 주변의 발전기 컨테이너만이 무사할 뿐이었다. 그 기계는 작동이 멈추어 있었다.


정현은 배스티언 안에서 맥과 만났다. 그리고 그 옆에는 엘렌도 같이 있었다. 맥은 부상을 입었는지, 어깨 등에 온통 붕대를 휘감고 있었다. 앉아있는 폼이 움직이는 것도 불편한 것처럼 보였다. 심한 부상을 당한 것 같았다.


그런 맥이 악수를 위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올리버가 가는 길을 지켜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미군을 대표해서 감사드립니다.”


정현은 맥이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맥의 뒤에 서있는 엘렌을 보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닙니다. 그때 제가 옆에 있었으니까요. 그 자리에 있었다면,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고마운 것이죠. 참! 앉으시죠.”


테이블을 앞에 두고 한쪽엔 정현이 반대쪽에는 맥과 엘렌이 마주 앉아있었다. 잠시 말을 하지 않고 눈치만 보는 시간이 흘렀지만, 정현은 이상하게도 초조하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감에 차있다고나 할까?


맥은 잠시 헛기침을 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큼큼~~ 큰 역할도 해주셨습니다. 저도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도 사도를 죽이지 못했을 겁니다.”


정현은 맥의 말을 들으면서 순간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자신이 한 일을 알고 있을까? 자신이 하는 행동을 본 사람은 올리버가 유일했다.

그렇게 의문이 쌓여있을 때, 맥의 옆에 앉았던 엘렌이 가만히 테이블 위에 작은 네모난 것을 올려놓았다.


“아~~”


정현은 그제야, 어째서 맥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엘렌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이 바로 UBS 메모리였기 때문이었다. 바로 CCTV 때문이었다. 배스티언과 각종 컨테이너들은 기본적으로 보안시설이었기에 여기저기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번에 정현이 능력을 내보이는 것을 그 컨테이너 근처의 CCTV가 포착한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엘렌은 USB를 노트북에 꽂고는 이내 돌려서 노트북의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곳에서는 거대한 광선을 이마에서 뿜어내는 정현의 모습이 여러 각도에서 담겨있었다. 그것도 총 천연색으로.


빼도 박도 못 할 증거였다. 정현은 멋쩍게 웃어보였다. 그런 정현의 반응을 보고는 오히려 맥 쪽이 불안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괜찮으신가요?”


정현은 맥의 질문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런데 맥의 눈동자에는 긴장감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제야 그 질문의 뜻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아! 네, 괜찮습니다. 아직까지는....”


정현의 대답에 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정현을 보면서 “피식~” 웃은 정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저는 왜.....”

“아? 다름이 아니라. 협조를 부탁드리고 싶어서입니다.”

“협조요?”


정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맥이 잠시 미소 짓더니,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화면에서 보니, 올리버와 대화를 나누시던데.... 혹시 무슨 말씀을 나누셨는지 알 수 있겠습니다.”

“대화 내용을요? 그건 왜?”

“아! 다른 의미는 아니고요. 그가 우리 측 연구의 책임자였거든요. 여기 있는 엘렌이 부책임자였고요. 혹시라도 따로 무슨 부탁을 남겼나 싶어서요.”


맥의 말에 잠시 기억을 더듬던 정현은 잠시 엘렌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정현이 이 곳에서 본 처음 모습 그대로 정현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흠.... 이 일이 일어난 원인.... 아니, 미군들이 배에 타기까지의 일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말꼬리를 끌던 정현이 엘렌을 힐끔 보고는 말을 이었다.


“엘렌을 깨워주고 도와주라는 말이었죠. 깨어나신 것 스스로 하신 것 같네요. 하지만 도와주라는 것은.... 전 아직 그것에 대해서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정현의 말을 듣던 맥은 아쉬워했고, 엘렌은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반짝였다. 정현은 두 사람 다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맥이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와주신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무래도 당신과 같은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배를 안전하게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적을 상대하는데도 조금 더 여유가 생길 테고 말입니다. 더군다나 올리버한테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당신의 능력은 우리의 연구에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필시 도움이 될 겁니다. 인류를 위해서도 말이죠.”


“허허~”


정현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도와줘야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하는 말에 오히려 당황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정말 뻔뻔하다고 여길 않을 수가 없었다. 여태까지 무시하고 속이며, 강압적으로 대했던 사람들이 이제 자신들이 필요해지니까 인류를 들먹이고 있었다.

순간 정현은 발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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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충돌 (5) 16.09.13 404 4 19쪽
93 충돌 (4) 16.09.12 382 6 21쪽
92 충돌 (3) 16.09.09 392 4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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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각자의 선택 (5) +2 16.09.05 394 5 17쪽
87 각자의 선택 (4) 16.09.02 383 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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