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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M 님의 서재입니다.

청풍의 군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Zak
작품등록일 :
2021.05.18 11:52
최근연재일 :
2021.12.21 07:0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20,972
추천수 :
556
글자수 :
307,789

작성
21.07.28 06:00
조회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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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2화

DUMMY

淸風 之 軍師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2화






해가 질 무렵.


수곡 협곡 남쪽으로 원평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선봉에는 말을 탄 시바트와 케이진이 이끄는 부대가,


후방 부대에는 아보테가 이끄는 부대가 있었다.




말 위에 비스듬하게 앉은 케이진은


연신 끙끙거리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시바트는 검상이 깊은 케이진에게


수레에 타라고 몇 번을 일렀지만,


케이진은 부끄럽다며 고집을 부려 말을 탔다.


시바트는 케이진을 잠시 바라보다 뒤를 돌아보았다.


평소와 달리 선봉에 자리한 미나타의 황마차가 보였다.


황마차 안의 미나타는 언제나처럼 정좌를 하고 있었다.


시바트는 미나타를 보며 지난 밤의 일을 떠올렸다.








진혼 일행이 혼족 사람들을 데리고 달아난 뒤


미나타는 흥분하여 날뛰는 마복들을 제어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마복들은 좀처럼 진정하지 못했고,


보다 못한 미나타는 마복들 중 통제가 되지 않는


놈들을 추려냈다.




‘만다문 도도(曼陀聞 刀途) 반자사(半子死) 폭(爆)’




미나타가 처음 보는 인을 맺고 주술을 발동했다.


그러자 날뛰던 마복들이 코와 입으로 피를 뿜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미나타는 곧바로 다른 인을 맺었다.




‘만다문 도도(曼陀聞 刀途) 흑수(黑手)’




인을 맺은 미나타의 손 끝에서 검은 빛의


거대한 손이 나타났다.


너덜너덜한 검은 가죽으로 뒤덮인 손 끝에는


원평군이 사용하는 환도 만큼이나 커다란 손톱이 달려 있었고,


손등 부위에는 초록색의 커다란 눈이 달려 있었다.




“어째서 개 주제에 주인의 말을 듣지 않는 거야!”




미나타는 숨을 헐떡이는 마복을 향해


소리치며 거대한 손을 휘둘렀다.


미나타의 손짓에 마복은 단숨에 토막이 나


사방에 피를 뿌렸다.




“으아아아!”




미나타는 고함을 내지르며 쓰러진 마복들을


차례대로 도륙했다.


그 모습에 원평군의 병사들은 물론 나머지 마복들조차


겁에 질려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한바탕 피의 안무를 춘 미나타는 씩씩거리며


주변 사람들을 차례대로 노려보았다.




“진군합니다.


모두 준비하세요.”




원평군의 병사들은 곧바로 숙영지를 해산하고,


서둘러 진군을 시작했다.




이동하는 동안 미나타는 단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눈을 붙이는 듯 이따금 꾸벅거리만 할 뿐이었다.


미나타의 노여움을 풀어주기 위해


아보테가 몇 번 찾아와 황마차 주변을 기웃거렸다.


하지만 번번히 근위대의 손에 저지당하여


자리로 돌아갔다.




“제장님. 사륙 평야에 도달했습니다.”




시바트의 말에 황마차 안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미나타가 얼굴을 들었다.


미나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눈 앞에 펼쳐진


사륙 평야를 바라보았다.




“보입니까?”




미나타가 시바트에게 물었다.




“무엇 말입니까?”




시바트가 주변을 둘러보며 되물었다.




“아무 것도 없습니다. 마수도, 적군도.


그저 넓은 땅만 펼쳐져 있습니다.”




미나타가 평소와 같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땅이라면 란의 부족들이 평온하게


살 수 있겠죠?”




복면에 가려져 있어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시바트는 미나타가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그렇겠네요.”




미나타는 자리에서 일어나 황마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사륙 평야의 누런 지평선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부전 평야. 적모 벌판. 이곳 사륙 평야.


우리가 지금까지 거쳐 온 모든 땅이


란의 새로운 터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모두가 평온하게 살아갈 것입니다.”




미나타의 말에 시바트는 사륙 평야에서 말을 치는


우스카 부족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마수의 위협도, 전쟁의 징후도 없는 평온한 일상.


해가 지면 천막에 몸을 누이고,


해가 뜨면 바람을 맞으며 땅 위를 걷는다.


그 일상에 나의 자리는 있는 것일까.




“시바트 나안은 전쟁이 끝나면


무얼 하고 싶습니까?”




미나타가 황마차에 기대며 물었다.




“그냥 부족 사람들과 말을 치며 살고 싶습니다.”


“소박하네요.


하지만 너무나 멋진 소망이네요.”




미나타가 지평선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 말에 시바트는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어지는 미나타의 말에 곧바로 미소를 지웠다.




“란의 새로운 터전을 온전하게 얻기 위해서는


회풍성을 차지해 태한과 란 사이에 새로운 국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미나타는 황마차에서 몸을 떼고 일어나 병사들 사이를 걸었다.


그리고 선두의 기마병을 지나 대열의 맨 앞에 멈춰 섰다.




“지금까지 저와 함께 쉽지 않은 길을 함께


걸어 주어 감사합니다.”




미나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바람을 타고 주변에 메아리가


치듯이 전해졌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딱 한 번입니다.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저와 함께 싸워주시면 됩니다.”




미나타는 천천히 뒤로 돌아 원평군의 전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에 닿는 모든 이들과 한 번씩 눈을 맞췄다.




“우리의 마지막 전투.


꼭 이깁시다.”




미나타의 말에 시바트가 검을 뽑았다.


전리품으로 받은 문정이 검이 아니라,


란의 전사들이 사용하는 환도였다.


시바트는 환도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만차이 데 란(란어로 ‘란 제국이여 영원하라’는 의미)!”




시바트가 하늘이 울릴 정도로 큰소리로 외쳤다.


원평군의 병사들은 시바트의 외침을 신호 삼아


일제히 환도를 뽑았다.


케이진도 말 위에서 휘청거리며 환도를 뽑았다.




“만차이 데 란!”


“만차이 데 란!”


“만차이 데 란!”




병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란의 영원을 외쳤다.


미나타는 이 모습을 지켜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각오를 다진 원평군은 회풍성을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전에 없이 단단하고, 경쾌한 이동이었다.


미나타는 시바트에게 회풍성이 보이기 전까지


자신이 탄 황마차 곁에서 말을 몰으라고 명했다.


시바트는 군말없이 명을 따라 미나타의 곁을 지켰다.




“제장님.”




반시진(1시간) 넘는 시간 동안 옆에서


묵묵히 말을 몰던 시바트가 미나타를 불렀다.




“예.”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미나타는 정면을 시선을 고정한 채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장님께서는 전쟁이 끝나면 무얼하실 겁니까?”




미나타는 뜻밖의 질문을 받았다는 듯이


시바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무례하게 들리셨다면 죄송합니다.”




시바트는 미나타에게 고개를 숙이며


황급히 사과를 했다.




“아닙니다.


아무도 제게 물은 적이 없는 질문이라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전쟁이 끝나면 저는······.”




미나타는 말을 멈추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혼잣말을 하듯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부리던 마수들을 모두 없애고,


란을 떠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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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82화 21.12.21 62 1 15쪽
81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81화 21.12.16 54 2 8쪽
80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80화 21.12.13 71 1 10쪽
79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9화 21.08.13 103 2 8쪽
78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8화 21.08.11 99 2 8쪽
77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7화 21.08.09 83 1 8쪽
76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6화 21.08.06 89 2 8쪽
75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5화 21.08.04 88 1 7쪽
74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4화 21.08.02 95 2 8쪽
73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3화 21.07.30 103 1 8쪽
»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2화 21.07.28 107 1 7쪽
71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1화 21.07.26 128 2 7쪽
70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0화 21.07.23 126 2 8쪽
69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9화 21.07.22 108 1 8쪽
68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8화 21.07.20 116 1 10쪽
67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7화 21.07.19 115 1 7쪽
66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6화 21.07.16 128 2 8쪽
65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5화 21.07.15 128 0 10쪽
64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4화 21.07.13 127 3 8쪽
63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3화 21.07.12 124 5 9쪽
62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2화 +2 21.07.09 169 3 9쪽
61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1화 21.07.08 135 3 9쪽
60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0화 21.07.07 142 3 8쪽
59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9화 21.07.06 137 4 8쪽
58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8화 21.07.05 137 4 8쪽
57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7화 21.07.02 145 4 8쪽
56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6화 21.07.01 161 5 10쪽
55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5화 +3 21.06.30 168 4 9쪽
54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4화 21.06.29 153 5 10쪽
53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3화 21.06.28 159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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