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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무지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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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rtop
작품등록일 :
2020.10.01 00:43
최근연재일 :
2021.01.08 08:35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09
추천수 :
1
글자수 :
134,042

작성
20.10.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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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돌무지 아래에는 고통이 있다_2

DUMMY

초록색 보석을 목에 박은 남자는 능소화를 저승의 깊숙한 곳으로 이끌었다. 인으로 하늘을 날던 능소화는 굳이 멀리보지 않고 아래를 내려다보기만 해도 심각함이 눈에 들어왔다. 망자들이 사는 동네는 쑥대밭이 되어있고 무엇보다도.... 능소화는 심각한 표정으로 한 곳을 주시했다. 화방에서 모아 보내는 보석이 관리되는 광산에 출입이 저렇게 뚫려서야.


‘신경 쓸 것 없어. 어차피 보석도 받는 애들만 받지 아니면 터져버리니까. 너가 입구에서 손쉽게 베어버린 문지기는 겨우 하나 손바닥에 박았던 건데. 방금 보았다시피 그 문지기 외에 이 저승에는 더 보석을 박은 돌은 없어.’


앞서 허공에 그림자를 띄어 달리던 남자가 말했다. 능소화는 심기 불편한 표정을 굳이 감추지 않고 그를 무시했다.


“황천의 주인이 보호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는 힘든데.”


능소화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맨 허공을 달리는 남자의 발을 보며 말했다. 남자는 뒤돌지 않고 말했다.


‘있어, 잘.’


능소화는 땅바닥으로 쇠사슬을 길게 풀어 늘어뜨렸다.


우우웅-


허공에서 갈고리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끌렸다.


“역시....”


능소화는 중얼거렸다.


‘도착했어.’


남자는 허공에 띄어져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의자의 중앙은 갈대발로 가려져있었다. 능소화는 갈대발에 비치는 형상을 주시했다. 그의 눈은 날카롭게 빛났다.


“황천의 주인을 봅니다.”


능소화는 영 내키지 않는다는 듯 웅얼거렸다. 그는 주변을 살펴보다 날던 고도를 살짝 낮춰 허공을 디디고 섰다.


자박,

그가 서자 흙모래 소리가 들렸다.


갈대발 뒤에서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초록색 보석을 목에 박은 남자는 의자 옆에 가 서서 말했다.


‘속았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아.’


왠지 모를 아련함이 그의 목소리에 섞여 나왔다. 능소화는 알고 있었다는 듯 의자에 다가가 갈대발을 젖혔다.


“역시 비었군.”


텅 빈 의자가 있었다. 그 등받이에 새겨진 용의 무늬가 초라할 정도로 자리 주인의 빈자리는 컸다.


‘이제 일이 끝날 때까지만 여기 있으면 돼.’


초록색 보석을 박은 남자는 쉽게 그 의자에 털썩 앉았다. 능소화는 그를 힐끔 보고 물었다.


“이름은?”

‘녹음.’

“보석이랑 잘 어울리네.”


능소화는 잠시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쇠사슬을 다시 붕대로 바꿨다. 붕대는 피로 얼룩덜룩했다. 그는 녹음이 앉은 의자의 팔걸이로 가 걸터앉았다. 그는 손부터 찬찬히 붕대를 감았다. 녹음은 그런 능소화를 이상하게 보며 말했다.


‘너가 약한 줄은 알았지만 공격도 하지 않고 이정도까지일 줄이야.’

“근데....”


능소화는 그의 말을 개의치 않고 물었다.


“너는 내 이름을 안 물어보네? 나를 아는가? 아니, 우리를 아는가?”


녹음은 등받이에 기대며 말했다.


‘돌중에 화방을 모르는 돌도 있나. 화방은 우리에게 있어 저승사자와도 같아.’


누런 하늘은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능소화는 팔 안쪽으로 붕대를 밀어 넣어 단단히 묶었다. 손을 움켜쥐었다 폈다 하며 확인했다. 튀어나온 엄지 말고 나머지 네 손가락은 잘 감겼다.


턱-


능소화는 몸을 돌려 잽싸게 녹음의 목을 손으로 쌔게 움켜쥐었다. 녹음은 까무러치게 놀라 컥컥거리며 그의 손을 움켜쥐었다. 능소화는 붕대에 감기지 않은 엄지로 녹음의 보석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래. 자아가 있는 돌도 있다는 것은 옛날부터도 알던 사실인데 공동사회를 만들어 다시 이런 일을 꾸밀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군. 그 때 확실히 소탕을....”


잠깐.


능소화는 심장이 덜컹하였다.


“빨간색 보석. 혹시 빨간색 보석을 검지에 박은 자가 있나?”

‘컥,,,,커억....’


녹음은 힘겨운 듯 인상을 찌푸리며 능소화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 그러나 능소화는 힘을 빼주기는커녕 점점 더 움켜쥐었다.


‘너.... 너, 여기가....돌 안인 것 알고....하는 것이야...?’


능소화는 손의 힘을 조금 풀고 말했다.


“내가 궁금한 건 그런 게 아닌데.”


녹음은 절망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 나....보석 정말....겨우, 겨우 박은 거야...’


능소화는 말없이 의자를 힐긋 보았다. 녹음은 억지로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아.... 아 내가 여기 앉아서.... 그런 거야? 지금 당장 비킬게, 당장. 그러니까....제발.’


능소화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말고, 있냐고.”

‘폐산...! 폐산에, 폐산에 계셔.’


녹음은 실토했다. 그리고는 살 것이라는 희망에 능소화를 보며 미약한 미소를 띠었다. 능소화는 아슬아슬하게 붕대에 닿을 듯 말 듯 그의 보석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분명 나는 저승에 있었던 것이 확실한데, 너를 따라오다 보니 어느 새 돌 안으로 들어왔단 말이지. 참 걸리적거리는 능력이군. 보석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는 것 같군. ...목소리로 속이는 건가.”


녹음은 금방 미소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능소화의 표정에는 한 톨의 부드러움도 없었다.


톡-


그리고 그의 예상에 맞아떨어졌다. 능소화는 금방 나머지 네 손가락을 그의 보석에 갖다 댔다.


‘아....’


녹음은 눈에 맺힌 눈물을 마지막으로 진흙이 되어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고 나자 환영은 깨어졌다. 곧 어둡고 침침한 동굴이 나타났다.


녹음이 주인을 먹은 돌이였다면 그가 사라짐과 동시에 그 속에서 망자가 나왔어야 할 터. 나오지 않았다는 건.... 본질은 이 큰 동굴인건가.


“돌에 먹혀보는 건 또 처음이군.”


능소화는 붕대를 풀어 다시 쇠사슬로 바꿨다. 돌에 먹힌다는 것은 벌을 의미하며 그것은 곧 시험이었다. 인을 던져 인으로 나갈까 생각을 했지만 그는 자신의 시험이 궁금했다. 곧 어두운 동굴에는 빛이 들고 장면이 바뀌었다.


빛은 곧 불이 되어 그의 눈에 일렁였다. 그의 두 눈에는 주황빛이 도는 아름다운 보석이 박혀있었다.


“능소화 님, 빨리!”


그의 옆에서 흑해가 외쳤다. 사방에서는 불을 내뿜는 듯 한 눈의 돌들이 짐승소리를 내며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흑해는 모자를 들어 모든 그림자를 내보냈다. 그림자는 돌들을 갈랐다. 길이 열리는 듯 하다 이내 불어나는 돌로 막혔다.


“이게 뭔....”


능소화는 금세 골치 아플 것을 예상하고 인을 펼치려했다. 그의 옆에 있던 흑해는 그의 팔을 붙잡았다.


“능소화 님, 빨리 원로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흑해는 한없이 늘어나는 돌 위에 우뚝 선 여자를 보며 말했다. 여자는 긴 손톱으로 빨간 실 뭉치를 움켜쥐고 있었다. 순간 앞에서 으르렁 거리던 돌 하나가 달려들었다. 흑해는 주저하지 않고 그림자로 돌을 베었다.


“빨리...,! 헉,”


흑해는 털썩 주저앉았다. 그가 베었던 돌이 진흙이 되며 뒤로 빨간 실 뭉치가 흩날렸다. 흑해의 눈동자가 탁해졌다.


‘와, 그걸 진짜로 베다니. 일생을 선한 일을 한 사람에다, 눈에 보석까지 박은 망자였는데.... 이제는 수십, 수백을 죽인 살인자네. 아무리 보석이 불변이다 하더라도 이정도의 극악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너 덕분에 이승 어디선가에는 갑자기 죽은 사람이 넘쳐났겠어.’


운명. 여자는 돌에 수십, 수백의 운명을 연결한 것이었다. 그 돌을 처치해버린 흑해는 수십, 수백을 죽인 것이 되어버렸고 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세아의 운명에 수십, 수백의 운명이 연결되었고 세아가 그 운명들을 잘라내면 극악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다른 점이 있다면 세아는 운명을 다룰 수 있는 원로가 있었고 흑해는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돌 위에 서있던 여자는 흑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녀의 검지에 빨간 보석이 번쩍였다.


“하....”


흑해는 한숨을 쉬고 다시 일어섰다. 그는 모자를 한번 던졌다 잡았다. 모자는 너클로 바뀌었다. 그는 오른손에 너클을 쥐고 숨을 다졌다. 검정 너클의 중간에 있는 날은 중지를 타고 예리하게 올라갔다. 달빛에 날이 번뜩였다.


“원로는 실을 풀 줄 아니까 데려오쇼. 화방은 제가 있겠습니다. 베지는 않고 두드리고만 있겠습니다. 그 정도면 막을 수 있겠지. 당신은 베는 것 밖에 못하니까 내가 하는 게 낫겠지.”


능소화가 입을 뻥긋하기도 전에 흑해는 돌로 튀어 들어갔다. 능소화는 저 멀리 돌을 헤치고 있는 흑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하.... 이런 거였나.”


돌은 항상 베어왔지만 돌에게 먹힌 것은 처음이었던 그는 시험이란 것이 이런 것인 줄 몰랐다. 그는 마른세수를 하고 한숨을 쉬었다. 떠올리기도 싫은 과거였고 그 과거 때문에 매일 밤 그는 몸서리를 쳐왔다. 흑해를 쉽게 둘러싼 돌이 그를 향해 넘쳐왔다.


“원로였었나?”


돌 위에 서있던 여자가 물었다.


“내가 어디를 먼저 치고 왔을까?”


여자는 히죽거리며 손짓을 했다. 그녀의 손짓에 돌 하나가 튀어 올라 그녀의 앞을 가렸다. 그 돌에 흑해는 힘없이 부딪히고는 추락했다.


능소화의 머릿속에 과거 원로 사건 때, 원로의 모습이 떠올랐다. 온몸에 엮인 붉은 실을 타고 뚝뚝 흐르던 핏방울, 힘겨운 신음, 결국 끊어버린 운명들. 그때도 지금처럼 흑해가 여자를 막고 능소화가 급히 원로를 찾으러 갔었다.


정말, 간발의 차였다. 간발의 차. 조금만 더 일찍 갔더라면 원로는 돌에게 먹히지 않고 흑해의 보석은 탁해지지 않았으리라.


능소화는 냉철한 판단을 잃고 급히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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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2-2 21.01.07 10 0 8쪽
30 2-1 21.01.07 7 0 7쪽
29 운명비극_/ 21.01.05 12 0 8쪽
28 운명비극_1 21.01.05 11 0 9쪽
27 두 무지개가 만나는 지평선_2 21.01.04 9 0 8쪽
26 두 무지개가 만나는 지평선_1 21.01.04 10 0 7쪽
25 연계 21.01.03 9 0 9쪽
24 운명은 우리의 그림자에 덮여 21.01.03 9 0 8쪽
23 무지개 앞에 서서 21.01.02 25 0 8쪽
22 무지개 앞에 꿇고 21.01.02 9 0 7쪽
21 준비의 시간 21.01.01 25 0 7쪽
20 태하_2 21.01.01 12 0 9쪽
19 태하_1 20.12.31 51 0 12쪽
18 돌무지 아래에는 고통이 있다_3 20.12.31 15 0 10쪽
» 돌무지 아래에는 고통이 있다_2 20.10.09 14 0 10쪽
16 돌무지 아래에는 고통이 있다_1 20.10.09 10 0 9쪽
15 붉은 운명을 우연으로 여긴다면 20.10.08 11 0 11쪽
14 지평선에서 무지개는 비로소 원이 되고 20.10.08 28 0 11쪽
13 배후에는 늘-2 20.10.07 14 0 8쪽
12 배후에는 늘-1 20.10.07 12 0 9쪽
11 비행 20.10.06 11 0 11쪽
10 반복되는 것 20.10.06 14 0 11쪽
9 노을은 저물지 않고 내 앞에 나타나 20.10.05 12 0 8쪽
8 가까운 존재와의 대면에서 20.10.05 11 0 8쪽
7 그의 눈동자 색은 무슨 색인가 +2 20.10.04 15 0 7쪽
6 그럼에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1 20.10.03 13 0 9쪽
5 무지는 인지가 되고 20.10.03 14 0 21쪽
4 죽음과 죽음 +1 20.10.01 18 0 20쪽
3 가장 보통의 하루 끝에서 +2 20.10.01 1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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