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망상서생 님의 서재입니다.

취준생인데 초능력 얻고 배틀합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클레어킨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3
최근연재일 :
2024.06.26 00:05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10,301
추천수 :
296
글자수 :
265,668

작성
24.06.05 22:30
조회
203
추천
6
글자
13쪽

그때 얘기해요

DUMMY

이브라힘을 필두로 한 트레이너들은 한 마디로 웃는 악마들이었다.


“미스터 신! 당신은 지치지 않았습니다.”

“아니에요···. 저 지쳤어요···.”

“노우! 섣불리 한계를 정하지 마세요. 한 개만! 한 개만 더!”

“으아아아악!”


세계적인 트레이너들이라더니 정말 사람 쥐어짜는 솜씨가 대단했다. 그들은 각종 측정 장비를 통해 내 신체 능력의 한계를 나보다 더 정확하게 파악했고, 그 한계까지 나를 몰아붙였다.


거기다 헤드 코치인 이브라힘은 눈뜰 때부터 눈 감을 때까지 내 생활의 모든 것을 전부 통제했다.


먹는 것, 운동 시간, 휴식, 거기다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까지. 모든 것이 그의 계획에 다 들어가 있었다. 나는 로봇처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이브라힘이 정해준 대로 움직였다.


처음 며칠은 그런 생활이 너무 싫었다. 나는 원래 누군가에 의해 통제받는 것을 싫어한다. 뭐든 내가 정한 대로 해야 마음이 편한 성격이다.


하지만 이브라힘과의 트레이닝에선 아무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심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 주가 지나고, 또 한 주가 지나자 그런 생활에도 점점 적응하기 시작했다. 경기주기는 여전히 3일이지만 이제는 전처럼 피곤하지 않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자, 나는 어느덧 D1 랭크가 되어 있었다.




“오늘 트레이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집에 가면 따뜻한 물로 씻고 제시간에 주무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트레이너들은 내 신체 능력이 좋아지면 좋아지는 만큼 운동을 늘린다. 그래서 매번 처음처럼 힘들지만, 그만큼 내 몸이 좋아지는 게 눈에 보여서 성취감은 대단히 크다.


오늘도 힘들지만 보람찬 트레이닝을 마치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브라힘이 만든 오묘한 맛의 특제 주스를 마시며 욕조에 물을 받고 있는데 또다시 침입자를 알리는 경보가 울렸다.


“어째 목욕만 하려고 하면 침입자가 오는 것 같지?”


처음 현실에서 습격받았을 땐 너무 긴장해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몇 번이나 이런 식의 습격을 겪은 탓에 지금은 그냥 무덤덤하다.


나는 주섬주섬 벗었던 옷을 챙겨입고 삼단봉만 손에 든 채 마당으로 나갔다. 강철화를 얻은 후에는 방어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


물론 사고 가속 유도 장치도 잊지 않고 착용했다.


마당에는 화려한 금발을 뒤로 묶은 서양인이 서 있었다.


“네가 신우현인가?”


전문 트레이너들과 훈련하며 몸만 좋아진 것은 아니다. 매일 보고 듣는 게 있어서 그런지 나도 덩달아 다른 사람의 몸을 보는 눈이 생겼다.


금발의 서양인은 전체적으로 호리호리한 체형이었다. 하지만 어깨의 넓이와 서 있는 자세로 보아 상당히 오래 운동한 사람이다. 파워에 집중해서 근육을 키운 타입이 아니라 속도와 운동 수행 능력에 집중한 타입이다.


그가 리요른 전사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벌써 두 번이나 실패하지 않았나? 언제까지 이럴 셈이지?”


내 물음에 금발 남자가 피식 웃었다.


“그깟 잔챙이 두 명 이겨놓고 허세라도 부릴 셈인가?”

“너는 다르다 이건가?”


리요른 전사는 대답 대신 허리춤에서 두 개의 단검을 꺼내 양손에 들었다.


“해보면 알겠지. 알자마자 죽겠지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놈이 엄청난 속도로 내게 달려왔다. 이건 인간이 낼 수 있는 속도가 아니다. 나는 곧바로 장치를 작동시켜 사고 가속에 들어갔다.


‘엄청난 속도다. 이건 인간의 능력이 아니야.’

‘반지? 리요른 전사 중에도 반지를 가진 놈이 있다고 했지. 그럼 100번 대 안쪽이라는 뜻인가?’

‘저 속도로 방향 전환도 할 수 있나? 몸이 버틸 수 있나?’

‘아냐. 플레이어와 달리 리요른 전사는 신체 능력을 중시한다. 능력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거야.’

‘속도 싸움이라면 순간이동을 가진 내가 유리하다.’

‘능력이 하나뿐인가? 더 있을지도 몰라. 방심하면 안 된다.’


머릿속으로 격투 플랜을 세우는 동안에도 놈은 빠르게 내게 다가왔다. 사고 가속 상태에서도 빠르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예전의 내가 아니다. 나는 놈의 속도에 맞춰 삼단봉을 휘두르며 동시에 cm 단위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파캉.


강력한 일격이 실린 삼단봉이 단검을 터트리자, 놈이 급하게 옆으로 몸을 틀며 거리를 벌렸다.


“가속 능력은 없었던 걸로 아는데? 포르타에서 얻었나?”


초능력 배틀에선 상대에게 내 능력을 숨기는 것이 첫 번째다. 나는 놈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봐.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나에게 집착하는 거야? 내가 가진 능력이 그렇게 탐이 나나?”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내가 가진 능력 중에서 다른 사람이 탐낼만한 능력은 많지 않다.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능력이라고 해봐야 최근에 길로틴에게서 얻은 손날 검기와 강철화인데, 리요른은 이미 그 전부터 나를 습격했다.


“네가 가진 능력 따윈 관심 없다. 내 임무는 대전에 나설 자격이 없는 자에게서 반지를 빼앗는 것이다.”

“대전?”


뜬금없는 말에 의미를 물었지만 놈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단검을 들이밀며 공격할 뿐이었다. 나는 이번에도 사고 가속으로 놈의 동작을 피한 뒤 역공했다.


그러나 이번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전보다 경계심을 높인 녀석이 내 공격을 피해 뒤로 물러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 놈의 허점을 발견했다.


‘반응속도가 몸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한다. 아무리 단련해도 뇌까지 단련하지는 못 한 거야.’


놈의 속도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했지만, 무협지에 나오는 것처럼 엄청난 속도의 공방을 펼치려면 빠른 움직임과 함께 생각의 속도도 빨라져야 한다. 하지만 놈은 그 정도 경지에 오르지는 못했다.


그걸 깨닫는 순간, 나는 놈을 향해 쇠구슬을 튕기며 사고 가속을 발동했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쇠구슬을 단검으로 쳐내는 것은 대단한 기술이었지만 거기에 집중하느라 순간이동하는 나를 보지 못한 것은 패착이었다.


퍽.


“커억!”


놈의 옆구리에 적당히 힘을 조절해 주먹으로 강력한 일격을 먹였다. 적을 죽이지 않고 무력화하기 위해 이브라힘에게 배운 리버샷(River shot/간장 치기)이다.


간에 강력한 충격이 가해지면 순간적으로 혈액 공급이 중단되며 의지와 상관없이 쓰러진다.


리버샷을 제대로 맞은 리요른 전사가 비틀댔다. 버티려고 악을 쓰는 모습이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럼 한 대 더.”


나는 같은 자리에 또다시 강력한 일격을 실은 주먹을 꽂아 넣었다. 그러자 놈의 몸이 끈 떨어진 연처럼 힘없이 고꾸라졌다.


“후···.”


확실히 훈련의 성과가 있다. 신체 능력이 향상되자 전투력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 몸을 움직이는 데 부담이 없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기술을 쓸 수 있게 되면서 적을 제압하기가 쉬워졌다.


나는 멍하니 눈을 뜬 채 바닥에서 바르작거리는 놈을 보았다.


“가속 능력은 별로 필요가 없는데.”


능력 개수에 제한이 없다면 당연히 빼앗았겠지만, 12개까지만 가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후에는 상대의 능력을 빼앗는 게 좀 더 조심스러워졌다.


가속도 나쁜 능력은 아니지만 순간이동과 비교하면 명백한 하위 호환이다. 이런 능력을 얻을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리요른 전사를 이대로 돌려보낼 수는 없다. 나는 집안에서 전기충격기와 수갑을 갖고 나왔다. 놈은 아직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너한테는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


처음 리요른 전사에게 습격받았을 때는 살아남기 급급해 다른 걸 알아볼 겨를이 없었다.


두 번째로 습격당했을 때는 상황이 좀 나았지만, 놈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100번 대 전사라면 뭔가 아는 게 있을 것이다.


“얌전히 있어라. 다치기 싫으면.”


나는 놈의 목덜미에 전기충격을 먹인 후, 버둥거리는 놈의 손을 붙잡아 수갑을 채우려고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난데없이 사고 가속이 발동했다.


‘100번 대 전사다. 왜 이렇게 쉬운 거지?’

‘능력이 정말 하나뿐이라면 왜 이런 놈을 내게 보낸 거지?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을 텐데?’

‘잠깐. 아까 놈이 뭐라고 했지? ‘자격이 없는 자에게서 반지를 빼앗는 것’이 임무라고 했던가?’

‘이게 다인가? 정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갑자기 머리가 급격하게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몸이 왜 이러지.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 갑자기 왜···?’


놈의 눈빛이 시야에 들어왔다. 패배가 확실한데도 놈의 눈빛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뭔가 더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놈이 내 팔을 붙잡더니 자기 몸에 밀착시켰다.


그 순간 사고 가속이 끝나고 감당할 수 없는 피로가 몰려들었다. 순간이동을 쓸 겨를도 없었다.


“끝이다.”


놈이 뭔가를 씹는 듯 입을 앙다물었다. 나는 놈의 입에서 불꽃이 튀어나오는 것을 보며 정신을 잃었다.




여기는 어디지? 난 죽은 건가?


아. 우리 할머니. 할머니는 누가 돌보지? 많이 슬퍼하실 텐데.


허탈함이 밀려온다.


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제 입으로 내 능력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을 때 눈치챘어야 했다.


리요른은 내 능력을 빼앗으려고 한 게 아니었다. 날 없애려고 한 것이었다.


그토록 조심하고 또 조심했는데도 그 정도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너무 한심하다.


그런데 마지막엔 왜 갑자기 머리가 무거워진 거지?


...


“우현 씨! 정신이 들어요? 눈 좀 떠봐요! 우현 씨!”


어디선가 유미영의 목소리가 들린다.


“야! 신우현! 너 깬 거 다 알아! 눈 좀 떠봐!”


이건 마스터 퍼핏이다.


“아이구. 내 새끼. 워쩌다 일케 된 겨! 아야. 눈 좀 떠봐.”


이건 할머니. 응? 왜 다들 여기 모인 거야? 난 죽은 게 아니었나?


죽지 않았다고 생각하자마자 온몸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아프지만 살아있다는 증거다.


나는 영영 뜰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눈을 힘겹게 떴다. 그러자 뿌연 천장과 함께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다.


“어떻게···. 된 겁니까?”


내 물음에 말 많은 마스터 퍼핏이 대답했다.


“장난 아니었어! 그 자식이 거기서 자폭하는 바람에···. 진짜 강철화 아니었으면 백번도 더 죽···. 아니. 큰일 났을 거야.”


아. 그 와중에 내가 강철화를 썼구나.


“미리 얘기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검사 결과에 확신이 없었어요. 미안해요. 우현 씨.”


유미영은 내 손을 잡은 채 눈물을 뚝뚝 흘리며 사과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내가 물었지만 유미영은 눈물만 흘릴 뿐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마스터 퍼핏이 대신 대답했다.


“너 그거. 사고 가속 말야. 연구소에서 아직 결론을 내린 건 아닌데 뇌에 주는 부담이 장난이 아닌 모양이더라.”


아. 어쩐지. 그래서 마지막에 갑자기 머리가 무거워졌구나.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는 사고 가속을 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없었다. 당연히 계속 사용할 수도 없었고.


하지만 사고 가속 유도 장치를 얻었고, 처음으로 짧은 시간 동안 연속해서 사고 가속을 사용했다.


네 번쯤 썼던가?


“그놈은···? 리요른 전사는 어떻게 됐어?”

“위원회에서 잘 처리했어. 이 미친놈들. 그놈들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난리지? 100번 대 전사가 자살폭탄테러라니. 이게 말이 돼?”


그건 나도 의외였다. 놈들의 목적은 내가 가진 능력이 아니라 나 자체였다.


“시방 이게 다 무슨 소리여? 퍼핏아! 뭘 알아듣게 말을 좀 혀봐!”


듣고 있던 할머니가 역정을 내셨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 모든 걸 다 아는 사람이 없다. 유미영 교수는 사고 가속에 관해서는 알아도 포르타는 모른다.


반대로 마스터 퍼핏은 포르타는 알지만 사고 가속은 모른다.


그리고 할머니는···. 아무것도 모른다.


“할머니. 제가 다 말씀드릴게요.”


어떻게든 숨기려고 했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더는 숨길 수 없다. 진실을 말해야 한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하지만 유미영이 말렸다.


“우현 씨.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에요. 일시적이었지만 우현 씨 뇌파 상태가 엉망진창이었다고요. 일단은 좀 쉬어요. 몸 회복되면 그때 얘기해요.”

“하지만···.”


그러자 할머니도 나를 말렸다.


“아서라. 뭔 말을 할랑가는 몰라도 지금 들으믄 내 맘이 편컸냐? 교수님 말처럼 나중에 들어도 뒤야. 일단은 좀 쉬어라.”


그래. 어차피 알려진 거 좀 늦는 건 상관없겠지.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또다시 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취준생인데 초능력 얻고 배틀합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업로드 시간을 조금 바꾸려고 합니다. 24.06.19 79 0 -
45 예상 못 했나 보군 NEW 19시간 전 60 5 13쪽
44 제가 맡겠습니다 NEW 23시간 전 70 5 13쪽
43 누구도 살아 나갈 수 없다 24.06.24 87 6 13쪽
42 믿고 던지세요 24.06.23 102 6 12쪽
41 잘 살기를 바랐는데 24.06.22 116 6 13쪽
40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 +1 24.06.22 120 5 13쪽
39 구조 요청을 보냈네 24.06.21 128 7 12쪽
38 머리가 맑아졌어요 24.06.20 145 7 13쪽
37 이건 말도 안 돼 24.06.19 158 8 13쪽
36 그 사람한테 물어봐야겠네 24.06.18 162 7 13쪽
35 아픈 사람이었구나 24.06.17 161 5 13쪽
34 만날 수 있습니까? 24.06.14 156 6 13쪽
33 어떻게 알았어요? 24.06.13 161 5 13쪽
32 힘 빼지 말자 24.06.12 161 4 13쪽
31 합리적 의심이다 24.06.12 176 6 13쪽
30 시작했다 24.06.10 172 7 13쪽
29 눈빛이 달라졌어 24.06.09 175 6 13쪽
28 그대로 돌려주지 24.06.08 185 6 13쪽
27 피곤한 사람이다 24.06.07 185 5 13쪽
26 알아서 할게 24.06.06 197 5 14쪽
» 그때 얘기해요 24.06.05 204 6 13쪽
24 좀 무섭다 24.06.05 207 5 13쪽
23 해보겠습니다 24.06.04 210 5 13쪽
22 더 약해서 인 것 아닙니까? +1 24.06.04 209 5 13쪽
21 후회하게 될 거다 24.06.03 213 5 13쪽
20 아직은 때가 아니야 24.05.31 216 4 14쪽
19 알 수가 없다 24.05.30 221 6 13쪽
18 사람 잘못 건드렸다 24.05.29 228 5 13쪽
17 그 너튜브 스타? +3 24.05.28 242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