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VincentM 님의 서재입니다.

청풍의 군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Zak
작품등록일 :
2021.05.18 11:52
최근연재일 :
2021.12.21 07:0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20,688
추천수 :
556
글자수 :
307,789

작성
21.07.30 06:00
조회
99
추천
1
글자
8쪽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3화

DUMMY

淸風 之 軍師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3화






회풍성 관영.


병사들이 관영 내 전투 물자를 밖으로 옮겼다.


원창은 검은색 경갑옷을 입은 차림으로


관영 앞에 서서 이를 지켜보았다.


오랜 만에 바깥 바람을 쐬는 검과 창은


여기저가 녹이 쓸어 있었다.


원창은 병기 무더기 사이에서


검 한 자루를 집어 들었다.


장식이 전혀 없는 일자 검으로


검집에는 옻칠이 되어 있었고,


손잡이는 붉은 색의 무명 천이 감겨 있었다.


원창은 손에 힘을 주어 검집과 손잡이 사이를 벌렸다.


그러자 그 사이로 푸른 빛의 검날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천지하(普天之下: 하늘 아래의 모든 세상).




원창은 검날에 새겨진 글귀를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 이게 여기 있었네?”




무예를 시작할 때 아버지에게 처음 받은 검이었다.


원창이 검을 마저 뽑으려는 순간,


관영 마당으로 50여 명 정도의 장정들이 몰려 들어왔다.


원창은 검집에 검을 다시 집어넣고는


그들을 맞았다.


장정들 중에는 미돌 마을의 사음, 덕수와


혼족의 란쿠, 장산산의 소치도 있었다.




“저희도 함께 싸우겠습니다.”




장정들은 원창에게 성에 남아 싸우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했다.


백성들을 위해 출성 금지령을 무시하고,


군병들만으로 전투를 벌이려는 원창의 결단에


감복하여 참전을 자원한 것이었다.


웅적성, 장산산, 회풍성, 녹둔골.


이들은 저마다 거주지는 달랐지만,


하나의 뜻을 가지고 모인 터였다.


원창은 이들을 내려다 보며 입꼬리를 아래로 늘어뜨리고


눈을 가늘게 뜬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정말로 무언가를 고민할 때 짓는 표정이었다.






“어떻게 하지?”




원창이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저들의 뜻이 확고하니 분명 아군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아, 깜짝이야!”




언제 왔는지 원창의 뒤에 정연이 뒤에


서 있었다.




“언제부터 내 뒤에 있었어?”




정연은 대답 대신 원창에게 짧게 군례를 올린 뒤


장정들을 바라보았다.




“성주님 저희에게 갑옷과 병기를


내어 주십시오.”


“이보게 난 말일세······.”


“새로 만든 갑옷과 병장기를 내어 드리겠습니다.”




정연이 원창의 말을 자르며 장정들에게 말했다.




“야! 누구 마음대로!”




원창이 정연에게 버럭했지만,


장정들은 이를 무시하고는 고개를 숙여


원창과 정연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물건이 준비되는대로 소식을 전할테니,


일단 병막으로 돌아들 가십시오.”




정연의 말에 장정들은 고개를 끄덕인 뒤


하나 둘씩 자리를 떠났다.




“이봐! 기다려!


내 말을 들어야지!”




멀어지는 장정들을 향해 소리치던 원창의 눈에


소치의 모습이 들어왔다.




“어? 자네도 있었구만!”




원창이 반가운 목소리로 부르자 소치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원창에게 고개를 숙여 군례를 올렸다.




“잠깐 차나 한 잔 할텐가?”


“예.”




원창은 소치를 관영의 집무실로 데려가 차를 대접했다.


소치는 감사 인사를 한 뒤 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성에 남는다는 말에 처자식이 화를 내진 않던가?”




원창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소치에게 물었다.




“속상해 하긴 하지만,


속으로는 필요한 일이라 여기고 있을 겁니다.”


“그래? 정말로 고맙네.”




원창은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런데 자네 덩치 큰 벗도 함께 남는 겐가?”


“성주님의 아우 분 말입니까?”




소치의 말에 원창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맞네. 자네랑 정 부관이 만들어 준 아우.”


“이고이도 이곳에 함께 남기로 했습니다.


아군에 적잖이 도움이 될 테니,


조금은 마음을 놓으십시오.”




소치와 몇몇 사람들에게는 가족이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고이는 마수일 뿐이다.


사람들과 함께 피난길을 갈 수 없는 처지였다.


게다가 점인과 도치가 이고이와 함께가 아니면


소치의 뜻을 따를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린 터였다.




“고맙네. 자네도, 이고이도.”


“제 뜻으로 정한 일이니


감사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소치의 말에 원창은 알았다는 듯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파견장 님······ 아니, 진혼 선생은


지금 어찌하고 계십니까?”




소치의 물음에 원창이 입에 쓴 약을 문 것처럼 인상을 찌푸렸다.




“관영 내 옥사에 감금되어 있네.


위궐에서 보낸 금군들의 감시를 받으며.”




소치는 잠시 침묵했다가


어두운 얼굴로 찻잔을 내려 놓았다.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 보게.”




원창이 소치에게 한 손을 들어보인 뒤,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진혼 선생께서 비록 신분을 속였지만,


지금까지 사람들을 구하려는 마음에는


거짓이 없었습니다.”


“······.”


“또한 적과 싸우는 데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보다 지혜롭고,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소치는 잠시 원창의 눈치를 살핀 뒤 말을 이었다.




“곧 시작될 전투에 대한 방책을 그 분께


구해 보는 것은 어떨지요?”




원창이 차를 마시던 것을 멈추고 잔을 내려 놓았다.




“그 분이라면 분명······.”


“진심으로 우리를 도와주겠지.”




원창이 소치의 말을 이어 말했다.




“그렇게 선생의 도움을 받고 나서


우리는 그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원창의 말에 소치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파견장은 여느 군의 대장군보다 높은 권한을 가진 관직일세.


그런 신분을 사칭한 것은 위궐을 능멸하는 중죄이고.


그 어떤 대가를 내걸어도······


구제할 방법이 없네.”




원창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찻잔을 움켜쥐었다.


옥색의 찻잔은 원창의 손 안에서 몸을 떨었다.




“선생은 이미 우리를 위해 이미 많은 것을 해 주었네.


우리는 아무 것도 해 준 것이 없고.


또 다시 아무 것도 해 주지 못하면서 도움을 청한다면


너무 염치가 없는 짓 아닌가.


게다가 선생에게 방책을 구해 우리가 그것을 따른다 한들


적호군의 전장군과 우장군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걸세.


그러면 아군은 싸우기도 전에 분열될 것이고,


우리는 희미하게나마 가진 승산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고.


그래서 난 선생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네.”




말을 마친 원창은 찻잔에 남은 차를 한 번에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아쉽지만 너무도 맞는 말이었다.


소치는 미간을 찌푸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대성으로는 언제 호송한다고 합니까?




소치의 물음에 원창이 거친 머리칼을 긁적였다.




“금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일 정도에 움직일 것 같더군.


성 안의 사람들이 출성하기 전에 먼저 길을 나설 걸세.”


“그렇군요.”




소치는 나직하게 중얼거린 뒤 남은 차를 마셨다.




두 사람은 한동안 각자의 머릿속에 머물며 침묵했다.


관영 밖으로 병사들의 분주한 발소리와


짐을 내려 놓는 소리가 끊임 없이 들려왔다.




소치는 두 번째 차를 비운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원창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원창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소치의 인사를 받았다.


소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문으로 걸어갔다.


집무실 밖으로 나가려던 그는 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원창을 바라보았다.




“정녕 방법이 없겠습니까?”




소치의 간절한 물음에 원창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나로써는 잘 모르겠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청풍의 군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2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82화 21.12.21 57 1 15쪽
81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81화 21.12.16 52 2 8쪽
80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80화 21.12.13 68 1 10쪽
79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9화 21.08.13 100 2 8쪽
78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8화 21.08.11 96 2 8쪽
77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7화 21.08.09 80 1 8쪽
76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6화 21.08.06 84 2 8쪽
75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5화 21.08.04 86 1 7쪽
74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4화 21.08.02 93 2 8쪽
»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3화 21.07.30 100 1 8쪽
72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2화 21.07.28 104 1 7쪽
71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1화 21.07.26 121 2 7쪽
70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0화 21.07.23 122 2 8쪽
69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9화 21.07.22 106 1 8쪽
68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8화 21.07.20 112 1 10쪽
67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7화 21.07.19 111 1 7쪽
66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6화 21.07.16 123 2 8쪽
65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5화 21.07.15 122 0 10쪽
64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4화 21.07.13 124 3 8쪽
63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3화 21.07.12 121 5 9쪽
62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2화 +2 21.07.09 162 3 9쪽
61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1화 21.07.08 131 3 9쪽
60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0화 21.07.07 137 3 8쪽
59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9화 21.07.06 135 4 8쪽
58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8화 21.07.05 134 4 8쪽
57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7화 21.07.02 141 4 8쪽
56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6화 21.07.01 155 5 10쪽
55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5화 +3 21.06.30 162 4 9쪽
54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4화 21.06.29 151 5 10쪽
53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3화 21.06.28 153 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