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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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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그림/삽화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최근연재일 :
2024.09.19 07:2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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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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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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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별개의 목표

DUMMY

태현은 해가 뜨기 한시간 전쯤 변장한 채 창고를 나섰다. 신징시의 비밀 장소에서 국민당의 스파이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태현에게는 몰래 활동하기에 불리한 조건이 하나 있는데, 그의 키가 만주 사람들의 평균보다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었다. 평균 165cm 정도의 사람들 사이에서 181cm인 태현의 키는 눈에 너무 잘 띄었다.


그래서 태현은 독일인으로 변장했다. 서양인으로 변장할 수 있는 고무 마스크는 임시정부의 김구 총재가 태현에게 구해다 준 적이 있었고, 그 마스크는 두 번 사용한 후 망가졌지만 태현은 같은 걸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일본의 경찰이 신분증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가짜 신분증과 같이 지폐를 몇 장 건네며 경찰들을 격려하는 척 토닥이니 별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약속한 음식점에 도착해 마스크 안에서 땀을 흘리고 기다렸고, 정오 즈음 국민당의 스파이가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둘은 마주 앉아 즐거운 잡담을 하는 양 가져온 편지를 교환하고 암호로 된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 뵙습니다, 듣던대로 훤칠하시네요?”


태현의 중국어는 일본어와 달리 많이 서툴렀지만 그건 그것대로 지금 변장한 모습에 잘 맞았다.


“요청 주신 물품은 잘 도착했습니다. 다음 주에 입항될 거예요.”


작전은 성공했고, 그 공장의 피해가 복구되려면 일주일 정도 필요할 것이라는 이야기.


이제 국민당이 할 일은 그 공장에 기술자를 잠입시켜 그 곳에서 만드는 물건의 설계와 기술을 빼돌리는 것이다. 작전의 진짜 목표는 그것에 있었다.


서로 교환한 편지는 암호표가 있어야 해독이 가능하니 이 곳에서는 내용을 확인할 수 없고, 둘은 그와 무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밀러 선생, 하얼빈으로 가신다고요?”


“정산이 안 된 물품이 있더라고요.”


“들개?”


“그 문제는 잘 처리된 게 맞고, 관련이 좀 있기는 합니다.”


들개는 이시이 시로를 말한다.


태현이 1936년 간도에 왔을 때는 731부대가 만들어진 직후였다. 태현이 가장 먼저 세운 목표는 이시이 시로 한 명이었고 그것은 신윤기가 부대에 합류한 후 저격에 성공해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처럼 이시이 시로 한 명이 죽은 것으로는 731부대가 사라지지 않았고, 태현은 이송헌을 시켜 꾸준히 정보를 모으며 그 부대의 존재를 확인했다.


지금 장제스는 1938년 10월에 잃은 우한시를 목표로 반격을 준비중이고, 태현이 애써 모으고 훈련한 대원들 거의 전부가 장제스가 있는 충칭 인근에서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태현도 합류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태현은 간도를 벗어나기 전 그 부대의 정체를 알릴 계획이 있었다. 이제 여길 벗어나 국민당에 합류하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이기에.


국민당의 요원은 미심쩍은 얼굴로 태현을 보며 말한다. 지금 국민당군에게 731부대의 실체를 확신할 만한 정보는 전혀 없으므로.


“저희 사장님이 워낙 궁금해하셔서 말이죠. 그런데 참, 이게 저희가 하는 사업도 아니고.”


“잘 벌어올테니 사장님께 잘 전해주십시오.”


국민당의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돌아갔고, 태현은 혼자 오랜 시간 앉아 있다 시 외곽으로 나왔다.


고급 독일차 한 대가 태현의 앞에 멈췄고, 운전석에는 차려입은 병두가 있었다. 병두는 무표정한 얼굴로 조수석 문을 열고 말을 걸었다.


“뭐래?”


태현은 변장 도구를 힘겹게 얼굴에서 벗겨겨내며 대답했다.


“잘 됐어. 이제 우린 여길 벗어나도 될 거야.”


“그럼 대장은 하얼빈으로?”


“응. 하얼빈으로.”


차는 한참을 달려 지휘부의 은신처로 쓰는 창고에 도착했다. 태현이 들어오자 안에 있던 사람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병두가 얼굴을 찌푸리며 두 손을 내밀고 그들을 말렸다.


“대장은 자야 돼. 그사이 우리는 이동 준비를 할 거고.”


태현이 병두의 말을 만류했다.


“잠깐, 병두. 물론 잘 건데, 일단 이것부터 해석을 하자고.”


태현은 국민당에서 받은 편지의 봉인을 뜯고 내용을 펼쳐 암호를 풀기 시작했다. 긴 내용이었지만 짧게 요약할 수 있었다.


“일본이 창사와··· 프랑스에서 오는 보급 루트를 공격할 거란 정보가 있어. 아마도 난닝.”


중국 국민당은 서방의 지원을 받아 일본과 전쟁을 치르는 중이고, 그중 프랑스의 군수품은 지금의 베트남을 통해 중국의 난닝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통칭 하노이 루트라고 불리는 보급선으로 일본에겐 눈엣가시인 지역이다.


지금 태현 주변에 모인 대원 중 네 명은 간부들이다. 부대장인 김병두, 어젯밤 일본군 병사를 쏘아 맞춘 저격수 심윤기. 발이 빠르고 입이 가벼운 정보 담당 이송헌. 병두와 더불어 태현의 능력을 알고 있는 보급관 나석웅까지.


이것저것 많이 알고 있는 이송헌이 쯧 하고 혀를 찬 다음 말을 풀어낸다.


“창사는 뭐 난징에 있는 병력이 갈 테니 그렇다치는데. 인도차이나? 광저우 한 곳만 믿고 중국 남서쪽을 친다고? 아니 보급은 땅을 파서 하려고 그러나. 난닝에는 군수물자도 많잖아. 이거 일본이 장제스를 너무 무시하네?”


태현은 일본의 공격 결과를 알고 있다. 창사는 방어에 성공하며, 난닝은 일시적으로 함락되고 장제스는 공격을 준비하던 병력을 나눠 보내게 된다. 원래의 역사대로라면.


“그래서, 송헌. 여기 이 예상 보급로 두 줄... 여기다 우리를 보내달라고 하면 어떨까 해.”


“지금 우리면 어려울 거 전~혀 없지. 일본군 유격전은 형편없으니까. 하, 거점 잡기엔 보급선 남쪽이 더 좋지만 금방 고립될 것 같고. 보자보자··· 뭐, 주변의 고지대만 국민당이 지켜주면 뭐, 흠. 되겠는데?”


“알았어. 그러면 여기 물자는 나하고 윤기 형님에게 남겨주고, 충칭으로 갈 준비해.”


“응? 어? 우린 하얼빈에 안 가? 아니, 다른 사람들은 그렇다치고 나 안 가?”


“지금까지 준 정보로 충분해.”


“잠깐, 대장! 나 하얼빈에 직접 간 적은 없는데? 히로부미가 죽은 데 정도는 보고 싶다고!”


“어, 그래?”


태현이 잠시 고민했고, 보급 담당인 석웅이 태현에게 핀잔을 준다.


“대장님, 사소한 이유로 인원 나누는 걸 고민하면 어떻게 합니까.”


이송헌이 펄쩍 뛴다.


“역사에 남은 장소를 보고 싶다는게 그게 사소해?”


“송헌 형은 충칭 가서 또 일해야죠. 하얼빈에서 며칠 걸릴 줄 알고.”


“그럼 난 하얼빈에 갔다가 충칭으로 가면 되겠네! 문제없네!”


“형 한 명 움직이려고 또 자원을 따로 쓰라고요?”


“아 왜, 우리 달러 많잖아? 좀 내다 팔면 되지.”


“그런 데 쓰라고 애써 모은 달러가 아니잖아요!”


태현은 난감해하고 병두는 무표정한 중에 심윤기만 쿡쿡거리고 웃었다. 그가 오른팔에 걸친 모신나강 소총이 그의 웃음에 맞춰 이리저리 흔들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정은 태현이 내려야한다. 태현은 암호문을 불태우고 지도를 접어 넣으며 말했다.


“하얼빈에는 나와 윤기 형님, 이송헌이 갈게. 병두, 나머지 병력 인솔해서 충칭으로 가 줘.”


이송헌은 싱글거리며 일어나 방방 뛰었고 석웅은 눈을 찌푸린다. 병두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심윤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씩 웃는다.


나석웅이 툴툴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설명을 시작한다.


“네, 대장님. 차는 준비되어 있고요, 구워삶아둔 검문 루트는 송헌 형이 잘 아니까 설명해드릴 필요 없겠네요. 네 네, 저 먼저 충칭에 가서 혼자 쌔빠지게 고생하고 있겠습니다.”


태현은 난감한 표정으로 웃으며 석웅을 달랜다.


“가면 임시정부 분들이 도와주실 거니까. 사이좋게 지내고.”


잠시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틈에 병두가 상황을 정리한다.


“그럼 대장은 좀 자고, 나는 이동 준비를 할게.”


“알았어.”


태현은 창고 구석의 짚단 위에 깔린 모포로 가 누웠다. 누운 채로 폐의 공기를 내쉬자마자 온몸의 힘이 풀리며 졸음이 쏟아지는 듯했다.


태현은 눈을 감았지만 곧 떴다. 다시 숨을 크게 쉰 다음 눈을 감았고, 이번에도 금방 뜨고 말았다.


태현은 눈 앞에 오른손을 들어 돌리며 살펴보았다. 어젯밤에 묻었던 핏자국은 다 씻어냈으니 보이지 않는다.


태현은 다시 눈을 감고, 오른 손을 주먹쥔 채 가슴 위에 올려놓고 잠을 청했다.


쉽지는 않았다. 눈을 감을 때마다 자신이 찔러 죽인 일본군의 얼굴이, 그 시체가 끌려가던 상황이 생각났다.


겨우 잠에 빠져드나 싶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 이유 없이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깨었다.


다시 잠들기엔 지나치게 정신이 또렷히 돌아온 바람에 태현은 할 수 없이 윗몸을 일으켰다.


태현의 옆에는 신윤기가 있었다. 그는 태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자주 그러는 것처럼 살짝 웃으며 태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신윤기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태현은 창고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보았고, 한 시간 정도 반쯤 자고 반쯤 깬 상태였다는 걸 알았다.


“···”


과거의 간도로 온 지 이제 곧 3년.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는데도 익숙해지기는 커녕 더 심해지고 있다. 이럴 때에는 몸을 더 피곤하게 해서 쓰러지듯 자는 것이 나았고, 태현은 갖고 움직일 짐을 정리하며 신윤기에게 물었다.


“형님. 송헌이는 자기 물건 가지러 갔나요?”


“음? 음.”


“병두가 나간지는 얼마나 됐나요?.”


“음··· 으음.”


“30분 정도요. 네. 점심은, 어떻게 드시겠어요?”


“캔 말고 다른 거.”


“네, 송헌이가 쌀하고 이것저것 챙겨올 겁니다.”


“음.”


동료와 대화를 나누니 불안이 조금 가라앉았다.


태현은 물건을 정리하며 3년 전 간도로 왔을 때 정한 목표에 대해 생각했다.


1950년에 일어날 6.25를 막는 것. 그전에 가능하다면 둘로 나뉘지 않은 하나의 나라를 만드는 것.


허튼 목표는 아니다. 역사와 달리 장제스가 대만으로 쫓겨가지 않고 중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런 점에서 1939년은 중화민국의 군대가 일본의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에 들어가는 중요한 해고, 태현은 장제스가 승리하도록 도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물론 731부대의 존재가 전쟁의 향방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 곳은 결국 생화학병기를 제대로 만들어내지도 못했으니까. 그저 사람을 계속 끌고와 고통을 준 곳에 불과하다. 몇 년이나, 그 정체를 꽁꽁 숨긴 채로.


그래도 태현은 관동군에서 가장 경계가 삼엄한 그 곳에 치명타를 줄 방안이 있었고, 그걸 실행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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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중국의 지배자 24.08.17 239 6 11쪽
6 충칭으로 24.08.17 251 8 10쪽
5 동지들 24.08.16 276 6 13쪽
4 최고의 무기 24.08.16 314 5 10쪽
3 하얼빈 공작 24.08.15 333 5 12쪽
» 별개의 목표 24.08.15 428 13 11쪽
1 간도의 게릴라 +2 24.08.15 575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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