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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마신 유희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그림자꾼
그림/삽화
sion422
작품등록일 :
2018.06.24 20:23
최근연재일 :
2019.07.22 00:10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810,604
추천수 :
19,289
글자수 :
548,659

작성
18.08.27 21:15
조회
13,791
추천
247
글자
10쪽

스쳐 지나가는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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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테라시여. 시간이...”


유아는 고블린들을 힐끔 쳐다보다가 뭔가 생각났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고블린 어쌔신들 살며시 복면을 내리더니 살며시 두 눈을 감고 양손으로 기도를 올렸다.


“...테라의 영광이 있기를.”


[신앙심이 올라갑니다.]


하루에 한 번 있는 기도 시간이었다.


신앙심은 하루에 단 한 번 올라갔다. 그리고 그 대상 앞에, 혹은 유아의 제단 앞에서 기도를 올리지 않는다면 그 효력은 발휘하지 못했다.


유아는 고블린들을 쳐다봤다.


‘정말로 성실한 녀석들이네. 그래서 쓸만한 녀석들이지만.’


그가 신앙심으로 만들어낸 몬스터들은 모두 10년 이상을 살아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어느 정도의 세상에 대한 지식, 기본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는 거처럼 행동을 해왔다.


그 점에 있어 북쪽의 영역을 일구어내는데 한몫 단단히 하는 요소가 되었다.


“어쨌든 호위는 계속해서 부탁할게.”


“알겠사옵니다.”


고블린 어쌔신들이 고개를 숙이며 뒷걸음질 쳤다.


어둠 속으로 숨어들며 사라지는 그들을 보고 유아는 자신의 몸을 살피며 코로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옷이 엉망이네.”


유아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그는 옷을 벗어던지고 건달들에게서 뺏앗은 옷으로 갈아입으려 했지만, 너무 커 헐렁헐렁했다.


그러면 차라리···.


“...옷을 만들어 입는 게 좋겠어.”


그의 검은 머리카락과 그림자 속에서 어둠이 뿜어져 나왔다.


검은 그림자는 그의 몸을 감쌌고, 순식간에 몸에 맞는 긴 로브 차림의 검은 여행복을 만들어냈다.


마력을 이용해 그림자로 만든 의복이다.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스킬로, 형태를 만들어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 수도, 방어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 수도 있는 편리한 기술이었다.


따뜻하고 편안한 의복에 유아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코에서 느껴지는 악취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역시 씻어야겠어.”


몸에 밴 냄새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 * * *


유아는 이 세계가 판타지적 요소가 많다는 것에 ‘여관’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었다.


분명 마법으로 만들어진 전구가 환하게 비추고, 다양한 이종족이 모여 호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음유시인이 이야기를 퍼트리는, 밝고 환상적인 곳일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상상과 현실은 다른 법이었다.


“...어둡네.”


어둡다. 게다가 공기도 상당히 무겁다.


퍼런 대낮인데도 창가를 제외한 구석진 곳은 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웠다.


삐꺽거리는 나무판자로 된 바닥은 언제 무너질지 모를 정도로 낡아 있고, 여관에서 식사하거나 술을 마시는 사내들 또한 상당히 무거운 부위기를 보이고 있었다.


간혹 용병으로 보이는 자들이 힐끔 유아를 쳐다봤지만, 살짝 관심을 가질 뿐 말을 걸어오지는 않았다.


그때, 어떤 사내가 지나가며 용병의 발을 살짝 건드렸다.


“엉?”


“뭐?”


인상을 와락 구긴 사내와 용병.


“뭐냐. 부딪치고 사과 안 하냐?”


“그쪽이 부딪친 거잖아. 눈이 슬라임이냐?”


“웃기는군. 이 놀 같은 새끼가!”


우락부락한 사내들이 주먹이 인정사정없이 타인의 얼굴을 후려친다.


일행으로 보이는 자들이 벌떡 일어섰다.


“뭐야, 한번 해보자는 거냐!”


“슬라임이 단체로 덤벼봤자지!”


그리고 일어난 패싸움.


밝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가진 판타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살짝 어둡고 암울하며 살벌했다.


다행인 점은 그들이 하는 욕은 상당히 귀엽게 봐줄 만하다는 것이다.


억양이 강한 한국과는 상당히 대조되는 욕설이기는 했다.


‘상당히 고운 말투.’


정말로 부드러운 욕설이다.


‘그래도 역시 현실이라는 건가···.’


주먹에 안면이 부딪히자 핏덩이가 튄다. 이가 부러져 바닥에 떨어지고, 부러진 뼈가 살갗 뚫고 튀어나왔다. 쓰러진 상대를 단체로 인정사정없이 발로 밟으며 잔인한 폭력성을 나타냈다.


‘...무섭네.’


유아는 현실적인 폭력에 혀를 내둘렀다.


“...너 왜 여기 있는 거야.”


작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한다.


그 말이 딱 맞는 모양이다.


“또 만났네?”


돈도 있겠다, 인적이 없는 구석진 여관에 들려 방을 잡고 씻으려고 했던 유아는 조금 전에 만났던 소녀를 볼 수 있었다.


그녀도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여관을 잡아 씻은 듯 축축하게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고 있었다.


그녀는 유아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다가 손을 저으며 지나갔다.


인연이 있었다지만, 대화를 나눌 정도로 친한 것도 아니었다.


“으악···!”


사내 하나가 떠밀려 소녀에게 향했다. 소녀는 살며시 뛰어오르더니 인정사정을 봐주지 않고 발로 걷어차 버렸다.


사내의 등이 꺾이며 바닥을 몇 번이나 굴러 여관 밖으로 튕겨 나갔다.


가녀린 소녀가 냈다기엔 어처구니없는 괴력에 다른 일행들이 소녀를 노려봤다.


소녀는 그들을 보며 고개를 치켜들더니 인상을 와락 구기며 말했다.


“앙? 뭘 꼴아봐. 가랑이 작살나기 전에 눈 안 깔아? 좆 같은 트롤 새끼들이 주제에 덤비겠다는 거냐. 낮에 작업 걸던 녀석들처럼 피떡이 되고 싶은 녀석이 있으면 나와봐. 이곳이라면 위병도 건들지 않을 테니 내 고히 작살을 내서 산속에 묻어줄게. 아, 물론 묘비는 나뭇가지로 해주겠지만 말이야. 어때? 등신들 치고는 꽤 호화스러운 최후지?”


“...”


여관에 정적이 찾아왔다.


사내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소녀와 시선이 마주치지 않도록 눈을 돌렸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리에 앉았다.


‘저 사람은 욕에 대한 내공이 상당하네.’


적어도 이곳에 있는 거친 사내들보다 욕을 훨씬 잘하리라.


사내들도 덥비지 않고 있는 걸로 봐서는 낮에도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유아는 쓴웃음을 지을 때, 소녀는 유아의 의복을 쳐다보다가 코를 킁킁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윽, 냄새. 옷은 씻고 새로 입을 것이지. 일단 씻고 나와.”


“...?”


유아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여관에 있는 사내들을 쳐다봤다.


“발정난 녀석들이랑 함께 있는 게 싫거든. 그러니 잠깐만이라도 어울려줬으면 해.”


"어울려 달라니?"


"여행용 물품을 사려고 하거든. 너도 어차피 살 거 아니야. 사는 김에 같이 사는 게 더 효율적이니까. 할인도 해주겠지. 물론 더치 페이야. 어때?"


사실 여행 용품은 필요 없다. 딱히 먹거나 마시가나 혹은 숨마저 쉴 필요 없는 유아에게는 그저 '즐기기 위한' 물건들 뿐이다.


보통 그라면 의심을 하고 거절했겠지만...


유아는 소녀를 쳐다봤다.

그녀가 뻔히 쳐다본다. 그러면서 왠지 모르게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상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듯한 그리운 느낌이다.


'거리에 있는 물건도 관광 기념으로 사는 것이 좋겠지.'


소녀와 거리를 걷는다면 이곳이 어떤 곳인지 돌아보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유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 *


“젠장, 이게 뭔 꼴이야!”


경비병은 혀를 찼다.


소년과 소녀를 쫓던 중 갑자기 무언가가 목에 꽂히더니 기절하고 말았다.


깨어났을 때는 팬티 한 장 걸치지 않은 나체로 골목길에 버려져 있었다.


덕분에 동료들에게 발견되어 초소에 옮겨졌지만, 가지고 있던 돈이 몽땅 사라져 버렸다.


복장을 갖추고 나온 그는 자신과 같은 꼴인 노예 상인과 다시 만났다.


“그놈들을 찾아! 내 얼굴을 봤다고. 그놈들이 제보했다간 꼴로 갈 수가 있어!”


한두 번쯤이면 괜찮다. 하지만 매번 그를 의심하는 동료들이 있기에 이번에 신고당한다면 조사가 들어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놈 마법사일지도 모르잖아.”


“우리가 눈치도 채지 못하고 잠들어 버렸어.”


“뭔 상관이야! 마법사면 더 비싸게 팔린다는 거 몰라? 젊어 보이는 소년이 마법사? 엄청나게 비싸겠네. 한 50골드 정도 하겠어!”


“그렇기는···. 하지.”


경비병의 말에 건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그놈들 악마일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우리를 골탕먹일 리가···.”


“악마라고 하셨습니까?”


골목길에 모여 속닥거리던 경비병과 건달이 흠칫 놀라며 굳어졌다.


그들은 뒤를 돌아봤다.


“분명 악마라고 하셨지요?”


골목길 입구에서는 하얀 바탕에 금색의 자수가 새겨진 사제복, 챙이 넓은 하얀 모자를 쓴 70대 중후반의 인자한 노인이 서 있었다.


그만 본다면 인상 좋은 신관으로 보이겠지만, 그의 양옆에는 우락부락한 사내들이 서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웃통을 벗은 근육질의 복면을 쓴 사내, 온몸을 강철 갑옷을 두른 사내, 기괴한 가면을 쓴 장신의 여성 등이 있다.


손에는 종교의 상징물인 木자 모양의 쇠로 된 몽둥이, 가죽을 꼬아 만든 채찍, 수술용으로 보이는 온갖 고문 도구가 채워진 허리띠 등을 하고 있었다.


그 뒤로는 판금 갑옷을 입고 백의를 뒤집어쓴 성기사들이 줄지어 있다.


‘...맙소사!’


경비병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고 보니 오늘 신성 교단에서 보낸 '추기경' 도착하는 날이다.


대륙에 11명밖에 없는 신성 교단의 권위자!


광기에 미친 신봉자.


길거리에 걷다가 인사를 하지 않는 자가 있다면 무례하다며 손목을 자르고,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잠자리를 거부하면 마녀라 칭하여 화형을 시키는 미치광이들!


그것이 눈앞의 ‘이블리스’라고 이름을 가진 추기경이 이끄는 광신도들의 평판이었다.


그런 이들 앞에서 ‘악마’라는 말을 꺼냈으니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그, 하하···.”


경비병이 시선을 늙은 신관, 이블리스 추기경의 옆을 처다봤다.


레베카 영지의 근위 기사로 보이는 자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입 모양으로 그를 질책하고 있었다.


‘미친놈! 어떻게 할 생각이냐!'


아무래도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악마가 이 근처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신의 말씀을 전해 이곳을 정화하고자 찾아 왔습니다!’라며 사실상 돈을 걷으러 온 신관 때문에 더욱 민감해졌다.


이런 상황에 악마라는 말까지 나왔으니···. 신관이 가만히 넘어갈 리 없었다.




오타 맞춤법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선호작, 추천, 댓글 등을 달아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 번 강조드리지만, 후원은 NO! 작가를 응원하는 후원은 오히려 작가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후원보다는 댓글을 남겨주시는 것이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내일 예비군입니다! 일단 내일 걸 예약 연재하면 수목은 원래 쉬는 날이니 그냥 넘어가겠네요. 저번처럼 예약연재가 씹히지를 않는다면 내일은 정상적으로 연재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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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장 프롤로그 : 소녀와의 인연 + 스쳐 지나가는 인연 +29 18.08.24 17,273 319 14쪽
4 마신 강림 +20 18.08.21 18,360 332 10쪽
3 마신 강림 +26 18.08.20 21,035 329 12쪽
2 마신 강림 +26 18.08.19 29,223 400 12쪽
1 0장 - 프롤로그 : 시작점 +55 18.08.18 38,185 43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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