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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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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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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8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2.1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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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7-120. 무명도사- 구미 국가산업단지 (2)

DUMMY

백마녀에게 들은 단어를 들고 수희가 생각에 잠긴 동안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일월선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본디 ‘칠성신’이라는 것은 뱀을 뜻하지요. 제주도에서 유래한 신앙입니다. 집안이 아니라 집 밖에서 모시는 신을 칠성부군이라고 하지요.”


일월선녀의 말을 들은 수희는 칠성신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일월선녀의 말이 옳았다.


본래 ‘칠성신’이라는 단어는 제주도에서 유래한 것이다. 예로부터 제주도에서는 뱀이 경외의 대상이었다.


뱀을 신으로 모시게 된 것은 고팡이라고 부르는 식품 보관 창고에 곡식을 쌓아두면 쥐가 제일 문제였는데 이를 해결해준 것이 뱀이었기 때문이다.


뱀은 고팡에서 쥐를 잡아먹었기 때문에 뱀을 신으로 모셨고, 제주도에서는 이에 따라 뱀을 믿으면 큰 부를 얻게 해준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실제로 뱀신을 모시고 큰 굿을 한 함덕 마을 해녀들은 삽시간에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런 믿음이 가득한 제주도에서는 뱀을 칠성이라 불렀다. 특히나 곡물 저장창고에 모시는 칠성을 ‘안칠성’이라 하고, 마당 뒤꼍에 모시는 칠성을 ‘밧칠성’이라고 불렀다.


일월선녀가 나직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수희야...”


“네... 말씀하세요...”


수희는 아픈 몸을 이끌고 힘겹게 자신에게 안겨 울고 있는 승주의 등을 토닥이며 그녀를 달랜 뒤, 몸은 곧추 세우고 바로 앉아 일월선녀를 향해 대답했다.


승주에게 다가온 선아가 그녀를 부축하며 옆자리로 승주를 앉혔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너한테 도움을 받았거나 너와 큰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 당장은 너의 가족에 대한 복수보다도... 이 사람들을 지켜야하지 않겠니? 응당 너의 힘으로 지켜야 하겠으나 지금은 너가 힘이 많이 약해져있는 상황이구나. 하여 지금 여기 모인 사람들 중 몇몇을 데리고 직접 구미에 가서 진상을 알아보는 것이 어떠냐... 그 쪽에서 먼저 싸움을 걸어왔으니 당하고만 있을 순 없는 노릇 아니냐. 아마 그쪽은 뱀신을 모시는 집단 같구나. 그쪽에서 먼저 붙여온 싸움이니 우리도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함께 가보자꾸나!”


일월선녀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 당장 수희 혼자서 구미로 향한다 한들 무엇을 어떻게 찾을 것이며, 또 설령 원흉을 찾았다 해도 뱀신을 모시는 무리를 수희 혼자의 힘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수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수희가 결심한 듯 두 눈동자를 빛내며 말했다.


“염치없지만! 도와주신다면 기꺼이 도와달라고 하겠습니다! 모두 도와주시겠어요?”


수희는 말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이들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입밖으로 소리내어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수희를 바라보는 두 눈은 모두 수희처럼 초롱초롱 밝게 빛나고 있었다.


모두가 다같이 모여 한 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누고 나니 어느새 자정을 넘긴 새벽이 되었다.


천수도령과 선아는 익숙한 듯이 잠자리를 꾸려 남자와 여자들이 각각 묵을 수 있게끔 손님방은 정리정돈했다.


일월선녀는 ‘사해신(四海神)’ 이라고 불리는 4대 대무(大巫) 중 한 명이었다.


동해와 서해, 남해와 북해 중 동해를 담당하는 그녀는 풍어제를 쥐락펴락하는 대단한 만신이었다.


하여 2월과 8월 풍어제나 용왕제, 별신굿을 지낼 때마다 전국 각지에서 그녀를 따르는 무당들이 그녀를 찾아왔지만 그녀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굿판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녀가 인정한 몇 안 되는 무당이나 악사들은 종종 일월선녀의 허락하에 그녀의 집 별채에 머무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천수도령은 별채에 딸린 방들을 정리하여 그들에게 숙소로 내주곤 하였다.


천수도령이 안내한 남자들이 묵는 방은 ‘사니(산이)’라고 부르는 남성 악사들이 묵는 방이었고, 여자들이 선아에게 안내받은 방은 ‘산어정꾼’ 내지 ‘선소리꾼’이라고 불리는 굿판에서 소리를 거드는 여자 악사들이 묵는 방이었다.


보통 굿판의 악사들 역시 신기(神氣)가 있는 신가물이 대부분이고 몇몇 악사들은 무당보다도 오히려 점을 더 잘 보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예로부터 음악은 신의 영역이라고 했기에 무당굿판에서 음악을 다루다보니 없던 신기도 생기는 것이다.


어느새 밤은 늦었지만, 남자 방에 있는 한결과 상현, 천수도령과 화련은 모두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여자 방에 있던 승주와 수희, 선아와 백마녀 역시 쉽게 잠에 들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들은 밤새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에 잠겨 몸을 엎치락뒤치락하며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다.




***




이윽고 찾아온 아침이 되자, 선아와 천수도령은 익숙한 듯이 아침상을 거하게 차려 어젯밤 그들이 모인 대청마루에서 손님들에게 아침을 대접했다.


숟가락을 뜨는 둥 마는 둥 하는 수희와 달리 백마녀를 비롯한 모든 손님은 열심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결은 그런 수희 옆에서 곁눈질로 수희의 눈치를 보다가 이윽고 재빠른 젓가락질로 그녀의 밥 위에 계란말이 하나를 올려주고 먹으라고 눈짓했다.


수희는 이윽고 차오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재빨리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 수희를 바라보던 한결이 수희를 뒤쫓아가려하자 상현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상현은 다 죽어가던 어제의 모습과 달리 혈색이 돌아와 훨씬 나아보였는데 승주 역시 어제보다는 기운을 차린 듯 했다.


자리에 앉아있던 일행들은 그런 수희를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모두 열심히 밥만 먹고 있었다.


“수희 냅두세요. 지금 그 누구보다 마음이 아프고 힘들 거예요.”


승주가 입안 가득 김치를 우겨넣으며 말했다.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밥을 먹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이윽고 한결은 그런 그들을 지켜보다가 무언가 깨달았다.


- 모두가 수희 씨를 생각하고 있구나. 수희 씨가 힘들어할까 봐... 그리고 또 수희 씨를 지켜주려고 다들 일부러 힘든데도 밥을 먹고 있어...


한결은 그들의 마음을 느끼곤, 이내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아침상을 먹고 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열심히 숟가락을 들고 밥을 입안 가득 우겨넣기 시작했다.


- 밥먹고 힘내야지! 내가 수희 씨 꼭 지킬 거야. 내가 꼭 지켜 줄 거야!


한결의 눈빛은 마루에 앉아 밥을 먹는 그 누구보다도 또렷하고 밝게 빛났다.


식사를 마친 그들을 맞이한 것은 백마녀가 준비한 커다란 흰색 카니발 승합차였다.


백마녀는 어젯밤 회의를 마치고 바로 경환에게 연락을 해 그들이 타고 갈 차를 준비시켜놓은 것이었다.


경환은 가타부타 이유를 묻지 않았고, 백마녀에게 그 어떤 설명을 듣지도 않았다. 그는 곧바로 카니발 한 대를 준비해 새벽같이 일월선녀의 집 앞에 차를 세워두고 그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현이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본 경환이 급히 그에게 달려가 말했다.


“형님! 애들 통해서 들었습니다. 몸은 좀 어떠신지...”


“어제보다 훨씬 나아. 걱정해줘서 고맙다.”


“수희 씨는... 괜찮으시죠?”


경환은 자신의 매형과 누나 일을 도와준 수희의 안부가 걱정되어 근심어린 눈으로 상현을 바라보며 수희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


“저 살아있어요! 경환 씨 이런데서 또 보니 반갑네요! 잘 지냈어요?”


수희는 경환의 질문을 들었는지 어느새 밝은 얼굴로 경환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경환이 고개를 돌려 수희를 바라보자 수희의 두 눈은 붉게 충혈 되어 벌개져 있었다. 울었던 것이 분명했다.


경환은 90도로 고개를 숙여 수희에게 인사를 하곤, 재빨리 자리를 피해 상현과 수희가 둘이 있을 수 있게끔 자리를 피해주었다.


상현이 어색한 듯 수희를 향해 다가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수희는 상현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없이 카니발 뒷좌석에 재빨리 올라탔다.


이윽고 경환이 백마녀를 부축해 나오고, 그 뒤로 천수도령과 선아, 화련스님과 한결이 따라나왔다.


일월선녀는 제일 마지막으로 뒤따라 나왔는데 그녀의 두 손에는 작은 붉은 보자기 뭉치가 들어있었다. 일월선녀는 천수도령에게 그것을 건네며 말했다.


“쓸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가져가거라. 사용법은 알고 있겠지?”


천수도령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조심스레 그 보자기를 자신의 품 속에 넣었다.


일월선녀는 천수도령을 향해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수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수희야, 절대로 너 혼자 모든 걸 해결하려 하지마라! 남들한테 의지할 수 있을 땐, 의지하는 거야! 알겠니?”


일월선녀가 주름진 손으로 수희의 어깨를 다독거리며 말했고, 이내 수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며 그녀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카니발 맨 뒷좌석 시트에는 수희와 승주, 선아가 탔다. 그 앞좌석에는 화련스님과 한결, 천수도령이 타 있었고, 운전석은 경환이 그리고 그 옆 조수석에는 상현이 앉았다.


사실 어젯밤 수희와 한결은 대판 싸움을 했다.


한결과 백마녀는 이곳에 남아있으라는 수희의 말에 한결이 바락바락 대들며 수희에게 저항했기 때문이었다.


“저도 따라 갈래요!”


“한결 씨가 가서 뭐하게요? 능력도 없으면서 따라갔다가 위험하면 오히려 그게 다른 사람들한테 짐이 된다는 거 몰라요?”


“절대로 짐이 안 되게 할게요! 그리구 힘 하나는 제가 쓸 만 하거든요?”


- 어차피 저 사람도 능력없는 일반인아닌가? 왜 나한테만 오지말래. 사람 서운하게...


한결은 상현을 슬쩍 쳐다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 한결의 모습을 본 수희가 황당하다는 듯이 소리 질렀다.


“얼마 전에 나찰들한테 그렇게 호되게 매질 당해놓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요? 그러다가 한결 씨 죽을지도 몰라요!”


한결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며 악다구니를 쓰는 수희를 향해 똑같은 말투로 말했다.


“그러는 수희 씨는요! 화마인지 뭔지 왼팔에 그 기운도 없어져서 힘을 못 쓴다면서요! 능력 없는 건 저나 수희 씨나 똑같은 거 아니에요? 그러다가 수희 씨도 죽을지도 몰라요!”


한결의 말에 수희는 멈칫 하고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재빨리 마당을 지나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순간 '아차' 싶었던 한결은 자신이 말실수를 한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수희를 쫓아가려했지만 상현이 그런 한결의 어깨를 붙잡았다.


상현은 매서운 눈길로 한결을 노려본 뒤, 자신이 먼저 수희를 향해 뛰어나갔다. 한결은 그런 상현의 뒷모습을 잠시 멍하니 지켜보다 주먹을 쥐고 자신의 머리를 스스로 쥐어박았다.


아침에 한결이 수희의 밥상에 계란말이를 올려주었을 때, 수희가 밥상을 뛰쳐나간 것도 어젯밤 자신과 말다툼을 하던 수희가 아직 자신을 향한 감정이 풀리지 않아서일 거라고 생각하는 한결이었다.


한결은 수희 눈치를 보며 쥐 죽은 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푹 숙이고 차안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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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챕터7-126.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2) 23.12.15 20 1 11쪽
125 챕터7-125.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1) 23.12.14 22 1 11쪽
124 챕터7-124.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3) 23.12.14 2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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