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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드 님의 서재입니다.

죽어서도 천살성이 사라지지 않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니드
작품등록일 :
2018.07.30 01:19
최근연재일 :
2019.10.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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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62,755

작성
19.05.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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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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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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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작은 광기의 산물

DUMMY

사실 언젠가 내가 직접 저녀석의 천살성을 자극해보려고 했지만, 의도치 않게 상황이 녀석의 천살성을 먼저 깨워버렸다.


아마 녀석이 느꼈다는 그 죽음에 대한 공포,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는 그 압박감이 스스로 천살성을 깨워버린거겠지.


천살성이란게 사실 그 본질이나 본성에 따라 가끔 피를 보거나 자극을 당하면 급격하게 발화하기도 하지만, 본인이 죽음의 위기에 처하면 발화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그건 본인에게 잠들어있는 힘이니까.


죽기직전의 인간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 모든것을 드러내는 법이니.


" 이, 이녀석 대체 왜이러는 거야?! "


순식간에 내게 다가온 티르가 나를 넘어 용의 시체에 숨듯이 몸을 감춘다. 아마 녀석도 내가 힘을 휘두르는 것을 봤을테니, 어느정도 나와 연관이 있음을 짐작하고는 있었겠지. 그래서 그런가 내게 다가오는게 아니라 용의 시체 숨는걸 택한듯 싶다.


그러한 티르와 달리 어느정도 거리에서 멈춘 흑마법사가 자리에 섰다. 가만히 나를 쳐다보고 있는 녀석의 입가에는 매혹적이기 까지 할 미소가 지어진다.


녀석의 상태에 대해서 궁금한것이 많다. 녀석의 인격은? 이지는 있는건가? 나에대한 태도는 적대적일까 우호적일까.


나를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초기의 천살성에는 의식이나 이지는 없다. 몸안에 싹튼 기운이 숙주가 되는 정신과 만나서 발화하는 거짓의식이니까. 태어난 직후의 순수한 아기와 같은 상태. 단지, 부모격이라고 볼 수 있는 숙주의 정신에 많은 영향을 받은 상태일 것이다.


이쪽에서 섣부르게 적대를 표하기 보다는, 우선 상대의 반응을 본다.


이곳에 있는 모든 기사는 내가 제압한 상태. 내가 저 흑마법사를 천살성으로 만든 이유는, 저녀석의 반응이 궁금해서 였다. 본인의 친인적과 동료, 아는사람 모두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손으로 죽였을때, 녀석은 어떠한 선택을 내릴지.


적어도 이러한 상황에서 녀석의 천살성이 터지길 기대한것은 아니다.


" 후후... 후후훗... "


나를 마주보고 있는 흑마법사의 입에서 묘한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즐거운 것을 찾은 아이처럼 아주 환하고 밝게 웃지만, 그 어딘가에는 순수한 잔인함과 알수 없는 불쾌감이 섞여있다.


...이상하다. 녀석은 마치 의식이나 의지가 있는것 같은 행동을 해온다. 내가 알기론, 초기의 천살성이 이러한 반응을 나타내는 것은 불가능할텐데.


이제 막 새로이 태어나기 시작한 거짓의식은, 오로지 두가지 행동규칙을 갖는다. 나보다 약한 자라면, 본능에 충실하게 대상을 죽이는 것. 나보다 강한 자라면, 그자리에서 바로 벗어나 도망치는 것.


철저하게 본능과 본질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초기의 천살성이다. 하지만, 녀석은 마치 나를 알아보기라도 하는 것 처럼 웃음을 짓는다. 본능에 충실한 살생을 했을 때 오는 충족감에 의한 미소가 아니라, 순전히 대상을 보고 대상은 인지해서 짓는 웃음.


녀석의 행동조차 이상하다. 나를보고 도망치는 것도 아니고, 살생을 저지르러 다가오는것도 아니다. 그저 가만히 서서 웃고있을 뿐.


- 저거 위험한거 아니냐?


...글쎄, 위험하다면 충분히 위험하다고 할 수 있겠지. 단지 이 세계는 내 본질이 있는 세계와 다르기 때문에, 저번의 세계처럼 말도안되는 힘을 끌어내지는 못할거다. 힘을 끌어낸다면, 내가 가진 힘 내에서. 녀석의 근원이 되는 것은 바로 나니까.


물론 그것만으로도 여기있는 녀석들에게는 재앙이겠지만.


우선, 녀석의 상태를 좀 알아야겠다. 내가 알고있는 범위 내의 행동도 아니고, 흑마법사의 의식은 모두 천살성에 먹힌 것 같은데도 행동이 예측이 안된다.


" ...설마 하지만, 혹시 말을 할 수 있나? "


나를 보며 웃고있는 녀석에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살며시 물음을 던져본다. 그러자, 짓고있는 웃음 그대로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녀석.


...잠깐만, 설마 의사소통조차 되는건가?


의식이 있다고? 그렇다면... 그건 누구의 의식이지?


저번세계의 나같은 경우는 깨어난 뒤부터 이지적인 자아가 생기기 위해서, 거의 녀석이 죽음에 가까워 졌을 때 까지의 시간이 필요했다. 녀석이 마인이라 불리며 세상에게 배척받은 채, 모든걸 버리고 산속의 동굴에 스스로를 가두었을 때.


그렇게 동굴속에서 녀석이 혼자 수많은 깨달음을 얻으며, 마침내 오랜 시간이 지나 그 숨이 거두어 질 때 쯤이야, '나'는 이지적인 자아성을 확립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녀석은 이제 갓 천살성이 깨어나, 의식을 배끼며 거짓된 스스로를 형성해 나가고 있는 상황일텐데.


흑마법사의 손이 올라가는게 보인다. 나를 향해 가리키는 얇은 손가락. 그 손가락은 올곧게 나를 향한채, 그녀의 입이 조그맣게 움직였다.


" 아빠. "


흑마법사의 입에서 유혹이라도 하는 것 같은 매혹적인 음색이 흘러나온다. 입 끝으론 어전한 곡선을 그리면서, 마치 나를 조롱하기라도 하는 것 처럼 말을 내뱉는 녀석.


" ...아빠라니. 그래. 그렇다고 치자... 틀린말은 아니지... 그래서, 너는... 대체 뭐냐? "


" 뭐냐니... 아빠가 만들어낸 어여쁜 딸이잖아? "


오감이 경계를 울린다. 이건... 생각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


이제껏과는 차원이 다른, 위험성.


흑마법사를 천살성으로 만들때는, 정말 별 생각이 없었다. 단순히 녀석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했을 뿐. 내 안에 있는 저번 세계에서 그 녀석의 조각이 내뱉은, 자그마한 의념.


거기에 더해서 기껏해야 나의 신자를 하나 늘린다는 생각의 범위였다. 온전하게 천살성으로 써의, 별의 의지로써의 나를 자각 한 후에 내가 직접 만든 나의 신자. 내가 내린, 천살성의 운명.


...하지만 설마, 거기서 또 다른 자아가 깨어날 줄은 몰랐다. 나와 같은 방식으로 생긴, 파편으로써의 자아가.


안일했다.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은, 똑같은 방식으로 또 하나의 내가 탄생할 수 있음을 자각했어야했다. 그래. 녀석의 말에 틀린건 없다. 정말로, 녀석은 본질적으로 내가 만든 딸과 다름이 없으니.


"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


녀석이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하는 것 처럼 말을 내뱉는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녀석과 나 사이에 연결된 기의 흐름. 사실 인간으로써의 나보단, 정신체이자 기운으로써의 내 본질체가 연결되어 있는 탓인가.


나는 내 기운을 붙잡아 두는데 주력하고있지만, 녀석은 내 기운을 당기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에 따른 의식의 전이 혹은 생각의 전이가 있는 걸까.


기운을 주의하며 녀석을 바라보자, 다시 한번 흑마법사의 입이 열리는게 보인다. 아주 사랑스러운 것을 향해 이야기하는 듯 한 태도. 하지만...


녀석의 사랑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녀석의 애정은 호감이나 호의 따위가 아니다.


" 나는 아빠가 정말로 좋아. 이렇게, 나를 세상에 대해 알게 해주었으니까. 나는 아빠를 너무 사랑해. 너무 고마워. 그러니까... "


흑마법사의 눈동자가 극심하게 충혈되가기 시작한다. 눈에 띄었을 때 부터 상당히 충혈되어있던 눈이었지만, 이제는 흰색을 찾기가 힘들정도로 붉은색만이 눈을 뒤덮어 가고 있었다.


" 죽여줄게 "


목소리가 귓가에 아련히 퍼지는 것과 함께 급격히 검을 치켜올렸다. 인지와 시각보다는, 오로지 감과 본능에 충실하게 취한 행동.


흑마법사가 뻗은 손길에서 검붉은색 사슬이 튀어나왔다. 순식간에 내 검을 휘감아 삼키듯이 붙잡는 그것.


이건 내공을 통한 무공도, 그렇다고 이 세계의 법칙에 기반한 마법도 아니다. 나의 기운을 운용하는 그녀만의 방법. 그녀가 이제까지 사용해왔던 흑마법에 기반한듯한 기술.


아마 신성력을 쓰듯이 사용해왔을 그녀의 기술들은, 너무나도 기운 특유의 본질에 충실하도록 설계되어있었다. 아마, 신마다 다른 특유의 기운을 증폭시키듯이 사용하는 방법인거겠지.


문제는 그녀가 증폭시킨 특유의 기운이 나의 천살성의 기운이라는 점이다. 가뜩이나 흉포한 기운이, 더더욱 증폭되어 보는것만으로도 살을 애는듯한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내입장에서 더 소름끼치는 점은, 저게 나의 기운이라는 점이랄까.


마치 눈앞에 보이는 유형화된 살기들이 내 몸속에서 꿈클거리는 듯 한 느낌이다. 내 몸을 순환하는게 피가 아니라 유리조각이라도 되는 것 처럼, 기운이 순환할 때 마다 전신이 따끔거리는 듯 한 착각이 느껴진다.


녀석이 손을 움직이는 것에 따라 녀석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쇠사슬들이 채찍질을 하듯이 휘둘러지기 시작했다. 녀석의 사슬이 감아쥐고 있는 것은 나의 검.


녀석의 사슬은 계속해서 출렁이지만, 나의 검이 움직이는 일은 없다. 그도 그럴게 그녀가 가진 기운이 흉폭하다 하더라도, 가진 총량의 차이에서는 내가 압도적이니까.


검에 불어넣은 내공을 강화하며, 녀석의 채찍사슬을 뿌리치듯이 털어낸다. 녀석이 기운을 계속 당기듯이 끌어들이고 있지만 이쪽의 기운이 훨씬 통제되있고 안정되어있다. 이런식으로 부딪힌다면, 방어를 하는 입장에서 내가 더 유리.


순간적으로 나의 검에 불어넣어진 내공과 녀석의 사슬이 하나가 되듯 융화하다 떨어져나갔다. 같은 기운끼리 충돌하다보니, 어느순간 하나로 합쳐져 버리는 경향이 있는 듯 싶다. 문제라면 일순간 합쳐져 버린 기운이 누구에게로 가느냐의 차이랄까...


이번엔 이쪽에서 가볍게 그녀를 향해 검격을 날렸다. 크게 통할거란 생각은 안하지만, 이왕이면 가벼운 마음으로 죽어줬으면 좋겠는데.


흑마법사의 눈이라면 절대로 따라올 수 없는 검속. 가볍고 얇은만큼 속도에 치중한 검격이다. 왠만해선 눈으로 포착하지도 못하고 죽을 일격.


일직선상으로 검붉은 기운이 산파하지만, 그녀의 발밑에서 터져나오듯 솟구치는 기운들에 의해서 가로막힌다.


... 그녀는 눈이나 인지로 내 검격을 막은게 아니다. 그녀라면 내 검격을 막기는 커녕 인지조차 못해야 정상이니. 그렇다면.


- 네 생각 자체를 읽은거겠지.


그래. 문제는 그녀와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그녀가 일방적으로 끌어당기는 연결. 내가 하는 생각이나 살기는 곧바로 저쪽에 의해서 읽히게 되어버린다. 내가 휘두를 검로나, 시간, 방식 그 모두를 내가 휘두르 직전의 찰나에 인식하겠지.


속도의 차이나 반응의 차이를 압도적인 선인지로 막아버린다. 내가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지만, 녀석은 그보다 한박자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 내가 빠르게 움직여도, 그녀는 이미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


이렇게 된다면 결국 그녀와 나의 싸움은 기운뺏기의 싸움이다. 내가 즉결해서 그녀의 목을 베어넘기려 해도, 일순간 내가 솟구치게 만든 살기가 어떤 방식으로 그녀에게 넘어갈지 모른다. 이미 살기에 충만한 그녀가 더 본질에 가까운 상태. 어줍잖게 살기를 피워올리다간, 그순간 내 기운이 몽땅 저녀석에게로 넘어가버리겠지.


방금도 그럴게, 녀석의 기운에 막힌 내 검기가 빨려들어가버렸으니.


- 뭐야 그럼, 공격도 못하고 오로지 방어만 해야한다는 거냐? 그럼 대체 어떻게 이겨?




...방법이 없지는 않다. 그것도 아주 단순하고 근본적인 방법이.


작가의말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거 언제쯤 완결까지 가려나... 너무 멀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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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작은 광기의 산물-1 +1 19.05.06 110 2 12쪽
» 작은 광기의 산물 +1 19.05.05 108 2 12쪽
172 비창의 사원-5 +1 19.05.04 96 1 12쪽
171 비창의 사원-4 +1 19.05.03 96 2 12쪽
170 비창의 사원-3 +1 19.05.02 92 2 12쪽
169 비창의 사원-2 +1 19.05.01 94 2 12쪽
168 비창의 사원-1 +1 19.04.30 98 2 11쪽
167 비창의 사원 +2 19.04.29 122 2 12쪽
166 성검의 길잡이-4 +1 19.04.07 133 2 11쪽
165 성검의 길잡이-3 +1 19.04.05 109 2 11쪽
164 성검의 길잡이-2 +1 19.04.02 119 2 12쪽
163 성검의 길잡이-1 +1 19.03.31 126 1 12쪽
162 성검의 길잡이 +1 19.03.28 123 3 12쪽
161 마족의 정세 +1 19.03.26 111 2 11쪽
160 성검의 흔적-2 +1 19.03.25 107 4 12쪽
159 성검의 흔적-1 +1 19.03.24 111 2 11쪽
158 성검의 흔적 +1 19.03.22 110 2 12쪽
157 전장의 광신-7 +3 19.03.21 132 3 12쪽
156 전장의 광신-6 +1 19.03.20 124 2 12쪽
155 전장의 광신-5 +2 19.03.19 127 3 12쪽
154 전장의 광신-4 +1 19.03.17 139 2 12쪽
153 전장의 광신-3 +1 19.03.15 117 3 12쪽
152 전장의 광신-2 +1 19.03.14 122 2 11쪽
151 전장의 광신-1 +1 19.03.13 183 2 12쪽
150 전장의 광신 +2 19.03.12 145 3 12쪽
149 저주받은 기억 +1 19.03.11 15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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