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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알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하니 천재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외로운해
작품등록일 :
2021.07.01 21:37
최근연재일 :
2021.07.14 21:56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1,487
추천수 :
42
글자수 :
83,336

작성
21.07.01 21:38
조회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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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7쪽

001. 회귀라는 것

DUMMY

전쟁이 시작된 이래 그 광경을 눈으로 본 적이 있는가?


적, 아군 구분 없이 쌓인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계곡물처럼 흘러내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이 전쟁에서 죽은 자들은 역사서 한쪽, 한 구절에도 이름 올리지 못할 무명전사들이었다.


세상은 환란을 맞이한지 오래.


지속되는 싸움으로 죽어 나가는 것은 권력자의 아래 것들이며, 가장 앞장서서 죽음을 맞는 것은 권력자이지도, 힘없는 평민이지도 않은 전사였다.


* * *


희끄무레한 재가 휘날리는 전장.


까악― 까악―


잿빛의 하늘 아래.

땅에는 치우지 못한 시신들이 즐비했고.

이를 탐스럽게 바라보는 까마귀 떼도 하늘을 가득 메울 만큼 많았다.


누군가에겐 절망스럽기 그지없던 날이, 누군가에겐 그저 포식하는 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까마귀들이 싸늘한 주검 위에 내려앉았다.

녀석들은 곧 날카로운 부리로 게걸스레 살을 탐한다.


먹이를 두고 경쟁할 필요는 없었다.

지천에 널린 것이 먹이였으니까.


한 까마귀가 목표를 탐색했다.

총총 걸어 다니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린다.

이윽고 목표로 정한 시체에 부리를 갖다 댔다.


하지만 그것은 시체가 아니었다.


까악―!


놀란 까마귀가 외마디 비명을 터뜨리며 날아오르니,

다른 곳에서 고기를 뜯던 까마귀들까지 덩달아 날아올랐다.


이미 땅을 떠난 까마귀 무리는 다른 곳을 찾기로 했다.

아까도 그랬다시피 어디를 가든 시체는 즐비해 있을 테니까.

굳이 위험을 찾아 저 밑에 깔린 것들과 같은 꼴을 맞이할 필요는 없으리라.


그렇게 한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


적막이 가득할 시체 산 한편에서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아까 까마귀를 놀라게 한 그것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것은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쿨럭······."


기침 한 번에 몸이 들썩였다.

전부 죽었을 거로 생각했던 이곳에 그는 유일한 생존자였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지 않아 의미를 잃고 말 터였다.


청년의 허름한 가죽 갑옷에 구멍이 공허이 뚫려 있었으니···.

심장이 있는 부분이었다.


"쿨럭···."


이제는 기침하는 것도 힘에 겨워 시름시름 앓는다.

심장을 잃었으니 어찌 보면 살아있는 것도 대단할 지경인가.


'나는··· 이렇게 죽는 건가.'


그가 이리 보잘것없이 널브러져 있는 이유는 전쟁 때문이었다.


나라의 정세가 혼란스러워지고 단일 국가이면서도 여러 권력자가 난립해 연합국 같던 제국이었다.

그러니 한번 휘청하자 내전이 벌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청년은 암울한 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어차피 이럴 운명이었어.'


어릴 적, 청년은 곰팡이 핀 내가 진동을 하던 지하 감옥에서 '미르바'라는 이름을 받았다.


부모가 누군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의 기억 속에서도 그는 늘 지하에서 시간마다 주는 밥을 받아먹고 자랐다.


어느덧, 소년이 된 미르바는 검투사로서 싸우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얼마 안 가 첫 경기에서 죽을 고비에 직면했었다.


'그때 죽었으면··· 지금까지의 고통도 느낄 필요도 없었을까.'


처음이었던 탓인지, 그 경기는 단지 정해진 시간 동안 살아남으면 자신이 이기는 방식이었다.


결과적으로 심한 부상을 입었지만 살아남았고.

몇 달 후, 다른 검투사들이 일으킨 반란으로 투기장을 탈출했다.


그날··· 생애 처음 티 없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운이 좋았었지.'


물론, 탈출이 끝은 아니었다.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지긋지긋하게도 달라붙는 추격자들을 따돌리느라 고생이었다.


그 과정에서 끝끝내 살아남은 그는 청년이 되어 있었다.

용병이라는 나름의 직업도 구한 채로.


세상을 홀로 살아가자니 돈이 필요했다.


돈을 벌려면 임무를 맡아야 한다.

그러나 돈 되는 임무는 뛰어난 전투 능력을 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재능이 없었어.'


어릴 때부터 싸움을 배워 봤지만 지독한 몸치여서 힘들었다.

사실 첫 경기 때는 미르바도 자신이 어떻게 살아남은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용병 질도 재능 없는 나는 적성에 맞지 않은 일이었지.'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배운 것이라고는 서툴게나마 검을 휘두르고 몸을 쓰는 게 전부.

셈을 할 줄도, 그렇다고 기술이 있지도 않았다.


남들이 청년이라 부르는 늦은 나이에 무언가를 배울 만큼 세상은 녹록지 않았다.


'언제 한번은 창관에서 일해 보라고 제안도 받았었지만···.'


창관도 하는 일이 다르다뿐이지 미르바에게는 그런 곳은 투기장이나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래서 거절했다.


'반반하다는 외모로 할 수 있는 일도 고작 남창이 전부였던 거지······.'


용병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분수에 넘치는 큼지막한 일만 골라 했다.


치기였을까?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른다.


아주 사소한 임무도 있긴 했지만 그것들은 대게 돈이 되지 않는 것들이었으니까.


무엇보다 당장 하루 먹고 살기도 바쁜 그에게 작은 것부터 천천히 시작하는 것은 사치였다.


지금 생각해도 미친 짓이었다.


덕분에 임무는 늘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죽음의 위기가 늘 곁을 따러 다녔으며.

같이 임무를 하던 용병들과 불화도 잦았다.


모두 자신이 부족한 탓이었다.


'그때 죽지 않았던 것이 신기한 거지···.'


용병계에 소문이 퍼졌다.

제 주제 파악도 못 하는 아둔한 놈이 있다고.


그렇게 미르바는 조금씩 용병계에서 고립되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전쟁이 발발하고.


위에서 손을 쓴 것인지,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임무라고는 전쟁에 참여하는 일밖에 없었다.


미르바는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심정으로 임무를 골랐고.

그 결과 보기 좋게 실패했다.


처음에는 그냥저냥 싸울 만 했다.

하지만 피 튀기는 수라장 속.

느닷없이 출현한 마물이 문제였다.


마물은 자신같은 범인은 상대조차 할 수 없는 존재였다.


당연한 수순처럼 난입한 마물은 모든 병사와 용병을 죽였다.


이지가 없는 마물에게 적, 아군 같은 이원론적 구분은 의미가 없었고.

그 과정에서 자신도 당해 이 모양 이 꼴이었다.


참고로 그 마물은 뒤늦게 온 지원군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살려달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군이 왔을 당시에는 정신이 너무 흐릿했던지라 그런 말 할 틈이 없었다.


기회를 놓쳐버린 패잔병은 그렇게 죽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쿨럭······."


다시금 나온 기침. 그러나 이번 것은 결이 달랐다.

목에서 울컥하고 나온 무언가.

새빨간 피였다.


'드디어 끝나는구나···.'


생명의 불씨가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는 지금. 언뜻 편안함까지 느껴졌다.


'재능이 없어서 너무 힘들었어.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면··· 부디 재능 있는 놈이길······.'


정신이 아득해진다.

지나온 그의 삶처럼 부질없는 죽음이었다.


* * *


각박한 현실에 잊고 살았던 함성이 울려 퍼진다.

감각이 마비되었다 돌아오는 것처럼 오감이 열리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감겼던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눈부신 조명에 소년의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오늘의 경기는 상당히 흥미로운데요. 아, 보니까 오늘 처음 참가하는 선수였군요! 소개합니다. 미르바!"

"아하하하!! 저 꼬맹이는 뭐야?"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우우!! 제대로 된 경기를 보여 달라고!"


열띤 아우성.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소리였다.


'아.'


미르바는 기억났다는 듯이 입을 벌렸다.


"상대는 우리 투기장 부동의 일인자. 막―스!"

"와아아아아!!!"


아우성이 환호성으로 바뀐다.

반대편 벽에 있던 철창이 위로 올라가고.

어둠 속에 있던 커다란 덩치가 조명 빛을 받으며 존재감을 뽐냈다.


"막스! 막스! 막스!"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는 소리에 그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간다.

누런 이를 자랑스레 드러냈다.


막스라 불린 거구의 몸은 온통 상처와 문신으로 가득했다.

움직일 때마다 꿈틀거리는 근육에 상처와 문신도 같이 꿈틀거린다.


'기억났어.'


모를 수가 없다. 모르는 게 이상했다.

왜냐하면 기억 속 이때는··· 그의 첫 경기였으니 말이다.


죽음의 고비를 직면했던 순간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미르바의 얼굴은 과거의 그때처럼 새파랗게 질렸다.


'뭐지? 나는 죽은 게 아니었나? 분명 죽었는데 왜 여기에···.'


쿵, 쿵, 쿵.


미르바에게 생각할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이.

막스는 일부러 발소리를 크게 내며 걸어왔다.


커다란 그림자가 소년의 몸을 덮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니 그때처럼 비열하게 웃음 짓는 얼굴이 보였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겨야 한다.'


믿기진 않지만 오감이 말한다.

이 모든 것은 현실이라고.

여기서 지면 끔찍한 일을 당할 것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이기지?'


나름 단련을 한 소년도 막스라는 거인을 앞에 두면 한없이 나약하게 비칠 따름이었다.

그건 진실이기도 했다.


"자, 지금부터 삼 초를 세겠습니다. 준비하시고···"


규칙을 얼추 설명한 진행자가 그리 말하며 초를 세기 시작했다.

그제야 정신을 바짝 차린 미르바는 자신이 살 방법을 떠올렸다.


'도망치기만 하면 된다.'


그와 막스의 손에는 검이 한 자루씩 들려 있었다.

이걸로 싸우라는 뜻이리라.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내가 상대해 봤자야.'


맞서 싸우는 것은 악수였다.

개죽음만 당할 뿐이었다.


'도망친다.'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가능과 불가능을 저울질하기에는 상대인 막스와 거리가 가까워도 너무 가까웠다.

이러니 도망은 사실상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아직도 기억나. 저 검이 내가 있던 자리를 가르는 모습이.'


그때처럼 피할 수 있을까?

당시에도 요행이었기에 장담할 수 없다.


"···자, 시작! 오 분이 넘기 전까지 저 소년이 살아 있다면 막스의 패배입니다!"

"우와아아아!! 막스! 막스! 막스!"

"꼬맹아! 힘내라고! 난 너한테 전부를 걸었다!"


우레와 같은 함성이 투기장의 열기를 더했다.

하지만 그와 대비되게 미르바의 표정은 파랗게 질렸다.


'놓쳤다.'


기억 속의 그는 이미 이 시점에서 몸을 굴러 저 멀리 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하는 사이 시작하고 만 탓에 시기를 놓친 것이다.


"뭐야? 실성한 것이냐? 흥, 재미없는 놈."


단두대의 칼날처럼 위에서 떨어지는 검과 그 아래, 아무것도 못 한 채 멍하니 있는 미르바.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넘어 뼈를 부수고 튀어 나갈 것처럼 요동친다.

진짜로 급박한 상황이 닥치니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귀에서 이명이 들리는 것 같은 착각마저 느끼던 그때.


미르바는 정확히 검을 응시하고 있었다.


쾅!


"······."


장내에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하아··· 하아···."


미르바는 거친 숨을 토해냈다.

족히 몇천 걸음을 뛴 것처럼 숨소리가 격했다.

떨리는 눈으로 바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가까스로 피한 막스의 대검이 땅에 검 끝을 맞대고 있었다.

만약 피하지 않았다면 반으로 갈려 죽었을 것이다.


'어떻게 피한 거지?'


살았다는 안도감보다 어떻게 피한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평생 몸치라는 평을 들어온 그였다.

그런데 방금 움직임은?


그 뿐만이 아니다.

어쩌면 착각일 지도 모르지만··· 검이 내려오던 모습을 아주 느린 속도로 보았다.


한평생 눈이 좋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기에 더욱 이상한 일이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아.'


과거에 용병 일을 하면서 숱하게 몸을 굴려본 그도 이토록 심장이 뛰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이토록 몸은 괴롭다고 아우성치는데 전혀 힘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설렜다.


'내가··· 이렇게 움직일 수 있다고···?'


한 번도 마물이든 사람이든, 상대하면서 이토록 숨이 벅차오른 적도 처음이었다.


모든 싸움이 언제나 버거웠다.

그에게 재능이 없었던 탓에.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걸 과연 재능이라 불러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몸을 마음대로 쓸 수 있고, 또 눈으로 상대의 공격을 농락하듯 피할 수 있다는 것은.

미르바에게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희열을 선사했다.


"···와아아아아!!! 미르바! 미르바! 미르바!"

"막스! 뭐 하는 거야!! 얼른 죽이라고!!!"


조금 전까지 막스의 승리를 외치던 목소리들이 그에게 야유를 쏟아냈다.

그 덕에 막스는 깊은 분노를 느꼈다.


"닥쳐! 닥치라고!!"


관중석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외친 그는 고개를 홱 돌렸다.

부릅뜬 눈으로 바라본 그곳에는 알 수 없는 표정을 한 소년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쥐새끼처럼 도망만치지 마라!"


불시에 돌진해 검을 휘두른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가만히 있던 미르바는 상대가 달려와도 여전했다. 아까처럼 검에 시선을 두었다.


막스는 충혈된 눈을 한 채, 속으로 외쳤다.


'방금은 우연이다. 분명 우연이라고!'


자신이 누군가. 투기장에 입성한지 고작 일주일도 안 돼서 최고가 된 막스다!

그런 자신이 저런 덜 익은 말라깽이를 이기지 못한다고?


'웃기는 소리!'


그건 한 명의 전사로서, 막스의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바람을 가르는, 다소 묵직한 소리와 함께 검이 아래에서 위로 솟구쳤다.


'그러면 그렇지!'


검이 곧 소년에게 닿는 순간이었다.

고작 생쥐만도 못한 목숨이지만 밟아 죽인다는 쾌감에 미리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후웅―!


바람이 일었다.

허공을 가르는 바람이.


관객석에서 헛숨을 삼키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막스의 눈빛이 세차게 흔들렸다.

올라갔던 입꼬리가 허망하게 떨어진다.


'아니, 아니야.'


이번에도 우연일 것이다.

그리 굳게 믿으며 애써 진실을 외면했다.


"크아―!"


괴음을 토해내며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뭐 이런 놈이···.'


고작 몸을 가볍게 비트는 것만으로 자신의 공격을 모두 피해냈다.

이쯤 되니 더는 우연일 수 없었다.


모두가 경악에 찬 와중에도 시간을 흘렀고.

예상치 못한 광경에 멍하니 있던 진행자는 모래시계를 보고 서둘러 외쳤다.


"시, 시간이 지났습니다. 미르바의 승리입니다!"


기적을 노리고 소년에게 돈을 건 자도, 미르바 본인도 몰랐으리라.

이토록 압도적으로 끝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승리였다.


* * *


"나는 믿고 있었다고!!"

"끄아아악!!! 막스! 내 돈 물어내 이 자식아!!!"

"방금 내가 뭘 본 거지?"


경기가 끝나자 관중석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무지막지한 돈을 따서 기뻐하는 사람들, 확신을 안고 모두 막스에게 걸었다가 피눈물 흘리는 사람들.

순수하게 조금 전 경기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까지.


"어? 아직 안 끝났나 본데?"

"뭐라고?!"


한 사내의 목소리에 경기장에서 눈을 떼고 있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정말이네?"

"뭐 하려는 거지? 경기는 이미 끝난 게 아닌가?"

"막스! 얼른 저 녀석을 죽여 버려!!"


느닷없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진행자는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막스! 경기가 끝났습니다! 이만 검을 내려 놓으세요!!"

"나는···"


막스가 유달리 강해질 때가 있었다.


"···아직 안 끝났어!!!"


그것은 이성을 잃고 분노에 모든 것을 맡겼을 때였다.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기세로 달려드는 막스에 소년은 잠시 갈등했다.


'경기가 끝났는데도 저러는 이상 더는 피하기만 해서는 안 돼.'


죽을 것이다.

이제 상대는 자신에게 방심도 하지 않을 것이고 사력을 다해 죽이려 달려들 것이다.

그걸 피하고 끝까지 도망갈 수 있을까?


'나는···.'


고민은 찰나. 움직임은 신속했다.


"또 도망치려는 것이냐!!!"


미세한 동작을 포착한 막스가 외쳤다.


"내가 가만둘 것 같으냐!"


미르바는 눈을 크게 떴다. 이번에도 검이 오는 경로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피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살고자 하는 본능이 오른쪽 팔을 움직였다.


검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크윽···."


아무리 눈이 좋고 몸이 뜻대로 따라 준다고 하여도 힘은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그러니 어마무시한 거구의 괴력을 감당해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


엄청난 반발력에 소년의 몸은 순식간에 벽에 처박혔다.


"크윽!"


아찔한 고통에 신음이 절로 나왔다.


'아··· 공격이라도 한 번 해보려고 그랬는데······.'


몸이 만신창이였다.

막스의 공격을 맞받은 탓만은 아니었다.


말도 안 되게 뛰어난 동체 시력과 기이한 신체의 반응 속도.

처음 사용했을 때도 느낀 점이지만 이 힘은 사용할수록 몸에 무리가 심했다.


들어오는 공격을 피하면서도 이대로 쓰러지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연신 들 정도였으니까.


'그런 상태에서 이 난리까지 났으니···.'


나름 잘 도망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막바지에 이 꼴이 나니 아쉬웠다.


'그래도··· 정말 다시는 못해볼 경험이었어.'


하도 능력 없는 녀석을 불쌍히 여긴 하늘의 선물이었던 걸까?


이제 죽으면 아마 진정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을까?


'개꿈인지 뭔지는 몰라도··· 재밌었네.'


무게추를 단 것처럼 내려오는 눈꺼풀을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게슴츠레한 시야 사이로,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발이 보인다.


덕분에 미르바는 미련 없이 눈 감을 수 있었다.


"······."


관중석에서 소년을 바라보던 눈 하나가 흥미롭다는 듯이 이채를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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