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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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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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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9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2.1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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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7-124.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3)

DUMMY



윤재는 아직도 수희 일행을 한껏 경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이제 막 약관(弱冠)의 나이이긴 하지만 앞에 앉아계신 누나는... 아 누나라고 불러도 되죠? 저보단 나이가 훨씬 많아보여서... ”


말속에 뼈가 있다는 것이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일까, 윤재는 빈정 상한 말투로 승주를 향해 말하고 있었다.


되바라지게 말 속에 뼈를 담아 말하는 윤재를 승주는 귀엽다는 듯이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런 승주를 흘끗 바라본 수희가 대신 나서서 말했다.


“아니, 이 어린놈이 어따 대고! 승주 언니보고 무슨 나이 타령이야! 넌 어려서 좋겠다, 썅!”


수희가 소리를 빽 지르자 시끄럽다는 듯이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은 윤재가 수희를 쏘아보며 말했다.


“아이고 귀청이야! 이 누나는 이립(而立)도 안 되서 그런가! 누나 아직 철이 안 들었나 봐요?”


윤재가 놀리듯 말하자 수희가 발끈해서 자리에 일어났다.


그런 수희의 어깨를 다독이며 승주가 윤재를 향해 말했다.


“우리 어린 도련님은 청학동에서 공부하다 오셨나 봐요? 어려운 말 많이 쓰시네! 한문 많이 아셔서 좋으시겠어요. 아무튼... 정체가 뭔지 먼저 밝혀주신다 했으니 어디 한번 그 쪽 말 좀 들어볼까요?”


“실례가 많았네요, 저는 무명스승님 밑에서 공부하는 ‘김윤재’라고 합니다. 저희 스승님은 밀교 쪽 주술과 결계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에요. 그래서 제가 이것저것 주워들은 잡지식이 많은 겁니다.”


윤재의 자기 소개하는 말에 수희가 기가 차다는 듯이 '빽'하고 소리를 질렀다.


수희는 지금 자신의 귀에 들리는 ‘무명’이라는 말에 그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야! 혹시... 너가 말하는 무명스승님이라는 사람이 내가 아는 그 무명도사냐? 밀교(密敎) 수련하는 그 무명도사 맞아?”


수희가 소리치자 윤재가 커다란 두 눈을 꿈뻑이며 물었다.


“우리 스승님을 무명도사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저희 스승님 알아요?”


윤재의 말에 수희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 왜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 예전에 무명도사에게서 그의 고향이 경북 구미라고 얼핏 들었던 것 같았는데 그걸 생각하지 못했어! 아이고... 머리야...


수희는 초조한 듯이 아랫입술을 질겅질겅 씹으며 곰곰이 생각 중이었다.


무명이 왜 자신 주변사람들에게 공격을 해온 것이며 무슨 의도를 가진 것인지 말이다.


윤재는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수희를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돌려 승주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무튼 제 소개는 됐고, 우리 무명스승님은 밀교 쪽에 대가(大家)시자 전문가세요. 아까 핵(核)을 없애면 된다고 하셨는데 뭘 알고 계신거죠? 결계에 핵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요. 어떻게 아시는 거에요?”


윤재가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승주를 향해 묻자 승주가 대답했다.


“나도 자세한 건 모르지만 듣기론 내가 우도(右道)방에서 유명한 집안의 후손이라고 하네? 내가 오래되진 않았지만 나름 혼자서 열심히 공부해서 이것저것 알아 낸 것들이 좀 있어요. 대부분 뭐 우도방 만고비전 책을 보고 혼자 추리하고 짐작하는 거라 정확하진 않지만...”


그녀의 말을 유심히 듣던 윤재가 깜짝 놀란 눈빛으로 승주를 보며 말했다.


“우도방 만고비전이요? 누나 혹시 부적 쓸 줄 알아요?”


윤재의 반응에 당황한 표정으로 승주가 떨떠름하게 말했다.


“그냥 책보고 흉내 내서 따라 그리는 정도? 왜요?”


윤재는 어이없다는 듯이 승주를 바라보고 말했다.


“우도방의 후손인 것도 말이 안 되는데, 우도방의 비서(秘書)를 가지고 부적까지 쓸 줄 안다고요? 기가 차네. 누나 혹시 천연기념물이세요?”


윤재는 황당하다는 말투로 승주를 쏘아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 우도방은 일찍이 그 명맥이 끊겨 전승자가 없다고 들었는데... 역시... 스승님 말씀처럼 밀교 비전서를 훔치러 온 사람들이구나! 어쩌지? 내가 속은건가!?


신기함을 넘어서 경이롭다는 듯이 한껏 커진 눈동자로 승주를 쳐다보던 윤재는 스승님이 일전에 말한 악(惡)한 사이비 집단이 이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윤재의 시선을 느낀 승주 역시 윤재를 똑바로 쳐다보며 그렇게 한참을 둘은 알 수 없는 묘한 시선을 서로 주고받았다.


서로 쳐다만 보고 조용히 대치 중이던 그들의 정적을 깬 것은 수희였다


“그래서 우.리.윤.재.씨.는 우.리.를.왜.도.와.준.걸.까.요?”


한글자 한글자 똑똑 부러지게 힘주어 말하는 수희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가뜩이나 예전에 만난 흐릿한 과거 속의 무명도사가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는데 그의 제자라고 하는 눈앞의 어린 청년은 자신들의 목숨을 구해주고 무언가 아는 눈치인데도 의도를 숨기고 있었다.


수희는 대놓고 물어보았다.


“지금 고민 중이지? 우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수희에게 예리하게 정곡을 찔린 윤재는 속으로 내심 뜨끔했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글쎄요. 저 혼자 몰래 흔적도 없이 이 결계에서 빠져나갈 수 있지만...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긴 하네요.”


윤재는 사실 거짓말을 하며 허풍을 떨고 있었다.


무명의 대결계에 갖힌 이상, 저 승주라는 여자의 말처럼 핵(核)을 깨부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스승님의 제자인 자신으로서도 이 결계에서 쉽게 빠져나가기란 불가능했다.


하지만 아직 이들의 정체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들이 무명스승님이 말씀하셨던 사이비 집단의 무리라면 위험했다.


자신 역시 핵을 부수지 않는 이상 이 결계에서 빠져나갈 수 없음을 절대로 쉽사리 말해서는 안 될 것만 같았다.


“웃긴 녀석이네 이거?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데? 굳이 그걸 우리한테 말한다? 솔직히 말해봐! 너도 여기서 그냥 쉽게 못 나가지?”


비열한 웃음소리를 내며 입꼬리를 삐죽거리는 수희가 깔깔대며 말했다.


그런 수희를 승주와 선아가 놀란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 에이씨... 진짜 여우같은 여자네! 어떻게 알았지?


윤재는 자신의 포커페이스가 들켰다는 생각에 살짝 아랫입술을 깨문 채 말했다.


“아..아닌데요?”


“어머! 얘 말 더듬는 거 봐! 너 되게 귀엽다? 말하는 건 엄청 쎈 말투인데 이거 완전 애기 아냐? 너 완전 티나! 그짓말하려거든 그짓말 하는 연습 좀 더 해라!”


더 큰 소리로 깔깔대며 윤재를 비웃어대는 수희였다.


수희의 말을 들은 윤재의 귀가 붉게 물들어갔다.


“에이! 몰라요! 믿든지 말든지! 아무튼 난 그냥 당신들 도와주기로 결정했으니까 내가 알려주는 대로만 해요!”


윤재가 주춤거리며 떨떠름하게 말하자 승주가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그의 말에 윤재는 왼손으로 자신의 오래된 핸드폰을 꺼내어 오른손으로 핸드폰 뒷면의 카메라를 툭툭 치며 말했다.


“전부 다 핸드폰 있죠? 카메라 켜고, 영상 녹화모드 하세요!”


그의 말에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윤재를 바라보자 윤재가 말했다.


“결계 안은 그냥 그 주변 일대가 다 결계 친 사람의 의지대로 잡아먹힌 구역이에요. 죽은 땅이라구요. 그냥 쉽게 말해서 짙은 안개 속 한가운데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아무리 영감(靈感)이 뛰어나고 신빨이 좋다고 해도 앞에 무엇이 보이든 믿으면 안돼요. 다 거짓말이거든요. 근데 이 스마트 폰은 절대 못 속이죠! 이건 사람 눈이 아니라 실제 현실을 비춰주는 거울이니까! 아! 거울이 있으면 거울을 꺼내서 봐도 돼요, 요즘은 스마트폰이 거울 대신이니까!”


윤재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자 이내 모두 스마트폰을 꺼내 영상녹화모드로 앞쪽을 촬영하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윤재가 쳐둔 결계 때문일까 그들을 공격하던 칼날 요괴 ‘은수자’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수희가 조심스럽게 휴대폰 플래시를 켠 채 영상 녹화모드로 공장 내부를 비추자 공장은 아까 말끔했던 모습과는 달리 다 허물어져가는 난장판인 모습이 보였다.


- 내가 분명 결계에 감긴 거구나! 전부 홀렸던 거야!


수희는 속았다는 생각에 분함을 느끼며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급히 버리고 간 것 같은 낡은 냉장고와 집기들이 이리저리 나뒹굴며 그 주변 일대는 쑥대밭이었는데 한길로 쭈욱 늘어선 낡은 재봉틀들이 일렬로 작업대 위에 놓여져 거미줄이 잔뜩 쳐져 있었다.


조심스레 앞으로 향하는 수희의 뒤쪽에서 윤재가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저 앞쪽으로 가면 핵이 숨겨진 조각상 같은 게 보일 거에요. 그걸 부숴야하는데...”


“하는데?”


“문제는 그걸 부수는 사람은... 죽게 돼요...”


윤재가 망설이며 말하자 앞서 걷던 수희와 승주의 발걸음이 동시에 멈췄다.


수희와 승주는 등을 돌려 그들 뒤에서 천천히 뒤따라오던 윤재를 쳐다 보았다.


“핵(核)을 부수는데 사람이 죽는다고?”


“우리 스승님이 설치해둔 함정 같은 거에요. 결계에서 빠져나갈 사람들 중 한명은 반드시 목숨을 잃게 만든다는 거죠. 핵을 부숴서 무사히 빠져나간다 해도 일행 중 한명은 반드시 죽어야 해요.”


윤재의 무덤덤한 말에 수희는 무척이나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진짜! 무명 이 사람 못 쓰겠네!”


수희의 고함 소리에 승주가 슬픈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수희야, 괜찮아. 내가 할게. 어차피 나는...”


“언니 더 이상 말하지마. 더 말하면 나 진짜 화낼 거야!”


수희는 승주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승주는 본인의 수명을 담아 부적을 쓴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아무리 수희가 말려도 승주는 수희 몰래 부적을 써서 자신의 에코백에 넣어주곤 했다.


부적을 쓸때마다 수희는 자신의 왼팔에 담긴 화마의 기운을 쓸 때와 같은 통증을 마음 속으로 느끼고 있었다. 마치 승주의 목숨을 담보로 자신의 안전을 구하는 것 같아 수희는 승주의 피로 쓴 부적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승주는 본인 스스로 본인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기에 자신이 모두를 구하기 위해 희생하려는 것이었다.


한층 무거워진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선아의 앳된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언니들! 왜 싸우고 그래? 잘은 모르지만 내가 해볼게. 어차피 난 뭐 삶에 미련도 딱히 없고, 엄마 보러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난 하나도 두렵지 않아! 오갈데도 없는 신세인데 잘 됐지 뭐! 내가 할래!”


수희와 승주의 눈치를 살살 보던 선아가 밝은 목소리로 말하자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수희가 그들을 본채 만 채 하며 휴대폰을 들고 앞을 향해 미친 듯이 내달려 뛰기 시작했다.


“수희야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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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챕터7-127.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3) 23.12.15 20 1 11쪽
126 챕터7-126.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2) 23.12.15 20 1 11쪽
125 챕터7-125.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1) 23.12.14 22 1 11쪽
» 챕터7-124.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3) 23.12.14 25 1 11쪽
123 챕터7-123.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2) 23.12.13 2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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