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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남 님의 서재입니다.

신세계로부터 : 씨앗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도리푸
작품등록일 :
2022.01.17 14:35
최근연재일 :
2022.05.13 05:56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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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60
추천수 :
419
글자수 :
582,282

작성
22.02.0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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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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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Ep.07 혜성 바엘(1)

DUMMY

『호주와 뉴질랜드가 팬데믹 이후, 2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국가를 어떻게 안정시켰는지에 대해.


이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몇 안 될 것이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철저한 극비사항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정보는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에 의해서, 조심스럽게 다루어지고 있었다.


Rational mediators. RM이라 불리는 비밀의 단체. 수 세기에 걸쳐, 세계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는. 세상의 불합리들을 바로잡는 것을 단체의 사명으로 하는, 이 역사 깊은 단체가 바로 그 극소수의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 중 한 명이다.


다국적 초거대 기업의 설립자, 모 국가의 정치 지도자, 유명한 석학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속해 있다고 알고 있다. 그 면면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짐작만 할 뿐이다.


우리의 룰은 서로 궁금해하지 않고, 만나지 않는 것이니까. 그래야 누군지 모르는 서로를 견제하고, 우리는 우리의 사명을 이어 나갈 수 있다.


-마법사 선수민의 기록-』



검과 활의 빛깔은 달랐다. 검 쪽이 더 짙은 어두운색을 띠었고, 활은 그보다 더 밝고 은은한 광택을 띠는 아름다운 모양이었다.


“활은 말이야. 이 말도 안 되는 쇳덩이를 전부 쓰자니 영 모양이 안 잡혀서, 다른 금속을 섞었어.”


하지연이 활을 집어 들고 지 영감이 같이 꺼내 놓은 설계도와 비교하면서 활을 유심히 살폈다.


“검은 일자로 쭉 빼면 되는 거지만 활은 섬세하게 모양 잡는 게 중요하다고. 어?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지 영감이 말이 없어진 하지연을 보며 불안한 듯 열심히 부연 설명을 붙였다.


“지금 나 의심하는 거야? 설계도와 아주 똑같이. 당연히 오차 없이 만들었지. 나를 뭘로 보고 말이야.”

“영감님.”

“뭐!”

“너무 훌륭한데요 영감님?”


하지연이 지 영감에게 존경의 눈빛을 담아 보내며 말했다. 지 영감은 금세 표정이 풀어져 부끄러운 듯 헛기침을 뱉으며 괜히 검을 만지작거렸다.


“뭐.. 활을 만들어 본 건 처음이라 나름 재미도 있었고. 그런데 이 검이 문제야.”


지 영감이 날이 잘 벼려지지 않은 살짝 뭉툭한 검을 들고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검은 일반적인 날카로운 검보다 그 두께가 더 있어 보였다. 거기에 은은한 검은 광택이 더해지니, 날카로운 검의 느낌보다는 오히려 장식용 가검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날은 여기까지가 한계야. 잘 갈리지도 않고, 최대한 두드리고 두드리고 또 두드려서 이 정도까지 한 거야. 대신! 정말 엄청나게 단단해. 그리고 같은 크기의 어떤 금속보다도 가볍지. 자! 들어봐 새로운 에이스.”


지 영감이 검 집에 들어있지도 않은 검을 아무렇게나 유현에게 던지자 유현이 습관적으로 손잡이 부분을 잡았다.


“날이 안 섰다니까? 아니 못 세워. 그건 그렇게 써야 해.”


거무튀튀한 빛깔이 은은한 광택을 내며 빛났고, 확실히 예상보다 훨씬 가벼운 느낌이었다. 유현은 지 영감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날 부분에 손을 천천히 가져다 댔다. 부드럽게 어루만져지는 날은, 빠른 속도로 휘둘러야만 상처를 낼 수 있을 정도로 뭉툭했다.


‘무슨 금속이길래 이렇게 밖에 못 만드는 거지?’


궁금해하는 유현의 눈빛을 읽었는지 하지연이 오래된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운을 뗐다.


“운석으로 만든 검이에요.”

“운.. 석이요? 지상에 떨어진 유성 말이죠?”

“네. 맞아요.”


유현도 들은 적 있다. 그 옛날, 금속을 제련하는 기술이 뛰어나지 않았던 고대에는 이런 운석을 이용해 무기를 만들었다고. 대기권을 뚫으며 높은 열에 순도를 높인 금속 성분이 조잡한 지구의 금속들보다 뛰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옛날 얘기 아닌가?


“이 금속이 지구의 다른 금속보다..”

“뛰어나죠.”

“이 가벼운 게.. 정말로요?”


손에 쥔 검을 가볍게 그어본 유현은 뭔가 특이한 느낌에 흠칫하고 놀랐다. 검의 궤적에 따라 자연 속에 퍼져 있는 마나의 결이 따라 움직였다.


“어..?”


놀란 유현이 하지연을 바라봤다. 하지연은 덤덤한 얼굴로 그런 유현의 표정에 이야기를 시작했다.


“혜성 바엘을 기억하세요?”


바엘..? 기억에 없었다. 다른 혜성의 이름은 몇 개 알고 있는 것이 있지만, 그런 이름은 처음 듣는 것이었다.


“역사상 처음 관측된 혜성이 지구에 아주 가까이 붙는다고 아주 화제였는데. 별똥별도 참 많이 떨어졌고요.”


별똥별이라는 얘기를 들으니 유현의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이 떠올랐다.


*4년하고 1개월 전.


유현은 평소답지 않게 시무룩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기꾼 차 씨가 신경 쓰였다. 아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운동하고 있는 유현의 근처, 별로 공간도 없는 난간을 기어코 비집고 들어와서는 들으라는 듯이 한숨을 크게 내쉬고 있었으니 말이다. 유현은 무슨 일인지 물어봐 달라는 무언의 압박 같은 것을 느끼고, 피식 웃으며 차 씨에게 물었다.


“아저씨. 표정이 왜 그래요?”

“우주쇼래. 이번엔 진짜 엄청날 거라잖아..”


차 씨가 또 한 번 한숨을 쉬며 날숨으로 말했다.


“우주쇼요? 그게 뭔 데요?”


유현은 열심히 들어줄 테니 자세히 말해 봐라. 라는 뜻으로 운동을 멈추고 차 씨의 옆에 앉았다.


“우리 유 동생은 법만 공부해서 우주나 별 이런 거에는 관심 없었나?”

“저 학부는 공대 나왔어요. 전자공학부.”

“아 그랬어? 그럼 별 그런 것도 좋아해?”

“별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요? 다 좋아하죠.”


유현의 대답에 차 씨는 조금은 밝아진 얼굴로 엉덩이를 가까이 당겼다.


“우리 딸이 별을 참 좋아해. 별자리도 외우고, 별 이름도 외우고.”


차 씨는 딸 얘기를 할 때 최대로 행복한 표정이 됐다.


“내가 그래서 물어봤지. 우리 딸 별이 왜 그렇게 좋냐고.”


유현은 차 씨의 말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더니 나랑 이불 두르고 옥상에서 별똥별 구경하던 걸 얘기하는 거야. 기억 못 할 줄 알았지. 그때가 정말 어릴 때였거든. 한 네 살쯤 됐던 때였나? 그런데 그때를 기억한다면서 그 반짝반짝하는 눈으로 얘기하는데...”


차 씨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딸 얘기를 시작했다면 당연히 눈물로 끝난다는 것을 유현은 알고 있었다. 유현은 가지고 왔던 땀수건을 차 씨에게 건넸다.


차 씨는 수건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아, 새 수건임을 확인하고는 눈물을 훔쳤다.


“그래서 내가 우리 딸한테 좋아하는 별. 잘 보라고 커다란 망원경도 사줬는데 말이야. 아 그 망원경이 완전 먹통이더라고. 말 그대로 진짜 먹통. 전혀 안 보여 하하.”


차 씨는 웃다가 울다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 딸은 밤 하늘은 까마니까. 자기가 별을 못 찾는가 보다 하고 매일 열심히 별을 찾았어.”

“망원경이 왜 그랬어요?”

“사기꾼 새끼한테 산 거지 뭐. 어쩐지 좀 싸더라니.”

“사기꾼한테 사기를 치다니 대단한 놈이네요.”


유현의 말에 차 씨는 자존심이 상한 듯한 표정으로 눈을 흘기며 말했다.


“대단하긴! 가족 위하는 마음 가지고 장난치는 새끼들은, 제일 비겁하고 수준 낮은 새끼들이야!”

“아니 그래서 우주쇼가 뭔 데요?”


얘기가 길어질 것 같자, 유현은 차 씨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아 맞다. 우주쇼는 별똥별이 막 쏟아지는 걸 말하는 거야. 그런데 그 별똥별이 혜성이 지구 가까이에 오면. 아. 혜성이 뭔 지는 알지?”

“네. 알아요. 핼리혜성 같은 거.”

“어 그래 핼리. 뭐 그런 거.. 아무튼 그게 원래 날아가면서 막 뭘 뿌려. 돌 같은 거 말이야. 그럼 그게 지구 가까이에 왔을 때, 막 그 돌들이 지구로도 날아와. 그럼 그게 하늘에서 파바박 불타 가지고 별똥별로 보이는 거야.”


유현은 이해했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차 씨가 왜 슬퍼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 관측되는 혜성이 지구에 역대 최고로 가까이 온다는 거야.. 별똥별이 얼마나 많이 쏟아지겠어.. 우리 딸이랑 너무 같이 보고 싶은데.. 우리 딸도 나랑 보고 싶어 할 텐데..”


유현은 말없이 그의 등을 두들겼다.


*


바엘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유현이 구치소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후 RIBAD 팬데믹이 시작되었고, 유현은 구치소를 걸어 나왔다.


“그때 그 혜성이 지나가면서 참 많은 별똥별이 떨어졌어요. 그리고 또 꽤 많은 돌들이 채 타지 못하고 지구에 떨어졌죠.”


유현은 그녀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공기 중의 마나가 민감하게 반응해오는 것이 느껴졌다.


“유현 씨..?”

“아 네! 이거.. 이거 왜 이래요?”

“유현 씨는 RIBAD의 원인균이 어떻게 나타난 것인지 아시나요?”


갑자기 RIBAD 얘기를 꺼내니 유현은 감을 잡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보통 다른 감염병들처럼 RIBAD도 역학조사를 실시했었을까?


“글쎄요..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네요.”

“RIBAD 세균은 그 운석 안에 들어 있었어요.”

“...!!”


이게 대체 무슨 얘기인가 하고 유현은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하지연이 허튼소리를 할 리가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유현은 차분히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정보들을 정리했다.


“지금 그 유성에서 세균이 퍼졌다고 얘기하시는 건가요? 보통 세균은 타 죽지 않나요?”

“보통 그렇죠. 하지만 이 사실은 추론을 해서 얻은 게 아니에요.”


하지연은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감염병의 진원지를 찾고자 했던 한 학자가, UN 소속 역학조사관들이 놓치고 지나갔던 작은 단서를 발견했어요. 그건 바로 각 나라의 첫 사망자들을 정리한 서류였죠.”

“첫 사망자..”

“그중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그리고 한국. 네 나라에서 가장 먼저 사망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죠. 그들은 지질 조사 기관의 연구원들이었어요. 그 나라들의 공통점은..”

“운석이 떨어진 나라들인가요?”

“네 맞아요.”

“우연이라고 볼 여지는 없었던 건가요?”

“우연이라 생각하고 넘어간 단서가 다시 손에 잡혔을 때는 기존의 편견을 걷어내고 다시 조사를 시작해야 하는 법이죠.”


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얘기를 경청했다.


“떨어진 운석은 그냥 평범한 돌덩이가 아니었어요. 잘 만들어진 금속 장치였죠.”


하 교수의 말에 유현이 놀라며 물었다.


“아니, 장치라뇨? 그럼 누가 운석을 만들었다는..?”

“운석은 만들어진 게 분명해요. 절대로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구조와 모양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운석 내부에 RIBAD 세균이 들어있던 겁니다. 세균은 그 안으로부터 흘러나왔어요.”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하는 유현의 표정은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런 유현의 표정을 보며 지 영감이 클클 거리며 웃었다.


“아니.. 그럼 RIBAD 세균이..”

“맞아요. 인류가 역사상 처음으로 조우한 외계 생명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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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p.10 가면(2) 22.02.24 122 3 12쪽
40 Ep.10 가면(1) 22.02.23 13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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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p.09 마법사의 소양(5) 22.02.21 146 3 12쪽
37 Ep.09 마법사의 소양(4) 22.02.20 140 3 12쪽
36 Ep.09 마법사의 소양(3) 22.02.19 140 4 12쪽
35 Ep.09 마법사의 소양(2) 22.02.18 151 5 12쪽
34 Ep.09 마법사의 소양(1) 22.02.17 157 5 15쪽
33 Ep.08 광휘의 나무(3) 22.02.15 164 5 17쪽
32 Ep.08 광휘의 나무(2) 22.02.14 164 5 13쪽
31 Ep.08 광휘의 나무(1) 22.02.12 170 4 12쪽
30 Ep.07 혜성 바엘(3) 22.02.12 163 4 14쪽
29 Ep.07 혜성 바엘(2) 22.02.10 164 5 15쪽
» Ep.07 혜성 바엘(1) 22.02.09 175 5 11쪽
27 Ep.06 비노력형 천재(4) 22.02.08 170 6 12쪽
26 Ep.06 비노력형 천재(3) 22.02.08 168 6 11쪽
25 Ep.06 비노력형 천재(2) 22.02.06 195 6 12쪽
24 Ep.06 비노력형 천재(1) 22.02.05 191 5 12쪽
23 Ep.05 세종(6) 22.02.04 187 5 11쪽
22 Ep.05 세종(5) 22.02.03 181 5 11쪽
21 Ep.05 세종(4) 22.02.02 182 5 12쪽
20 Ep.05 세종(3) 22.02.01 196 5 11쪽
19 Ep.05 세종(2) 22.01.31 199 8 11쪽
18 Ep.05 세종(1) 22.01.30 216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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