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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chCat의 서재

씨앗을 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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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chCat
작품등록일 :
2017.06.26 17:42
최근연재일 :
2017.08.04 18: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988
추천수 :
24
글자수 :
182,626

작성
17.06.29 18:00
조회
133
추천
2
글자
9쪽

4화.인연은 닿는가(1)

DUMMY

장소는 촛대마을, 에반이 사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다.

아직 날은 마저 저물지는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쉴 시간 같은 것은 사치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 역시 눈이 내리고 있었고 그 때문에 사람들은 원하지도 않았던 겨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당황할 법도 한 상황이지만 이미 경험이 되었는지 준비는 순차적인 듯 했었다.

하지만 여행을 떠날 에반에게 이는 안심이 되지만 그다지 중요한 사실은 아니었다.


“이미 가버렸다고요?!”


행운이라는 것은 참 상대적이면서 야속한 것이다.

적어도 지금의 에반에게 있어서는 그랬다.

한평생 산속에서나 살아왔을 뿐만 아니라 가장 멀리 나가본 곳이라고는 근처의 마을 한 곳뿐이었던 에반에게 있어서는 이런 여행 자체가 처음이었다.

그렇다면 우선 마을에 들러서 지도는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식량을 더 확보한 뒤에 출발하자는 것이 에반의 판단이었다.

물론 그 점에 대해서는 특별히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조금 오래되긴 했지만 아직은 쓸 만한 지도도 구했고 사정을 설명하니 마을 사람들은 오히려 경사라면서 먹을 것을 그냥 쥐어줬으니 오히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모르는 편이 더 좋은 사실도 있는 법이다.


“하루만 더 빨리 오지 그랬니? 이미 어제 아침에 갈 길 가셨는데.”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마을 촌장님은 허허 웃으면서 에반의 말에 대답했다.

에반이 마을에 도착하고 나서야 들은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이미 성녀는 하루 전에 마을을 지나갔다는 것이었다.

우연도 이런 기가 막히는 우연히 없다.

길을 따라 여행을 가다보면 언젠가는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렇게나 가까이에 있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만약에 음유시인에게서 모든 것을 알았던 날에 출발했더라면 운 좋게 만났을지도 모를 것이다.

기왕에 같은 길을 가야만 하는 여행길이라면 한명보다는 두 명이 훨씬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신변에 안전도 늘어나는데다 특별히 일손이 더 필요하게 될 때를 대비해서 인력은 많을수록 좋다는 것은 에반이 농사일을 해오면서 뼈저리게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성녀 입장에서는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에반이 알고 있는 유일한 여행길 동무가 될법한 사람은 그 사람뿐이었기에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혹시 어떻게 생기셨는지 기억하시나요?”

“으음······. 하얀 옷에 보라색 머리였었지. 그것 참, 워낙에 아름답고 늠름해보이셔서 누가 봐도 성녀님이라는 인상이었어.”


에반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웃으면서 설명해주는 촌장의 모습을 에반은 씁쓸한 표정으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정도로도 충분한 정보였다.

에반은 그렇게 생각하며 서둘러 짐가방을 메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벌써 가려는 겐가? 좀 더 머물렀다 떠나도 좋은데.”

“마음만 받겠습니다! 갈 길이 급해서요!”


조심하게나라고 친절하게 배웅해주는 촌장의 말을 뒤로 한 채 에반은 예정보다 더 빨리 마을을 나서게 되었다.

이건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른다.

아직 하루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거리이니만큼 그렇게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어차피 가는 길은 똑같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서둘러서 쫓아가면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하루 동안 걸어와서 다리에서는 다소의 피로가 누적되어있었지만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에반은 금방이라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들떴는지 입가에 미소를 만연히 띄운 채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

“아무리 그래도 이틀 연속으로 걸어 다니니까 조금 지치는구나.”


농사일을 하다보면 힘을 쓰는 것은 당연하고 그 일을 몇 년간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몸이 단련되기 마련이지만 그런 에반이라도 오랜 시간을 걸으면 지칠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걷는 속도를 올려 따라잡으려고 해봤지만 가는 길에 보인 것이라고는 성녀의 모습은커녕 사람의 발길 하나 없는 숲 속이었다.

게다가 이미 해는 저물기 직전이었으니 만큼 시야가 어두워지고 있었다.

밤의 숲길은 잘못하면 길을 잃거나 늑대 같은 짐승들한테 습격당하기 딱이다.

오히려 지금 움직이려했다가는 위험해질 수도 있었기에 에반은 조금만 쉬었다가 가기로 결정했다.

우선 모닥불이라도 만든 뒤에 가지고 있는 담요로 눈을 피할 천막이라도 만들자고 판단하며 불쏘시개를 찾으려는 순간.


“응?”


근처 숲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짐승일지도 몰랐기에 에반은 야채 깎을 때 사용하는 나이프를 손에 쥐고서 소리가 난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서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천천히 다가가자 인기척이 두 명 정도 느껴졌다.

하지만 몇 보정도 거리가 있는데다 날이 조금 어두워져서 정확하게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시간에 숲속에서 있을 사람이라면 강도일지도 모르니 조심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 조금만 더 발걸음을 옮기자 상대의 모습이 제대로 시야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윽!?”


오랜 시간동안 불에 태운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끈적끈적하게 녹아내린 검은 피부.

칼로 거칠게 후벼 파서 도려낸 것 같은 공허한 눈.

입은 녹아서 사라진 것인지 그 때문에 오히려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날카로운 이빨.

누가 봐도 괴물이라고 말할법한 형체의 생물체들이었다.

뭔지는 몰라도 더 이상 가까이 가서 좋을 것은 없었다.

공포에 떨리는 다리를 애써 붙잡고 뒷걸음치려는 순간.

에반의 등은 무언가에 부딪혀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아···아······.”

“아···!?”


고개를 돌린 그곳에는.

멀리 있던 둘과 같은 괴물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서 그를 주시하고 있던 것이다.

애초에 눈동자는 보이지 않았기에 제대로 에반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으······.”


공포가 커지면 그것은 무력함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무력함은 공포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아주 좋은 재료이기에 이 둘이 합쳐지는 순간 공포 성장은 가속한다.

에반은 여태까지 산속에서만 살았기에 별다른 위협이라고는 느낀 적이 없었다.

고작해야 짐승 한두 마리가 가끔 습격하는 정도였다.

때문에 세간에서 들리는 죄악의 마녀들과 그 추종자들의 이야기 같은 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밖에 없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기에.

처음 마주한 이 괴물들은.

에반에게 있어서는 충분히 공포의 대상이었다.


“스아···아······.”


뭐라고 말하는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면서 에반을 지켜보는 괴물.

에반은 그저 멍청하게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부들부들 떠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곧 저 날카로운 이빨로 날 잡아먹을 것이다.

에반은 도망친다는 생각조차 떠올리지 못한 채 잡아먹히는 상상이나 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에반의 심장은.

느린 속도로.

그렇지만 강하게 뛰고 있었다.

두근.

스윽하는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두근.

곧 살점이 뜯겨나가는 격통이 온몸을 덮칠 것이다.

두근.

하지만.


“에?”

“우···아···알······.”


괴물은 에반 같은 것은 신경 쓰이지도 않는지 그대로 그를 무시한 채 두 마리가 있는 것으로 천천히 움직이기만 했다.

자세히 보니 멀리 있던 둘도 에반은 관심도 없는지 그저 어딘가로 움직이기만 할 뿐이었다.

마치 무언가를 쫓아가려는 것처럼.


“뭐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다행히 에반을 위협할 생각은 없는듯했다.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언제 마음이 바뀌어서 에반을 쫓아올지도 모르는 일인데다 계속 이곳에 있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것이다.

이 숲에서는 괴물이 살고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에반의 발을 서두르게 만들었다.

오늘밤은 무리를 해서라도 다음 마을로 움직인다.

3일이나 걷고 나면 지쳐 쓰러져 한동안은 움직이기 힘들지도 모른다.


“죽는 것보다야 훨씬 낫겠지!”


에반은 짐가방을 서둘러 챙긴 뒤에 근처의 나뭇가지를 주워 천으로 감싼 뒤에 적당히 횃불을 만들었다.

지도상으로는 옆 마을인 등불마을까지는 하루 정도만 걸어가면 도착할 거리다.

오늘밤 내로 이 지옥 같은 숲을 빠져나가자고 생각하며 에반은 어두워지는 숲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위기는 한순간에 찾아오고 한순간에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내일은 금요일.
다들 주말이 오기전까지 별 위기 없이 마무리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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