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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드 님의 서재입니다.

죽어서도 천살성이 사라지지 않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니드
작품등록일 :
2018.07.30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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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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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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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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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비창의 사원-4

DUMMY

말크리드가 어떤식으로 잔재주를 부리는지 알게되고 나니, 녀석이 날아다니는 모습에 어색한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말크리드의 발목을 연결하고 있는 저 끈을 끊어버리면, 저녀석은 용에서 떨어지게 되겠지.


문제는 녀석의 말도 안되게 큰 검. 에초에 마상창같은 창길이의 검을, 자기만의 거리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해 온다는 것.


검을 뽑아서 검기를 날린다면 저 끈은 자를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러면 내 몸이 날아가버린다.


검을 쓸 수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것. 저번 세계에서 봤던것도 대부분은 검술. 지금이야 기운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기 때문에 몇가지 잔기술은 따라할 수 있겠지만, 일정 경지에 오른 체감을 따라하긴 힘들다.


사실, 검술도 제대로 알고있는것도 별로 없긴 하지. 대부분 실전에서 살려고 배운 검술이나 눈대중으로 훔쳐배운 것들이니.


새삼 자괴감이 몰려온다. 이쪽 세계에 와서야, 살려고 늘어난 실전검술로 압도적인 기량차이를 벌일 수 있었지만... 이렇게 검이 봉인당하고 몸이 묶인 채라면, 내가 할 수 있는게 뭐가있지?


마탑에 있는 김에 마법이라도 배워놨어야 했을까. 기운의 이해도에 대해선 그 누구보다 자신있는데...


- 정신차려라 꼬맹이! 자괴감에 빠질 시간은 없어! 너한테 낯선 상황이란건 알겠지만, 신이나 되는 놈이 무기력하게 굴지 마라! 차라리, 당당하게 나를 뽑아!


...그래. 내가 꿀릴건 없지.


별 되도 않는 놈한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으니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 보다. 저녀석이 그 어떤 수를 써와도, 저녀석따위한테 내가 어찌될일은 없다. 용에 탈수 없다면... 차라리 내가 내려버리면 그만.


삐익- 삐이익-!


내게서 물러났던 말크리드가 무언가 신호를 주고받는지, 검을 휘두를 생각을 하지 않고 품에서 피리를 꺼내분다.


내가 용에 매달려 꼼짝을 못하니 아주 자신만만해지기라도 한거같군. 이렇게 매달리느라 아무것도 못할바에야, 그냥 내 스스로 떨어지고 말지.


하지만 이왕 작정하고 떨어질 거라면, 그냥 떨어질 수는 없다.


녀석이 짧게 피리를 두 번 끊어부를 새에 검을 용한테서 뽑아낸다. 용의 움직임 때문에 몸이 급격하게 흔들렸지만, 생각해보면 굳이 몸을 지탱하는데 검을 사용해야 할 이유는 없지.


검을 박는게 아니라, 잠깐 서있을 뿐이라면 용의 환부에 손이다 발을 박아넣으면 그만이다.


내가 일어난 것을 봤는지, 알 수 없는 피리를 불어재끼던 녀석이 피리를 입에 문 채 급하게 검을 다시 치켜들어 나를 겨누기 시작했다.


내가 일어난 김에 아예 떨어트릴 생각이겠지. 오냐 떨어져주마. 대신...


떨어지는건 너와 함께일 것이다.


단 한번의 검격을 위해 아까 검을 박아넣었던 용의 환부에 다리를 집어넣는다. 애매하게 끼긴 하지만, 불편하더라도, 약간 흔들린다더라도, 녀석을 베는데 무리는 없다.


그 어떤 엿같은 상황에서도, 살기위해 검을 휘둘러 왔었으니까.


움직임이 많은 용의 꼬리 위인데다가, 땅을 밟고있는것도 아니고 발을 꼬리에 박아넣고 있는 상황. 자세를 지지해줄 땅도 없고, 허공 위에서 칼을 휘둘러야 하는 느낌이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녀석이 작정하고 나를 향해 달려드는게 보였다. 아까는 눈에 안띄었지만, 이번에는 명백하게 보이는 녀석의 끈. 아니 잠깐만. 굳이 저 끈을 벨 필요는 없잖아?


내가 잘하는건 모두다 부수고, 모두다 죽이는 것.


목표를 바꾼다. 녀석의 끈같은 사사로운게 아니라, 녀석 전체와 용을 한번에.


검이 손 안에 감기자, 다시금 자신감이 샘솟기 시작했다. 내가 고작 저런것 때문에 고생을 했다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 아니 뭐, 땅 위에서 싸우던 놈에게 갑자기 바닷속에서 싸우라고 하는거랑 다를게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정신 차린 것 같네.


아까는 없었던 여유와, 아까는 없었던 침착함이 몸을 무겁게 감싸안아 준다. 땅이 떠있고 하늘이 바닥에 있지만... 나의 중심은 이곳. 나의 검, 나의 손안에 있다.


녀석의 검이 눈에 띈다. 겉보기에는 너무나 압도적인 거리의 차이. 녀석이 휘두르는 검의 길이는 거의 내 검의 세배는 되어보인다. 일반적이라면... 말이 안되는 싸움이겠지.


하지만, 그런 것 보다-.


-내가 저녀석따위 한테 밀리는게 더 말이 안되는 일이니까.


내게 찔러오는 녀석의 검이 보인다. 내가 휘두를 검의 경로를 머릿속으로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저녀석의 검과, 몸과, 용을, 일직선에.


단 한번의 검격으로 녀석의 모든 것을 끝낸다.


녀석의 검이, 내 지근거리 까지 도착했다.



-삑!



검에 불어넣은 내공이 충만한 붉은 빛을 뿜어낼 무렵, 다시금 귓가에 짧은 피리소리가 들려왔다. 검을 휘두르기 전부터, 녀석이 입에 물고있던 피리에서 흘러나오는 짧고 명쾌한 소리.


내가 검을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세상이 뒤집어졌다.


- 막아!


허공에 거대한 일직선이 그려진다. 검붉은 빛을 내뿜는 끔찍한 붉은 기운이, 하늘을 가르며 허공에 기이한 직선을 만들어 낸다.


본래라면, 무언가를 가르며 그려졌을 붉은 선. 내 의도대로라면, 기사와 검, 용 모두를 반으로 갈랐어야 할 검이, 선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수놓아진다.


당황할 새도 없이 머릿속에 울리는 마왕의 검의 소리에 따라, 오감에 울리는 파공음 소리와 차갑고 축축한 살기를 따라 검을 재빠르게 옮긴다.


콰앙-!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아닌, 무언가 터져나가는 듯한 굉음이 허공을 울렸다. 말크리드의 검과 나의 검이 부딪히며 생긴 충격으로 내 발이 용의 꼬리에서 빠져버리는게 느껴진다.


그리고 보이는 넓은 시야.


...용에서부터 떨어지자 마자 방금의 상황을 이해 할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변수.


당연하지만, 내가 밟고 있던 용은 말크리드가 다루는 용이다. 그 말은... 용의 움직임을 말크리드의 뜻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


말크리드가 어째서 나를 밀어내다가 한순간 거리를 벌렸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말크리드가 어째서 그 상황에 알 수 없는 피리를 불어대던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서 있던 위치는, 용의 꼬리중에 가장 극적으로 접을 수 있는 부분.


내 발이 박혀있던 꼬리가 반으로 접히면서, 그에 따라 접힌 굴곡에 위치해 있던 내 시야가 직각으로 꺾였던 것.


나는 검을 휘두르는 그 와중에서도, 설마 내가 밟고 있는 땅이 접힐일 같은건 없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상식을 깨부수지 못했던 셈이다.


...아니, 잠깐. 에초에 거기까지 생각의 폭이 자유로우면 오히려 세상무서워서 못살지.


몸이 추락한다. 접힌 위치에 있었던 만큼, 검과 부딪히는 충격으로 더 쉽게 밖으로 튕겨나가 버렸다.


떨어지는 시야로 보이는 내 검격의 흔적이, 정말로 어이가 없다. 내 입장에선 세상이 뒤집힌 느낌이지만, 결국 내 검은 애꿎은 하늘을 향해 휘둘러진 셈.


이정도까지 녀석한테 놀아나다보니 이젠 억울함을 넘어서 그냥 우습다. 이쯤되면 오히려 녀석을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랄까.


" 키에엑- 키에에엑-! "


피익-! 피이이익-!


아까랑 묘하게 다른 피릿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말크리드의 용에서 떨어지자 마자, 기회를 노렸다는 듯이 득달같이 날아오는 다른 용들.


정작 말크리드의 용은 내게 꼬리를 많이 베인 탓인지, 내게 다가오려 들지 않고 먼거리에서 가만히 나를 지켜보는게 보였다. 겁을 먹은 용 때문에, 용에 매달린 채로 내게 다가오지 못하는 말크리드. 녀석이 들고 있던 검은 과하게 내공을 불어넣은 나의 검과 맞닿은 결과일까, 찌른 부위가 폭발이라도 한 것처럼 찌그러진 채 끊겨있었다.


후...


용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땅이 머리위에 있고 하늘이 발밑에 있는 기분도, 몸의 중심이 허공에 떠있고 지지할 바닥이 없는것도 모두 짜증난다. 내 주변을 파리처럼 날아다니는, 저 거만한 용들도.


내 검에 아직 남아있는 강렬한 내공을 느끼고 있는 걸까. 용들이 나름의 재빠른 속도로 내 주변을 돌고있지만, 내게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놈은 없다.


슬슬 비창의 사원이 눈에 보인다. 폭발했던 석판조각들은 슬슬 비창의 사원에 부딪히기 시작했고, 나보다 밑에서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굉음을 울린다.


내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건가?


용들은 그저 내 주위를 빠르게 맴돌뿐, 내 검이 조금만 움직여도 피할 준비를 하며 일정거리 이상 떨어져서 지켜볼 뿐이다.


내가 내뻗은 검기를 보고, 안전한 길을 선택하려는 건가. 확실히 온몸이 정상인 지금의 나보다, 바닥에 떨어지면서 조금이라도 부상을 입을 나를 상대하는게 더 안전하겠지.


다만, 녀석들이 상상하는 것 만큼 나는 큰 부상을 입을 생각은 없다. 말크리드에게 실컷 놀아난 덕분인지, 머릿속이 오히려 차가워져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둘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내 검에 녀석들이 과민반응하는 만큼, 내가 어느정도 저녀석들을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마치 검으로 악단을 지휘하는 것 처럼, 내 주위를 감싸도는 녀석들을 향해 검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예상대로, 내 검극으로 부터 혼신의 힘을 다하며 피하는 녀석들.


내게 녀석들이 접근하는 것 까진 바라지 않는다. 딱 한마리, 단 한번만. 녀석들 중 하나가 내쪽으로 조금이라도 더 다가오게 만드는 것이 목표.


검을 내가 난해하게 움직일 수록, 주변의 용들의 움직임은 더더욱 혼잡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이제 땅까지 얼마 안남은 상황.


조금만 더. 한마리만.


많은 움직임을 바라는게 아니다. 그냥 서로 충돌하지 않으려고, 좌우가 아니라 내쪽을 향해서 단 한번의 날갯짓만.


그래,


바로 저녀석 처럼.


검에 불어넣은 내공에 특색을 더한다. 내가 배운 몇가지 안되는, 검술이라고 하기도 애매모호한 사교의 기술이지만...


기에 능통해진 지금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잘 사용할 수 있는 것. 저번에 한번 사용해 봄으로써, 내가 무리없이 다룰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기교.


이번에는, 그것을 조금 더 심화해서 사용할 거지만.


검을 통해 주변의 모든것을 당긴다. 착검의 묘리에서 생각해낸 것인지, 아니면 다른이의 내공을 강탈한다는 마공에서 착안한건지 모르겠는 기괴한 검술. 사교에선 기초이자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제대로 완성되지도 못한 기괴한 그것.


이름조차 제대로 지어지지 않은 채로, 단순하게 '흡검'이라고만 적혀있던 기본틀.


매개체로 삼는것은 나의 검. 검에 부서질듯한 내공의 압력을 가한다. 주변의 모든것을 빨아들일정도로, 압도적인 내공을.


몸에 이딴식으로 내공을 운영하면 필시 죽어버리겠지. 게다가, 주변의 이질적인 기운을 모두 당겨버린다는 점에서 주화입마나 다른 부작용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사교에서 만든것이니만큼 제대로된게 뭐가 있겠냐만은.


반월형으로 휘두른 나의 검에 따라, 내쪽으로 이동했던 한마리의 용이 자석처럼 끌려들어온다.


스스로의 기운을 내재하고 있는 거대한 생물체라, 나의 검에 빠른속도로 빨려들듯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정도면 충분한 속도다-.



-적어도, 내 손끝에 녀석의 날갯죽지가 닿을정도로 가까워졌으니까.



쿠우우웅---!


작가의말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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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작은 광기의 산물 +1 19.05.05 108 2 12쪽
172 비창의 사원-5 +1 19.05.04 96 1 12쪽
» 비창의 사원-4 +1 19.05.03 97 2 12쪽
170 비창의 사원-3 +1 19.05.02 92 2 12쪽
169 비창의 사원-2 +1 19.05.01 94 2 12쪽
168 비창의 사원-1 +1 19.04.30 98 2 11쪽
167 비창의 사원 +2 19.04.29 12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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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성검의 길잡이-3 +1 19.04.05 109 2 11쪽
164 성검의 길잡이-2 +1 19.04.02 119 2 12쪽
163 성검의 길잡이-1 +1 19.03.31 126 1 12쪽
162 성검의 길잡이 +1 19.03.28 123 3 12쪽
161 마족의 정세 +1 19.03.26 111 2 11쪽
160 성검의 흔적-2 +1 19.03.25 10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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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성검의 흔적 +1 19.03.22 110 2 12쪽
157 전장의 광신-7 +3 19.03.21 132 3 12쪽
156 전장의 광신-6 +1 19.03.20 124 2 12쪽
155 전장의 광신-5 +2 19.03.19 127 3 12쪽
154 전장의 광신-4 +1 19.03.17 139 2 12쪽
153 전장의 광신-3 +1 19.03.15 117 3 12쪽
152 전장의 광신-2 +1 19.03.14 122 2 11쪽
151 전장의 광신-1 +1 19.03.13 183 2 12쪽
150 전장의 광신 +2 19.03.12 14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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