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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M 님의 서재입니다.

청풍의 군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Zak
작품등록일 :
2021.05.18 11:52
최근연재일 :
2021.12.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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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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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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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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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1화

DUMMY

淸風 之 軍師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1화






미나타를 처음 만났을 때 시바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첫 번째는 전쟁에서 살아남은 주혼사가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던 탓이오.


두 번째는 마복과 나타난 미나타가 인간 이상의 존재로 보였기 때문이다.


시바트는 부족 사람들을 추스른 뒤 천막에서 미나타를 대접했다.


그 동안 마복들은 천막에서 떨어져 있는 들판 한쪽에


잘 훈련된 사냥개처럼 앉아 있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시바트는 진심을 담아 미나타의 잔에 술을 따랐다.


하지만 미나타는 잔을 들어 감사하다고 인사만 할뿐 술을 마시지 않았다.


시바트는 개의치 않고, 연신 감사를 표했다.




“무리해서 대접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나가는 길에 위험해 보여 도운 것일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미나타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검은 복면으로 얼굴의 반을 가린데다 눈에는 흰자만 있어 표정이나,


기분을 좀처럼 해아릴 수가 없었다.


허나 시바트의 부족을 도와준 일도, 시바트의 보답에도


진심으로 관심이 없는 것은 진심인 것처럼 보였다.


시바트는 행여나 미나타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까 싶어


더는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선생님께서는 어디로 가시는 중이셨습니까?”




시바트가 아무 것도 들지 않고, 묵묵히 자리만 지키고 있는


미나타를 대신해 잔을 비운 뒤 물었다.




“땅을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땅이요?”




시바트는 밖에 앉아 있는 마복을 떠올렸다.




“마수들과 함께 머물만 한 곳을 찾고 계신 겁니까?”


“아니오.”




미나타가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란의 사람들이 마수의 위협을 받지 않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땅을 찾고 있습니다.”




미나타의 말에 시바트의 두 눈이 커졌다.


마수로부터 안전한 땅.


란의 영토에 그런 곳이 있단 말인가?


시바트는 상기된 얼굴로 미나타를 바라보았다.




“란의 영토에 그런 곳이 있습니까?”


“아니오. 없습니다.”




미나타는 무뚝뚝한 말투로 딱 잘라 말했다.


이에 시바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어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없는 곳을 찾아 정처 없이 떠돌고 계신 겁니까?”


“아니오. 일단은 모으는 중입니다.”




대화를 이어갈수록 말뜻을 헤아리기 어려웠다.


시바트는 대화를 끝내고 싶었다.


하지만 은인에 대한 예가 아니라 생각하여 말을 이었다.




“무엇을 모으고 계신 겁니까?”


“함께 할 동지.”




지금까지와 다르게 미나타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그들과 함께 란의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땅을 찾을 겁니다.”




미나타의 말에 시바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조금 전에는 그런 곳이 없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네, 그곳은 란의 영토에 없습니다. 그곳은 태한에 있습니다.”




미나타의 말에 시바트가 미간을 찌푸렸다.




“태한과 전쟁을 벌이고자 하시는 겁니까?”




시바트가 목소리에 날을 세워 미나타에게 물었다.


태한과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이 지경이 된 마당에 다시 전쟁을 벌이려는 건가.


시바트는 미나타가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미나타 역시 이런 시바트의 적개심을 읽었는지, 바로 대꾸하지 않고 침묵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시바트를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잠시 산책하시지 않겠습니까?”








해가 서쪽 지평선에 잠겨 하늘이 붉은 빛을 띄었다.


시바트는 미나타를 따라 들판을 걸었다.


미나타는 발소리를 내지 않고, 미끄러지듯이 걸었다.




“전쟁 이후 태한의 북쪽 지역은 군세가 예전만 못합니다.


그래서 예전과 같은 전쟁이 일어나면 태한은 그 땅을 지켜내지 못할 겁니다.”




그랬다.


비록 전쟁에서 이겼지만, 태한의 군세는 전에 비해 상당히 약화됐다.


특히 지방일수록 그 정도가 심했다.


전쟁이 일어나면 예전처럼 지켜내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저는 그 지역의 땅을 조금 얻고자 합니다.


란의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조그마한 땅을.


태한과 본격적인 전쟁을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규모가 작더라도 전쟁은 전쟁이다.


병사와 군마를 모으고, 무기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란의 부족들은 전쟁을 치를 만큼 자원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몇 개의 부족이 모인다 해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미나타의 이야기는 시바트에게 꿈 같은 소리일 뿐이었다.




“허튼 소리처럼 들리십니까?”




미나타가 걸음을 멈추며 시바트에게 물었다.




“한 뼘의 땅을 얻으려면 백 명의 군대가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물며 땅의 주인이 태한이라면 천 명의 군대는 있어야 할 터.


수 개의 부족이 모인다 해도 도모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시바트는 절대적인 진실을 이야기하듯 단호하게 말했다.


이에 미나타는 아무런 말없이 시바트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뿌우우!




어디선가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군에서 사용하는 나팔이었다.


시바트는 반사적으로 부족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괜찮습니다. 제 일행입니다.”




미나타가 차분한 목소리로 시바트에게 말했다.




잠시 후 어둠이 드리워진 벌판 위로 미색 갑옷을 입은 기마 부대가 나타났다.


기마 부대 병사들은 미나타와 같이 얼굴을 복면으로 가리고 있었고,


목에는 기이한 문양이 새겨진 영대를 걸치고 있었다.


또 그들의 뒤에는 수십 대의 함거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안에는 마복들이 실려 있었다.




병사 중 하나가 미나타의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걱정이 되어 이리 찾으러 나왔습니다.”


“잠시 산책을 나왔다가 좋은 인연을 만나 자리가 길어졌습니다.”




미나타는 병사의 어깨를 두드린 뒤 벌판의 한쪽을 향해 가볍게 손짓했다.


그러자 미나타와 함께 온 마복들이 어디선가 나타나 빈 함거 안으로 들어갔다.


병사들은 마복들이 함거 안에 자리를 잡자, 곧바로 함거의 문을 닫고 잠갔다.


시바트는 이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수를 다루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강한 마수를 다룰수록 많은 주혼사들이 정신을 모아야 했고,


그렇게 하더라도 가축처럼 온전하게 부릴 수 없었다.


하지만 미나타는 마수 중에서도 강한 축에 속하는 마복을 사냥개처럼 부렸다.


그것도 혼자서 여러 마리를.


미나타는 일찍이 시바트가 전장에서 보았던 주혼사들과 격이 달랐다.




“이 놈들이 란의 전사들을 돕는다면······.”




미나타가 눈 앞의 광경에 넋을 잃은 시바트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시바트는 움찔하며 미나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복면 위로 드러난 미나타의 백안이 번뜩였다.




“태한의 작은 땅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시바트는 대답 대신 미나타의 얼굴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시바트가 미나타를 따르겠다는 결심을 내리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천막을 정리하고,


부족 사람들과 함께 미나타 일행의 뒤를 따랐다.


그는 란의 벌판을 떠돌며 여러 부족을 만났고, 그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몇몇 부족은 그를 따르겠다 했고, 몇몇 부족은 지금처럼 살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다.




이따금 태한의 국경이나 란의 영토 밖 부족 국가들의 마을을 습격하기도 했다.


마복의 식량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미나타는 이를 사냥이라 불렀고, 사냥을 나설 때는 전사들만 데리고 길을 나섰다.


사냥의 대상은 다른 민족, 적이었다.


전사들은 사냥을 전투라 여겼고, 란의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 여겼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잡았다.




두 해가 지났다.


많은 부족들이 미나타의 휘하에 들어왔고,


아보테의 망카 부족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아보테는 란의 서쪽 지역에 부족의 노약자들이 머물 수 있는 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일부 전사들을 그곳에 남겨 사람들을 지키게 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미나타를 따라 남으로 이동했다.


때가 된 것이었다.


미나타는 무리의 이름을 원평군이라 지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겁니까?”




미나타가 시바트에게 물었다.


시바트는 흐려져 있던 초점을 바로 잡으며 미나타를 바라보았다.




“잠시 옛날 생각을 했습니다.”


“옛날이오?”


“예.”


“어느 시절이었습니까?”




미나타의 물음에 시바트는 잠시 생각을 하다 입을 열었다.




“그냥······.”




“으아아악!”




밖에서 들려온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시바트의 말을 잘랐다.


미나타와 시바트는 자리에서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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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81화 21.12.16 52 2 8쪽
80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80화 21.12.13 68 1 10쪽
79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9화 21.08.13 100 2 8쪽
78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8화 21.08.11 96 2 8쪽
77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7화 21.08.09 80 1 8쪽
76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6화 21.08.06 85 2 8쪽
75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5화 21.08.04 86 1 7쪽
74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4화 21.08.02 93 2 8쪽
73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3화 21.07.30 100 1 8쪽
72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2화 21.07.28 104 1 7쪽
71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1화 21.07.26 121 2 7쪽
70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70화 21.07.23 122 2 8쪽
69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9화 21.07.22 106 1 8쪽
68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8화 21.07.20 112 1 10쪽
67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7화 21.07.19 111 1 7쪽
66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6화 21.07.16 123 2 8쪽
65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5화 21.07.15 122 0 10쪽
64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4화 21.07.13 124 3 8쪽
63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3화 21.07.12 121 5 9쪽
62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2화 +2 21.07.09 162 3 9쪽
»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1화 21.07.08 132 3 9쪽
60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60화 21.07.07 137 3 8쪽
59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9화 21.07.06 135 4 8쪽
58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8화 21.07.05 134 4 8쪽
57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7화 21.07.02 141 4 8쪽
56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6화 21.07.01 155 5 10쪽
55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5화 +3 21.06.30 162 4 9쪽
54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4화 21.06.29 151 5 10쪽
53 청풍의 군사: 북방의 유랑자- 53화 21.06.28 154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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