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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chCat의 서재

씨앗을 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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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chCat
작품등록일 :
2017.06.26 17:42
최근연재일 :
2017.08.04 18:0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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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4
글자수 :
182,626

작성
17.07.0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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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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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화.인연은 닿는가(3)

DUMMY

숲속을 걸어본 적이 있는가.

언뜻 듣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숲 속을 헤치고 간다는 일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단순히 짐승으로부터의 위협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가기 쉽게 잘 다듬어진 길이라면 한걸음씩 걸어가는 일에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돌과 흙, 온갖 풀과 울창한 나무들로부터 뻗어 나오는 뿌리들은 숲에 들어온 사람으로 하여금 다리를 좀 더 크게 움직이게 만들고 무엇보다 발바닥에 무리가 오기 시작한다.

게다가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오밤중이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방향을 잡기 힘들어지는 것부터 시작해서 운이 없으면 길을 잃게 된다.

이 때문에 숲에서 탈진하여 객사하는 사람의 이야기 또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해본다면 에반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적어도 길을 잃을 일만큼은 절대로 없었으니까.


“다리 아파······.”


며칠이나 강행군으로 걸어 다니면 제 아무리 훈련을 받은 기사라도 몸이 비명을 지르기 마련이다.

사람의 몸은 무한정 움직일 수 있는 편리한 구조가 아니기에 지치면 쉬어야만 한다.

하지만 쉬고 싶다고 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에반의 발바닥은 이젠 쉬고 싶다고 고통을 타고 항의를 하고 있었으며 다리는 쑤셔오기 시작한지 오래다.

에반은 조금은 여행을 나선 것이 후회가 되기도 했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

적어도 쉬고 싶다면 마을에서 쉬어야한다.

짐승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걸 보면 누구라도 도망칠 테니까.”


불과 몇 시간 전에 보았던 괴물들.

분명 말로만 들었던 죄악의 마녀들이 만든 추종자일 것이다.

어째서인지 자신을 공격하지 않고 지나갔지만 또 만나게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절대로 없었다.

이번에도 그냥 보내준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 역시 장담할 수 없었고 말이다.

애초에 그런 괴물들을 사람이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촌구석에나 살아왔던 에반이라도 그 정도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오랫동안 걷는 일은 너무나도 고된 일이었다.

잠깐만 숨 돌리고 가는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에반은 그렇게 생각하며 적당한 나무에 등을 대고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본래라면 봄을 맞은 푹신한 흙이 있었겠지만 갑작스럽게 추운 겨울이 찾아온 탓에 얼어버린 흙 때문에 앉는 촉감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수많은 별들이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내면서 그 사이에 떨어지는 눈들이 에반의 기분을 복잡 미묘하게 만들었다.

이 무슨 괜히 사서 하는 고생이란 말인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다가 숨기고 살려면 한평생 숨기고 살수도 있었다.

정 뭣하면 이 사태가 끝날 때까지 마을에서 신세를 진다는 선택지도 있었을 것이다.

성녀야 지금은 이 나라에서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을 칭송하는 떠오르는 영웅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에반은 한낱 농사나 하던 청년에 불과하다.

마을 사람들은 에반을 믿고 기뻐해주었지만 다른 사람들도 인정해준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잘못했다간 사기꾼으로 몰려서 몰매를 맞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거기서 더 거부했다면 어떻게 됐을지도 모르니깐.”


옛날에 일어났던 대 겨울 사태만 하더라도 그 원인을 알아내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이는 결코 원한다고 막 일으킬 수 있는 그런 작업도 아니다.

에반이 음유시인에게 관심 없다고 말한 다음날에 갑자기 시작되어버린 두 번째 대 겨울 사태.

물론 이번 일 역시 그쪽이라고 생각할 수만은 없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타이밍이 너무 좋다.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신님 정도뿐이다.

만일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가지 않겠다고 버텼다간 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대 겨울 사태를 끝내고 대 여름 사태라도 일으킬지도 모른다.

꽤 짓궂은 신이라고 생각하며 에반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오른손을 들어보았지만 현실을 알려주듯이 푸른 문양이 어두운 숲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가리키는 방향은 몇 시간 전에 지도와 비교해봤는데 다행히 에반이 향하고 있는 마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렇게나 힘들어하는 에반을 신님은 알고나 있을까.


“슬슬 움직여봐야지.”


땀도 조금 식었으니 움직여야 한다.

잘못하면 피곤해서 잠듦과 동시에 얼어 죽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


“소리?”


조금 떨어진 곳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 먼 곳은 아니었다.

몇 번 두리번거리고 나서 소리의 출처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허억!”


어두운 밤중이라도 그것의 정체를 에반은 알 수 있었다.

사람만한 크기에 이상한 소리,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분명.


“스···아······.”


방금 전에 보았던 추종자들이었다.

에반은 이번에는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며 달아나자고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에?”


근처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다시 일어났다.

게다가.

소리는 더욱 많아져 갔다.

부스럭.

부스럭부스럭.

부스럭부스럭부스럭부스럭부스럭부스럭부스럭부스럭부스럭.


“아!”


바보 같았다.

어째서 아까전의 세 마리가 전부였다고 생각해버린 것일까.

적의 숫자는 얼마나 많을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셋이 전부가 아니라.

‘최소한’ 셋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이다.

눈을 크게 뜨니 숲속 너머에 그림자들이 어림잡아도 10개는 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럴 때가 아니다.

횃불을 꺼야한다.

잘못하면 위치가 노출되어 에반을 공격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재빨리 횃불을 끌려고 했지만.


“어···또?”


자세히 보니 이들의 그림자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에반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의미인데 이번에도 이들은 에반에게는 관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듯 했다.


“대체 뭐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넘어갔다.

게다가 이번에는 숫자가 훨씬 더 많다.

그런데도 한 마리도 남김없이 같은 방향으로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설마?”


그저 멍하니 서서 생각을 조금 해보자 에반은 불현 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러 마리가 같이 움직인다는 것은 이들은 집단행동이 가능할 정도의 지능은 있는 녀석들이다.

그리고 짐승이 사냥할 때 먹잇감을 놓아주는 경우는 두 가지 정도에 속한다.

실수로 먹잇감을 놓쳐버렸거나.

더 좋은 먹잇감이 있거나.

첫 번째는 있을 리가 없다.

에반을 잡으려고 한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는 것은 답은 하나뿐이다.

더 좋은 먹잇감.

그것은 대체 무엇일까.

이 시간에 이런 숲속에 있을 사람이라고는 분명.


“성녀님?”


촌장은 하루 더 일찍 성녀가 출발했다고 말했었다.

그렇다는 것은 이 숲속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들이 쫓는 것은 분명 성녀님이다.


“서둘러야겠어!”


성녀님이 위험하다.

아직 이 숲속에 있다면 빨리 찾아서 도망쳐야만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한단 말인가.

성녀와 에반이 향하는 방향은 같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서는 추종자들을 쫓아가는 꼴 밖에 되지 못한다.

돌아가되 더 빠르게 가야만 한다.

하지만 이 숲을 처음 들어온 에반에게 있어서 그 정도의 능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에반의 손등에서 빛나던 문양에 변화가 찾아왔다.


“응?”


방금까지 가리키던 방향과는 조금 다른 방향을 가리키기 시작한 것이다.


“설마 도와주는 건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어차피 다른 방법이 없다면 이런 것이라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에반은 문양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에반은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헉헉······.”


이미 지친 상태에서 달리는 일은 정말 죽을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조차 사치에 불과하다.

그래도 달려야만 했다.

늦었다간 성녀님이 죽을지도 모른다.

물론 에반보다야 훨씬 훌륭한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그런 사람이라도 방금처럼 많은 숫자는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에반은 애써 불안한 생각을 떨쳐내면서.

달리고.

또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불빛!”


몇 십 보 너머에 작은 불빛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추종자들이 횃불 같은 것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으니 저렇게 불을 켜놓는 존재라면 사람 정도뿐일 것이다.

다행히 그렇게 먼 거리에 있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겨를도 없이 에반은 쉬지 않고 뛰었다.

불빛은 점점 가까워졌고.

시야에는 전체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몇 보만 더 가면 된다.

이윽고 불빛과 함께 사람의 형체가 눈에 들어 왔다.


“성···!?”


성녀를 부르려는 순간, 에반은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한발 늦어버리고 말았다.

하얀 제복에 보랏빛 머리, 촌장이 말해준대로의 모습.

분명 성녀님이었다.

하지만 성녀님은 이미 위기에 처해있었다.

회색빛의 털에 날카로운 이빨, 분명 추종자는 아니다.

추종자가 아닌 숲속에 사는 늑대들이 여럿.

그들이 성녀를 둘러싸고 위협하고 있었던 것이다.

추종자가 이미 와있었다면 에반이 어떻게 할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에반은 산속에서 살던 시골 청년이기에 저런 산짐승들을 대처하는 방법은 잘 알고 있었다.

에반은 재빨리 배낭을 뒤져서 요리에나 사용할 법한 냄비 하나와 국자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각각 한손에 쥐고.

강하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깡.

깡.

숲속에서는 들을 수 없는 이질적인 쇳소리가 에반은 물론이고 늑대들의 귀를 따갑게 만들었다.

하지만 에반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워어이! 워어이!”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에반이 동생과 함께 밤중에 화장실을 가려던 일이 있었다.

에반은 화장실 밖에서 동생을 기다리던 중에 저런 늑대들을 마주치게 되었는데 그때 에반의 아버지가 나타나서 그를 도와주었기에 살 수 있었다.

저런 늑대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아주 큰 소리.

소리에 아주 민감한 녀석들이기에 계속해서 큰 소리를 내주면 상대가 자기보다 강하다고 착각해서 물러나는 조심스럽고도 예민한 녀석들이다.


“워어이! 워어이!”


에반의 목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쇳소리가 이어지자 늑대들은 주춤거리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둘씩 도망가기 시작했다.

곧 성녀를 둘러싸는 늑대는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안전하다고 생각한 에반은 소리를 멈추고 성녀가 있는 곳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는 어리둥절해있는 성녀를 향해 말했다.


“소리에 민감한 녀석들인지라 이렇게 큰소리를 연달아서 내면 자기보다 강한 줄 알고 알아서 도망가거든요.”


에반의 존재를 눈치 채자 성녀는 조금 경계를 하면서 에반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찾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런 곳에서 만났네요.”

“당신은 누구죠?”


아무래도 신용 받고 있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말 한마디라도 잘못했다간 오해를 받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

씁쓸했지만 에반은 애써 웃어 보이면서 성녀에게 말을 이어갔다.

그가 그녀를 찾아온 이유를.


“우선 여기서 도망치죠. 여긴 너무 위험하니까요.”


작가의말

새로운 한 주가 시작했습니다.

이번주도 힘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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