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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op님의서재입니다.

하늘에서 본 무지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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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rtop
작품등록일 :
2020.10.01 00:43
최근연재일 :
2021.01.08 08:35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08
추천수 :
1
글자수 :
134,042

작성
21.01.07 08:30
조회
9
추천
0
글자
8쪽

2-2

DUMMY

‘석양이 붉네.’


그는 선명한 회상 속 정자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으아아아....”


뒤에서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에 뒤돌아 본 그는 한 여자를 마주한다. 손목에 인을 감고 급하게 걸어가는.


“조금만 천천히 가주면 안 될까······”


그녀의 부탁에 인은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이번에 새로 들어왔다는 아이구나. 쌍코피...?’


그녀의 정체를 아는 그와는 달리 세아는 그의 정체를 알지 못해 그와 마주하고서 경직한다.

능소화는 살갑게 인사를 건네려다 자신의 한쪽 눈이 없는 것에 그녀가 놀란 것일까 생각을 하여 몸이 얼어붙어버렸다.


‘아.’


그런 그의 생각과는 달리 세아는 그에게 목도로 인사를 건네었다. 이후 그녀는 인에게 급하게 끌려갔기에 그는 세아의 인사를 받은 채 돌려주지 못했다.


‘인사를 못했구나.’


기본적으로 침울한 기분을 가지고 있던 그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침울해진 기분이 들어 회의시간 동안 방안에서 술잔을 기울였다. 이후 회의 방에서 돌아온 흑해가 막내와 인사를 다 나누었다는 말을 듣고 침울해질 대로 침울해진 그는 다시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다릉 사람들이랑은 인사를 나누었다고 들었씁니다, 아, 죄송하브니다. 제가...조금 아파서, 쓰읍. 마취제를 맞고 와서어, 정신이....’

‘아, 네. 그러세요. 그 초면에 죄송한데.... 약이 깨고 오시면 그 때 인사를 드려도 될까요? 지금 소개를 한다 해도 본인께서 기억 못하실까봐....’

‘아, 그넌가요? 그롬 제가 이름만 말하고 ㄷ ㅏ시 올게요. 저는 능소화입니ㄷr. 죄송해요, 제가 원래는 이런 ㅅㅓㅇ격이 아닌데에, 그 나중에 오겠습니ᄃᆞㅏ’


“다 기억나!!!”


잠시 술잔을 기울였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이미 취할 대로 취해서 세아에게 인사하고 온 것이었다.


‘그래도 마취라고 했으니 술 마셨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다시 사과하고 인사하러 갔다올까, 아니면 시치미를 떼고 내가 아닌 척....’


그런 고민과 함께 그는 그도 모르게 세아의 방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열기 위해 살짝 열린 틈 앞에 손을 뻗었으나,


“능소화....라고 했었나...?”


세아의 그 한마디에 그는 그녀의 방 앞을 급하게 떠났다. 그날 이후로 세아는 통과제의에 임해야했기 때문에 그는 3일간 결국 인사도 제대로 건네지 못했다. 그랬던 그는 세아가 3일 만에 통과제의에 통과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준비해둔 꽃신과 복주머니를 급하게 들고는 네달 방을 향했다.


“다 부수겠습니다.”


흑해는 능소화가 급하게 나가면서 치고 떨어뜨린 서류와 물건들을 정리하며 가볍게 웃었다. 능소화는 아주 나이가 많았기에 막내가 들어오면 긴장하곤 했으니.


급하게 나간 네달 방에서 능소화는 아주 기분이 좋아보이는 세아를 마주할 수 있었다. 허리까지 길게 늘어뜨린 머리와 하늘거리는 햇살 아래에서 맨발로 잔잔히 흐르는 바람이나 간질간질 닿는 잔디를 느끼고 있는. 그것도 잠시 그녀는 자신의 신발을 찾으려는 듯 마루 밑에 고개를 내려 두리번거리며 신발을 찾았다.


탁-


능소화는 다소 떨리는 마음으로 그녀 뒤에 꽃신을 내려두었다. 그녀는 그의 팔을 따라 시선을 올리고는 그와 눈을 맞추며 고개를 들었다.


‘안부를 묻자.’


능소화는 그렇게 생각하며 말을 꺼냈고,


“시험은 잘 텼..., 씁....”


실패했다. 그런 실수에도 세아는 아무렇지 않게 보석에게 받은 선물을 보여주었다. 아름다운 색이었다.


“태하에게 이야기 들었습니다. 3일 만에.... 예. 수고 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아, 뭐라고 더 말을 해야 하는 건가....’


능소화는 몇 번을 머뭇거리다 어떻게 안 되겠는지 그럼, 이라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몸을 돌렸다.


“저...기!”

“...!”


막내의 부름에 그는 기쁘고 또 놀란 마음으로 급하게 몸을 돌렸다. 눈부신 눈의 아이는


“붕대가 풀렸는데....”


라며 붕대를 묶는 시늉을 했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색이다, 라는 생각과 함께 능소화는 자리에 서서 한손으로 붕대를 묶었다. 잠시 돌아가서 해야하나하는 고민이 들었지만 그렇게 한다면 막내가 자신의 말을 무시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느껴 그렇게 한 것이었다.


그러나 붕대가 좀처럼 잘 묶이지 않았다. 상처의 붕대는 늘 흑해가 묶어줬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 스스로 묶는 붕대는 그가 주먹에 힘을 꼭 쥐고 있는 것이 아니면 늘 풀렸기 때문이었다.


한 번의 시도가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자 그는 꽤 무안해지기 시작했다.


“제가 해 드릴게요.”


갑작스럽게 그에게 막내는 성큼 다가갔다. 다가온 막내에게서는 아주 상큼한 기운이 도는 듯 했다. 레몬이나 자몽처럼 시게 상큼한 것이 아닌 귤, 그래 마치 귤처럼 달고 상큼한 기운이.


“잠깐만요.”


계속 풀리는 붕대는 그녀도 쉽게 묶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흑해가 능수능란하게 묶는 것이었다. 마지막을 리본으로 묶으면 되지 않겠냐는 쉬운 마음으로 묶으려했던 세아는 붕대가 잘 묶이지 않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결국 4번의 시도에 손톱 끝에 온 힘을 실어 붕대를 묶었다. 뭐가 창피한지 그녀는 붉어질 대로 붉어진 귀를 감춘 채 급하게 몸을 돌렸다. 아마 능소화가 자신의 붕대를 재빨리 감지 못해 무안해 하던 것과 같은 감정일 것이다.


“감사합니다.”


그녀가 떠나기 전 능소화는 다급하게 감사인사를 전하였다. 처음으로 한 제대로 된 인사였으나 세아는 왜인지 뒤돌아보지 않았다.


‘뭔가 실수했나...?’


자신의 실수에 대해 고민하던 능소화는 문득 주려던 선물 중 하나인 복주머니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라 그녀에게 복주머니를 내밀었다. 계속 뒤돌아 있던 그녀의 얼굴 옆으로.


“답례...보다는 원래 드리려 했는데 깜빡했습니다. 여기....”


세아는 능소화의 소개에 고개를 끄덕이며 살며시 고개를 돌렸다. 능소화는 고개를 돌리는 그녀를 보며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딱히 무얼 담을지 생각하고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그 구슬을 담으면 되겠군요.”

“감사합니다....”


세아는 넋이 나간 듯 손을 내밀어 받았다. 그렇게 인사한 그녀는 능소화의 왼팔을 보더니 인사를 하고 도망치듯 방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잠시 영문을 모를 능소화였지만 엉성하게 풀려 있는 붕대를 보고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주 귀여운 막내가 들어왔다는 생각과 함께 그는 자리를 떠난다.


“막내 잘 만나고 왔습니까?”


돌아온 그에게 흑해가 물어본다.


“막내...?”

“네, 막내. 제가 일부러 좀 오래 이야기하고 와라고 붕대도 살짝 풀어뒀었는데, 어이고. 그 친구도 영 붕대를 잘 묶지는 못하나 보군요. 다시 묶어드리겠습니다.”

“막내...?”

“왜 자꾸 물어보십니까, 막내요. 이번에 새로 들어온 막내, 세아.”

.

.

.


“아.... 세아....”


무언가 시원한 것이 능소화의 머리를 타고 발끝까지 전율을 끼쳤다. 능소화는 연결되어 있던 인연들을 더듬다 마지막 기억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건 그와 마주보고 있던 원로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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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3 21.01.08 18 0 7쪽
» 2-2 21.01.07 10 0 8쪽
30 2-1 21.01.07 7 0 7쪽
29 운명비극_/ 21.01.05 12 0 8쪽
28 운명비극_1 21.01.05 11 0 9쪽
27 두 무지개가 만나는 지평선_2 21.01.04 9 0 8쪽
26 두 무지개가 만나는 지평선_1 21.01.04 10 0 7쪽
25 연계 21.01.03 9 0 9쪽
24 운명은 우리의 그림자에 덮여 21.01.03 9 0 8쪽
23 무지개 앞에 서서 21.01.02 25 0 8쪽
22 무지개 앞에 꿇고 21.01.02 9 0 7쪽
21 준비의 시간 21.01.01 25 0 7쪽
20 태하_2 21.01.01 12 0 9쪽
19 태하_1 20.12.31 51 0 12쪽
18 돌무지 아래에는 고통이 있다_3 20.12.31 15 0 10쪽
17 돌무지 아래에는 고통이 있다_2 20.10.09 13 0 10쪽
16 돌무지 아래에는 고통이 있다_1 20.10.09 10 0 9쪽
15 붉은 운명을 우연으로 여긴다면 20.10.08 11 0 11쪽
14 지평선에서 무지개는 비로소 원이 되고 20.10.08 28 0 11쪽
13 배후에는 늘-2 20.10.07 14 0 8쪽
12 배후에는 늘-1 20.10.07 12 0 9쪽
11 비행 20.10.06 11 0 11쪽
10 반복되는 것 20.10.06 14 0 11쪽
9 노을은 저물지 않고 내 앞에 나타나 20.10.05 12 0 8쪽
8 가까운 존재와의 대면에서 20.10.05 11 0 8쪽
7 그의 눈동자 색은 무슨 색인가 +2 20.10.04 15 0 7쪽
6 그럼에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1 20.10.03 13 0 9쪽
5 무지는 인지가 되고 20.10.03 14 0 21쪽
4 죽음과 죽음 +1 20.10.01 18 0 20쪽
3 가장 보통의 하루 끝에서 +2 20.10.01 1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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