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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7,005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2.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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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7-117. 무명도사- 폭풍전야 (2)

DUMMY

전화기 너머로 신호음이 한참동안이나 울렸지만 수희는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상하다는 듯이 백마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휴대폰을 내려 놓았다.


지금 당장은 상현의 몸 상태가 우선이었다.


백마녀는 수희가 바쁜 것이라 생각하고 다시 전화를 들어 자신과 종우를 담당하는 주치의에게 왕진을 부탁하려 전화를 걸었다.


상현은 아직도 어지러운 듯이 머리에 손을 얹고 소파에 누워있다시피 기대어있었다.


명동에서 막 뱀술을 들고 나타난 여자들 때문에 난장판이 벌어진 그 시각, 승주와 수희 역시 마찬가지로 정신이 없었다.




***




수희는 저녁 식사 당번을 맡아 투덜거리며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모처럼만에 주방일로부터 벗어나 쉬고 있던 승주는 소파에 앉아 채널을 요리조리 돌리며 티비 속에 나오는 영상을 보느라 바빴다.


그 때 갑자기 아파트 현관문 벨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누굴까?”


수희를 향해 물으며 승주는 혹시나 상현이 장을 보고 수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음식거리를 또 한가득 가져온 것이 아닌가 싶어 인터폰으로 얼굴을 가까이 댔다.


그러나 인터폰으로 보이는 바깥 모습은 새까맣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뿐이었다.


- 에? 아직 밤 시간도 아닌데... 왜 이렇게 어두워? 뭐에 가려졌나? 이상하네?


승주가 이상함을 느끼고 수희를 향해 물었다.


“수희야, 우리 뭐 배달이나 택배 시킨 거 없지?”


그러자 수희가 혀를 끌끌차며 말했다.


“언니, 나 인터넷으로 물건 어떻게 시키는지도 몰라. 상현 씨 아니야? 저번에 내가 귤 좀 사오라고 구박했더니 귤 한 박스 사왔나 본데? 잘됐다! 귤 먹고 싶었는데! 아싸!”


수희가 냄비 속에 된장을 한 숟가락 퍼서 휘저으며 신이 난 듯 외쳤다.


그런 수희를 쳐다보던 승주가 ‘누구지’ 하면서 현관문을 살짝 열었다.


그러자 문 앞에 놓인 작은 종이 택배 박스 때문인지 승주가 살짝 연 현관문이 ‘툭’소리가 나면서 박스와 부딪혔다.


“수희야!”


“왜 언니! 나 지금 음식 하느라 바뻐! 뭔데 그래!”


수희가 약간 짜증나고 귀찮다는 말투로 말하자 승주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현관문 밖으로 몸을 빼고 그 상자를 주워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할 때였다.


“어머!”


승주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무언가에 튕기듯이 바닥에 나가떨어졌다.


‘우당탕’ 소리에 수희가 놀라 국자를 손에 쥔 채로 현관문 쪽으로 뛰어오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현관문 안에 신발장 쪽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채로 고통스러워하는 승주가 보였고, 반쯤 열린 현관문 사이로 작은 실뱀들이 무리지어 집안으로 들어오려고 용을 쓰고 있었다.


실뱀들은 흰색과 검정색이 섞여있었는데 이상하리만큼 한데 뭉쳐 얼핏 보기에는 커다란 뱀 한 마리처럼 보였다.


“으악! 저게 뭐야!”


수희가 놀라 소리 지르며 승주를 재빨리 자기 쪽으로 당겨 일으켜 세웠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실뱀들이 현관문 안쪽으로 들어오려 할 때마다 무언가 벽에 막힌 것처럼 튕겨져 나가며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마치 현관문 쪽에 투명한 벽이라도 있는 것처럼 실뱀들은 튕겨져 나오며 도저히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우왕좌왕 할 뿐이었다.


승주는 이해할 수 없는 이 이상한 광경에 손을 바들바들 떨며 수희를 쳐다보았다.


수희는 재빨리 두려움에 떨고 있는 승주의 등을 토닥거리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괜찮아 언니! 집안에 못 들어오나봐! 괜찮아! 진정해!”


수희가 조심스럽게 말하며 현관문 위를 바라보자 승주가 써서 붙여놓은 부적 몇 장이 보였다.


현관문 위로 부적 세 장이 붙여져 있었는데 그 중 한가운데 있는 부적 한 장이 새까맣게 색이 변하고 있었다.


그것은 승주가 혹시나 모를 악귀(惡鬼)나 화마(火魔)의 공격을 대비해 붙여놓은 부적들이었다.


일반적인 잡귀 따위는 그 부적을 보자마자 줄행랑을 칠 정도로 강력한 부적이라고 했다.


그 중 한가운데 붙여져 있는 부적은 일반적인 부적과 모양이 조금 달랐다.


커다란 새 한 마리가 그려져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매 같기도 하고, 독수리 같기도 하지만 이상한 것은 머리가 3개 달려있다는 점이었다.


기괴한 모습이었지만 승주가 써놓은 부적은 흔히 삼재의 액을 막는다는 ‘오두삼족부’였다.


그 부적은 흉액(胸液)을 막는 부적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특히나 뱀과 매가 상극이라는 유감주술의 일종으로 하늘을 수호하는 영수(靈獸)인 매를 통해 악사(惡邪)를 막아낸다는 의미를 가졌다.


지금 뱀들이 수희와 승주를 향해 다가오지 못하는 것은 이 부적의 힘 때문일지도 몰랐다.


수희가 이내 조심스럽게 현관문 쪽으로 다가가 된장찌개를 끓이던 국자로 현관문 손잡이를 당겨 문을 닫았다.


수희는 주변의 기척을 느끼기 위해 현관문 쪽에 천천히 자신의 귀를 가져다 대었다.


이내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뭐라고 소리를 지르며 박스를 챙겨 계단으로 뛰어가는 누군가의 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얼핏 듣기론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는 듯 했다.


수희는 당장 문을 열고 저들을 추격해야하나 고민 중이었다.


하지만 그 때 갑자기 승주가 ‘컥’ 하는 소리와 함께 구토를 하며 쓰러졌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언니 왜 그래!”


승주가 쓰러지자 수희가 놀라 앞치마와 국자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바닥에 쓰러진 승주를 껴안았다.


바닥에 쓰러진 승주는 거의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어느 새 승주의 얼굴은 보랏빛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수희가 붙잡은 승주의 손바닥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수희가 놀라 승주의 손을 주무르면서 승주의 안색을 살폈다.


수희의 눈에 승주의 손가락 사이로 작은 뱀 이빨 자국 두 개가 보였다. 아까 전에 실뱀무리가 집안으로 들어오려고 발버둥치는 사이 어느 틈엔가 뱀에게 물린 자국이 분명했다.


수희는 어쩌나 싶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뱀소동은 명동 백마녀와 수희 쪽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수희가 수원 광교저수지 사건을 마무리 짓고, 선아를 천수도령에게 안내해준 뒤 선아는 천수도령과 함께 일월선녀를 스승으로 모시며 그녀의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백마녀와 수희 뿐만 아니라 천수도령과 일월선녀 쪽도 상황이 급박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



일월선녀가 지내는 곳은 강원도 삼척 원덕읍에 위치한 작은 해안가 근처의 마을이었다.


일월선녀의 집은 강한 바닷바람을 이겨낸 소나무들이 우거진 해송(海松) 절벽 끝에 지어진 해신당 근처에 자리 잡은 1층짜리 작은 구옥 주택이었다.


일월선녀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곳에서 자라, 지금은 어느 덧 칠순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일월선녀는 천수도령과 선아를 앉혀놓고 해신굿의 절차와 무구(巫具)에 대한 내용을 설명 중이었다. 아직도 그녀는 천수도령과 선아에게 알려주어야 하는 지식이 많았다.


한참을 그들에게 이것저것 친절히 설명하던 일월선녀의 표정이 갑자기 차갑게 굳더니 천수도령과 선아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절대 문 밖으로 나오지 말거라! 여기 있어!”


천수도령과 선아가 의아한 듯이 일월선녀를 바라보자 일월선녀는 쏜살같이 방문 밖으로 빠른 걸음으로 나가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곤 천수도령과 선아가 문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았다.


평소에 빙의 치료를 위해 금줄을 쳐놓는 것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문을 잠구는 경우가 있었기에 천수도령은 방문 안과 밖에 모두 잠금장치를 달아 놓았다.


“스승님! 무슨 일이십니까!”


천수도령의 외침에도 일월선녀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윽고 천수도령은 갑자기 느껴지는 엄청난 기운에 숨을 잠시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사악(邪惡)하다 못해 불길하기 까지 한 검은 기운이었다. 웬만한 악귀는 저리가라할 정도로 음습하게 어두운 기운이었다.


선아 역시 이상한 기운을 느꼈는지 ‘웩웩’거리며 구역질을 하며 손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두려움에 떠는 선아의 어깨를 다독거리던 천수도령은 이번에도 스승님의 말씀을 어겨야 겠다고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스승님!”


천수도령은 불안함이 엄습해오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방문을 발로 여러번 걷어차 결국 방문을 부수고야 말았다.


대청마루로 뛰어간 천수도령의 눈에 비친 것은 왼손엔 방울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부채를 든 채 신발도 신지 않은 버선발로 흙마당 위를 방방 뛰고 있는 일월선녀의 모습이었다.


그가 고개를 들어 일월선녀의 앞을 바라보자 거대한 검은 구렁이 한 마리가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오려는 모습이 보였다.


- 저게 뭐야! 뱀? 구렁이?


천수도령은 재빨리 자신의 무구(巫具)인 신칼을 꺼내 자신의 스승인 일월선녀 뒤로 다가갔다.


일월선녀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가득 맺혀 있었고, 구렁이 같기도 하고, 뱀 같기도 한검은 형체는 일월선녀의 신명(神明)이 담긴 굿 때문에 차마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뱀은 그것이 분에 겨운지 씩씩거리는 콧바람을 내뿜으며 기세등등하게 몸을 요리조리 돌리며 어떻게든 집안으로 들어오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천수도령은 일월선녀가 모든 힘을 쏟아 부어 뱀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재빨리 자신이 모시는 장군신(神)을 불러 도움을 요청했다.


천수도령은 자신이 신이 몸 안에 들어온 것을 느끼자마자 공수를 내뱉으며 자신의 신칼을 눈앞에 있는 사람키 만한 거대한 뱀을 향해 내던졌다.


이내 화살처럼 날아가는 칼이 뱀의 머리 이마 정중앙에 꽂히자 뱀은 ‘키약’하고 기괴한 비명을 지르더니 구름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이내 힘을 잃은 신칼이 뱅그르 돌아 땅에 떨어지려던 찰나 천수도령이 잽싸게 달려가 그 칼을 낚아챘다.


그 신칼은 자신이 신내림굿을 받을 때, 일월선녀에게 받은 선조 무당의 대신(代神) 칼이었다.


20센티 정도의 칼이었는데, 반달모양의 언월도 모양이었다.


일월선녀가 뱀을 붙잡는 동안 천수도령이 자신의 신력을 모두 쏟아부어 뱀을 물리치자 일월선녀는 짧게 숨을 내쉰 뒤 마당에 주저앉았고, 천수도령은 깜짝 놀라 소리질렀다.


“스승님! 괜찮으십니까?!”


그의 외침에 방에 숨어있던 선아가 잽싸게 찬물을 떠와 일월선녀에게 건냈다.


일월선녀는 선아가 건네주는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온 몸에 진이 빠진 기운 없는 목소리로 천수도령에게 말했다.


“지금 빨리 수희에게 연락해봐라! 수희가 위험할지도 모르겠구나!”


일월선녀의 말을 들은 선아와 천수도령의 얼굴이 경악으로 차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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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챕터7-125.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1) 23.12.14 2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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