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과 가짜 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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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가 가면남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을 무렵.
가짜 로니와 함께 단둘이 방에 남겨져 있던 아린은 처음 발을 뗀 이후로, 계속해서 가짜 로니의 뒤를 쫓아다니며 그를 공격하고 있었다.
큐브의 힘을 받은 가짜 로니가, 아린이 쉽게 제압할 수 있는 평범한 수준의 마법사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아린의 공격을 계속 마법으로 피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가짜 로니에게는 걱정거리가 있었다.
아린의 공격이 파괴적인 수준이라 자신이 조금만 실수를 하면, 곧바로 목숨을 잃을 수 있었지만.
자신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공격을 하는 아린이, 보기와는 다르게 쓰는 힘을 적당히 조절하고 있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저 녀석. 괜히 흡혈귀가 아닌건가. 이대로는 하루 밤낮이 지나도 결말이 나지 않겠어. 하지만 그러다가는 녀석의 동료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지나치게 시간을 끌어서는 안 돼.'
방 안의 여러곳에는 마석이 있었기 때문에, 상대의 체력보다 자신의 마력이 먼저 고갈될 일은 없을 것이기는 했지만.
아린 하나로도 벅찬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의 동료가 하나라도 늘어난다면 이길 수가 없다고 판단을 하게 된 것.
그렇게 결정한 가짜 로니는 다음에 자신이 움직일 곳을 정해두고.
자신이 그리로 움직이면 아린이 어떤 식으로 따라오고, 또 자신을 공격할지를 그려 보았다.
'우선은 간을 좀 봐야지. 녀석에게 타격을 주려면, 마석을 몇개나 소모해야 할지, 그리고 녀석이 내 공격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모든 계산을 끝낸 가짜 로니는 곧 자신이 계획한대로 방의 한 쪽으로 스르륵 움직였고.
아린은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계속 그의 뒤를 쫓아다니며 슥슥 하고 손톱을 휘두르며 가짜 로니를 물고 늘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계획해둔 자리에 도착한 가짜 로니는 그 자리에 파묻혀 있던 마석을 순간적으로 폭발시켰다.
"읏!?"
가짜 로니때문에 마석이 폭발하게 되자. 순간적으로 마석 주변에 있던 공간에 마나가 확 퍼졌고.
그것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아린은 몸을 날려 폭발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아린이 폭발을 피하느라 잠시 가짜 로니를 공격할 수가 없게 된 틈을 타.
가짜 로니는 파괴된 마석에서 흘러나온 엄청난 마력을 그대로 공격마법으로 전환했고.
그 즉시 아린이 있는 자리에 기둥만한 굵기의 얼음창이 솟아올랐다.
"!"
이미 마나 폭발을 피하느라 한 번 움직여 버린 아린은. 순식간에 밑에서 솟아 오르는 얼음창을 피하기는 늦었다고 생각했고.
대신 힘을 집중해 올라오는 얼음창의 윗 부분을 살짝 옆에서 쳐내 버렸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아린의 주먹에 닿게 된 얼음창은 날카로운 부분이 깨져 나가게 되었고.
아린은 창날 부분이 사라진 얼음 기둥위에 살포시 착지를 마치고는 말했다.
"설마 미리 마석을 준비해뒀다가 이렇게 터뜨려 버릴 줄은 몰랐네. 하긴. 힘이 부족하니 그런 잔재주 정도는 부릴줄 알아야 하겠지만 말이야."
"힘이 부족하다라. 정말 그럴지는 조금 더 시험해 보는게 어때 누나?"
그렇게 말한 가짜 로니는 씩 웃더니 순식간에 자신의 분신을 여러개 만들어 내며, 방 안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았다.
"어떤게 진짜일까? 멍청한 누나? 한 번에 맞추면 선물을 하나 줄게. 킥킥킥."
가짜 로니가 그 말을 마치자마자. 방 안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로니들은 각자 아린이 있는 곳으로 마법의 화살을 날렸고.
그 때까지 가만히 기둥 위에 앉아있던 아린은 한 번에 진짜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고 느끼자.
결국 자신이 잘 하는 것을 다시 하기로 했다.
'그래.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어! 일단 움직이자! 다 때려잡다 보면 진짜가 남겠지!'
그렇게 결정한 아린은 날아오는 화살들을 피하며,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로니가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고. 그의 앞에 도착하자마자 손톱을 휘둘렀다.
부욱.
뭔가 찢기는 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뼈와 살을 가르는 느낌이 아닌. 그냥 옷을 찢는 듯한 느낌이었고.
아니나다를까. 그 자리에 있던 것은 가짜 로니가 만들어낸 분신이었는지 찢어진 옷가지만이 남아 있었다.
"땡! 틀렸어! 이제 선물은 없고! 맞추지 못할수록 힘들어 질거야!"
가짜 로니들은 그렇게 말하며 이번에는 일제히 바람의 칼날 주문을 사용했다.
바람의 칼날은 위력 자체가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다른 주문에 비해 비교적 움직임을 조절하기 쉬웠기 때문에.
시전자의 마력이 강한 경우에는 상대의 움직임에 맞추어 칼날을 움직일 수가 있었다.
마법사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언니인 카리야와 투닥거리며, 이런 저런 마법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대충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던 아린은 바람의 칼날을 피할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는.
자신의 힘을 조금 더 끌어올린 뒤. 이번에는 왼쪽에 있던 로니에게 달려갔다.
"어딜!"
아린이 짐작한대로 방 안에 있던 로니들은 칼날을 조종해, 왼쪽으로 달려가는 아린을 노렸고.
곧 여러개의 칼날이 아린의 몸쪽으로 파고 들기 시작했다.
슥!
하지만 바람의 칼날들이 분명히 아린을 제대로 타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린은 아무렇지도 않게 왼쪽에 서있던 로니에게 다가가더니.
망설임 없이 손톱을 휘둘렀다.
부욱.
그 자리에 있던 것은 이번에도 분신. 두 번 연속 헛다리를 짚은 아린이었지만.
그런것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가짜 로니들을 보며 말했다.
"그 정도 주문으로는 내 몸에 상처를 낼 수 없어. 좀 더 분발해 보라구."
"후후. 강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 바람의 칼날이 얕은 상처도 주지 못하다니. 역시 무식하게 강하구나 누나는. 킥킥킥."
가짜 로니는 벌써 두개의 분신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여유가 넘치는 모습으로 그렇게 말했고.
그것을 본 아린은 코웃음을 치고는 말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을까? 핫!"
말이 떨어지자마자 움직이기 시작한 아린은,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또 하나의 분신을 찢어 버렸고.
뭘 해보기도 전에 또 하나의 분신을 잃은 가짜 로니는 표정을 찡그리고는 손을 앞으로 뻗으며 소리쳤다.
"아타우드*!"
(*사람의 시체를 묻는 관을 뜻하는 단어지만. 지금 가짜 로니가 사용한 것은 일정한 공간에 결계를 형성하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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