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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남 님의 서재입니다.

신세계로부터 : 씨앗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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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푸
작품등록일 :
2022.01.17 14:35
최근연재일 :
2022.05.13 05:56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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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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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글자수 :
582,282

작성
22.02.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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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08 광휘의 나무(1)

DUMMY

『두 달 전. RM의 비밀 채널에 호주의 한 학자가 글을 올렸다. 그는 글에서 RIBAD가 외계에서 왔다고 주장했다. 남자의 이름은 앨빈 무어. 멜버른 대학에서 유전학을 가르치던 교수였다. RM의 멤버들은 전용채널을 통해 접한 그 소식을 극비사항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긴급하게 자신의 신분을 밝힌 이 남자는 병들어 죽어가는 아내를 위해, 끈질기게 역학조사에 매달렸던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주장들은 그저 가능성이라 치부하고 넘기기에는 너무 아귀가 맞아떨어졌었다.


그리고 오늘.. 그가 보낸 영상 속에 나온 모습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운석에 세균과 씨앗이 담겨 있었다는 것도 황당하기 그지없었는데, 그 씨앗이 자라난 나무는.. 앨빈의 부인, 시에나를 이볼버로 만들었다. 나는 영상을 본 이후로 너무 마음이 복잡해졌다.


대체 혜성 바엘은 누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우주를 떠돌게 만든 것인지..


깊은 무력감이 온몸을 짓누르는 것 같다.. 갑자기 발가벗겨져 우주에 내던져진 기분이다. 거대한 우주의 한 가운데에서 나는 너무 작게 느껴지는 인간이다..


-마법사 선수민의 기록-』



그것은 분명 나무였다.


비록 따뜻한 빛을 뿜어내고, 나무 기둥은 눈이 부신 순백색을 띠고 있어, 전혀 이 지구의 나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그것은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가지들을 위로 뻗어 올려, 수백 개의 가지에 옅은 주황빛의 잎사귀들을 피어 올린 나무였다.


유현은 그 은은한 빛에 이끌리듯 중정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결국 투명한 유리 창문에 가로막혀 더 이상 다가가지 못했을 때, 자신이 신발을 신고 집 안으로 들어왔음을 인지했다.


유현은 멈춰 서서 현관으로 신발을 벗어던지고 주변을 둘러봤다. 마스터 장세영이 어느새 왔는지 유현의 옆에 서서 고고하게 서 있는 나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말이 잘 나오지 않을 정도죠?”

“마스터.”


유현이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자, 장세영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세종에서 할 일은 잘 마무리했습니까?”

“네.”

“다행이군요. 혹여나 유현 씨의 마음이 다칠까 봐 조금 걱정했습니다.”

“멀쩡합니다.. 생각만큼 후련하진 않지만요.”


유현의 얘기에 장세영이 이해한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중정으로 나가서 얘기를 계속할까요?”


장세영이 닫힌 유리 문을 열고 맨발로 나무의 곁으로 걸어 나갔다. 유현도 양말을 벗어 내려놓은 뒤, 천천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인류가 두 번째로 만나는 외계 생명체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만남을 상상이나 했을까요? 첫 번째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균이었는데 말이죠. 이렇게 아름다운 생명체라니..”

“...”


유현은 넋을 놓고 나무를 바라보기 바빴다.


“가까이 가서 만져 보시죠. 유현 씨.”


장세영의 말에 유현은 그래도 되냐는 얼굴로 잠시 그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나무뿌리가 굵직하게 튀어나온 중정의 가운데로, 자신의 숨결이 나무에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갔다.


“아름답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네요.”

“동감입니다. 이 정원에 앉아 이 아이를 바라보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도 모를 때가 많죠.”


나무의 메인 기둥은 성인 남자 네 사람이 손을 맞잡고 빙 둘러서도 모자를 정도로 엄청나게 두꺼웠다. 지구의 나무로 치면 수령이 몇 백 년은 되어야 이렇게 자랄 수 있었을 것이다.


‘시에나 무어가 거닐던 호주 정원의 다섯 그루의 나무와도 크기가 비슷한 것 같은데..?’


“이 나무.. 너무 빨리 자라는 것 아닌가요? 이대로 라면 숨기기가 힘들어질 것 같은데..”

“호주의 나무는 한 달 정도 만에 성장을 멈췄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안심은 하고 있었죠.”

“이게.. 한 달 만에 자란 크기라고요?”


유현은 거대한 위용을 뽐내는 나무를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나뭇결 사이사이로 빛나는 은은한 빛이 새어 나왔다. 멀리서 봤을 때 보였던 강렬하다고 느껴진 하얀색은, 이 밝은 빛과 나무줄기의 흰 구름 같은 색의 조화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래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나무가 더 자란다면 바닥을 깎아 내려갈 예정이었죠.”

“어떻게.. 요?”

“이렇게 하면 됩니다.”


장세영이 근처의 바닥을 향해 손을 뻗어 마나를 집중하자, 초록색 잔디가 동그랗게 움푹 들어갔다. 동그랗게 들어간 잔디 아래의 부드러운 흙은, 그 들어간 양만큼 정확히 주변을 동그랗게 감싸며 튀어나왔다. 마치 땅속에 잔디로 엮은 커다란 바구니가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마법..’


유현은 아쉬움에 입맛이 씁쓸해져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마법이라고는 고작 라이터 불만한 불꽃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그러던 중, 유현은 장세영의 표정에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잔뜩 기대를 하고 있는 표정이랄까? 유현은 참지 않고 바로 그에게 물었다.


“혹시 저한테 뭔가 바라시는 거라도..?”

“아.. 하하. 얼른 유현 씨가 나무와 접촉하는 걸 보고 싶었거든요.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 될 겁니다.”


‘뭐야.. 변태같이.. 왜 그렇게 쳐다보나 했네..’


5년 전에 느꼈던 바와 같이, 마스터 장세영은 정말 괜찮은 사람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뭔가 이 남자도 엉뚱한 면이 많았다.


‘괜히 하 교수와 쿵짝이 잘 맞는 게 아니겠지.’


유현이 피식 웃으며 나무 주위를 천천히 돌자, 발에 밟히는 잔디와 흙에서 코를 간질이는 상쾌한 향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유현이 나무와 접촉하기 위해 가슴 높이만큼 손을 들어 올렸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기에 유현은 괜히 긴장되기 시작했다.


‘왜들 저러는 거야..’


별일이야 있겠냐는 마음으로 유현은 손을 나무에 살포시 얹었다.


그 순간 유현은 손을 타고 무언가가 훅 하고 들어와 척추신경을 찌릿하게 타고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그리움이었다. 그것이 스치고 지나가는 모든 세포가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것은 서러움이었다. 유현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하고 쏟아졌다.


그것은 나무의 의지를 가진 마나였다.


동시에 유현의 시야는 따뜻한 빛을 뿜어내는 빛나는 나뭇잎으로 이동했다.


나뭇잎 주변을 떠도는 깨끗한 공기들을 보았다.


그리고 나무에 손을 얹고 있는 자신을 보았다.


그것은 유현이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나무를 통해 주변 마나로 확장된 유현의 감각이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황홀한 경험. 마치 세상을 내려다보는 신이 된 것만 같은 느낌. 모든 신경의 활성화된 상태에서, 세상의 모든 감각들이 뇌로 쏟아져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그것의 대부분은 분명 인간이 가진 감각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은, 태곳적부터 자연이 가지고 있었던 다채로운 빛깔들이었다. 유현은 왠지 모르지만 그 감각들이 자연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영역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운석으로 만든 검을 휘두를 때, 혹은 마법을 시도하기 위해 손끝에 마나를 집중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감각의 확장.


그때, 유현은 쏟아져 들어오는 감각의 홍수에 아찔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뭔가 또 변화하려는 것 같았다.


나무 근처를 감싸고 있던 마나들은 유현의 의지에 반응하며, 거칠게 혹은 잔잔하게 파동을 일으키며 확장해 나갔다.


유현과 나무가 일으키는 마나의 파동에 주변의 공기 그리고 산의 마나가 공명하기 시작했다.


유현은 마나의 바닷속에서 유영을 즐기듯 한참을 그 감각에 몰두했다. 그러는 사이 유현의 감각은 어느새 산 전체로 확장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 심장을 죄여오는 통증에 유현은 헉하고 나무에서 손을 떼며 주저앉았다. 놀란 장세영이 유현의 곁으로 다가와 부축했다.


“유현 씨 왜 그래요? 괜찮나요?”


심장에 쥐가 나는 것만 같은 격통. 마나 브레이크가 분명했다.


“크윽.. 마나가.. 순식간에 바닥 나버렸는데요?”

“무슨.. 아니 그럴 리가..”


어느새 달려온 하지연이 유현이 손을 갖다 댔던 자리에 똑같이 손을 올려보았다. 눈을 감고 집중하는 그녀의 모습을 유현과 김해리도 숨을 죽이고 관찰했다.


잠시 후 손을 뗀 하지연이 말했다.


“이상하네요. 저는 마나 소모량이 그 정도는 아닌데요..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미미해요. 혹시.. 나무와 접촉했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숨을 몰아쉬느라 유현은 잠시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하지연은 그가 얘기할 수 있을 때까지 차분히 기다렸다.


“나무 주변의 마나로 제 감각이 확장되면서 점점 더 넓은 범위의 마나들과도 반응을 시작하고..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정원 너머로.. 산 전체로..”


간신히 입을 연 유현에게서 나온 얘기에 하지연과 장세영 두 사람 모두 당황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네? 감각이 나무 주변이 아니라, 산 전체까지 확장됐다고요?”


‘왜 저렇게까지 놀라지?’


하지연의 얼굴은 그동안 본 것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놀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유현이 오히려 당황할 정도였다.


“해리는? 그런 적 있었어?”

“아뇨.. 저도 그냥 저 나무 주변으로만.. 마나 소모량도 손끝에 집중했을 때랑 비슷했는데.”

“시에나 무어도 그 정도로 표현했었지.. 마법사로서의 능력이 점점 향상될수록 그 감각의 확장도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고 말이야.”

“혹시 이 반점과 관련이 있을까요..?”


유현이 셔츠 목 깃을 젖혀 검은 반점을 보여주자, 김해리가 눈이 커지며 그 커진 눈을 반점 가까이로 가져갔다.


유현은 땀 냄새가 날까 하는 민망함에 옷깃을 다시 여미려 했지만, 김해리의 손길에 막혀 그대로 쇄골을 내놓고 말았다.


“이거..? 모양이 부작용 반점이랑 같네요?”

“응. 현이 씨는 부작용이 나타났던 일반인이었어.”

“에? 뭐라고요? 그런데 왜 살아 있어요? 아. 제 말은 그게 아니고요 오빠. 어떻게 살아 있냐는... 아 이 말도 이상하네. 아무튼 저는 부작용 나타나고 살아 있는 사람은 처음 봐요.”

“그건 차차 나중에 얘기하고. 현이 씨 말대로 정말 반점이 원인인지는.. 두고 봐야겠네요. 어떻게 알아내야 하는지조차 감도 안 잡히니.. 몸은 어때요 현이 씨?”

“이제 괜찮습니다. 이 나무 옆에 있는 덕분인지 마나가 정말 빨리 차오르네요.”


빠르게 안정되어 가는 유현의 안색에, 하지연은 안심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저기 저 나무 중앙 부분에 엄청 고밀도의 마나가 느껴지던데요 교수님.”


유현이 나무의 주 기둥의 가장 끝부분. 넓게 가지를 퍼트리고 있는 나무의 머리 부분 가운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에 하지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곳이 바로 마나 애플이 있는 자리예요. 이름처럼 열매는 아니고, 저 나무의 씨앗이 밀려 올라간 자리죠.”

“마나 애플? 그게 뭐죠..?

“아직 그게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요. 혹시라도 훼손하게 되면 나무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정말 모르는 것투성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나무가 RIBAD 감염자들을 이볼버로 만든다는 사실이다. 이 나무는 거대한 힘을 품고 있다. 적어도 이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은 확실하다.


“이제.. 나머지 얘기를 들을 시간이네요 교수님.”


이승민이 왜 연합을 떠나 반자련으로 간 것인지,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질 임무는 무엇일지. 유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분한 눈빛으로 하지연과 마스터 장세영 두 사람을 바라봤다.


작가의말

오늘은 조금 일찍 업로드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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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p.10 가면(2) 22.02.24 122 3 12쪽
40 Ep.10 가면(1) 22.02.23 134 3 13쪽
39 Ep.09 마법사의 소양(6) 22.02.22 137 3 12쪽
38 Ep.09 마법사의 소양(5) 22.02.21 146 3 12쪽
37 Ep.09 마법사의 소양(4) 22.02.20 140 3 12쪽
36 Ep.09 마법사의 소양(3) 22.02.19 140 4 12쪽
35 Ep.09 마법사의 소양(2) 22.02.18 151 5 12쪽
34 Ep.09 마법사의 소양(1) 22.02.17 157 5 15쪽
33 Ep.08 광휘의 나무(3) 22.02.15 164 5 17쪽
32 Ep.08 광휘의 나무(2) 22.02.14 164 5 13쪽
» Ep.08 광휘의 나무(1) 22.02.12 171 4 12쪽
30 Ep.07 혜성 바엘(3) 22.02.12 163 4 14쪽
29 Ep.07 혜성 바엘(2) 22.02.10 164 5 15쪽
28 Ep.07 혜성 바엘(1) 22.02.09 175 5 11쪽
27 Ep.06 비노력형 천재(4) 22.02.08 170 6 12쪽
26 Ep.06 비노력형 천재(3) 22.02.08 168 6 11쪽
25 Ep.06 비노력형 천재(2) 22.02.06 195 6 12쪽
24 Ep.06 비노력형 천재(1) 22.02.05 191 5 12쪽
23 Ep.05 세종(6) 22.02.04 187 5 11쪽
22 Ep.05 세종(5) 22.02.03 181 5 11쪽
21 Ep.05 세종(4) 22.02.02 182 5 12쪽
20 Ep.05 세종(3) 22.02.01 196 5 11쪽
19 Ep.05 세종(2) 22.01.31 199 8 11쪽
18 Ep.05 세종(1) 22.01.30 216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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