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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향 님의 서재입니다.

모르스 무토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종이향
작품등록일 :
2016.05.17 23:32
최근연재일 :
2016.09.30 23:49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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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2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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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결착 (2)

DUMMY

존은 있는 힘껏 도끼로 사도의 붉은 눈을 내리쳤다. 마치 자신을 조롱하는 듯 한 느낌을 받은 존은 모멸감으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퍽~ 퍽~ 깡!”


처음에는 도끼가 제대로 박히지 않았지만, 존의 미친 듯 한 도끼질에 조금씩 눈 주위의 살이 파이더니, 이내 살들이 파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붉은 눈에 도끼가 닿았다.


“깡~! 깡~!”


존은 온몸에 비처럼 땀이 흘렸다. 존의 눈은 온통 사도에 대한 분노로 빛나고 있었는데, 약자로써 죽은 듯이 지내야했던 상황에 대한 분노가 그 기저에 깔려있었다. 사도에 대한 두려움에 어쩔 수없이 여태껏 참고 지내야했던 억눌렸던 존의 마음이 그곳에 있었다.


그러다가 사도의 잘린 머리를 보게 되면서 그동안 억눌려있던 사도에 대한 반감이 한꺼번에 표출되어 나온 것이었다.

강자에서 약자로 떨어진 사도에 대한 비웃음이었다. 다시 약자에서 강자로 회복된 자신의 위치에서 과거에 가졌던 약자였던 때의 굴욕감을 지우기 위해 분노로써 나타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강한 자에게 스스로 굴복했던 자신에 대한 혐오감의 분출이었다.


자신을 깔보듯이 내려 보던 사도의 눈을 부셔버릴 마음을 먹은 존의 도끼질은 멈출 줄 몰랐다.


“깡~! 깡~!”


하지만 존의 광기와 같은 거친 도끼질에도 사도의 눈은 전혀 꿈쩍하지도 않았다. 힘을 다 써버린 존은 힘겹게 도끼를 내리면서도 여전히 타오르는 듯한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계속해서 욕설을 내뱉었다.


“XX~! 저 놈의 눈X까지 나를 무시하네.”


존은 계속해서 화가 들끓어 올랐지만, 욕설로는 한계가 있었고 이제는 도끼를 들 힘도 없었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면 소인배 같다고 여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동안 사도인 라우렐에게 당한 것과 어쩔 수 없이 죽어지내야했던 것에 대한 억눌림에 대한 반발이 한꺼번에 터져 나와서 사실상 제대로 판단을 할 정신도 없었다. 그저 분노에 몸을 맡기고 있었을 뿐이었다.


한 참을 숨을 몰아쉬던 존은 조금은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여전히 사도를 자신의 손으로 끝장내지 못함에 대한 화가 나있었지만, 이미 끝난 일이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그저 분풀이일 뿐이었다.


그렇게 화난 눈빛으로 사도의 눈을 쳐다보던 존은 문득 이 사도의 눈이 예전에 들었던 사도의 코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을 더듬어 예전에 사도의 코어(Core)에 대해서 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는 존이 한 참 교단에 회유를 받던 때의 일이었다. 존은 콜롬비아를 중심으로 마약조직의 뒤에서 숨은 조정자로써 위치를 확고히 해나가고 있을 때였다. 실로 밤의 황제가 무섭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렇지만, 항상 암살에 대한 위험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그때 교단에서 접촉을 해왔다.


교단은 자산에게 무한한 생명을 가진 교단의 사자로의 길을 제안했다. 자신들이 책임지고 사자로 만들어주겠다는 말이었다. 존은 마음이 동하기는 했지만, 바로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여기저기 교단과 사자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교단은 생각보다 무척이나 폐쇄적인 집단이었다. 하지만 존을 회유하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정보를 여기저기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방관했는데, 존은 사자의 역할과 그 무한한 생명력과 힘에 한껏 마음이 동한 상태였다.


사실 교단 측에서 이런 제의를 자신에게 했다는 것에도 나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자신 같은 인재는 어디에서든 그 정도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사자에 대한 교단의 제안을 받아들이려고 할 때, 우연찮게 접한 사도로 인해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아마도 교단은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싶어서 사도의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았다.


하지만 존은 사도의 실제적인 지위와 권력에 무척 인상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왕이면 자신도 사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덧 처음에 사자만해도 충분한 권력이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사도를 보게 되자 하찮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사자는 조건이 되지 못했다.


존은 교단에게 자신의 조건을 말하면서 제안을 튕겼다. 하지만 존의 요구에 교단에서는 난색을 표했다. 그것이 오히려 존의 마음에 불을 댕겼다. 사도가 그만큼 중요한 지위란 느낌을 받은 존은 더욱 사도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교단 측에서 조건을 말하면 설득했는데, 사도는 정말 교단에 특별한 공헌을 한 사람이 되는 것 이외에, 특별한 조건 아닌 조건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존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한다고 했다.


존의 배수진에도 교단은 난색을 표할 뿐이었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포기 하려던 존은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사도가 되는 길에 대한 것이었다.


방법은 교단이 말한 것과 같았다. 교단에 특별한 공헌을 한 사람이 사도가 되는 길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또 다른 길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현재 사도인 사람의 코어를 얻는 것이었다. 더욱 존의 마음에 든 것은 사도의 코어를 얻는 방법에는 그것 말고는 다른 필요한 점이나 요구되는 조건이 없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사도의 코어를 얻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현 사도의 죽음으로써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살아있는 사도가 강제적으로 자신의 코어를 넘기는 방법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미 사도가 된 이들이 그런 짓을 할리가 만무했다. 그 점이 바로 특별하다면, 특별한 조건이면서 거의 불가능한 조건이었다.


더군다나 사도는 교단에서도 그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 특별한 취급을 받는 존재들이었다. 그런 사도들에게 코어를 얻어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설사 교단에 따로 보관하고 있는 사도의 코어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런 사도의 코어를, 아무리 영입하려고 하는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해도 교단에 대한 특별한 성과가 없는 사람에게 선뜻 줄 이유도 없었다.


존은 사도를 멀리서 본 경험이 있었다. 멀리서 보았을 뿐이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것을 멀리서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우연히 본 그 사도의 빛나는 세 번째 눈은 존을 마치 고양이 앞에 쥐가 된 느낌을 주었다. 그렇기에 더욱 간절했다.


존은 결단을 내렸다. 그는 사자가 되는 것을 미루고 일단 교단에 협력을 통해서 사도가 될 길을 찾기로 했다. 한 번 사자가 되어버리면, 교단에 종속되는 것인 만큼 그 때에 다시 선택의 기회가 오리라 생각할 수 없었다.


존은 기회를 노리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어디에서도 기회는 있었다. 그 기회를 잡으려 기다리는 것이, 준비되는 것이 어렵고 힘들 뿐이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존은 기다리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기회를 노렸다. 기다리는 열매를 쓸지라도 사도라는 열매는 달콤할 테니까.


이 작전에 참여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교단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세루와 관계된 작전이다 보니 분명 위험할 테지만, 기회는 위험한 곳에서 생기는 법이었다.


기억을 떠올린 존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지금이 바로 그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눈에 있는 것, 아마도 이것이 바로 사도의 코어 일 터였다. 순간 기쁨과 긴장으로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그렇게 밉고 싫게만 보였던 사도의 눈이 이제는 사랑스러워 보였다.


‘이건 기회야. 여태까지 내가 준비하고 기다린 기회라고.’


이 눈이 사도의 코어란 생각이 들자마자 마음이 급해진 존은 다시 도끼를 손에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기 전에 코어를 빼돌려야만 했다. 이미 존의 도끼질로 많이 파헤쳐져 있었던 사도의 눈 주변에 다시 존이 도끼질이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크고 깊게 박혀있었는지, 빼내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존은 초조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계속된 도끼질로 온몸이 뻐근해져 왔고, 몸은 점점 지쳐갔지만 쉴 수는 없었다. 어느 순간 맥 등이 찾으러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존은 쉴 틈이 없었다.


결국 간신히 사도의 눈을 빼냈다. 꺼낸 눈은 거의 존의 머리 반만 한 크기였는데, 보이는 부분만 해도 두 주먹은 되어보였으니 당연하다 할 수 있었다.


사도의 눈은 매끈한 구슬 같았는데, 동양에서 말하는 용이 가지고 있다는 여의주처럼 보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구슬 한가운데 마치 눈처럼 상하로 갈라진 동공 같은 것이 보였는데, 머리에서 떼어내고 나자 사라지고 붉은 구슬이 되었다.

존은 땀을 훔쳐내며 손에 든 사도의 눈, 코어를 보자 마음이 뿌듯해졌다. 고개를 든 존은 이제는 눈이 빠져나간 온통 파헤쳐진 사도의 얼굴을 보았다.


‘이봐~ 라우렐. 그 X랄을 떨더니, 결국 이렇게 죽어서는 내게 선물을 남가고 가는구먼. 킥킥킥~. 내가 아주 잘 써 줄 테니, 지옥에서 내 활약이나 구경하라고.’


존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마음 놓고 웃을 수는 없었다. 아직 이곳은 적지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윗도리를 벗어서 사도의 눈을 잘 감싼 존은 그대로 어깨에 맨 후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이 사도의 눈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장소와 시간이 필요했다. 일단 무엇보다도 빼앗기지 않게 들키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했다.


존은 그대로 몸을 움직여 선체의 벽을 타고 움직였다. 다른 테크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세루가 활성화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것도 존의 관심 밖이었다. 존의 머릿속에는 오직 사도의 눈, 코어를 흡수해서 자신이 사도가 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주변을 살펴보며 움직이던 존은 한 데크 위로 올라갔다.


존이 자리를 떠난 후, 눈의 잃은 사도의 머리는 퍼지는 푸딩처럼 그대로 퍼지면서 녹아내렸다.


------------------


맥이 괴물과 사도가 싸우던 곳에 도착해서 발견한 것은 크기가 반 이상 줄어서 작아진 괴물과 완전히 형체를 잃고서 거대한 살덩이, 아니 살 무덤이 되어버린 사도였다.

맥의 뒤를 따라오던 팀원들도 이런 광경에 모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맥은 거대한 살 무더기가 되어버린 사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괴물을 향해 다가갔다. 저 괴물은 갑자기 등장한 개체였다. 당연히 맥으로써도 정체를 알지 못했다.

다행이라면, 자신들과 사도에 대행해서 싸웠기에 심정적으로 같은 편이라고 여기고 있었지만, 사도가 사라진 지금은 그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같은 교단 내에서 파가 다른 사도일지도 몰랐다.


어쨌든 이곳에서 사람은 여전히 가장 약자였고, 맥은 사람이었다.


괴물은 완전히 축 늘어져 컨테이너 벽에 기대고 있었다. 얼마 전, 사도와 싸울 때까지만 해도 거의 3m가 넘어보였던 거대한 몸이 이제는 덩치가 큰 일반 사람 크기로 줄어있었다. 그렇게 줄었어도 여전히 강한 근육에 2미터는 되어보였지만 말이다.


조심스럽게 괴물에게 다가가는 맥은, 다가갈수록 그 괴물의 모습이 무척이나 낯익었다. 잠시 생각 끝에 누구의 모습인지 알 수 있었는데, 마치 올리버의 얼굴을 거대하게 늘려놓은 모습이었다.


“어? 설마.... 올리버? 올리버!”


놀란 맥이 눈을 치켜떴다.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 괴물이 올리버였다니....


힘들게 눈꺼풀을 든 올리버의 얼굴은 온통 고통으로 일그러져있었다. 그런 올리버의 얼굴을 보는 맥도 덩달아 얼굴이 찌푸려졌다. 지금 올리버의 고통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ㅁ....ㅐ....ㄱ....”


약간의 의심이 남아있던 맥은 괴물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서는 그제야 괴물이 올리버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거칠어진 목소리였지만, 올리버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할 맥이 아니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맥의 중얼거림에 올리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순간 흠칫한 맥은 그 표정이 인상을 쓴 것이 아니라 미소를 지은 것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새삼 올리버가 맞는다는 생각에 다시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올리버인 것을 확인한 것은 확인한 것이고 거리감 없이 다가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존의 눈에는 괴물이었던 올리버의 모습이 오버랩(overlap) 되면서 심리적인 저항감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주 익숙한 올리버였지만, 또한 지금은 올리버는 익숙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로 괴물과 올리버의 중간 단계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멍하니 올리버를 보고 있던 갑자기 맥의 뒤를 누군가가 잡아왔다. 신경이 곤두서 있던 맥이 신경질적으로 반응을 했다.


“왜?”


순간 흠칫 한 팀원이었지만, 이어 급한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다른 한 곳을 가리켰다. 맥이 못마땅한 듯 잔뜩 찌푸린 얼굴로 고개를 돌려 가리킨 방향을 쳐다보다가 그대로 굳고 말았다.


팀원이 가리킨 방향은 배스티언이었는데, 맥의 눈에 배스티언으로부터 거의 붉은 색에 가까운 연기가 서서히 밀려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젠장~ 이런 X같은....”


맥의 마음이 급해졌다. 저것은 최고 등급은 활성인자였다. 그대로 몸을 돌려서는 뛰어가려는 맥을 거친 올리버의 목소리가 잡았다.


“매....ㄱ.... 잠깐만....”


급한 상황에 무시할 수도 있었지만, 왠지 맥은 발을 뗄 수가 없었다. 올리버의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는 얼굴에 들어난 간절함 때문인지도 몰랐다.


“끙~~”


신음소리를 낸 맥은 팀원에게 먼저 가서 바로 동조기를 작동시키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는 빠르게 올리버에게 다가갔다. 올리버는 여전히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뭔가를 말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었다.


“매....ㄱ.... ”


맥은 급한 마음에 올리버를 재촉했다.


“올리버 지금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지금은 비상상황이야. 세루가 다시 활성화하고 있어. 빨리 동조기를 가동시켜야만 해.”


올리버는 그런 맥의 초조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말을 천천히 내뱉었다.


“매....ㄱ.... 세루.... 활성....화. 크~ 컥!”

“그래? 활성화 뭐? 지금 급하다니까?”


맥은 자꾸 동조기가 있는 방향을 돌아보면서 올리버를 재촉했다.


“쿨럭~ 막을.... 방... 법이.... 있어.”


동조기 쪽을 바라보면서 올리버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던 맥이 급하게 올리버에게 고개를 돌렸다.


“방법이.... 있어. 방법이 있어?”


맥의 물음에 올리버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올리버를 보면서 맥의 얼굴이 기대감으로 물들었다.



------------------


올리버는 팔을 타고 번지는 통증에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마치 자신의 몸을 새롭게 바꾸고 구성했던 힘이 팔을 타고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힘이 빠져나가면서 다시 몸이 재구성되는 것 같이 느껴졌는데, 지독한 고통과 함께 극심한 무력감이 같이 느껴졌다.


얼마나 발버둥을 쳤을까? 지독한 고통에 온몸에 힘이란 힘은 다 빠져버린 것 같았다. 그때 올리버의 귀에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간신히 눈을 떠보니 맥이었다. 마치 괴물이 된 자신의 정체를 알아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어? 어떻게....?’


물음이 떠올랐던 올리버는 순간 자신의 눈높이가 많이 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올리버는 순간 놀랐다. 다시 살펴보니 자신의 몸이 다시 작아져 있었다. 괴물에서 다시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한다면 되어가고 있었다. 지금도 부서진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으니까. 흡사 괴물로 변할 때의 반대현상을 경험하는 것 같았다.


원인을 생각해보니, 광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게 강하던 사도의 목까지 찢어발긴 광선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손도 그 광선에 상처를 입은 것이었다.

그것 말고는 다른 이유는 없었다. 지금 현상이 자신의 죽음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느껴지진 않았으니까.


‘광선에 무슨 효과가 있는 걸가?’


이 순간에도 호기심이 느낀 자신의 모습에 올리버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물론 고통으로 웃는 표정이 지어지는 않았다. 아마도 잔뜩 찡그린 얼굴이리라.


그때 갑자기 등 뒤에서 강한 존재감이 느껴져 왔다. 비록 알 수 없는 이유로 괴물로써의 힘을 대부분 잃었지만, 감각만큼의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감각을 통해서 느껴진 것은 세루의 활성화가 임박했다는 사실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맥의 움직임이 갑자기 바빠졌다. 올리버는 급하게 맥을 불렀다.


“매....ㄱ.... ”


자신의 부름을 듣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맥은 걸음을 멈추고 자신에게 다가왔다. 아마도 자신의 간절한 바람이 통했으리라.

몹시도 급했는지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말하고 있었지만, 지금 이야기해야만 했다. 나중이면 늦는 일이었다. 그 이유는 지금 동조기만 가지고는 세루의 활성화를 저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올리버는 급하게 입을 열었다.


“매....ㄱ.... 세루.... 활성....화. 크~ 컥!”


거친 고통이 밀려왔다. 그 순간에도 고통은 올리버가 쉽게 입을 여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거친 기침을 내뱉으면서 올리버는 말을 이었다.


“쿨럭~ 막을.... 방... 법이.... 있어.”


그리고 놀란 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법이.... 있어. 방법이 있어?”


올리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자신만의 최후의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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