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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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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그림/삽화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최근연재일 :
2024.09.19 07:2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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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1
추천수 :
200
글자수 :
235,916

작성
24.08.1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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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추천
6
글자
13쪽

동지들

DUMMY

총소리에도 731부대는 조용하지만, 인근의 다른 부대가 요란해진다.


신윤기는 빠른 손놀림으로 장전손잡이를 당겼다 원위치하고 가볍게 방아쇠를 당긴다. 731부대가 바깥에 내놓은 쓰레기통 하나가 나뒹구는 소리가 들리고, 태현은 감탄한다.


“그게 보이셨어요? 형님?”


“음.”


주변의 부대에 사이렌이 울리고 불빛을 든 사람들이 뛰어나온다.


깜깜한 밤이다. 총구화염 때문에 태현과 신윤기의 위치는 이미 노출되었다. 신윤기는 731부대 쪽을 겨누려다 다른 부대에서 어지럽게 움직이는 불빛 하나를 보고는 그쪽을 조준해 쏜다. 불빛은 아래로 떨어져 움직이지 않는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가장 가까이 있는 적과의 거리는 고작 800미터. 주변의 일본군 부대에서 차량 엔진 소리가 여럿 들리고, 이런 중에도 731부대는 깜깜하기만 했다.


하지만 일이 잘 되지 않았을 때 이송헌이 보내기로 한 신호는 보이지 않았다.


“신호, 없네요. 가겠습니다.”


“음.”


태현이 미리 쳐둔 줄에 총을 걸고 미끄러져 내려간다. 나무로 된 총몸이 열을 받아 연기가 난다. 아쉬운 부분은 반달이 떠 조금은 밝은 밤이라는 것. 더 어두워지기까지 기다리기는 어려웠다.


태현은 낮은 곳에 도착한 후 신윤기를 올려다보며 인사했다.


“그럼 형님, 나중에 모시러 옵니다.”


태현은 근처의 작은 숲을 향해 달렸다. 차량 여러 대의 엔진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이 조금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 상황에서 대원을 여럿 데리고 왔으면 다들 그렇게 말했을 거다. 자신이 주의를 끌 테니 대장은 살아나가라. 우리가 유인할테니 빠져나가라. 우리는 한 놈이라도 죽고 죽이겠다. 이러겠다. 저러겠다. 희생하겠다.


그것은 싫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면 그렇게 할 것이지만, 그보다는 다른 방법을 먼저 찾고 싶었다.


일본군을 실은 트럭이 발포 위치 근처에 멈췄고, 거기에서 여러 명의 병사들이 뛰어내렸다. 그들은 바닥을 비추며 발자국을 찾으려 했지만 실패했고, 전등을 들고 천천히 태현이 있는 숲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에 이어, 태현이 바라지 않은 상황이 만들어졌다. 먼저 내린 병사들의 무전을 들었는지 뒤이어 도착한 차량들이 숲의 다른 부분에 병력을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뭘 하려는지는 분명하다.


‘포위하고 좁혀오겠다고. 날이 밝으면 비행기까지 띄우겠군.’


숲 주변의 경계 배치부터 끝내고 안을 샅샅이 뒤지겠다는 것. 하얼빈의 주변은 뻥 뚫린 평야다. 적은 수의 병사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태현은 산 한가운데서는 사단 병력도 따돌릴 자신이 있지만 없는 산을 만들어 숨을 수는 없다. 태현은 등에 지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그 안에 새총과 수류탄, 접착 테이프를 하나 생성한 뒤 꺼냈다.


숲 주변은 조용하고 일본군은 조심스럽게,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으려고 천천히 걸어오고 있으니 서두를 필요가 있다. 태현은 수류탄의 안전장치를 살짝 테이프로 붙이고 핀을 뽑고는 새총에 걸어 숲 안쪽을 향해 멀리 쏘아보냈다.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지만 적의 주의를 돌릴 더 좋은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다.


폭발음이 울리는 동시에 일본군이 든 전등이 모두 그쪽을 향했다. 지휘자로 보이는 자가 다급한 소리로 지시를 내리고 적의 방향이 변한다.


‘일단 피하긴 했지만.’


가장 좋은 것은 일본군이 숲을 뒤지는 사이 포위를 빠져나가는 것이지만, 일본군의 차량이 연이어 병사들을 내렸고, 그들은 손전등을 든 채 자기 자리를 지킨다. 태현은 쏟아져 나온 병사들의 수를 보며 조금은 안심했다.


‘아주 난리가 났으니 송헌은 걱정할 필요 없겠고, 지금 봐서는 윤기 형님이 숨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하는 것 같고, 나만 잘 빠져나가면 문제 없네.’


방금 숲 안쪽으로 움직인 병사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숲 한쪽에 아무렇게나 둔 소총을 발견한 듯한데 그렇다면 그 위치부터 중심으로 수색할 가능성이 크고, 거기에 더해 병사들 자신이 지나온 길을 다시 훑을 확률은 낮다. 태현은 그 움직임을 미리 읽어 숲을 가로질러 다른 가장자리에 닿았다.


당장은 수색조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바깥을 지키는 병사 중 어느 쪽의 집중력이 떨어지는지 살필 차례다.


밝아지기까지는 세 시간에서 네 시간. 병사의 수는 많지만 틈이 없지는 않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니 병사들의 전등이 점점 둔해지는 것이 잘 보였다.


‘잡담을 시작한 놈들이 저기부터 저기. 자기 쪽으로 올 리 없다고 건성으로 빛만 휘두르는 게 분명한 놈이 저 쪽. 저 밭의 수로에 잠깐 숨었다 기어나가면 가능해. 참 군기가 좋다니까. 정말 좋아.’


태현은 심윤기와 달리 한 장소에서 며칠을 버틸 자신이 없어 자신이 쓸 은신처는 만들지 않았다. 그보다 빨리 벗어나 작전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해야 하니 빠져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다.


일본군이 생각보다 많이 쏟아져 나왔지만 저들이 찾아야 할 영역은 넓고, 수색을 전문으로 훈련한 병력도, 밤 내내 철저히 경계에 집중할 만큼 군기가 바짝 든 병사들도 아니다.


하지만 이 때, 태현이 생각해두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일본군의 4인승 군용 차량, 95식 자동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다가와 멈추더니 거기에서 한 장교가 뛰어내리고는 바락바락 소리질렀다.


이 순간이 태현에게는 잠시 움직일 기회이기는 하다. 시끄럽고 모두의 시야가 그쪽으로 도니까. 하지만 지금부터 이어질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어디 멀뚱멀뚱 서서 적이 오길 기다려, 움직여, 움직여! 손만 휘적거린다고 적이 보이나? 이 새끼들, 오늘 그놈 못 찾으면 모조리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태현은 한숨을 길게 쉬었다.


‘아뿔싸···’


바깥에 넓게 퍼져 있던 병사들의 움직임이 변했다. 주변을 전등으로 빠르게 훑으며 근처를 뒤지기 시작했다. 차에서 내린 장교도 전등을 들고 움직이는 차 위에서 주변을 비추며 계속 소리질렀다.


“발을 가만히 두지 마, 주변을 계속 비춰! 360도 계속 보라고! 쓸모없는 새끼들아, 계속 걸어!”


그나마 다행인 건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는 것이다. 태현은 가방 안에서 위장무늬 원단을 만들고 꺼내 덮었다. 한낮에는 얼핏 봐도 들통나겠지만 지금은 밤이고, 1930년대에 병사에게 지급된 전등은 그렇게 밝지 않다. 한두 번 스쳐지나가는 탐색은 그냥 넘길 수 있을 것이다.


‘큰일났군···’


태현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3년간 태현의 부대는 항상 산을 끼고 움직였다. 일본군이 산을 수색하는 일이야 많았지만 일본군 장교는 언제 총알이 날아올 지 모르는 곳에 잘 나타나지 않았고, 병사들은 굳이 적과 마주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 태현은 그런 일본군에 익숙했고, 무의식적으로 이번에도 같은 상황을 생각했었다.


‘여기는 주변이 훤히 보이는 평지. 병사가 좍 깔렸고. 그래, 총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


지시만 전달받은 군인과 지휘를 받는 군인은 전혀 다른 생명체다. 태현에게 전자 사이를 빠져나가는 것은 허수아비 사이를 지나가는 것과 큰 차이가 없지만 맨몸으로 후자를 뚫고 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심지어 멀리서 비춘 빛이 한 번씩 태현이 있는 주변을 훑기까지 했고, 그런 중에 장교는 계속 소리지른다.


“본 곳도 다시 봐, 보라고! 제발 그 놈이 나타나길 빌어라, 안 그러면 너희 머리통이 죄다 박살날 거니까!”


태현은 불안으로 호흡이 거칠어지는 중에도 피식 웃었다.


‘아주 훌륭한 군인이네, 쌍팔년도 기준으로··· 아, 지금은 쌍팔년도보다 과거인가. 그럼 미래지향적인 군인이라 할 수 있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어쩌면 이 상태로 장교가 다른 곳으로 가버릴 수도 있으니. 하지만 이런 경우 날이 밝을 때까지 잔뜩 긴장하고 예민해진 병사들이 버틸 것이고, 태현이 숨은 곳은 결국 눈에 띌 것이다.


‘생각해보자···’


아무것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지만 계속 생각했다. 멍하니 있다가 죽을 수는 없으므로. 마음이 다급해지고 불안에 머리가 어지럽지만, 그래도 계속 생각해야 한다.


‘천을 소리 안 나게 앞으로 덮고, 수로에서 나가서 건너편 밭에 엎드려 숨고. 그 다음 위치까지··· 50미터는 넘게 달린다면’


운이 없다면 하나도 성공하기 어려운 행동들이다. 절망적이었다.


‘어렵겠다.’


포기하고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하늘이 돕지 않는다면 죽음 외의 다른 결말은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해볼 수밖에.'


태현은 가만히 숨을 죽이고 주변의 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때, 적막을 깨고 총성이 울렸다. 태현은 주변에 있는 병사들이 갑자기 멈추는 걸 알 수 있었고, 총성은 계속 이어졌다. 멀지 않은 곳에서. 그 중 한 발이 계속 소리지르던 장교가 탄 차에 적중했다.


총소리에 이어 고함 소리가 들려온다. 모두, 세 명이다.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만세!”


우진은 숨이 막혔다. 이곳에 와 며칠간 들어 온 목소리들이다.


‘김진오 동지···! 서태길, 조문한 동지!’


장교는 차에서 내려 숨고 당황하고 겁먹은 목소리로 고함지른다.


“저쪽이다, 뛰어! 뛰어 새끼들아, 뛰어!”


셋 뿐이던 총소리가 곧 수많은 소리로 확대되었다. 그 중에도 목이 찢어도록 외치는 소리는 너무도 잘 들렸다.


“대한 독립 만세, 만세! 만세!”


모든 병사의 시선과 발이 그쪽을 향해 움직였다.


우진의 천을 내던지고 나와 멀리 있는 농장 건물로 악을 쓰고 달렸다. 등 뒤에서 총소리는 계속 이어졌고, 우진은 뒤를 돌아보았다.


“...”


일본군의 33식 소총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리다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우진은 그 사이 농장에 닿았고,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그 안으로 들어갔다. 폐가 터질 것 같았고, 다리와 발끝이 저렸다. 우진은 그 상태로 고개를 내밀어 바깥 상황을 보았다.


총소리는 완전히 멈추었고, 그대신 병사들이 서로 전파하는 소리만 들려왔다.


“사살 확인-!”


“사살 확인!”


“수색 재개!”


“수색, 재개!”


태현은 얼굴을 감싸쥐고 벽에 등을 댄 채 미끄러져 주저앉았다. 두 손으로 머리를 꽉 쥔 채 흐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아··· 아, 아.”


소리를 내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울음이 계속 터져나왔다.


“왜 그랬소, 동지. 동지들은 셋이 아니오···”


팔다리가 떨렸다. 꽉 문 잇몸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온 몸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어째서···”


농장 안에서 발소리 들리더니 점점 가까워졌다. 태현은 눈가를 훔치고 그쪽을 바라보았고, 한 노인과 그의 아들로 보이는 청년이 등불을 들고 당혹한 얼굴로 태현을 보았다.


태현은 그들을 잠깐 바라보다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대고 불을 꺼 달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인 후 그의 아들을 시켜 태현을 안으로 안내했다.


농장의 지하에는 방이 있는 창고가 있었고, 노인의 아들은 태현을 방 안으로 안내한 다음 물건을 쌓아 문을 가렸다.


태현은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창고 안에서 얼굴을 감싸쥐었다.











일본군은 날이 밝자 모두 복귀했다. 몇 명의 병사가 주변을 수색하기는 했지만 농장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았다.


“감사드립니다.”


태현은 노인에게 두 손으로 금화를 몇 개 내밀었다. 노인은 걱정하는 얼굴로 태현을 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태현의 손가락을 접어 금화를 쥐게 했다. 태현은 다시 한 번 노인에게 금화를 건네려 했다.


“필요하실 겁니다.”


“조선인인가?”


“맞습니다.”


“그 나라 사람들이 모은 돈일 텐데, 나는 못 받네. 총을 사서 일본 놈들을 쏴버려.”


태현은 고민하다가 가방에서 권총과 탄약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렸다.


“그러면, 이걸 드리겠습니다. 저희에게··· 총은 많습니다.”


노인은 그 총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아들을 보았고, 그가 권총과 탄약을 챙겨 창고로 내려갔다. 노인은 간절한 얼굴로 태현을 바라보았다.


“조선인. 전쟁은 어떻게 될 거라 보나?”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장제스에게 희망이 있나?”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노인의 얼굴을 바라본 채로 확신을 담아 대답했다.


“있습니다.”


“다행일세, 그래. 고맙네.”


태현은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농장의 문을 향했다. 노인이 등 뒤에서 말을 걸었다.


“꼭 이기게!”


태현은 돌아본 채 목소리에 힘을 주어 대답했다.


“반드시 그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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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준비된 병사들 24.08.18 234 7 11쪽
7 중국의 지배자 24.08.17 240 6 11쪽
6 충칭으로 24.08.17 252 8 10쪽
» 동지들 24.08.16 277 6 13쪽
4 최고의 무기 24.08.16 314 5 10쪽
3 하얼빈 공작 24.08.15 334 5 12쪽
2 별개의 목표 24.08.15 428 13 11쪽
1 간도의 게릴라 +2 24.08.15 577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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