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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chCat의 서재

씨앗을 뿌려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CatchCat
작품등록일 :
2017.06.26 17:42
최근연재일 :
2017.08.04 18: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995
추천수 :
24
글자수 :
182,626

작성
17.07.0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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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7화.인연은 닿는가(4)

DUMMY

전략이라 함은 본래 상대보다 한수 앞서 예상하기 위함이다.

그렇기에 그저 눈앞에 있는 상황만 급하게 해결하고 보는 것은 대개 전략이라고 부르기는 힘들다.

에반 역시 그러했다.

눈앞의 상황만 판단하고 일단 해결하고 보자는 정도밖에 머리를 굴리지 못하기에 간혹 농사에도 차질이 생기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소리이신지?”


눈꼬리는 올라간 채 가늘게 뜨여진 눈 속에는 초록색의 눈동자가 에반을 노려보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의심받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영웅처럼 불리는 성녀에게서.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을 에반은 간과하고 있었다.

도와준 것까지는 그렇다 치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나서는 위험하니까 도망치자고 하면 누구라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남들의 주목을 받는 성녀라면 더욱이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할 텐데 그렇게 되면 에반을 믿기는 훨씬 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추종자들의 습격을 받게 된다.

그 전까지 어떻게든 이 사람을 설득해야만 한다고 에반은 생각했다.


“방금 전에 숲속에서 괴물들을 만났어요. 분명 마녀들과 관련하다고 생각해서 말이죠.”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다만 제가 묻고 싶은 것은 다릅니다.”

“네?”


성녀는 에반이 있는 곳까지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점점 에반과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그 다음.


“저기···와악!?”


에반은 자신의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오랫동안 걸어 다닌 탓에 지친 것이 아니다.

땅바닥의 흙이 마치 밧줄처럼 자신의 발을 구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딱딱하게 굳어있던 탓에 에반의 발은 아무리 힘을 줘도 빠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느 틈에 이렇게 묶여버렸단 말인가.

분명 이름으로만 듣던 신성 마법의 일종이라고 에반은 생각했다.


“마녀한테 침식당한 사람일수도 있겠지만.”


성녀는 에반을 향해 걸어오면서 자신의 엄지손가락의 손톱을 조금 물어뜯었다.

그리고는 어디에서 꺼낸 것인지 눈 깜짝할 새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던 그녀의 손에는 돌을 깎아서 만든 몽둥이 같은 투박한 칼이 들려있었다.

칼을 들고서 조금씩 에반을 향해 다가오는 성녀의 얼굴은.

안 그래도 추운 날씨에 등골까지 싸늘해지게 할 정도의 살기가 서린 표정이었다.


“일단은 물어보겠어. 당신, 누구야?”

“와앗!? 잠깐! 잠깐만요!”


칼날이 에반의 목에 들어오자 에반은 오히려 추종자를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당황하기 시작했다.

무슨 이런 폭력적인 성녀님이 다 있단 말인가.

세간 사람들이 이 모습을 알면 꽤나 충격을 받을 것이다.

보통 사제라면 죄악의 마녀들에게서 힘없는 사람들을 지키는 든든한 모습이나 자애로운 모습을 연상하게 되는데 눈앞의 이 여성은 든든함도 자애로운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말 한마디라도 잘못했다간 목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폭군의 상이었다.


“우와악!?”


아무런 대답이 없자 칼날이 한층 더 깊이 목을 파고 들어왔다.

저쪽에서는 괜한 잔머리라도 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러는 것이겠지만 순수하게 도울 생각으로 달려온 에반으로서는 억울해 미칠 지경이었다.

일단 뭐라도 말하지 않으면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애처롭게 허공에 팔을 휘저으면서 에반은 말을 시작했다.


“그게! 저도 성녀님처럼 신님한테 선택을 받았는데 말이죠!”

“그걸 믿으라고?”

“지···진짜에요! 여기 이거 한번 보세요!”


에반은 믿어주질 않는 성녀에게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보여주었다.

신님의 선택을 받은 사람에게만 주어진다는 푸른 문양의 각인.

이것이 거짓말이라면 그 사람은 즉시 이단심문국에 잡혀가서 조사를 받게 된다.

때문에 이것을 보여주면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에반은 그렇게 확신했지만.


“그런 것은 눈속임 정도로 만들 수도 있어.”

“진짜라니까요!”

“일단 시간을 들여서 캐볼까. 이미 마녀한테 침식당한 거라면 죽여야겠지만.”

“제발 믿어주세요!”


세상을 속고만 살아왔는지 오히려 성녀는 더욱 의심하기 시작했고 에반의 머릿속은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마저도 안 믿어준다면 대체 무슨 수로 설득하란 말인가.


“이럴 때가 아니에요! 빨리 여기서 도망쳐야 한다니···!?”

“흠?”


자포자기식으로 뭐라도 말하려는 순간.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풀에 부딪힐 때 나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그것은 에반에게 있어서만큼은.

사형선고의 소리였다.


“스···아······.”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방금 전에도 확인했던 추종자들이 있었다.

불에 타서 녹아내린 듯 한 검은 피부에 선명하게 보이는 날카로운 이빨, 그 숫자는 육안으로 확인되는 숫자만 해도 10마리는 족히 넘어가고 있었다.

늦었다.

이젠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다시 고개를 돌려 성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추종자들의 무리를 향해 시선이 고정되어있었다.

하지만 그 얼굴은.

곧 죽을 것 같은 사람이 할 만한 절망으로 가득한 표정은 아니었다.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고 성녀는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사실이었던 모양이네.”

“그래서 도망가자고 했었······.”

“거기 가만히 있어.”


성녀는 그 말을 뒤로하고는 그대로 추종자들의 무리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에반의 발은 여전히 묶여있었기에 허리를 돌려야 겨우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성녀는 근처의 나무에 손을 짚고 우선 가장 가까이에 있던 추종자 하나를 향해 들고 있던 칼을 휘둘렀다.

그렇게 튼튼한 몸은 아니었는지 주륵하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끈적끈적한 살점이 흙바닥을 뒤덮었고 추종자 하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게 되었다.


“합!”


그대로 멈추지 않고 다시 한 번 전방을 향해 크게 휘두르자 옆에 있던 다른 한 마리의 상반신은 하반신과의 작별을 고하는 신세가 되었다.


“크아···악!?”


뒤쪽에서 기습하려는 한 마리를 향해 허리만 살짝 돌려 입안에 칼을 찔러 넣었다.

하지만 적은 항상 친절하게 하나씩 덤벼오지는 않는다.

찔러 넣은 칼을 꺼내기도 전에 다른 한 마리가 그대로 바로 앞에서 달려들었다.

저래서는 칼이 뽑히기도 전에 당하고 만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곧 괜한 걱정임을 알 수 있었다.


“하!”


팔의 힘과 무게를 꽂혀있던 칼에 실어서 한번 높이 도약했다.

그 결과 바로 앞까지 달려오던 추종자는 그대로 걷어차이는 꼴이 되었고 뒤로 물러나게 되었다.

그저 보고만 있었다면 이는 잠깐의 시간 벌기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크오!?”


그저 거기까지밖에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면 그녀가 성녀라고 불리게 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뒤로 밀린 곳에는 조금 전에 미리 손을 한번 짚었던 나무였다.

나무줄기와 나뭇가지는 살아있는 동물처럼 자라나면서 추종자를 감싸기 시작했다.

나무줄기에 부딪힘과 동시에 추종자는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성녀가 충분히 칼을 뽑고 다가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어린아이의 장난에 아무 저항도 못하는 개미처럼 묶여버린 추종자는 버둥거려보았지만 무의미한 발악이었다.

몇 초 만에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은 더 이상 살아있는 몸이 아니게 되었다.


“계속 할래?”


여유를 담은 도발, 성녀는 남아있는 추종자들을 향해 말했다.

수가 많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추종자의 집단이 내린 결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계획이라는 것은 오차가 생기게 되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당황은 집단에 전염병처럼 빠르게 번지기 시작하고 곧 공포를 싹틔우는 씨앗이 되고 만다.

이성이 사라진 추종자라 할지라도 감정 정도는 있다.

성녀는 그 사실만으로 가장 먼저 덤벼온 본보기를 보여 전의를 상실시키는 것부터 시작했던 것이다.

전의가 사라진 추종자들은 처음처럼 섣불리 덤비질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을 놓칠 성녀가 아니었다.


“애초에 보내줄 생각도 없지만 말이야!”


빠르게 남은 무리를 향해 도약하며 주춤하는 추종자 하나를 베어냈다.

용맹하게 돌진하는 그녀의 모습은 성녀라기보다는 전사에 가까워 보였다.


“대단하다······.”


차례차례 쓰러져가는 추종자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성녀의 모습을 본 에반이 겨우 꺼낸 말은 이뿐이었다.

그저 나약하게 도망치던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영웅이라는 이름은 괜히 붙여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렇게까지 서둘러서 경고하러 온 자신의 행동은 그저 오지랖에 불과했을까.

차라리 그냥 마을로 곧장 향했어도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그 편이 지금처럼 오해를 사지 않는 좋은 방법이었을 것이다.

조금은 자신의 생각 없는 행동에 후회가 되었다.

짧은 생각이 끝나갈 무렵, 어느새 싸움은 끝나가고 있었다.

쓰러져 있던 시체들 사이에 살아있는 추종자라고는 이제 하나뿐이었다.

그마저도 완전히 전의를 상실해 덤벼들 생각은 못한 채 주저하고만 있을 뿐이다.


“이걸로 마지막.”


목숨을 거두러 온 사신처럼 마지막 하나 남은 추종자에게 잔인한 판결을 내림과 동시에 추종자의 머리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을 구르게 되었다.

모든 일을 마무리했다고 생각한 성녀의 손에 들려있던 검은 서서히 크기가 줄어들더니 보이지 않게 되었고 다시 고개를 돌려 에반이 있는 곳에 시선을 향했다.

아무래도 심문은 계속 이어질 모양인 것 같았다.

이젠 어떻게 설득해야할지 고민을 하려던 순간.


“위험해요!”


성녀의 등 뒤에서 추종자 하나가 나타난 것이다.

늦게 합류를 한 것인지 아니면 죽은 척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너무 가깝고 성녀에게 다시 칼을 꺼내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추종자의 이빨은 어느새 성녀의 무방비한 목을 향해있었다.

하지만 에반의 발은 지금 묶여있는 상태이기에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 순간 에반은 방금까지 자신이 사용하고 있던 물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늑대들을 쫓아내기 위해 사용했던 냄비는 에반의 발치에 떨어져있었다.

에반은 재빠르게 냄비를 주워 그대로 성녀를 노리는 추종자를 향해 있는 힘껏 집어던졌다.

이정도로 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성녀의 목숨은 구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냄비는 빠른 속도로 둘이 있는 방향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고 이는 곧 추종자의 머리와 충돌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에반은 한 가지 사실을 잊고 있었다.

자신은 여태껏 누군가와 제대로 싸워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무기는커녕 전투와 관련한 지식은 조금도 없다는 것을.

빠르게 날아간 냄비는.


“악!?”


깡하는 깨끗한 소리와 함께 성녀의 머리를 적중했다.

당연히 성녀는 머리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충격 때문에 그 자리에서 뒤로 넘어지게 되었다.

이를 목격한 에반은 순식간에 등줄기가 오싹해지고 식은땀이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성녀를 맞춰서 어쩌자는 것인가.

하지만 의미 없는 행동은 아니었다.


“크오!?”


짧은 찰나의 순간에 성녀가 넘어지면서 추종자의 날카로운 이빨은 허공을 물게 되어버린 것이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성녀의 목숨은 살릴 수 있었다.

추종자 역시 갑작스러운 상황이 당황스러웠는지 쓰러진 성녀를 다시 공격하려고 그녀를 찾으려고 했다.

그리고 이것은.


“죽어.”


성녀가 다시 칼을 만들어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칼날이 추종자의 머리를 관통했고 굳이 확인할 것도 없이 저항 하나 하지 못한 채 추종자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게 되었다.

성녀는 방금 전에 냄비에 맞은 머리가 아픈지 한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 칼을 잠시 땅에 꽂은 뒤에 옷을 털어내었다.


“성녀님! 괜찮으세요?”


물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온 힘을 다해서 던진 쇠냄비에 맞았다.

아프지 않을 리가 없었다.

성녀는 에반의 말을 들었는지 옷을 털어내자마자 다시 그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는.


“이게 무슨 짓이지?”


악마가 깃들어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분노로 가득해보였다.

성녀는 땅에 박은 칼을 다시 뽑고서 에반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불행하고도 신기하게도 그 모습은.

에반에게 있어서는 사형 선고를 하러오는 집행인처럼 보이기도 했다.

방금 전에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면 이번에는 진짜로 흐르고 있을 것이라고 에반은 생각했다.

한 걸음씩 성녀가 가까이 올 때마다 에반은 추종자에게서 달아날 때보다 훨씬 더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당신에게서는 이야기를 좀 많이 들어봐야겠어. 아니,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이 말이야.”


침을 꿀꺽 삼키면서 에반은 생각했다.

성녀의 위기는 끝났지만 그 대가로 자신의 위기가 찾아왔다고.


작가의말

글을 쓰면서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더 정진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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