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전 개시
“이재호가 현재 구속되어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입니다.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의문이라고 합니다. 한국 최고를 자랑하는 변호인단이 꾸려진 덕분인데요. 프레이야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법의 처분에 맡기는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프레이야는 담담하게 말했다. 사람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여론을 주도하기 위해서 장수한의 주도로 방송 시스템을 갖춰놓은 상태였다.
다수의 방송국에도 많은 영향력을 부여해 두었다. 프레이야의 추종자들이 세상 곳곳에 많았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기자도 역시 프레이야의 추종자 가운데 하나였다.
“여신님께서 그의 행동에 분노하시고 슬픔에 잠기신 모습을 보였던 것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집행유예로 풀려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으십니까?”
“저는 제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는 모든 이들이 두렵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증오합니다. 하지만 이재호라는 사람이 위협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러지 말고, 솔직한 심경을 말해보는게 어때? 그때 엄청 화가 났던 것은 사실이지 않아?]
장수한과 링크되어 장수한 역할을 하는 아바타가 말했다. 장수한이 지구에 남아있어서 프레이야측 두뇌 역할을 한다는 형식으로 오딘에게 거짓 정보를 흘리기 위한 조치였다.
공적인 석상에서도 프레이야 여신을 편하게 대하는 장수한의 캐릭터는 추종자들에게는 여러가지 감상을 안겨주었다.
불만의 감정과 분노를 불러일으킨 면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프레이야가 특별하게 대하고 심적 위안을 얻고 있다는 사실도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결정적으로 조제성과 장수한의 권위가 강화되는 효과가 있었다.
1인자의 권위가 큰 것이 집단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지만, 프레이야의 추종세력은 어느 광신집단과도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프레이야의 권위가 컸다.
이는 오히려 집단의 질서를 해치기 쉬웠다. 다른 권위가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헬, 프레이, 펜릴, 굴베이그라는 다른 신들조차 프레이야의 추종자들에게는 안중에 없었다.
그래서 조제성과 장수한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것이기도 했다.
프레이야의 권위를 대행하는 대행자이며, 상담자이기도 했고 프레이야 여신을 보호하는 보호자의 역할도 하고 있었다.
“화가 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위협이 되지 않는 사람을 굳이 건드리고 싶진 않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사람들이 좋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 왼뺨을 때리면 오른 뺨도 내주어라? 네가 예수냐?]
“예수님 말씀에 그런 말씀도 있었지요. 하지만 그런 것하고는 좀 달라요. 전 정말 사람이 좋은데, 사람 가운데 착한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거든요. 이러면 안되는데 전 나쁜 사람도 똑같이 좋아요.”
[아이고. 성인났다. 성인났어.]
“그런 것하고는 좀 달라요. 개를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사나운 개도 얌전한 개도, 순종도 잡종도 다 좋아하지요. 저도 좀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이라는 이유로 다 좋은 것 같아요.”
[아이고, 아주 지랄, 아니 난리가 났다.]
*
“역시 여신님 다우신걸.”
구치소 경비원인 유석주는 담배 한모금을 내뱉었다. 그의 얼굴에는 비장함과 미소가 함께 서렸다.
그는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가 된지 오래였다. 아들이 병으로 죽고 집안은 그 치료비용으로 기울었다. 아내는 이혼하고 떠나간 후 서로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는 늘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프레이야의 바니걸 통신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자신만 힘든 것이 아니고, 다른 이들도 아픔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얻었다.
자신을 신경써주는 프레이야 여신의 존재가 그의 삶을 바꾸어주었다.
“하늘은 악인에게도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신다고 했던가.”
그는 몽둥이를 휘둘렀다. 몽둥이에서 피가 떨어져나갔다.
“사, 살려줘. 아니 제발 살려주세요.”
이재호가 만신창이로 애원하듯 말했다. 하지만 그는 몽둥이를 다시 치켜들어서 휘둘렀다.
“프레이야 여신님께서 널 벌하지 않으실 거란 걸 알았다. 그분의 좋은 점이지. 그분은 악인인 너도 사랑하시고 계실거야.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 그리고 깨달았어. 내가 그분을 지켜드려야 한다는걸 말이지.”
그는 이재호를 죽여버리고 시신을 토막내버렸다. 구치소 내에서 경비원에 의해서 벌어진 살인사건이었지만, 뉴스가 되지는 못했다. 그는 얌전히 체포되어 수감되었고 세계정세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
인류는 오딘의 위협에 넋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처음에는 오딘이 벌인 이적, 우주와의 차단에 망연자실하고 저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프레이야가 벌어준 시간은 인류가 전의를 추스리는데에 크나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었다.
각 국가들은 세계수와 군사 기술을 결합시키는데 전력을 다했고, 프레이야측도 관련된 기술을 많이 제공한 것 또한 사실이었다.
프레이야측의 세계수를 넘보게 된 것도, 군사력 확충이 한계에 달한 세력들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오딘에게 굴복하지 않은 모든 국가들과 세력들은 UN의 이름하에 연합군을 만들었다.
“공중전함 85척이라니. 엄청나군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인간들의 생산력이란 무시할 수 없지요.]
세계수를 이용한 중력제어 기술과 부유석 제조 기술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공중 전함들은 지구와 아스가르드의 기술을 결합시킨 총아라고 할 수 있었다.
부유석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전함의 장갑을 반중력화해서 안정적인 부유가 가능하게 만든 것이었다.
한국에서만 공중전함 4척이 만들어졌다. 유선형으로 생긴 공격함 두척과 거대한 도시처럼 생긴 요새함 두척이었다.
요새함 두 척의 이름은 서울과 부산, 공격함 두척은 인천과 대전이었다.
건조 과정 자체가 세계수와 사람들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전함들의 이름은 대부분 지명을 딴 것이었다.
그리고 프레이야측에서는 거대 요새함 한척이 출진했다. 이름은 프레이야였다.
UN을 통해 결성된 인류통합군은 프레이야 측으로부터 제공받은 기술과 각국의 군사 기술을 공유하는 대가로 강제적인 지휘권을 챙겼다.
그리고 통합군은 대규모 함대를 몰아서 일거에 오딘을 치기로 결정했다.
“오딘의 점령하에 있는 일본을 해방시키는게 우선적인 목표다.”
통합군 사령관의 말에 사람들은 쓴 웃음을 지었다. 이름은 해방이지만 초토화나 다름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번 작전에 동원되는 무기가 우선 무지막지했다.
백척 가까이 되는 공중전함을 제외하고도 인류가 가진 대부분의 장거리 미사일이 이 작전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 미사일의 탄두들 가운데에는 핵탄두들도 다수 존재했다.
그리고 공중전함의 주무기 역시 수소폭탄이었다. 대형 주포와 레일건으로 핵탄두를 발사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오딘의 방어벽은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신성력 역시 소모되는 것이었다.
조제성이 인공태양들을 유폭시킨 뒤 바로 열흘만에 벌어진 일이기도 했다.
“아홉 시간 뒤 일본 현지시각 오전 0시에 작전이 시작됩니다. 작전 지역에 늦지 않도록 모두 움직여 주시기 바랍니다.”
공중전함들은 규격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요새형 함들의 경우에는 특히 심해서, 도시 규모의 함도 있었고, 작은 섬 수준의 함도 있었다. 따라서 속도도 제각각이라서 집결을 위해서 출발하는 시간도 각각 다를 수 밖에 없었다.
“적습입니다! 오딘이 먼저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섬광과 함께 폭음이 터졌다. 번개가 떨어지듯 하늘이 번쩍 빛났고 천둥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지진을 일으키듯 들려왔다.
“피해는? 피해 상황을 보고하라!”
- 작가의말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요.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는 듯 합니다.
6월 중에 한편 올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뜻대로 잘 안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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