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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마신 유희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그림자꾼
그림/삽화
sion422
작품등록일 :
2018.06.24 20:23
최근연재일 :
2019.07.22 00:10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810,566
추천수 :
19,289
글자수 :
548,659

작성
18.08.26 21:15
조회
15,343
추천
285
글자
19쪽

스쳐 지나가는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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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사람이 사는 규모가 있는 도시를 보며 소녀는 살짝 긴장했다.


‘저곳이 인간들의 도시···. 으윽, 큰 도시를 들리는 건 오랜만이네. 그래도 며칠간 머물고 떠날 거니깐 괜찮을···.’


“헛!”


짐수레 주인이 깜짝 놀라며 수레를 멈췄다. 그리고 황급히 내려 소녀에게 말했다.


“아가씨! 신성 교단이야. 빨리, 빨리···!”


짐수레 주인의 말에 소녀는 뒤를 돌아봤다.


멀리서 으리으리한 마차 십여 대가 행렬을 이루며 다가오고 있었다.


하얀 바탕에 온갖 금속 장신구가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다. 木자로 만들어진 종교적 상징물이 태양 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백색의 갑주와 백의를 입은 성직자들이 마차를 호위하듯 줄지어 걸어갔다.


‘...신관!’


그녀는 재빨리 수레에서 내렸다. 그녀는 짐수레 주인 옆에 바짝 붙어 서서는 로브를 잡아당기며 고개를 숙였다.


여성이 신관들에게 얼굴을 보여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소녀와 짐수레 주인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함에도 신관들은 무관심했다. 오히려 지나가며 콧방귀를 끼는 자도 있었다.


신관들이 지나가자 짐수레 주인과 소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으메···. 무서워라. 평범한 교단 행렬이 아니잖아. 무슨 악마라도 나타난 건가? 저렇게 많은 성기사와 신관들이 줄지어가는 모습은 난생처음 보는군. 아가씨도 조심해. 놈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말이야. 놈 중에는 여자면 사족을 못 쓰는 짐승들도 많으니까.”


“...걱정해줘서 고마워.”


소녀의 말에 짐수레 주인은 인심 좋은 미소를 지었다.


“하하, 딸 같아서 그러는 거야. 어쨌든 조심해. 신관이 보이면 무조건 고개 숙이고 인사하고. 얼굴은 절대 보여주지 마. 아가씨는 미인이니 분명 험한 꼴을 당할 거야.”


짐수레 주인의 말에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 *


“영화 세트장 같네.”


유아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수많은 인파가 북적거렸다. 가지각색의 머리색과 피부색, 다양한 인종이 시장 거리를 걸어 다니며 이야기를 나뉘고 있다.


고급스러운 접시나 그릇, 보석 등을 팔거나 약초, 여행용품을 팔기도 한다.


그러한 물건을 영지민, 여행자, 용병들이 사거나 구경을 했다.


소란스러운 거리, 사람이 지나가며 유아의 어깨를 치고 가도 그는 눈살을 찌푸리기 보단 오히려 눈을 반짝였다.


새로운 도시, 새로운 인간과의 만남이다.


섬에 있는 아인들이 아닌, 예전 자신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존재들이 가득 차 있다.


‘이제부터 뭘 한다냐. 이대로 구경만 하기엔 너무 아깝고. 관광 상품으로 물건을 사갈까. 하지만 돈은 없고. 으음...’


유아가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건 고블린들이 정찰을 하고 인간들 몰래 도시의 외관쪽에 작은 ‘구멍’을 파놓았기 때문이었다.


정면으로 입성하려고 했지만 검문소에서 신분 확인을 했으니 땅굴을 파고 몰래 잠입할 수밖에 없었다.


유아는 시선을 돌렸다.


골목의 쓰레기 더미 주변으로 검은 복면을 뒤집어쓴 고블린들이 숨어 있었다.

유아를 호위하는 고블린 어쌔신들이었다.


그런 고블린 어쌔신들이 인기척을 느끼고는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골목길에 다른 이가 걸어 나왔다.


남자다.

복장은 두꺼운 솜을 겹겹이 겹친 크로스 아머에 가슴을 보호하는 판금 보호대를 차고 있다.


허리춤에는 검집에 들어있는 롱소드를 든 경비병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유아를 발견하고는 흠칫 놀라고 있었다.


그는 뭔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 턱을 괴고 곰곰히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병사가 유아에게 다가갔다.


‘이런···.’


이곳에 검문 없이 몰래 숨어들어왔다. 그가 땅굴에 숨어들었다는 사실을 경비병은 모르겠지만, 낯선 이방인이기에 조사를 위해 다가오는 건지도 몰랐다.

만약 신분증 검사라도 한다면 곤란했다.


‘도망칠까?’


하지만 도망치면 오히려 수상하게 볼 터.


설마 이 세계의 경찰이 일반 시민을 험하게 다루겠는가?


"처음 보는 이인데. 여행자인가?"


병사의 물음에 유아는 미소를 지었다.


'초면부터 반말이냐.'

"네, 가까운 마을에서 왔습니다."

"가까운 마을? 여기서 가까운 마을이라면... 하림 마을인가? 그렇군."


병사는 유아를 힐끔 쳐다봤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 별거 아니다. 요즘 분위기가 뒤숭숭해서 말이다."


병사의 말에 유아는 거리를 힐끔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뭔가 소란스럽기는 하다.


"전쟁도 전쟁이지만, 신성 교단이 방문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수상하게 여겨 미안하지만 간단한 조사만 할 거니 협조 부탁하마."

"협조라고 하시면?"

"별거 아니야. 이곳에 온 목적을 말하고 그냥 소지품 중에서 위험 요소가 될만한 게 없나 확인만 할 뿐이다."


신분 검사라도 하면 위험한데...

유아는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하지만 신분증을 여관에 두고 왔습니다."

"아, 상관없네. 거리에서 흉기가 될만한 것을 들고 가는지 확인만 하는 것이니. 저쪽에 위병소가 있네. 같이 가주겠나? 잠깐이면 되네."


거절할 명분이 없다.

신분 검사도 하지 않는다면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미안하지만 시간 좀 내주게.”


유아가 경비병을 따라갔다.

그때, 골목길에서 사내 하나가 툭 튀어나오고는 병사에게 외쳤다.


"위, 위병님!"

"무슨 일인가?"


사내는 얻어터진 얼굴로 골목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기, 저기에 웬 양아치들이 제 친구를 두들겨 패고 있습니다. 말리려 했지만 이렇게..."


사내는 얻어 터진 얼굴을 부여잡고 끙끙 거렸다.

그 모습에 병사는 유아에게 말했다.

유아가 도망이라도 칠까 위병이 말했다.


"미안하지만 좀 따라와주겠나? 금방이라네. 이곳 양아치들이라고 해도 위병을 함부러 건들 수 없으니 위험하지는 않을 거라네."


유아는 힐끔 사내를 쳐다봤다.

그가 다급한 듯 외쳤다.


"친구가 죽겠습니다. 빨리...!"

"알겠습니다."


유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조용히 관광이나 하러 왔더니 이게 뭐람?

유아와 경비병 사내는 골목길로 들어갔다.


그리고···.


“오, 곱상하게 생긴 녀석이로군!”


“여자? 남자? 머리가 길군. 몸도 호리호리한 게 상당한 미인이야!”


“가슴이 밋밋한 게 남자 같은데? 어때, 꽤 값나가게 팔릴 거 같지 않아?”


“그렇군. 귀족들에게 잘 팔리겠어. 귀부인이나 남색가가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야.”


유아는 눈을 깜박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눈앞에는 경비원 하나와 인상이 험악한 남성 3명이 서 있었다.


그들은 유아가 도망치지 못하게 앞뒤를 감싸 커다란 자루와 밧줄, 나무 몽둥이 등을 겨누었다.


유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경비병을 바라봤을 때, 경비병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돈은?”


“이 정도면 되겠수?”


건달 하나가 품에서 돈주머니를 꺼내 내밀었다.


주머니 안에 은화와 동화가 담긴 것을 본 경비병은 눈살을 찌푸렸다.


“너무 적잖아. 적어도 5골드 이상은 될법한 최상의 노예라고!”


“아나, 억지로 연기하느라 힘들었다고. 내 동료 얼굴 안 보여? 리얼하게 나가기 위해서 두들겨 패면서까지 낚은 미끼잖냐. 미끼 값은 내야지. 아니면 말던가. 우리 아니면 사줄 사람도 없어. 게다가 이제 그만두기에도 애매하잖아. 우리가 증언을 하면 너도 곤란해. 위병이 일반 시민과 여행자를 팔아넘기는 걸 알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건달들의 말에 경비병은 혀를 차며 말했다.


“좋아, 하지만 영지 밖에서 팔아. 눈에 띄는 녀석이니까.”


“당연하지. 우리가 누구야? 이런 일에는 도가 튼 정의의 청소부가 아닌가!”


“쓰레기 같은 사람을 잡아다 필요한 사람에게 팔아버리는 만능 청소부! 하하!”


건달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유아는 그들의 대화를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이 세계의 이벤트가 이렇게 뜰 줄은 몰랐다.

싸움을 말리는 쪽 이벤트로 흘러갈 줄 알았더니, 인신매매단에게 납치되는 이벤트일 줄이야


게다가 설마 영화 속에서나 보는 범죄집단과 마주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건달들이 씨익 웃으며 유아를 쳐다봤다.


“이 녀석 보게, 배짱 두둑하구먼.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는데? 보통 이럴 때 오줌을 지려야 하는 거 아니야?”


“귀족 집 아들이면 골치 아픈데 말이야.”


“귀족 집 아들이라면 미아처럼 혼자 다닐 리 없지.”


건달들은 유아의 어깨를 잡았다.


“어쨌든 같이 가자. 꼬맹이.”


유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기, 그냥 저를 내버려 두는 게 좋을 겁니다. 아니면 위험할 겁니다.”


“위험해? 하하! 그래, 네가 위험하겠지! 운이 좋으면 귀부인의 밑에 들어가 귀염을 받겠지만, 운이 나쁘면 변태 남색가에게 들어가 밤 시중을 들 테니 말이야.”


유아의 충고에도 건달들은 가볍게 웃어 넘겨버렸다.


유아는 건달들을 올려다보며 그들의 뒤를 쳐다봤다.


골목길 옥상과 벽에 고블린 어쌔신들이 덕지덕지 붙어 살기 어린 눈빛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쇠사슬이 연결된 낫, 단검, 대거, 독침 등, 상당히 살벌한 무기들을 겨누고 이를 갈고 있다.


금방이라도 죽일 듯 건달들을 노려보았지만, 나서지 않는 건 유아의 지시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유아는 주변을 둘러봤다.


이곳은 골목이다. 경비병이 유아를 유인한 이유도 인적이 없는 곳으로 일부로 유도한 거겠지.


그 말은 이곳에서 ‘무슨 일’이 발생해도 모른다는 말이 된다.


‘어쩔 수 없네.’


“그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아의 말에 건달과 경비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아의 말이 신호라는 걸 눈치챈 고블린들이 그들을 덮치려고 할 때였다.


“양아치 새끼들!”


살벌한 단어가 들려온 건 골목길의 출입구 쪽이었다.


유아와 건달, 경비병이 흠칫 놀라며 시선을 입구로 향했다.


천막과 빨랫줄로 연결되어 널려 있는 옷, 이불 등에 의해 어두웠던 골목길과 달리, 골목의 출입구는 환한 햇빛이 흘러나왔다.


유아와 건달, 경비병이 환한 빛에 손을 가릴 때, 그런 햇빛을 등지며 소녀가 달려와 눈 깜짝할 사이에 유아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헛!”


“도망간다.”


“젠장, 뭘 멍청이 있는 거야. 잡아. 저놈들 내 얼굴을 봤다고! 잡아서 죽여버려!”


경비병이 버럭 소리쳤다.


“자, 잠깐, 우리는 노예 상인이지 살인자가 아니···.”


“너희도 감방에 가고 싶은 거냐! 아니면 아까 그 여자도 팔아버리면 되잖아!”


“...그것도 그렇군. 확실히 여자는 돈이 되니까.”


건달들은 몽둥이를 든 채 달렸다.


“아, 머리가 어지러워. 아무래도 햇빛 때문에 빈혈이 오건만. 정말 세상 물정 모르네. 어렸을 때 교육을 어떻게 받은 거야? 부모님이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고 하지 않던?”


자신의 손을 잡고 뛰는 소녀의 말에 유아는 불평한 듯 말했다.


“...경찰 아저씨는 이야기가 다르지 않습니까.”


설마 순찰을 하며 영지민을 지키는 경비병이 부패 경찰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세계 제일의 치안 국가인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퍼런 대낮에 경찰 아저씨가 인신매매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이 세계의 치안은 엉망인 모양.


세상에, 이 세계의 공무원은 대놓고 인간을 납치해 파는 모양이다.


유아가 감탄하며 말하자 소녀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경찰? 그건 또 뭐야. 어쨌든 숨어···!”


소녀는 유아를 냅다 옆으로 던져버렸고 소녀도 유아가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쓰레기 더미에 파묻히며 두 사람은 숨을 죽였다.


골목길 모퉁이에서 건달들이 나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다른 길을 향해 뛰어갔다.


뒤늦게 경비병이 쫓아오더니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젠장, 놓치면 안 된다고!”


그리고 어디로 간 건지 모를 유아와 소녀를 찾기 위해 다시 달렸다.


건달과 경비병이 사라지자, 둘은 쓰레기 더미에서 얼굴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주변으로 각종 악취 나는 쓰레기들이 흩어졌다.


“우엑···. 냄새. 이게 무슨 꼴이람. 끄응, 위병만 아니었으면 저것들 쥐어 패버리는 건데.”


소녀는 울상이 되며 불만을 토했다.


경비병 때문에 건달들을 피했다는 말투 같았다.


“...그러게 말입니다.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건지. 보통은 백마 탄 왕자님이 공주님을 구해주는 씬이 아니었나 싶은데.”


유아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몸에서 나는 악취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유아의 볼을 꼬집는 소녀였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세상 물정 모르고 모르는 아저씨를 따라간 꼬맹이 때문이잖아. 그리고 미안하지만 난 왕자님이 아니야.”


“아픕니다. 그리고 누가 꼬맹이라는 겁니까.”


“...뭐야. 볼이 보들보들 말랑말랑하네. 중독될 거 같아. 슬라임을 만지는 느낌이야.”


“...”


유아는 고개를 틀어 소녀의 손길을 피했다. 그리고는 자신을 구해줄 필요도 없었음에도 선의를 베푼 소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깊게 뒤집어쓴 로브 아래로 긴 웨이브 진 은발과 햇빛에 그을린 피부가 보였다. 핏빛처럼 붉고 맑은 눈동자가 유아의 모습을 투명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소녀를 보자 유아는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다.


‘응?’


분명 처음 보는 소녀다. 그런데 묘하게 친숙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어디서 만난 거 같은···.


“뭘 뻔히 쳐다보는 거야.”


소녀가 다시 손을 뻗어 유아의 볼살을 꼬집으려고 할 때, 유아는 고개를 뒤로 빼며 피했다. 그는 쓰레기 더미에 나와 지저분해진 옷과 자신의 몸 상태를 살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이런 꼴이라니.”


“누가 아니래. 덕분에 이런 꼴을 당해버렸으니.”


소녀도 상당히 불만스러운 듯했다. 하긴, 그녀로서는 유아가 위험해 보였기에 도와준 것이었다.

그렇게 보면 나쁜 사람은 아닐 것이다.


‘이곳 인간들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가 없네. 뭐 그러니 인간이겠지만.’


감정대로 움직이며 언제든지 변심하는 것. 그것이 인간의 본질이다.


선한 자도, 악한 자도 있으며, 그 또한 쉽게 변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 인간은 아닌 거 같은데.’


유아는 소녀를 힐끔 쳐다봤다.


어림잡아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이는 인간이 아닌 ‘아인’이다.


‘다만, 무슨 종족인지는 모르겠어.’


유아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 소녀는 아무리 털어도 옷에 묻은 얼룩이 지워지지 않고 악취가 풍기자 짜증이 난다는 듯 머리를 팍팍 긁어댔다.


“안 되겠어. 돈도 없어 죽겠는데 새로 사야 하나···.”


소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유아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마침 잘됐네. 너 이곳 사람이지? 옷가게 좀 안내해줘.”


“안타깝게도 저도 이방인인지라 이곳 지리를 모름니다.”


유아의 말에 소녀는 이마를 짚었다.


“아아, 신이시여. 왜 이 소녀에게 이런 시련을 주나이까!”


“자신이 자초한 거잖지요.”


“말끝마다 말대답이야. 어린놈의 자식이.”


소녀가 다시 볼을 꼬집으려 하자 유아는 거리를 벌렸다.


소녀는 무안해진 손을 다시 회수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 미안. 동생에게 항상 하던 행동이라 습관을 들여버렸어. 꽤 오래전 일이지만.”


소녀는 옛일을 떠올린 듯 그리운 얼굴을 했다.


“이럴 때가 아니지. 길 안내를 해달라고 했는데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


소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유아를 향해 손을 저으며 말했다.


“다음에는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마. 알았지?”


“...그렇기는 하네요. 경찰조차 믿을 수 없다니.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이 뭔데?”


“민중의 지팡이라고 해도 모르겠죠.”


“그게 뭐야. 지팡이? 마법 스태프?”


이 세계에의 농담이라도 되는 걸까?


유아는 어색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그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소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골목길 입구로 향했다.


“어쨌든 조심히 다녀. 누굴 만나던 의심하고. 잘 대해준다고 해서 믿으면 안 돼. 알았지? 아, 이게 뭐야. 시간만 버리고 옷도 버려버렸네.”


소녀는 툴툴거리며 유아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어쨌든 마음 굳게 먹고 살도록 해. 내가 한 말들 명심하고.”


소녀는 간단한 조언을 남기고 사라져버린다.


유아는 그런 소녀의 뒷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


‘뭐, 세상에는 별의별 인간이 많으니까. 그래도 너무 친숙한 느낌이야.’


테라의 영역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조금 전에 만났던 소녀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느낌이다.


그녀가 사라진 곳을 바라본 유아는 눈을 깜박이다가도 옆을 쳐다봤다.


어느새 고블린 어쌔신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노예 상인과 위병을 모두 처리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물건이옵니다.”


전리품을 챙긴 듯 양손을 다해 공손히 물건을 내밀고 있었다.


노예 상인과 경비병의 의복과 장비, 그리고 돈주머니가 있다.


“죽였어?”


“안타깝게도 살생은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시체처리는 힘든 일인지라.”


“아니면 지금이라도 처리하겠습니다. 시체를 먹어치운다면 흔적을 완전히 없앨 수 있습니다.”


고블린들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졌다.

식인이 가능한 그들로서는 인간 건달을 먹어치우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유아는 고개를 저었다.


몬스터가 인간을 잡아먹는 일이야 흔하다지만, 예전 인간이었던 유아로서는 내키지 않는 행위였다. 실제로 눈앞의 고블린들도 자신과 흡사한 종족을 잡아먹는 행위는 꺼리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굶주려 있지 않은 이상은 인육을 먹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 털어온 거 아니야?’


속옷마저 가져온 걸 보면···. 아마도 지금쯤 길거리에 나체로 잠들어 있을 것이다.


유아는 돈 주머니를 바라봤다.

마침 돈이 없어 곤란하던 참이다. 관광 상품으로 몇 가지 사거나 혹은 이곳에 며칠을 지내도 좋을 것이다.


“잘했어.”


유아의 말에 고블린 어쌔신들은 기쁜 듯 힘차게 고개를 숙였다.


유아는 돈주머니를 들여다봤다.


“이 세계의 화폐 모양은 이런 건가?”


작은 동전들이다.


구릿빛 동화에는 농부를 상징인 농기구인 낫이 새겨져 있고, 은빛 동화에 상인의 상징인 모자가 그려져 있었다.


또한, 숫자가 따로 있는 거로 봐서는 동전마다 금액이 따로 측정되는 모양이다.


‘간접적이기는 해도 돈으로 계급을 상징하는 모양이네.’


분명 금화는 귀족이나 왕을 상징하겠지.


그렇게 이 세계는 계급별로 차별을 주는 모양이다.


‘테라에 있는 돈이랑은 많이 달라.’


테라는 신앙심을 이용해 소환한 구리, 은, 금 광산 등이 있다. 그걸 이용해 화폐를 만들어 유통해 어느 정도의 경제적 기반을 만들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엉성하고 조잡한 경제체제였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잘 돌아가는 실정, 경험을 통해 점차 안정화 되고 있었다.


‘테라의 금화를 여기서도 쓸 수 있는지는 나중에 조사해봐야겠어.’


만약 쓸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돈이라는 것은 인간 세계에서 만능의 아이템으로 쓰이니 말이다.


“돈도 생겼겠다. 옷도 생겼겠다. 여관부터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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