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떠있는가!
오딘의 목표는 하늘에 제약을 두는 것이었다.
인류의 무기의 대부분은 장거리 타격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미사일 전력을 빼버리면 인류의 군사력은 보잘 것 없었다.
하늘에는 미세먼지부터 빌딩크기의 부유석들이 사방을 떠다녔다. 이것들은 인류가 하늘로 나가는 것에 큰 제약을 주게 될 터였다.
물론 하늘이 완전히 봉쇄된 것은 아니었다.
“천공성 부상합니다.”
위장으로 추락을 가장한 도쿄 라퓨타가 다시 하늘로 떠올랐다. 날아다니는 돌덩이들은 거대한 부유 요새이자 도시를 위협하지는 못했다.
오딘은 하늘을 자신의 영토로 선언하기 위해 방송을 켰다.
부유석의 폭풍 속을 떠오르는 도쿄 라퓨타의 모습은 멀리서도 관측이 가능했다.
대부분의 부유요새들은 죽음의 달이 일으킨 폭발에 정면으로 휘말렸다. 설계 단계부터 수평으로 폭발력이 분산되도록 만든데다가 부유석들은 자연스럽게 일정 고도를 유지하도록 제작되어 있었다. 물에 던진 탁구공이 물 위로 떠오르 듯이 일정 궤도아래로 폭산된 부유석 파편들은 다시 떠올라서 지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것이 오딘이 천공성을 위장 추락시킨 이유였다.
인류가 만든 부유 요새들은 대부분 파괴되었다. 건조중인 부유 요새들이 있긴 하겠지만, 떠오르는 족족 부숴버릴 준비는 되어 있었다. 수많은 광전사들 덕분에 신성력은 넘치고 있었다.
‘내 승리를 축복하듯, 햇살이 비추고 있군.’
오딘은 천공섬이 떠오르며 부유석의 폭풍을 넘어서서 맑은 하늘에 도달한 것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잠깐, 결계가 어디갔지?”
*
오딘이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던 사이, 가장 바쁜 것은 조제성이었다.
“프레이야님 회수에 성공했습니다.”
“오딘이 노린 것은 케슬러 신드롬을 이용한...”
장수한의 말이 길어지려는 순간, 조제성은 팔을 뻗어 장수한을 제지시켰다.
“넌 원기님을 모시고 그분께 설명드려라. 난 지금 바쁘다.”
장수한은 멋쩍은 듯한 미소를 짓고 총사령실을 빠져 나갔다.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 역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제성과 장수한이 세운 작전은 죽음의 문 파괴작전을 지원하면서 그 틈에 결계를 공략하는 것이었다.
지구의 연합 정부 측에는 플랜 B가 별도로 존재한다는 사실만 극소수의 인물에게 알린 상태였다.
죽음의 문 파괴 작전을 이용해서 오딘이 꾸민 공중박탈 작전과는 별도로 이뤄진 것이었다. 수많은 탄도 미사일들이 죽음의 달을 향했고, 그 가운데에는 궤도 수정이 안이뤄진 탄도 미사일들도 있었다. 격추를 예상하고 더미 미사일을 포함하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더미 미사일들은 대기권을 덮고 있는 결계에 충돌하게 되어있었고, 그 미사일 가운데 하나에 희연이 탄 고성능 리베로가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검은 결계 그 자체를 완벽하게 소멸시키는데 성공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소멸해 버린 탓에 오딘 조차 결계가 사라진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존재를 소멸시키는 힘에 가까운 것이라 오딘의 인식에서도 사라졌을지 몰랐다.
원기의 구출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지구에 있던 프레이야의 권속들은 결계가 풀리는 즉시 달기지로 게이트를 이용해 이동했을 뿐이었다.
‘물들어 올 때, 노저어야 한다는 것은 이거였나.’
오딘이 벌인 일들의 여파가, 조제성의 계획을 크게 일그러뜨렸다. 다만 그것은 극히 좋은 쪽이었다. 다만 너무 좋아서 노를 젓는게 버거울 지경이었다.
*
“달! 달은 떠 있는가?”
오딘의 질문에 어떤 애니메이션의 대사를 떠올린 일본인 오퍼레이터는 혹시 웃음이라도 나오면 큰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주변을 살폈다.
“현재 식별되지 않습니다. 천체 관측 위성에 연결해 보겠습니다.”
그는 단말을 조작하다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달의 예정 위치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달의 위치를 재조정하라. 지구의 중력이 차단된 이상 달의 위치가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딘의 말에 천공성의 일본인 스텝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들은 결계가 중력을 차단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구 자체가 일종의 아공간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는 것은 그들에게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딘 진영의 한계라고도 할 수 있었다.
오딘의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수천년을 살아온 이들이었다.
수명의 제한은 새로운 육신을 언제든 얻을 수 있는 그들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 고급 두뇌들은 머리가 굳을대로 굳었다.
그리고 나치의 과학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마도기계학에 종사하는 이들로서, 그들의 나이도 이미 세자리를 넘어선 사람들이었다. 컴퓨터는 구경도 못하고 주판으로 우주 로켓을 날리는 그런 상식을 가지고 백년 가까이 살아왔다.
옛것을 아는 것은 중요하지만, 머리가 옛것으로 가득찬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마법사들과 마도기계학자들은 따로 연구를 하는 집단으로 존재했고, 일본을 점령하면서 얻은 두뇌들을 추가로 활용하고 있었다.
기존에 쌓아둔 견고한 시스템이,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에 장애가 되는 문제가 오딘측에는 존재했다.
컴퓨터를 만지고 인공지능과 핵분열에 대해 아는 이들이지만, 신성력을 이용한 중력제어같은 현대 과학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대해서는 상상력이 빈약한 이들이 많았다.
오딘의 진영은 아무래도 엘리트들이 넘치다보니, 오타쿠같은 인종들은 발붙이기 힘들었다. 오딘도 프레이야 진영을 살펴보면서 망상력이 뛰어난 매니아층을 등용할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리 쉽게 되지는 않았다.
오딘 자체가 승자를 상징하는 신이었고, 사회의 루저취급받는 이들을 대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지구 궤도에서 외측으로 벗어난 지점에서 달로 생각되는 천체를 발견했습니다. 위성 망원경의 영상을 띄웁니다.”
“저게 달이라고?”
“달 맞아?”
“달이 저럴 수 있나?”
오퍼레이터들은 오딘의 면전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경악성을 토해냈다. 그리고 오딘은 이를 갈았다.
‘조제성, 그놈이군. 그놈의 짓이야.’
- 작가의말
조금씩이지만, 차근차근 써서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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