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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chCat의 서재

씨앗을 뿌려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CatchCat
작품등록일 :
2017.06.26 17:42
최근연재일 :
2017.08.04 18:0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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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
추천수 :
24
글자수 :
182,626

작성
17.06.3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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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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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화.인연은 닿는가(2)

DUMMY

여행은 또 다른 만남을 준다.

다음에 만나게 될 인연이 무엇이 될지 하루하루가 기대되는 삶.

그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일 것이다.

가령 모르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서로의 경험을 주고받으며 끝에는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면서 헤어진다.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그 여행은 기필코 후회 하나 남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길에는 반드시 좋은 인연만을 만나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때로는 병에 걸려 발목을 잡히기도 하며.

때로는 악의를 가진 누군가에게 목숨을 위협받기도 한다.

그리고 미쉘 란(Michelle Lan)은 지금.

여행의 쓴맛을 확실하게 맛보고 있었다.


“숫자는 둘, 아니 셋일까.”


미쉘이 마을에서 출발한지 이틀 정도 흘렀을까.

아직도 이 숲은 끝에 다다를 길이라고는 없어보였다.

이미 날은 저문 지 오래였으며 어두워진 숲에서는 괜히 움직이려고 했다가는 오히려 길을 잃기 십상이다.

별수 없이 오늘은 이만 쉬고 자리를 잡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지금과 같은 위험에 처한 것이다.

교황청에서는 최대한 전국에 걸쳐 미쉘에게 편의를 제공하게끔 도와주겠다고 했었으며 그중 하나가 지금 미쉘이 입고 있는 제복이었다.

플린델에서 사제들이라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입게 되는 제복, 미쉘은 사제는 아니었지만 성녀가 되었다는 사실로 인해 교황이 입을 수 있는 황금제복 다음으로 가장 높은 서열을 의미하는 하얀 제복을 입고 있었다.

방한 효과와 동시에 위엄을 드러내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망토 아래에는 새하얀 바지와 정갈한 정복이 있다.

제복과 동시에 절묘하게 목을 가리는 보랏빛의 숏컷 헤어는 젊은 나이에 출세한 고위 사제 집안 출신처럼 보이게 했다.

본래라면 여성인 미쉘이 사제의 옷을 입을 일은 없지만 지금 그녀는 신의 은총을 가져다줄 성녀이다.

그런 존재에게는 특례가 필요하다며 마련해준 옷이다.

하지만 애초에 미쉘은 여행을 많이 한 전문가가 아니다.

이토록 아무리 편의를 봐준다고 할지라도 이 길은 힘들고 위험할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 정확히 들어맞았다.

편의가 항상 안전으로 이어질 수는 없는 법이다.

막 나뭇가지들을 가져다가 불을 붙인 순간 시야가 확보되었다.

불빛은 산짐승 따위를 쫓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치를 노출시키기는 위험을 부담하게 된다.

특히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밤이라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시야를 밝히자 미쉘은 숲의 나무들 사이에서 제법 큰 그림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 쉬고 싶었는데.”


크르르하는 목을 긁는 짐승의 소리가 미쉘의 귀를 따갑게 만들었다.

그 소리는 산짐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게 했지만.


“신님이라는 작자도 터무니없는 일을 맡기네.”


산짐승은 두발로 걸어 다니지 않는다.

어둠속의 그림자는 미쉘의 혼잣말을 들은 것인지 모습을 드러내었다.

애초에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르는 존재는 불에 다 태워버린 장작더미처럼 새까만 피부는 녹아내려서 신체부위가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전혀 되지를 않았고 그 때문에 오히려 다리가 두 개가 아니라 세 개처럼 보였다.

눈은 도려낸 것인지 전혀 보이지를 않았지만 오감은 멀쩡한지 얼굴은 확실하게 미쉘을 향해있었다.

새까맣기 만한 얼굴 중에서 날카로운 송곳니들만이 새하얘서 대조적이게 보였다.

평범한 사람들이 봤다면 주저앉아 실례라도 할 것같은 모습의 이 녀석들은 죄악의 마녀들의 추종자인지 아니면 그들 중 한명의 마법 때문에 괴물로 변해버린 것인지는 알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이들이 미쉘을 적대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명확했다.


“잘 됐네. 마침 시험해볼 상대도 필요했는데 말이야.”


‘굳이 이럴 필요까지는 없지만 말이야.’라고 중얼거리며 미쉘은 제복 안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곧 장작불이 반사되어 반짝이는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그다지 크지 않은 미쉘의 손에 나이프는 딱 들리는 크기였으며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는지 막 만든 거울처럼 깨끗하고 선명하게 미쉘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곧바로 왼손의 장갑을 벗은 뒤에 나이프를 들어 올린 순간.


“크악!”

“성질머리하고는!”


목을 끓는 소리와 함께 추종자들 중 한 마리가 미쉘을 향해 이빨을 들이밀며 달려들었다.

신체능력은 인간과 비슷한 수준인지 미쉘이 한 걸음 물러나자 쉽게 피할 수 있었다.

그저 상반신을 앞세워 들이밀던 추종자는 우스꽝스럽게도 그 자리에서 넘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그걸 신호라고 봤는지 남은 두 녀석도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일제히 덤벼들었다.

코앞까지 달려들기 직전, 미쉘은 나이프를 들어 검지에 살짝 찔렀다.

깨끗했던 피부는 구멍이 나 찢어졌고 소량의 피가 새벽 풀잎의 이슬처럼 방울을 만들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첫 번째로 달려든 추종자를 상반신을 젖혀 피하며 피를 한 방울 자신이 서있던 곳에 떨어뜨렸다.

두 번째가 달려들기 직전, 빗나갔던 첫 번째를 오른발에 우아하게 활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무게를 실어 등으로 보이는 부위를 가격했다.

이정도로 죽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아주 잠시 동안은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두 번째가 도달하기 직전.

미쉘은 다시 한 번 피 한 방울을 장작불에 흘려 넣었다.

치직거리는 소리도 없이 한 방울의 피는 불길에 먹혔다.

하지만 그 무렵, 이미 세 번째가 미쉘의 코앞까지 와있었다.

새하얀 송곳니가 미쉘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붉은 선혈이 하늘을 물감처럼 칠하며.

하얀 제복이라는 종이에 꽃과 같은 그림을 그려낼 것이다.

하지만.


“!?”

“배고프면 그거라도 먹던지!”


추종자가 입에 물게 된 것은 미쉘의 무방비한 목이 아니었다.

짐승이라면 모두 두려워할 인간이 가장 먼저 신에게 받은 선물이라고 일컬어지는 불.

어디에선가 불덩어리가 날아와 추종자의 입을 덮친 것이다.


“그 인간이 가르친 것을 실전에서 써먹는 건 처음이지만.”


미쉘은 조금 분하다는 표정으로 혀를 차면서 말했다.

그리고 눈짓을 몇 번 세 번째 추종자에게 건네자.


“캬아으악!!!”


불덩어리는 마치 기생충처럼 입안을 억지로 타고 들어갔으며 이윽고 화륵하는 소리와 함께 온몸이 불길에 휩싸이게 되었다.

놔두면 알아서 불타죽을 것이라고 판단한 미쉘은 세 번째의 단말마를 무시한 채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방금 전에 넘어뜨린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옆에 환하게 시야를 밝혀주고 있었을 장작불은 온데간데없었다.

하지만 굳이 시야를 밝힐 필요는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았던 미쉘의 제복 아래에 조금이나마 보이는 붉은 문양이.

신기하게도 밤중의 시야를 잘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확실히 성녀랑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겠지.”


대개 사제라고 하면 신의 자비를 빌어 신성마법을 통해 죄악의 마녀들을 단죄하는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이는 본인의 능력이라기보다는 신의 힘을 빌려 쓴다는 표현이 더 알맞다.

사제들이 사용하는 신성 마법은 대개 기도를 통해 신의 말을 해석하여 사용하기에 마법을 사용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그 시간동안은 무방비해서 사제는 기사를 동행하거나 여러 명이서 행동하는 것이 철칙이다.

하지만.

미쉘에게는 기도 같은 것은 필요 없다.

그녀가 사용하는 마법은 사제들이 사용하는 것이 아닌.

죄악의 마녀들이나 사용할 법한 금지된 마법이기에.


“어지간하면 움직이기 힘들걸?”


넘어져있던 추종자 둘은 제자리에서 바동거리기만 할뿐 일어서지를 못했다.

마치 누군가가 억지로 힘으로 끌어당겨 붙잡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둡기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자세히 보면 둘의 팔다리가 흙과 돌로 이루어진 땅속에 파묻힌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끈적끈적한 늪지대에서나 볼법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곳은.

미쉘이 가장 먼저 피를 한 방울 떨어뜨린 곳이기도 했다.

기본적인 전투라면 가장 먼저 달려든 둘을 처치하고 마지막 한 놈을 처리하는 게 순서적으로도 합리적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적은 금방 다시 일어나서 미쉘을 공격해왔을 것이다.

첫 공격이야 순서가 엇박자였으니 차례로 상대할 수 있었지만 셋이 동시에 덤빈다면 시야에 한계가 생기니 조금 곤란해진다.

그렇기에 미쉘은 조금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게 만든다.

미리 제압해둔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면 땅에 묶어두면 된다.

그렇게만 하면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미쉘의 스승은 사제였고 미쉘은 마녀의 피가 이어져있었기에 신성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죄악의 마녀들이 사용하는 마법이라면 가능했다.

신의 힘을 빌릴 수 없는 그녀들은 무언가를 희생하여 마법을 사용한다.

이른바 대가가 필요하다.

신성 마법 중에서는 자연의 힘을 빌리는 경우도 있다.

성서에 나온 과거의 루칸 플린델이 사용했던 마법중 하나, 초원의 풀들을 이용해 적의 발을 묶었다는 신성 마법의 응용이었다.

물론 미쉘은 신성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거기에서 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죄악의 마녀들은 직계혈통을 이용하기 위해 자신의 피를 섞어 명령에 거부할 수 없게 만든다.

그렇다면 만일 피를 촉매로 사용하여 자연요소를 일시적으로 이용한다면 어떨 것인가.

그것이 미쉘의 스승이 생각해낸 발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기가 막히게 성공적이었다.

위력과 범위를 높이려면 더 많은 피가 필요했지만 별달리 위협이 되지 않는 추종자 셋 정도면 피 두방울로 잡기에는 충분했다.

미쉘이 고갯짓을 몇 번 젓자 다시 한 번 불덩어리가 공중에 떠올랐고 곧 제대로 저항을 못하는 두 추종자에게 죽음이라는 선고를 내렸다.


“키엑! 키에에에!”


고통스러운 단말마와 함께 추종자들은 곧 완전한 재로 변했으며 불길은 사그라졌다.

이 세 명이 끝일 리는 없다.

미쉘이 자기 전에 주변 경계를 철저히 해놓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자.


“크르르······.”

“별의 별 녀석들까지 오네.”


불이 꺼진 것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아니면 소리 때문에 위치를 발각당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두운 숲속 사이 너머로 반짝이는 눈동자들이 여럿 미쉘을 향해있었다.

보아하니 추종자들은 아닐 것이며 산짐승에 불과할 것이다.

귀찮지만 마법을 한 번 더 사용해서 적당히 쫓아내버리자.

그렇게 생각하며 미쉘은 아직 손가락 끝에 흐르는 핏방울을 떨어뜨리려는 순간.


“워어이! 워어이!”


이 상황에서 가장 이질적인 소리가 귀를 시끄럽게 때리기 시작했다.

쇠와 쇠가 부딪힐 때 나는 요란한 소리가.

몇 번이고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떤 멍청이가 이렇게 큰 소리를 내는 것일까.

괜히 산짐승들을 자극해서 좋을 것은 없다.

이래서는 피해자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미쉘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대를 향해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


나무들 사이로 보였던 눈동자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뭔가를 피해서 도망가는 것처럼.

천적을 만난 것처럼 말이다.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눈동자들은 전부 시야에서 사라졌고 짐승의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소리에 민감한 녀석들인지라 이렇게 큰소리를 연달아서 내면 자기보다 강한 줄 알고 알아서 도망가거든요.”


조금은 당황한 곧 나무 사이로 소리의 정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디에나 널린 흔한 갈색의 머리에 두꺼운 털옷을 입은 청년이었는데 웃으면서 손에는 요리에 사용하는 냄비와 국자가 들려있었다.

분명 저걸로 소리를 낸 것임에 틀림없다.

청년은 며칠 밤을 샜는지 눈가는 피로로 가득했으며 숨은 거칠게 내쉬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이를 애써 숨긴채 웃으면서 미쉘에게 말했다.


“찾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런 곳에서 만났네요.”


작가의말

드디어 한 주가 끝났습니다.

어제자 글은 생각보다 짧다고 생각해서 조금 더 힘내보았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낍니다.

5화 재밌게 읽어주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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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화.여행의 시작(3) 17.06.28 190 3 10쪽
3 2화.여행의 시작(2) 17.06.27 151 2 11쪽
2 1화.여행의 시작(1) 17.06.26 134 2 9쪽
1 프롤로그 17.06.26 186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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