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콜과 하티
조제성 역시 인간인 이상 실수나 판단 착오는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범한 오판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오딘에 대한 것이었다.
특유의 조심성 강한 성격과 최악을 상정하는 버릇은 대게 나쁜 결과를 불러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마의가 제갈량의 공성계에 당했듯이 어이없이 허장성세에 넘어가는 결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오딘에게는 강력한 전력이 존재한다. 이 믿음이 조제성으로 하여금 오판을 내리게 만들었다.
오딘의 지상 전력 중 가장 강력한 것은 바로 나치가 자랑하던 전차대였다. 오딘은 독일군인들의 지식을 바탕으로 병기를 개발하고 개량해 나갔다.
그래서 만들어진 최종 병기들이 티거 5C형과 마우스 3B형이었다.
성능은 상상을 초월했다.
강력한 신성 방어력과 충분한 장갑, 그리고 강력한 마동 엔진을 가졌다. 최대 시속 300키로까지 달리는 미친 속도의 전차가 마력 보호막까지 가지고 있으며 강력한 마력탄을 발사하는 것이다.
마우스는 지상위의 요새와도 같아서 2차세계 대전의 거함 거포주의의 함선들이 달고 다니던 3연장 포탑을 지닌 무식한 전차였다. 그리고 그런 무식한 놈이 시속 70키로의 속도로 왠만한 험한 지형을 가볍게 달리는 것이었다.
예측 사격 능력을 가진 이능력자들을 포수로 두었기 때문에 아무리 현대 전차의 조준 능력이 뛰어나도 이들과 비교될 수는 없었다. 정상적이라면.
티르의 야마토에서 쏘아대는 핵탄두의 포격에도 멀쩡한 티거 5와 마우스 3들은 충분히 적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문제는 티거도 마우스도 오딘의 영역에서만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티거나 마우스의 강력한 포문도 야마토의 신성 보호막을 뚫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들의 신성 보호막은 핵탄두를 포함한 강력한 공격들을 무위로 돌릴 수 있지만, 무한한 방어력을 자랑하지는 않는다.
보호막은 전차포 몇십발 정도를 튕겨내면 바닥을 드러내게 마련이었다. 신성력이 소모되면 고속 이동도, 강력한 마동레일건도 쓸모가 없어진다. 남는 것은 움직이지도 못하는 고철덩어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오딘은 티르가 중국의 막대한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 기술력들을 동원하는 순간, 패배를 직감했다.
전쟁은 시작하기 전에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먹어 봐야 아는 것은 아닌 법이었다.
신성력은 과학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해주지만, 그렇다고 무한한 자원은 아니었다. 주유는 왜 전쟁의 신이 포병이라 불리는지를 보여주는 지휘를 행했다.
효율적이고 물샐틈 없는 화망 앞에는 신성 방어막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신성력만 소모하고 한줌 재로 변할 수 밖에 없었다.
절대적인 양의 차이를 절감한 오딘은 자존심 때문에 전력을 낭비하지는 않았다.
다만, 무조건 열세를 자처하지는 않았다. 상대의 기세를 올려주지 않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모든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지.’
상대는 오딘이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숨겨둔 카드를 준비하고 적극적인 공세로 나올 거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오딘은 그런 그들에게 자신이 숨겨둔 카드를 꺼냈다.
“대화를 하고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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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딘이 대화를 하고 싶다고 요청을 해왔습니다. 우리측도 포함시킬 모양입니다. 거절할 이유는 없어 보이는군요.”
“위험하지 않을까요?”
“원거리에서 드론을 이용한 화상 대화를 할 예정입니다. 직접 얼굴을 볼 필요는 없으니까요. 오딘이 자신의 궁전으로 불러줬으니 정찰의 기회도 되겠군요.”
티르와 토르의 사자들, 그리고 프레이야 측의 드론이 오딘의 궁전으로 향했다. 드론을 통해서 본 오딘의 영토 안은 생각밖으로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조제성은 장수한에게 물었다. 프레이야 여신은 엘프들을 돌보기 위해서 지구로 떠난 상태였다.
“글쎄요. 여유가 있는 것 아닐까요?”
“그렇게 보기엔 지나치게 무방비한 느낌이로군.”
티르와 토르의 전력은 제법 거세게 공격하고 있었다. 오딘은 성역의 힘을 빌어서 소극적으로 격퇴만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딘이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봐야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마을 주민들이 평화로울 이유는 없어보였다. 전쟁을 위한 무장이나 대비가 지나치게 없어보였다.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다들 혈색도 좋고 풍족하게 잘 먹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그렇게 봐야겠지.”
조제성은 드론을 통해서 최대한 적정을 살폈지만, 일정 범위 이상은 벗어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잘 오셨습니다. 제가 오딘님을 대신해서 여러분을 맞이하게 된 도미르라고 합니다.”
잘 생기긴 했지만, 평범해 보이는 사내가 나서서 말했다.
“모두들 모이신 겁니까? 프레이야 측 조제성님은 계십니까?”
“여기에 와 있습니다. 화면을 통해서 인사하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군요. 오셨습니까.”
도미르라는 사내의 표정에 여러가지 복잡한 표정이 섞여 있었다.
“저희는 무조건 항복합니다. 오딘님은 우리를 버리셨습니다.”
그 순간, 조제성은 등골이 오싹함을 느꼈다.
“당했다! 서둘러 지구로 돌아가자!”
“죄송합니다. 게이트가 작동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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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는 평소대로 엘프 공장에 발걸음을 옮겼다. 김치공장 같았던 초기 공장과는 많이 달라져서 지금은 SF영화에 나올법한 멋지고 세련된 시설로 바뀌어 있었다.
투명하고 고급스러운 유리 수조 내에는 엘프 태아들이 떠 있었다. 엘프 태아도 태아 상태에서는 인간과 별 차이가 없었고, 어찌보면 징그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익숙해 진 지금에는 그냥 사랑스러운 생명으로 보였다.
바니걸 통신은 원기의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에 대상을 직접 보면서 말을 걸어주거나 노래를 불러주면 효과가 한층 컸다.
처음에는 다른 수많은 이들도 듣고 있다고 생각해서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꽤 뻔뻔해져서 닭살 돋을 듯한 말도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공장 안에는 엘프들만이 아니고, 시사라들의 양식 시설도 함께 있었다. 알에서도 바니걸 통신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팔뇽이만큼은 아니어도 지성에 눈을 뜬 온순한 시사라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중요한 성장기에 굶어죽기 직전의 상태로 장기간 보낸 팔뇽이의 경우는 정말 특수한 경우라고 할 수 있었고 무리해서 재현하는 것은 원기의 성격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원기가 엘프 공장과 시사라 양식장을 살피고 있을 때,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 사방이 순식간에 어두워진 것이었다.
“무슨 일이지? 개기일식인가?”
실내에 조명이 있었기 때문에 어두워서 난리가 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진 것은 부자연스러웠다. 구름이 낀 정도로는 이렇게 어두워질 수 없었다.
창밖을 바라보자 하늘이 온통 새까맣게 보였다. 달도 별도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거지?”
그리고 그 순간, 오딘의 메시지가 전 지구상의 모든 지성체에게 전해졌다.
- 작가의말
어깨 통증이 가시지를 않는군요...--;
이대로 계속되면 어쩌나 싶어서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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