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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무한의 물자로 대한독립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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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멧돼지
그림/삽화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15 17:16
최근연재일 :
2024.09.19 07:2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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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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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5,916

작성
24.08.1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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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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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하얼빈 공작

DUMMY

“햐아! 아, 여기가 하얼빈 역이구만. 어때 대장, 대장도 역에 온 건 처음이잖아. 안 설레? 젠장, 일본 놈들이 너무 많아서 짜증은 나지만, 저기 어디일 것 아냐. 안중근 선생의 총이 불을 뿜고! 이토 히로부미가 여자~! 하면서 죽었다는 그 곳!”


“목소리 점점 커진다 너.”


“뭐 바깥에 들리겠어?”


태현은 이송헌과 같이 독일제 차에 앉아 역을 보고 있었다. 차 안에 있으면 태현의 부쩍 큰 키도 눈에 띄지 않고 무엇보다 값나가는 차에 있으면 누군가가 조선인처럼 생겼다며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이 없다.


이송헌은 들뜬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역의 승강장을 보려고 애를 썼다.


“그래서 대장, 여기서 누굴 쏠 거야? 형님이 쏴 준대? 그러면 제 2차 하얼빈 역 의거인가?”


“그렇진 않고, 일단 그 731부대부터 살펴볼 거야.”


“설마 거기서 누굴 쏠 건 아니지?”


“상황에 따라서는.”


“잠깐만, 대장.”


이송헌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는 잘 흥분하고 말이 많지만 당연히 작전에 대해서는 민감했다.


“지금까지 털어온 공장들하고 다르잖아. 군부대고, 근처에 항공대가 있다고. 전투기가 우릴 갈아버릴 걸.”


“그래서 다 충칭으로 보내고 우리만 왔지.”


“죽으려고 오는 거였으면 미리 좀 말해주던가.”


“그건 아냐, 그 부대의 보안에 틈을 만드려고.”


“듣기로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나던데 어떻게? 설명해 봐.”


“쉬운 것 하나와 어려운 것 하나. 쉬운 건 내부인원을 포섭하는 거. 양심에 괴로운 사람을 찾을 수도 있고 평소 하던 것처럼 뇌물이 잘 통하는 사람을 찾을 수도 있고.”


“쉽다니, 그 부대에서는 찾을 자신이 좀 없는데. 망원경으로 보다가도 총 맞게 생겼다고. 그리고 다 정신나간 놈들만 있을 거 아냐.”


“그래도 그게 두 번째보다는 쉬워서. 두 번째 방법은, 소문을 퍼트려 관동군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거기서 산 사람으로 실험을 한다는 소문을? 나도 그 생각은 했지만, 여기 사람들이 아무리 수근거려도 군대는 꼼짝도 안 하지 않을까.”


“그래서 말인데 그걸, 일본군끼리 궁금하게 하면 어떨까 해.”


“어?”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저 안에서 뭔가를 금으로 바꾸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하면.”


“에이, 그건 심했다. 교육받은 일본인이면 연금술이 가짜라는 것 정도는 안다고.”


“그런데 소문과 같이 금을 조금 뿌리면. 우리 금은 있으니까.”


당연히 금은 태현이 능력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송헌은 태현의 능력은 모르지만 태현이 어디선가 금을 잘 집어온다는 건 오랜 시간 봐 왔기에 그 말을 받아들였다.


“뿌리는 건 어렵지 않지··· 그리고, 다음은?”


“일본군 장교들이라면 그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있지 못할 거거든. 꽁꽁 숨긴 곳에서 금이 새어나온다?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지.”


“흐-음.”


“그렇게 관심이 집중되면 위에서는 저 부대를 옮기거나, 최소한 필요없어진 자료를 처분하거나 할 가능성이 있잖아?”


“그때 매수해둔 사람으로 뭔가를 빼돌린다?”


“목표는 그래.”


“그럼 상당히 고위직을 매수하자는 말인데? 그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아까 말한 것처럼 제정신인 놈이 있을 지도 의문이고.”


“그게 말야, 꼭 고위직이 아니어도 돼.”


“어떻게 하려고?”


“카메라를 구해서 쥐어줄 거야.”


“그 큰 걸? 들여보내는 건 어떻게 되겠지만 갖고 나오는··· 아, 아.”


“응. 우리는 필름만 받으면 돼. 카메라가 필요한 건 아니니까.”


이송헌이 한숨을 쉬며 눈을 찌푸렸다.


“끔찍한 것들이 찍혀나오겠군···”


“우리 임시정부를 통해 미국에 주고는 싶지만, 장제스를 통해 전달하는 게 효과적일 것 같긴 하고.”


“총통이 좋아하긴 하겠다. 근데 그러면, 대장. 거꾸로 됐네? 처음부터 여기 와야 할 사람은 나잖아? 형님이 아니라.”


“여길 빨리 벗어날 때 셋보다는 둘이 나아서. 소문 퍼트리는 거랑 사람 찾는 건 임시정부의 도움을 받으려 했고.”


“형님이 왜 필요해?”


“도망치는 차에서 총 잘 쏠 사람이 형님 뿐이라.”


“잠깐만. 뭐?”


“네가 말한 대로, 여기는 군 시설이 드글드글하니까. 일이 잘못되면 도시 봉쇄 후 수색을 할 거라 생각했지.”


“대장 가끔 내가 궁금한 게 있는데, 죽고 싶어서 이 일 하는 건 아니지?”


“지금까지 죽은 적 없잖아. 그 걱정은 하지 말라고.”


“에휴, 내가 대장 옆에 있다가 벼락 맞아 죽지. 자 그러며는··· 대장의 계획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나부터 볼까.”


“우리가 움직이기보다···”


“알아, 알아. 내가 먼저 임시정부 동지들 잘 찾아서 접촉할 테니 대장은 형님하고 잘 숨어있어.”


태현은 차를 몰아 역에서 벗어났다.


이 시기 자동차는 드물고 하얼빈은 군사접경지인 만큼 검문도 있었지만 지폐와 같이 건네지는 신분증을 의심하는 경찰은 없었다. 그렇게 둘은 일본에 협조하는 중국인 회사의 간부인 양 하얼빈을 잠시 돌아다닌 후 은신처로 향했다.


은신처 안에는 신윤기가 있었고, 태현은 주방에 식재료를 펼치고 밥을 하기 시작했다. 이송헌은 그사이 옷을 갈아입고 화장으로 다른 얼굴처럼 보이게 바꾼 후 바깥으로 향했다.


“내일 아침까지 올 테니 주무시고 계셔들.”


“밥 안 먹고 가게? 밀정 조심하고.”


“으하하하! 좀 만났으면 좋겠는데. 목 안쪽에 총알을 박아주게.”


그렇게 식사는 태현과 심윤기 두 명만 하게 되었다. 심윤기는 상을 펴고 태현이 만든 음식을 덜어 접시에 옮겼다.


“드실만 하시고요?”


“음.”


“다행이네요.”


아지트 바깥에서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고, 심윤기는 손을 뻗어 총을 쥐고 문을 겨누었다. 태현도 권총을 꺼내어 쥔 후 다른 권총도 바닥에 내려놓고 문을 바라보았다.


발소리는 금방 지나갔고, 둘은 자연스럽게 총을 내려놓고 식사를 계속했다.


“새삼스럽긴 한데요, 형님.”


“음?”


“그때 참 정확히 맞추셨죠. 여기서.”


심윤기는 피식 웃었다. 한밤중이었고 이시이 시로는 하얼빈 시내에서 술에 취한 채였다. 총탄은 정확히 그의 머리를 관통했고 태현과 심윤기는 하수도에 이틀 동안 몸을 숨겨야했다.


심윤기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태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마, 밥 먹는데 그 이야기 해야하나.”


“하하. 그냥 그때 생각이 나서요.”


“음.”


다시 발소리가 들렸다. 둘은 또 총을 집어들었고, 그 소리가 지나가자 다시 수저를 들었다.


“오늘은 하수도에서 잘까요?”


“으음.”


“관두겠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수저가 그릇에 부딪치는 소리만 울렸다.







태현과 심윤기 둘은 잠들어있다 눈을 떴다. 또 발소리가 들렸지만 이번에는 익숙한 걸음걸이였다.


이송헌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은신처로 들어왔고, 약간의 술 냄새와 씁쓸한 얼굴로 안 좋은 소식부터 알렸다.


“우릴 찾고 있다네요? 저는 따로 숨을 테니 다른 데로 가시죠.”


“음.”


심윤기에 이어 태현이 대답한다.


“3에 12로 가 있을게. 차는 다른 데 대 놓고.”


“좋아좋아. 그리고 대장, 이거 알아둬. 한 명 포섭할 수 있을 것 같아.”


“벌써?”


“오늘 나하고 의형제도 맺었다니까?”


“왜 이렇게 빨라. 그놈 밀정 아냐···?”


“밀정이면 정보 캐고 쏴버리면 그만. 어쨌든 당장 쓸모가 있겠어.”


“좋아. 그리고, 임시정부 사람들은?”


“있는 곳은 알았는데 내가 지금 가진 못하겠고. 그 사람들 난 모르지만 대장은 알잖아? 도시 중심부에서 서쪽, 섬 아래 강변에 77-2-19.”


“77-2-19. 외웠어.”


“나는 그럼 마저 내 형제하고 술 먹으러.”


“혹시 모르니까, 이거.”


“오, 금. 이렇게 많이? 잘 쓸게.”


이송헌은 금을 들고 나갔고, 태현은 심윤기를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려가시죠, 형님. 두번째니까 좀 낫지 않을까요?”


“음···!”


심윤기는 눈을 감고 고개를 푹 숙였다.









태현과 심윤기는 하수도에서 밤이 되길 기다리다 조심스레 임시정부의 아지트를 향해 움직였다.


태현은 일본군이 도시에 숨어든 적군을 잡으면 전역이라는 파격적인 제도를 시행했다면, 군인들이 하수도도 이잡듯이 뒤졌을거란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고, 태현이 혼자 웃자 심윤기가 괜히 불편한 듯 소리를 냈다.


“음···!”


“네, 형님. 조금만 더 가시면 됩니다.”


하수도의 구조는 이시이 시로를 저격할 때 머리에 집어넣었기에 헤매지 않을 수 있었다.


마침 하수도의 출구 중 한 곳이 임시정부의 아지트에서 그리 멀지 않았고, 태현과 윤기가 나타나자 아지트의 문이 열렸다.


태현이 들어서자 안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태현을 와락 끌어안았다. 태현은 21세기 사람답게 일단 몸을 씻고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만 뒤로 미루기로 했다.


“반갑소, 동지. 임태현 동지. 나는 김진오라고 하오.”


“나는 서태길, 여기는 조문한 동지요.”


“적진 한가운데서 암약하시는 동지들을 뵙습니다. 저는 임태현, 여기 이 분은··· 심윤기 사수입니다.”


“정말 키가 크시군요! 백범 선생과 비슷하실 것 같소. 자, 자. 무엇이 필요하시오?”


“예, 일단··· 형님? 네. 먼저 몸을 씻으시면 되겠습니다.”


“음··· 음.”


“목욕탕이 있으니 동지도 몸을 씻고 오시면 되겠소이다. 아니, 다같이 들어가시지요!”


“그럽시다!”


태현은 마음 속으로 그건 조금, 이라고 생각했지만 거절하기는 어려웠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나마 목욕탕은 방음이 되지 않는 장소란 이유로 조용히 몸만 씻고 나올 수 있었고, 다들 새 옷을 꺼내 입은 후 정보 교환에 들어갔다. 하얼빈에 숨은 독립군의 임무는 러시아의 동향 정보 수집이었고, 태현에게 필요한 정보도 일부 있었다.


“그렇다면 임태현 동지는 5월에 할힌골의 전투를 직접 보았단 말이군요?”


태현은 눈으로 본 적이 있는 것만 만들어낼 수 있었고, 소련군과 일본군 두 진영의 장비가 부딪치는 걸 볼 기회는 놓칠 수 없었다.


“맞습니다. 먼 곳에 숨어 보기만 했지만요.”


“어떻소? 우리가 파악하기로 소련은 일본을 공격할 충분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오만.”


태현이 눈으로 보고 온 전투는 소련군의 우세기는 했으나 압도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소련군의 위력은 곧 벌어질 2차 전투에서 드러난다.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양 군이 한번 더 충돌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전투 이후 양쪽의 움직임을 보는 편이 나을 겁니다.”


“역시 그렇군요.”


“어떻소? 동지. 소련이 만주국으로 진군해 올 가능성이 있겠소?”


지금 많은 한국인과 중국인이 바라는 일이지만, 그 일은 1945년까지는 일어나지 않는다.


“소련의 내부 정세는 알 수 없지만, 군사 작전에 소극적으로 보이기는 합니다.”


태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다같이 한숨을 쉬었다. 태현은 그들의 간절함이 안쓰럽다고 생각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서방 세계가 장제스 총통을 지지하고 지원하고 있으니 기대해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총통의 능력이야 전혀 의심할 부분이 없지만, 그와 함께하는 이들이 걱정이니 말이오.”


이 시기 장제스는 임시정부의 최대 후원자이다. 하지만 북쪽에는 중국의 패권을 노리는 공산당의 군대가 있고 장제스와 협력하는 군벌 중 다수는 일본과의 전투에 적극적이지 않다. 그 외에도 국민당군이 일본군에 밀리는 조건은 너무도,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그것이 태현이 해결하려는 부분들이다. 수많은 악조건에도 장제스가 승리하도록 하는 것. 731부대의 존재를 폭로하는 것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태현은 확신을 담아, 혹은 그들과 같은 간절함을 담아 이야기했다.


“여러 계획이 있습니다. 우선은 여기서부터요. 일본을 조금씩 궁지에 밀어넣어 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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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충칭으로 24.08.17 252 8 10쪽
5 동지들 24.08.16 276 6 13쪽
4 최고의 무기 24.08.16 314 5 10쪽
» 하얼빈 공작 24.08.15 334 5 12쪽
2 별개의 목표 24.08.15 428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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