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2화 두개의 달
“뇌파를 읽어서 뇌가 보고 있는 영상을 비춰주는 장치입니다. 이걸 이용하면, 양쪽의 정보 교환을 용이하게 할 수 있어요.”
유혜서는 오카가 만든 헤드셋을 머리에 썼다.
“뇌에다가 직접 전극을 연결하면 좋겠지만, 저도 목숨 아까운 줄은 아니까요.”
오카는 그렇게 말하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조제성이 지켜보는 컴퓨터 화면들이 유혜서의 뇌에 비춰지고, 그것을 영상을 통해서 녹화되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화면을 지켜보고 그것을 녹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량의 전송량이 늘어났다.
“이쪽의 설계도를 보고 재현할 수 있다면, 쌍방향 통신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인간 모뎀이라고 해야 할까요.”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에 끼워서 데이터를 주고 받는 것을 통해서 통신 문제가 해소되었다.
그리고 덕분에 화상 통신으로 양자가 화면을 보면서 회의를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우선 중요한 소식을 전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데이모스 이민선 계획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재검토요? 대체 무슨 이유지요?”
조제성은 원기의 질문에 쓴 웃음을 지었다. 그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이 가져올 파장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달이 궤도를 이탈해서 태양으로부터 멀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가 사라진 때문이지요. 더 이상 달은 지구의 위성이 아닙니다.”
“달이 없어진단 말인가요?”
원기만이 아니라 지구측에 있던 이들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예전과 같은 달의 모습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점진적으로 궤도가 넓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지구와 화성 사이의 궤도를 원형으로 도는 새로운 행성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이왕 이렇게 된 것, 데이모스가 아닌 달을 개조하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달이라면 너무 거대한 천체 아닙니까? 달을 이동시키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우주에서 이동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만이 아니라, 추진재로 쓸 질량도 많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달의 질량은 그 점에서 강력한 메리트가 존재합니다. 데이모스는 사실 좀 작지요. 데이모스 개조 계획은 계속 진행중입니다. 달과 데이모스를 동반시키게 되는 겁니다.”
조제성의 말에 원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제성의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충분할 때만 보고되었다.
“인력은 충분합니까?”
“아스가르드에 고립된 지구인 과학자들을 다수 영입한 상태입니다. 로키와 요르문간드, 티르와 토르의 싸움 속에서 정착하고 싶아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으니까요.”
아스가르드에 진출한 지구인은 수천만명이었다. 중국을 비롯해서 세계 열강의 군대와 기술자, 과학자들이 진출한 상태였다.
그들은 지구로 돌아갈 수 없게 되자 패닉에 빠졌다.
군 지도부들은 토르와 티르를 도와 아스가르드 제패를 결정했지만,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토르와 티르의 일방적 우세로 전투들이 반복되었지만, 적의 성역을 점령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리고 아스가르드 자체가 지구보다 훨씬 큰 행성이었다. 황무지로 가득한 넓은 행성을 점령하고 빼앗기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문명생활을 그리워하는 이들은 적지 않았다.
달 기지에서 무기 생산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인재를 끌어들이고, 생산된 무기를 아스가르드에 보내며, 아스가르드에서 달을 거대 이민용 행성으로 개조할 자원들을 채굴했다.
토르와 티르는 조제성의 의도를 알았지만, 그들에게 나쁜 이야기가 아니었다. 영영 떠나준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아스가르드에서 달만큼 행성을 파내간다고 해도, 여전히 지구보다는 훨씬 거대한 행성이었기 때문이었다.
“달 전체를 이주선으로 사용한다면, 우주에서 일어날 돌발 사태에 대응하기는 더 쉬워질 겁니다. 어차피 달은 지구 궤도를 벗어난 상태이니 말이지요. 달과 지구의 거리는 갈수록 벌어질 겁니다.”
‘달을 훔쳐간 도둑놈이 되는걸까. 버려진 달을 주워가는 거라고 할 수 있으려나.’
원기는 씁슬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인터넷은 간이적으로 복구했습니다만, 아직도 차원문은 열 수가 없습니다. 차원 격리자체가 특수하다고는 할 수 있겠습니다만...”
프레이야 진영의 가장 큰 고민은 프레이야 여신의 확보였다. 프레이야 여신을 확보하는 것만 가능하다면, 내심 지구가 어떻게 되든 알바 아니었다. 신천지를 찾아서 무한정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아니 달을 프레이야 신자들만의 낙원으로 삼아서 신천지가 나오든 말든 상관없이 항구히 살아갈 수 있었다.
“혹시 인벤토리 같은게 아닐까요?”
“게임에 나오는 인벤토리를 말하는 건가? 아공간 수납?
찬균과 호철의 대화에 조제성이 생각에 잠겼다. 다른 차원으로 간 것과 아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집어넣은 것과는 많이 달랐다.
“아공간에 지구를 수납했다고 한다면, 그게 의미하는 바가 있을 것 같은데...”
“아마도 매개체가 필요하겠지요. 가방이나 반지 같은 아티팩트 말이지요. 이쪽 차원에 존재하는 무언가일 겁니다.”
“달에 그게 존재할 가능성은 있을까?”
“달은 너무 멀지 않을까요? 프레이에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티팩트가 있다면, 그걸 파괴하는 것으로 지구를 해방시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구를 차원이동시키는 것도 아공간에 수납하는 것도 모두 스케일이 커서 감당하기 힘든 비정상적인 일이긴 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것이 오딘이기도 했다.
“오딘은 대체 언제까지 지구를 격리시킬 수 있을까요.”
원기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언젠가 끝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였지만, 오딘은 여유있게 행동하고 있었다.
*
“이건 놀랍군.”
오딘은 눈앞에 나타난 광전사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둘 모두 아시아인의 평균적인 피부색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둘 사이의 체격차이가 엄청났다.
한쪽은 마치 헐크와도 같은 거구가 되어 있었다. 온 몸에 부풀어오른 혈관이 맥동하듯 움직이고 있었다.
오딘이 전투를 시키자, 헐크형 광전사는 에인페리아들을 상대로도 압도적인 전투력을 보여주었다.
“둘 사이의 차이는 뭔가?”
“한쪽은 평균적인 일본인이고, 한쪽은 평균적인 한국인입니다.”
“어디서 이런 차이가 발생한거지?”
“분노의 발산 방식이라고 보입니다. 한국인쪽은 분노를 평소에 쉽게 발산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분노의 축적이 많지 않습니다. 아스가르드인들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다릅니다. 지나치게 소심하고 남에게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폭발적으로 발산되는 듯 합니다.”
“문명인이 광전사로서 더 강력하다니, 이것도 아이러니라고 볼 수 있군.”
“다만, 저렇게 각성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분노를 아예 컨트롤 못하니까 말입니다.”
아메노 총리의 보고에 오딘은 화면으로 눈을 옮겼다. 일본인들의 광전사 테스트는 사실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광전사로 각성한 일본인들은 과도한 아드레날린 분비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직되어 부들부들 떠는게 고작이었다. 군생활을 경험한 한국인 광전사들이 빠르게 적응하고 공격행동으로 돌입한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변화된 환경에 적응못하고 스트레스가 축적된 상태에서 오딘의 영향을 어느 이상 받아들인 일본인은 헐크처럼 부풀어 오른 몬스터나 다름없이 변해버렸다.
“모든 일본인들이 저렇게 각성하는데는 얼마나 더 걸리겠나?”
“일본인들 가운데 저렇게 각성할 수 있는 것은 약 32%라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1년 가량 오딘님의 축복을 받아들일 경우 14%정도가 각성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반년이면 약 2%가 각성하게 될 겁니다.”
“2%는 좀 부족하군. 14%라. 지금 남은 인구가 8천만이라고 했지. 저런 괴물이 천만 단위로 양성된다는 건가. 그거 마음에 드는군.”
오딘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거대화 광전사가 세계 각지를 누비며 적대자들을 쓸어버리는 모습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었다.
“문제점이라면, 생명 에너지의 소모가 과도해서 전력을 발휘하는 것은 여섯시간 정도이고, 명령의 이해도가 떨어집니다. 그리고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면 사망합니다. 전력을 발휘하지 않는다고 해도 일주일이상 몸이 견디질 못합니다.”
“사소한 문제로군.”
“예. 사소한 문제입니다.”
오딘은 시간을 벌겸, 인간들의 눈을 돌릴만한 이벤트를 생각했다.
“인간들이 지금 인공태양에 의지하고 있지. 달도 그리워지지 않을까? 내 그들에게 달을 선물해주고 싶군.”
- 작가의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너무 오랜만에 뵙게 되어 정말 죄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글이 맘에 안들어서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가...
절필하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습니다.
최근에 악역영애물이라는게 맘에 들어서...그걸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갈팡질팡하다보니 더 글 쓰기가 힘들어지더군요.
성의없이 완결하고 싶진 않아서 고민만 많아진 것 같습니다.
기다려주신 분들께 정말 죄송한 동시에 감사합니다.
제가 이 사이트 주인장님께 미움을 받고 있어서...이쪽 사이트에 후원해 주셔도...
제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입금 같은거 받으려면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하는게 있어서요.
그래서 후원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만, 후원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다시한번 죄송하다는 말과 감사하다는 말 드리겠습니다.
제대로 완결 맺고, 저랑 절대 안맞을 듯한 로맨스 판타지에 도전해 볼까 합니다.
Comment '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