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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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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6,999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2.06 22:00
조회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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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챕터7-107.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1)

DUMMY

신경질적으로 위스키가 담긴 글래스를 협탁에 내려놓은 그는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분명 거의 보름 가까이 자신이 잠만 자면 꿈에 나타나는 일정한 패턴은 무언가 자신에게 경고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영호가 꿈 속에서 본 풍경은 이랬다.


분명 지은 지 50년은 더 되어 보이는 듯한 푸른색 이끼가 짙게 내려앉은 터널 안에는 자신의 배꼽높이 정도까지 되는 물이 가득 차 있었다.


탁한 물 때문인지 발밑을 내려다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조심스럽게 터널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보이는 것은 다 떨어져가는 터널 안의 타일 벽과 두둥실 떠다니는 나무판자 내지 쓰레기들이었다.


조심스럽게 한발작, 한발작 앞을 향해 내딛는 순간 무언가 물컹하고 차가운 손들이 자신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열댓명은 되보이는 듯한 손가락들은 자신의 발목과 다리를 붙잡고 놓질 않았다.


분명 느껴지는 힘의 크기나 느낌으로 보아 어린 아이들 손가락 같았다.


- 놔! 이거 놔! 놓으라고!


바락바락 악을 쓰며 거칠게 다리를 휘저어도 그 손들은 찰거머리처럼 붙어 자신을 놓아주지 않았다.


점점 더 자신을 잡는 손의 개수가 늘어나는가 싶더니 결국 수십 명이 달라붙은 듯 자신의 몸이 서서히 터널 물 속 안으로 잠기기 시작했다.


연신 ‘어푸어푸’거리며 힘겹게 호흡을 참고 물속에 들어간 순간 영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수십 개의 어린 해골들이 자신을 에워싼 채 쳐다보고 있는 광경이었다.


- 기분 나쁘게! 왜 그런 꿈을 꾸는 거야!


자신이 내려놓은 위스키잔을 다시 올려 벌컥벌컥 들이마신 영호는 서둘러 자신의 침실로 들어가 누웠다.


그가 침대에 누워 조명 불을 끈 순간, 그가 방금 전까지 내려다보고 있던 넓은 유리통창 바깥에서부터 서서히 김이 서리면서 어린 아이들 손바닥 자국이 찍힌 것을 영호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시끄럽게 매미가 우는 소리에 낡은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만월은 자신의 딸 수연의 도시락을 싸고 있었다.


오늘도 마트에서 하루 종일 서서 일을 할 자신의 딸을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


“수연아! 이거 챙겨가야지! 오늘 오전근무라면서”


피곤한지 꿈쩍도 못하고 이불에 누워있는 수연의 몸을 일으키며 만월이 말했다.


수연은 하품을 한번 길게 하며 자신의 두 눈을 비비고 만월을 와락 끌어안았다.


“엄마! 잘 잤어?! 난 더워서 어제 한숨도 못 잤네. 자다 깨다 자다 깨다... 아오 더 피곤해!”


“그럼! 엄마는 잘 잤지. 우리 수연이는 더워서 못 잤구나? 그래두 더우니까 여름이다 하고 생각해야지. 그냥 여름이니까 덥나보다 하고 참고 자는 거야. 그래도 우리는 선풍기도 있고 얼마나 좋니! 옛날에는 이 선풍기도 없이 지내던 시절도 있었다?”


더워서 깊게 자지 못했다는 딸 수연의 말에 만월은 애써 웃어 보이며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해주었다.


사실 만월 역시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제 조례동 터널을 다녀온 탓일까. 꿈자리가 뒤숭숭했고, 자신은 그때와 같이 터널 안 물속을 헤엄치며 터널 안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 도대체... 언제까지 나를 괴롭히는거야.... 작은 오빠... 역시 내가 미운 거죠?


만월은 수연의 머리를 정돈해주며 머리를 가볍게 가로저었다.


지금은 오빠들을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서둘어 조만간 하나뿐인 딸 수연을 빨리 시집보내야만 했다.


“얘! 얼른 씻고 밥 먹어야지. 준비해! 근데.... 수연아!”


“응? 엄마 왜요?”


“저기... 그 수영이네 기사식당 사장 말이야....”


조심스럽게 자신이 설거지 알바를 하고 있는 식당 이야기를 꺼내는 만월을 향해 수연이 엄마 만월을 향해 쌜쭉 가느다랗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엄마! 거기서 또 일하다 나한테 걸리면 내가 그 가게 다 뒤짚어 엎는다고 했지? 몸도 안 좋은데 제발 일 좀 그만해요!”


자신을 째려보며 말하는 수연을 향해 만월이 주름진 자신의 두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아니, 아니! 엄마가 일하겠다는 게 아니라.... 거기 사장님이 너 중매 서고 싶다고...해서...”


“이야! 그 사장님 내가 지난번에 엄마 일하는 거 가지고 뭐라고 했다고 나를 이렇게 물 먹이시네? 엄! 마!”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는 수연의 기세에 만월이 움찔 하더니 이윽고 됐다는 표정으로 서둘러 부엌 주방으로 향했다.


또 다시 다리를 절뚝거리며 힘겹게 걷는 만월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수연이 쓸쓸한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난 엄마 없으면 못 살아! 시집은 무슨! 흥! 내가 무슨 결혼을 해?!”


그녀는 재빨리 자신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툭툭 치며 정신을 차리곤 화장실로 향했다.


수연이 씻는 물소리가 들려오자 만월은 서둘러 이른 새벽에 끓여놓았던 김치찌개에 다시 불을 올렸다.


수연과 오손도손 아침 식사를 마친 만월은 수연이 출근한 것을 확인하고 난 뒤, 서둘러 자신이 일하는 기사식당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자 수연엄마에요!”


“알지! 아이고. 아침 댓바람부터 전화질이대? 오늘 출근 안하는 날 아니여? 무슨 일로?”


아침식사를 이제 막 시작했는지 나물을 우적우적 씹어대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제가 오늘도 꿈자리가 영 뒤숭숭해서.... 지난번에 알려준 그 만신(滿身) 좀 만나볼 수 있을까 해서요...”


“그러게! 내가 진즉에 가 보랬잖어! 거기 무당 진짜 용한 무당이어서 점사 한번 보려면 한달은 넘게 기다려야해!”


“에구... 어쩌나... 그럼 저 오늘 점 못 봐요? 또 한달 기다려야 할까봐요?”


초조한 듯이 핸드폰을 쥔 손을 만지작 거리는 만월이었다.


“칫! 수연엄마 운이 뒤지게 좋다니께! 걱정하덜 말어. 그렇지 않아도 오늘 3시에 철호 엄마랑 그 아삼육 패거리가 점보러 가기로 했는데 그 집 남편이 다쳐가지고 병원입원해서 가질 못한대! 그래서 딱 한자리 비었으니까 거기 끼어서 만월이 자네가 가!”


다행이라는 듯이 가슴을 쓸어내린 만월이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주섬주섬 자신의 작은 검은가방을 꺼내 지갑을 열었다.


- 복채를 얼마를 드려야하나... 5만원이면 되나? 10만원...?


당장 무당에게 점을 보고 내야하는 복채가 걱정스러운 만월이었다.


그녀의 눈가에 수심이 가득 드리웠고, 이윽고 결심에 찬 듯 눈빛을 다졌다.


- 그래! 이왕 가는 김에 우리 수연이 신랑감 만날 수 있나도 좀 물어보고, 작은 오빠랑 큰 오빠 이야기도 물어보고 해야겠다!


꾸깃꾸깃 접혀있는 5만원짜리 지폐 두 장을 고이 펴서 지갑에 넣은 만월은 서둘러 외출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한편 만월이 찾아가려했던 점집은 어수선한 싸움이 벌어져 정신이 없었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정해진 손님만 예약 시간에 맞춰 점을 보는 곳이었다.


영험하기 이를데없고, 모든 고민을 해결해준다는 소문이 돌아 그 무당 집은 부산 일대에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며 예약을 하려면 한달 이상이 걸렸다.


매섭고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중년의 여자 무당이 사근사근 웃으며 젊은 남자와 동년배로 보이는 중년 남자를 향해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안 됩니다! 지금 손님이 계십니다!”


지금은 안 된다고 그를 막아서는 젊은 애동제자를 밀어내며 거칠게 여닫이 문을 ‘드르륵’ 열어 재끼는 것은 양복차림의 영호였다.


“아니! 내가 지금 급해서 그래! 돈은 원하는 대로 준다니까? 손님이고 자시고, 지금 있는 사람들 내보내고 내가 돈은 지금 손님들 복채까지 쳐서 따블로 준다니까?”


상스러고 거칠게 말하는 중년의 남자는 여닫이 문을 열고 거칠게 방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중년의 남자를 보필하는 수행기사처럼 보이는 양복차림의 젊은 기사 역시 안하무인으로 문 앞을 가로 막아섰다.


“지금 손님 계신 거 안 보여? 이게 무슨 행태야!”


그런 영호를 바라보며 여자 무당을 악을 써댔다.


여자 무당은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어느 젊은 남자와 중년의 남자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고, 다시 무서운 눈빛으로 무례한 영호를 쏘아봤다.


무당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년의 남자는 영호를 쳐다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고, 젊은 남자는 눈쌀을 찌푸리며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아하! 네놈이로구나! 죽을 놈이 여긴 왜와? 나가! 너 같은 더러운 새끼는 점괘도 안 나오니까 당장 나가! 신할머님이 노하셨다! 당장 썩 꺼져! 내가 마음 같아서는 너를 산채로 껍질을 벗겨서 잘근잘근 씹어 먹고 싶은데 신(神)을 모시는 입장이라 참는다! 이 개새끼야! 넌 욕도 아까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정장 차림의 중년 남자와 젊은 남자를 향해 여자 무당은 소금을 집어던졌다.


무당이 집어던진 소금을 얼굴에 쳐맞은 영호가 인상을 쓰며 쌍욕을 내뱉고 있었다.


만월이 도착했을 때는 영호와 그의 운전기사가 대문 바깥쪽까지 쫓겨나오는 중이었다.


평범한 가정집을 개조한 것 같은 점집은 초록색 철문 입구에 비스듬이 빨간색과 흰색 깃발이 나란히 꽂혀있었는데 그 대문으로 황급히 도망나오는 영호와 그의 운전수를 마주친 만월은 선뜻 대문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길가 옆에 가만히 서서 그 광경을 보고만 있었던 것이다.


“아니, 이런 개 같은! 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어디서 점이나 쳐보는 무당 년이 나한테 소금을 뿌려대? 너 죽고 싶냐?”


눈을 한껏 치켜세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무당이 하나도 무섭지 않다는 듯이 거침없이 욕지거리를 내뱉는 영호를 그의 운전기사가 서둘러 막아서며 영호를 차로 모시려했다.


그런 영호를 향해 바가지에 담긴 소금을 이내 다 뿌린 것인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무언가 찾는 것 같던 무당은 이윽고 마당 한 켠에 놓인 작은 화분 몇 개를 들어 영호를 향해 집어던졌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와장창 화분이 깨져 파편이 길거리에 튀었다.


요리조리 화분을 피하던 영호는 주름진 이마를 찌푸리며 무당을 향해 윽박을 지르며 경고했다.


“너! 내가 가만 안둘 줄 알아! 꼭 망하게 한다!”


“훗! 어디 한번 해보시던가! 넌 어차피 일주일 안에 죽는다? 당장 모레? 아니 내일 다시 여기 와서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싹싹 빌걸? 어디 한번 잘 살아봐! 너도 니 애비처럼 곱게는 못 죽는다!”


무당 역시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망하게 한다는 영호의 협박에도 눈 하나 꿈뻑하지 않는 그녀는 더욱 서슬퍼런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았다.


그의 서슬퍼런 협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서운 기세로 소금을 바가지 채 뿌리며 영호를 내쫓고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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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챕터7-131(완).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4) 23.12.17 21 1 11쪽
130 챕터7-130.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3) 23.12.17 19 1 11쪽
129 챕터7-129.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2) 23.12.16 20 1 11쪽
128 챕터7-128. 무명도사- 청출어람(靑出於藍) (1) 23.12.16 20 1 12쪽
127 챕터7-127.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3) 23.12.15 20 1 11쪽
126 챕터7-126.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2) 23.12.15 20 1 11쪽
125 챕터7-125. 무명도사- 군다리명왕(軍茶利明王) (1) 23.12.14 22 1 11쪽
124 챕터7-124.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3) 23.12.14 24 1 11쪽
123 챕터7-123.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2) 23.12.13 24 1 11쪽
122 챕터7-122. 무명도사- 밀교(密敎)의 비전 결계 (1) 23.12.13 2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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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챕터7-119. 무명도사- 구미 국가산업단지 (1) 23.12.11 21 1 11쪽
118 챕터7-118. 무명도사- 폭풍전야 (3) 23.12.11 23 1 11쪽
117 챕터7-117. 무명도사- 폭풍전야 (2) 23.12.10 23 1 11쪽
116 챕터7-116. 무명도사- 폭풍전야 (1) 23.12.10 2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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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챕터7-114.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8) 23.12.09 2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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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챕터7-110.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4) 23.12.07 28 1 11쪽
109 챕터7-109.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3) 23.12.07 27 1 11쪽
108 챕터7-108.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2) 23.12.06 26 1 11쪽
» 챕터7-107. 무명도사- 엘림 복지원 (1) 23.12.06 2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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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챕터7-105. 무명도사- 만월과 수연 (1) 23.12.06 2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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