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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남 님의 서재입니다.

신세계로부터 : 씨앗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도리푸
작품등록일 :
2022.01.17 14:35
최근연재일 :
2022.05.13 05:56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15,862
추천수 :
419
글자수 :
582,282

작성
22.02.03 20:40
조회
181
추천
5
글자
11쪽

Ep.05 세종(5)

DUMMY

당연히 알아봤을 것이다. 알아봤으니 저 어린아이를 방패 삼기 위해서 데리고 나왔을 것이다. 6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는 아빠라 부르는 남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뒤로 숨으려 했지만, 이종한은 계속해서 아이를 앞에 세웠다.


‘개새끼..’


참기가 힘들었다. 분노로 눈앞이 붉게 물드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알아봤겠지.. 그래.. 어때 기분이? 이렇게 보게 되니 말이야.”


유현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누.. 누구시죠?”

“아빠. 저 아저씨 누구야?”


그때, 뒤에서 날아온 검이 유현의 등에 맞고 떨어졌다. 방검복을 뚫지 못한 것이다.


“사장님.. 도망 가십쇼!”


검을 던진 남자는 끝까지 자신의 본분을 다했다. 그걸 탓할 수는 없었으나, 유현은 분명 저들에게 경고했다. 다치고 싶지 않으면 물러나 있으라고.


“네 딸. 눈 가려.”

“... 예?”

“네 딸. 눈 가려.”


마치 기계 같은. 감정 없는 목소리에 이종한은 떨리는 손으로 딸아이의 두 눈을 가렸다. 그리고 돌아선 유현의 시선이 검을 들고 있지 않은 자를 쫓았다.


호해검

제 이식

내려 베기


남자의 오른손이 투둑 하고 바닥을 굴렀다. 피가 울컥하고 쏟아져 나와 방바닥을 물들이며 퍼져 나갔다.


“끄아아아악!”

“분명 아까 경고했어. 나는 두 번 경고하지 않아.”


남자의 처절한 비명에도 유현의 차가운 말이 선명하게 꽂혔다.


“자. 이제 기억나?”


유현이 이종한에게 다시 물었다.


“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그런 어처구니없는 소리는 하지 말지. 왜 이러냐는 말보다는 어떻게 알았냐고 묻는 게 더 맞는 질문 아닐까?”


유현의 말에 이종한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검찰.. 기록물 보관실에 있던, 네 측근이 네놈이 배후라는 사실을 자백하는 영상을 봤어. 너는 검찰과 어떤 거래를 통해서 그 증거를 무마시킨 거겠지.”


이종한은 다물었던 입술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그.. 그래도 이건 아니지. 버.. 법대로 해야지! 즈.. 증거를 가지고 재판을 받고. 판사에게 판결을 받고. 그.. 그렇게 네 맘대로 폭력을 사용해도 돼?”


이종한이 떨리는 입술을 간신히 달싹이며 말했다. 유현은 그의 얘기를 듣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다.


“아.. 하하.. 그래. 오는 동안 걱정했어. 만약 네놈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한다면 어쩌지? 가족이 보는 앞에서 그런 네놈을 죽일 수 있을까? 하고 말이야.”


유현의 말에 이종한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바로 무릎을 꿇었다.


“지.. 진짜 제가 그.. 기자분 일을 생각하면서,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로 반성했습니다. 진심으로요!”


그는 일그러진 얼굴로 겨우 말을 마쳤다. 진심도 아닌 미안한 표정을 지으려니 얼굴이 경직된 것일까? 유현은 무릎 꿇은 아비 곁에서 울먹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가. 갑자기 너무 무서웠지. 미안해. 옛날에 네 아빠가 이 아저씨한테 아주 나쁜 짓. 감옥에 갈 정도로 아주 나쁜 짓을 했어.”


유현의 다정한 말투에 아이는 울기 시작했다.


“우리 아빠 나쁜 사람 아니에요.. 으으..”

“아니. 미안하지만 네 아빠는 아주아주 나쁜 사람이야. 네 아빠가 이 아저씨의 가족을 죽였어.”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쉬운 말로 설명하자, 아이는 울음을 참으며 제 아비에게 물었다.


“아빠. 진짜야?”

“어.. 그래.. 이 아빠가 저 아저씨에게 나쁜 짓을 했어. 그리고 아빠는 반성하고 있단다. 예지야.”

“네가 죽인 그 기자의 이름이 뭐지?”

“아.. 그..”


대답을 못한 이종한은 유현을 흘끔거리며 자신의 딸을 안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유현은 처음에 문을 열어주었던 여인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예지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가 있으세요.”


쭈뼛대던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망치듯 아이를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안돼!! 예지야! 아빠 옆에 있어줘! 예지야!!”


시끄럽게 자신의 딸을 붙잡고 늘어지던 이종한은 날카로운 유현의 검이 목에 닿고 나서야 입을 다물고 자신의 딸을 놓았다. 유현은 무릎 꿇고 있는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때, 그의 허리가 살짝 돌아가고 양손이 오른 허리를 지나 뒤로 향했다. 바지 뒤쪽에서 무언가를 꺼내려 하는 움직임이었다. 그가 재빠르게 꺼내든 것은 권총이었다. 권총은 제대로 불을 뿜었지만, 유현은 그의 움직임을 감지해 몸을 비틀어 피한 뒤 팔꿈치로 얼굴 정면을 강타했다.


“꺼윽!”


이종한은 권총을 놓치고 고통에 얼굴을 감쌌다. 유현은 그런 그를 아무런 감정 없는 눈으로 내려다봤다.


“끝까지 실망시키지 않아서.. 너무 좋다.”


유현은 망설이지 않고 그의 심장으로 검을 찔러 넣었다. 서서히 기도와 식도까지 뚫은 검이 심장을 파고들었다. 어찌나 깔끔하게 검이 들어갔는지 유현에게 피 한 방울 튀지 않았다. 이종한의 입으로 순식간에 피가 끓어넘쳤다. 그리고 곧 이종한이 축 늘어졌다. 그의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유현이 뒤로 돌아 지혈을 마친 세 사람에게 말했다.


“아이가 보지 못 하도록 잘 치워.”


그리고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바닥에 툭 던져 놓으며 말했다.


“이건 이종한의 죄를 입증할 증거. 그리고...”


유현은 방금 전 등에 맞고 바닥에 떨어졌던 검을 집어 들고 펜트하우스의 널찍한 베란다로 향했다. 그리고 검을 들고 펜트하우스의 꽤 견고해 보이는 창호를 향해 내리쳤다. 호해검의 동작도 아닌, 전신의 근육과 마나를 모두 집중한 최대치의 힘이 실린 일격. 검은 먼저 유리창을 박살 냈고, 그 다음 창호를 베었고, 외벽까지 뚫고 들어갔다. 커다란 유리창이 깨지면서 발생한 날카로운 소리가 온 집안을 울렸다.


높은 고도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순식간에 집으로 들이쳤다. 밖에서 본다면 유현이 이 건물의 가장 꼭대기 층에 남긴 이 상처가 아주 잘 보일 것이다.


유현은 못 쓰게 된 검을 베란다에 던져 놓고 터벅터벅 집 밖으로 향했다. 그의 걸음은 집에 들어올 때보다 더욱 무거운 소리를 냈다.


*


윤세운은 마치 파도를 타는 듯한 느낌에 눈을 떴다. 눈을 떠보니 누군가의 등에 업혀 있었다.


윤세운이 깨어난 것을 알아챈 유현이 윤세운을 바닥으로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너.. 이 씨..”

“꽤 오래 자더라?”

“에이씨.. 야! 방심한 거야!”

“맞아.”

“그.. 그래! 내가 방심했으니 당한 거지!”


유현이 귀찮다는 얼굴로 다시 가던 발걸음을 재촉했다.


“방심한 건 맞는데, 방심 안 했어도 당했을걸?”


유현의 말에 윤세운은 펄쩍 뛰며 따라붙었다.


“웃기지 마! 나중에 다시 붙어.”

“선배는 내가 이종한을 찾아내서 뭘 했을지 짐작하고 있었던 것 아냐? 왜 그렇게 태연해?”

“아까도 말했듯이. 내 알 바 아니지. 특히 그 건물에 사는 놈들은. 야! 다시 붙자고!”


윤세운이 유현의 옆으로 바싹 붙으며 말했다.


“선배. 난 하 교수님하고 약속 있어서 조금 서둘러야 해.”

“어..? 아 맞다! 하 교수님! 미친.. 주 대위한테 잔소리 엄청 듣겠네..”


머리를 쥐어뜯으며 한숨을 내쉰 윤세운은 속도를 높여 연구동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뒤를 유현이 따라붙었다.


*


연구동 입구의 군인들은 다가오는 윤세운을 확인하고는 군기가 바싹 오른 자세로 모자에 경례를 꽂았다.


“충성! 팀장님! 주 대위가 바로 연구동 로비로 오시라고 했습니다!”

“어. 그래 고마워.”


윤세운은 바람처럼 입구를 통과해 지나갔지만 유현은 그들의 손길에 가로막혔다.


“신원보증 카드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에 유현은 가빠 오는 숨을 고르며 카드를 내밀었다. 카드를 확인한 군인은 눈에 이채를 띠며 유현에게 아는 체를 해 왔다.


“아하! 볼일은 시원하게 잘 보셨습니까? 좀 오래 걸리셨네요? 아무래도 세종시는 보는 눈이 많아서 은밀히 하기가 힘이 드셨지요?”


‘하 교수님이 어디까지 얘기한 거지..?’


유현이 얼결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군인이 활짝 웃었다.


“자. 통과하십시오. 하 교수님이 계신 메인 연구동은 쭉 직진하시면 나옵니다. 그럼!”


군인은 유현에게 가볍게 거수경례를 해 보인 뒤 재밌다는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유현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군인이 가르쳐준 길로 걷기 시작했다.


하얀 복도를 따라 걸으며, 유현은 연구동의 꽤 커다란 규모에 놀랐다. 여기저기 정리되지 않아 지저분한 먼지들이 뒹굴고 있었지만, 부족한 인력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로 유지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 생각했다.


흰 가운 차림의 연구원들이 심심치 않게 지나다니며 유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세종의 분위기는 어딜 가나 이렇게 평온했고, 또 긴장이 풀어져 있는 듯 보였다.


메인 연구동의 로비에 도착한 유현이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테이블에 앉아있던 윤세운이 손을 흔들어 유현의 주위를 끌었다. 그러고는 연구실 안쪽으로 향하는 문을 가리켰다. 유현은 손을 살짝 들어 보인 뒤 연구실 안으로 향했다.


“뭐야. 누구예요?”

“스파이더맨.”


주 대위의 물음에 싱겁게 대답한 윤세운은 다시 종이 장미를 만지작거렸다.


연구실 문을 연 유현은 드디어 눈앞에 펼쳐진 과학적인 공간에 놀라며 주변을 둘러봤다. 각종 값비싸 보이는 장비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무취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누가 봐도 연구자들로 보이는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뭔가를 적고 있거나, 기계 앞에서 실험값들을 체크하고 있었다. 그것도 굉장히 피곤한 얼굴로. 그때, 가장 가까이에 있던 다크서클이 잔뜩 내려온 얼굴의 여자가 다가와 유현에게 물었다.


“유현 씨?”

“네.”

“아. 저기 안 쪽 방에서 하 교수님과 실장님이 기다리고 계세요.”


유현은 여자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 알려준 문 앞으로 가 노크를 했다.


“들어와요.”


하 교수의 목소리였다. 문을 열자마자 하 교수의 반대편에 앉아있던 남자가 일어나 성큼성큼 다가왔다. 남자의 걸음은 굉장히 빨랐다. 유현은 한 눈에 그가 이볼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이 분이! 반갑습니다. 유현 씨! 저는 박병현이라고 합니다.”


까무잡잡하고 서글서글한 인상의 사내가 유현에게 악수를 건네며 말했다.


“네. 반갑습니다. 유현이에요.”

“박 박사는 치료제 개발부 최고 책임 연구원이에요. 세종 임시정부 의사 결정권자 일곱 명 중 한 사람이기도 하고. 저와는 오래전부터 같은 학회 소속이었던 유능한 친구죠.”


웬만하면 평온을 유지하는 유현의 얼굴에 의뭉스러운 표정이 걸렸다.


“그럼.. 혹시 서울 지역 치료제도..?”

“아! 맞습니다. sc-036. 제가 설계한 치료제예요.”


순진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박병현의 얼굴을 보며, 유현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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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p.10 가면(2) 22.02.24 122 3 12쪽
40 Ep.10 가면(1) 22.02.23 13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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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p.09 마법사의 소양(5) 22.02.21 146 3 12쪽
37 Ep.09 마법사의 소양(4) 22.02.20 140 3 12쪽
36 Ep.09 마법사의 소양(3) 22.02.19 140 4 12쪽
35 Ep.09 마법사의 소양(2) 22.02.18 151 5 12쪽
34 Ep.09 마법사의 소양(1) 22.02.17 157 5 15쪽
33 Ep.08 광휘의 나무(3) 22.02.15 164 5 17쪽
32 Ep.08 광휘의 나무(2) 22.02.14 164 5 13쪽
31 Ep.08 광휘의 나무(1) 22.02.12 171 4 12쪽
30 Ep.07 혜성 바엘(3) 22.02.12 163 4 14쪽
29 Ep.07 혜성 바엘(2) 22.02.10 164 5 15쪽
28 Ep.07 혜성 바엘(1) 22.02.09 175 5 11쪽
27 Ep.06 비노력형 천재(4) 22.02.08 170 6 12쪽
26 Ep.06 비노력형 천재(3) 22.02.08 168 6 11쪽
25 Ep.06 비노력형 천재(2) 22.02.06 195 6 12쪽
24 Ep.06 비노력형 천재(1) 22.02.05 191 5 12쪽
23 Ep.05 세종(6) 22.02.04 187 5 11쪽
» Ep.05 세종(5) 22.02.03 182 5 11쪽
21 Ep.05 세종(4) 22.02.02 182 5 12쪽
20 Ep.05 세종(3) 22.02.01 196 5 11쪽
19 Ep.05 세종(2) 22.01.31 199 8 11쪽
18 Ep.05 세종(1) 22.01.30 216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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