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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조선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2inro
작품등록일 :
2023.10.03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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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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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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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자금성에서 보물 찾기!

DUMMY

해병 조선 108. 자금성에서 보물 찾기!




톈진 앞바다를 포위한 전열함들이 해안가 목표를 향해 쉬지 않고 포격했다.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뭔가 팡팡 터지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목표물 대부분을 침묵시키는데는 충분했다.


“슬슬 상륙한다.”


증기 전열함의 갑판 위에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명령을 내렸다. 내 명령이 깃발로 전달되자 상륙함들이 일제히 항구와 항구 옆 해변으로 향했다.

해군의 사전 작업이 완벽했던 덕분인지 상륙함이 도착하기까지 어떠한 대응 포격도 없었다.

각 상륙함에서는 사기가 바짝 오른 해병들이 우르르 쏟아져 부둣가 점거를 시작했다. 부둣가에 형성됐던 방어선은 진작에 포격을 받아 박살난지 오래였다.


‘나도 슬슬 가볼까?’


나는 배를 옮겨 타고 톈진항에 입항했다. 부둣가 근처에는 이곳을 방어하던 적의 시체가 널려있었다.


‘톈진은 큰 도시다. 분명 시가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겠지.’


과연 내 예상대로 먼저 도시로 진입한 부대가 적과 조우해 총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킬 로그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걸 보면 우리 쪽이 나쁘지 않은 성과를 보이는 것 같은데, 그래도 시가전은 꽤 힘든 전투 방식이다.

전반적으로 잘 풀리는 것처럼 보여도 각 골목과 건물을 점령하며 나아가다 보면 막히는 곳이 분명 존재한다.

유난히 좋은 위치에 세워져 있는 건물에서 항전한다거나, 의도치 않게 너무 깊게 들어가버려 양쪽에서 공격을 받는다거나 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 어려움을 극복시켜줄 해결사가 존재한다. 바로 화염방사기이다.


“저기다가 쏘면 돼!”


두 개의 연료통을 등에 멘 화염방사병들이 건물 안에서 저항하는 적을 향해 화염을 쏟아부었다.

화염방사기를 태어나 처음 보는 적들은 불이 가져다주는 공포에 질려버려 도망가기 시작했다.


‘2선급 부대인데다 우리와 사기 차이가 20%나 나니 순조로울지도?’


방심은 하지 않았지만, 꽤 빠른 속도로 각 블럭을 장악해나가고 있어 만족스러웠다.

강변으로는 증기함이 보병과 함께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강가에 마련된 적의 방어 시설을 박살 냈다.


“적 포대 발견!”


“우회 공격해!”


가끔 주요 길목에 대포가 설치된 경우도 있었다. 이럴 때는 우회 공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각 포대는 이런 측면 공격에 대한 방어가 잘 되어 있기 마련이지만, 이들은 어딘가 엉성했다.


“포대도 금방 제압되고 있습니다.”


전방에서 들려오는 전황 보고는 톈진이 곧 함락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며칠 동안 시가전이 이어질 거란 내 예상은 아예 빗나갔다.

우리는 굳이 도망가는 적을 억지로 쫓지 않았다. 싸울 의지보다 귀향 의지가 더 큰 나약한 병력이다.


“톈진을 점령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단 하루만에 톈진을 점령했다. 한민족 역사상 처음으로 중원의 땅을 정복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만족하기에는 이르다. 톈진은 시작일 뿐이다. 아직 금은보화가 넘쳐난다는 베이징이 남아있다. 듣기로는 자금성에 훔칠 게 그렇게 많다고 한다.


“자금성에서 황제가 도망갔다고 합니다. 황제가 팔기들과 녹영군을 이끌고 도망갔습니다.”


“음···”


황제가 군대를 끌고 도망갔다라. 해병대 입장에서는 호재다. 굳이 피 흘리지 않고 쉽게 베이징에 들어갈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게는 큰 아쉬움으로 이어졌다. 황제와 일신을 만나 놈들의 낯짝을 보고 싶었는데 정말 아쉽다. 그래도 나중에 기회가 오리라 믿었다.


“황제가 전쟁 이후를 바라보고 있나봐.”


클라라는 황제가 반란 진압을 위해 병력을 아끼려고 한다고 추측했다. 아마 그녀의 생각이 맞을 것이다. 황제도 우리와의 전쟁은 더이상 가망이 없다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바로 진격한다. 금은보화가 우릴 기다린다!”


약탈에 대한 기대는 모든 해병이 콧바람을 내뿜게 만들었다. 금덩이 하나라도 챙겨서 지갑 좀 채워보겠다는 욕망이 가득한 게 보였다.

원래는 하루 정도 쉬었다가 이동할 생각이었지만, 이 뜨거운 열기를 식히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기에 8시간 휴식 후에 곧장 베이징으로 진격했다.


‘정말 끝이 다가온다.’


20년 전부터 하루 빨리라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고, 얼마 전에는 깊은 무력감과 절망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래도 결국 전부 이겨내고 지금 이렇게 베이징을 향해 해병대를 이끌고 나아가고 있다.


‘클라라와 함께 할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고개를 돌려 내 옆에서 말을 타고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나와 달리 낯선 중국 땅이 신기한지 풍경 감상에 흠뻑 취해 있었다.

베이징과 가까워질수록 집과 가까워지는 것 같아 기쁘면서도 그녀와 멀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졌다.


‘집중하자. 아직 전쟁이 끝난 게 아니야.’


머릿속을 뒤죽박죽 섞어버리는 상념들을 잊기 위해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베이징은 톈진에 상륙한지 이틀째 되는 날에 도착했다. 도시에는 약간의 팔기와 녹영군, 민병대가 남아서 저항을 했다. 특히 자금성에 가까워질수록 그 정도가 심해졌다.


“꼴갑들 떨고 있네. 대포로 다 쓸어버려.”


민가에 최대한 피해가 안 가도록 전투를 하려 했는데, 저항 정도가 심해서 결국 대포를 끌고와 민가고 나발이고 그냥 다 날려버렸다.

아무리 방어선을 열심히 만들어도 결국 민가를 기반으로 형성됐기에 민가만 없애면 그들이 엄폐할 곳은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방어선에 구멍이 하나둘씩 뚫리면 그곳으로 해병대가 쏟아져 들어갔다.


“포로 잡을 일은 없겠구만.”


눈에 쌍심지를 켜고 적을 쓸어버리는 해병들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다들 황금에 미쳐 있었다.


“천안문이 잠겼습니다.”


“그럼 대포로 부숴.”


어차피 성문 정도는 금방 복구할 수 있을 테니 대포로 날려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천안문을 돌파하자마자 더이상 저항할 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돈이 될만한 거는 모두 챙겨라! 연못이랑 벽지 안까지 꼼꼼히 살피도록!”


오문을 돌파한 이후로 본격적인 약탈이 시작됐다. 해병들은 이 넓은 자금성에 얼마나 많은 보물이 숨어있을지 기대하며 군침을 질질 흘렸다.


“도오! 너도 가자!”


클라라도 신이 난 듯이 내게 오라고 손짓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텐션이 높아 보였다. 자금성을 봐서 기분이 그렇게 좋은가?

우리는 곧장 태화문을 통과해 태화전 앞에 도착했다. 기단 높이만 8미터인 휘양찬란한 태화전은 보는 이를 압도하게 만들었다.


“정말 화려하다는 말밖에 안 나와.”


“어서 올라가자!”


클라라는 해맑게 웃으며 내 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갔다. 그런데 계단을 올라가니 웬 늙은 신하와 궁녀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우리가 정전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돌아갈까?”


내가 눈치를 보며 묻자 그녀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나 역시 그녀를 따라 검을 뽑았다.


“헉! 저희도 가겠습니다! 기다리십쇼!”


우리가 칼을 뽑는걸 본 황고출과 원규둘은 물론 약탈 중이던 해병들까지 태화전으로 우르르 몰려왔다.

궁녀들은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었다. 하지만 늙은 신하는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패배한 황제 도광제에게도 이런 충신이 남아있다니.


“굳이 피 볼 필요는 없잖아?”


평소라면 가차 없이 베었을 테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칼을 도로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부하들에게 이들을 모두 치워주기를 부탁했다. 이에 힘센 장정 둘이 늙은 신하를 계단 아래로 강제로 끌고 내려갔다.

신하는 뭐라 뭐라 소리 지르며 발버둥쳤으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끌려가자 궁녀들은 자연스럽게 해산했다.


“진작에 그러지.”


우리는 그대로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태화전 안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웅장했다. 그러나 나를 홀린 건 황좌였다.


‘이게 황제의 자리!’


내가 다른 의자는 몰라도 군주의 의자에 앉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21세기로 돌아가도 그럴 일은 없을 듯하니 지금이 유일한 기회였다.

그렇게 나는 황좌에 앉았다. 활짝 열린 문밖으로 모든 게 내 아래에 보였다. 앉아있는 것만으로 권력의 정점에 오른 자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안 그래도 권력 맛이 좋은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자리에 앉게 되니 21세기로 돌아갔을 때 권력 없는 세상에서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뭘 그리 생각해?”


잠깐 상념에 잠겼을 때, 내 무릎 위에 그녀가 앉았다. 그녀는 검집이 달린 허리띠를 풀고 두 팔로 내 목을 휘감았다. 그 눈빛은 어느 때보다 관능적이었다. 여기에 우리만 있는 건 아니지만 뭐 어떤가?


“안돼!!!!”


“아, 깜짝아!”


입술이 포개어지기 직전에 조금 전에 내쫓았던 늙은 신하가 우리 앞에서 절규했다. 이어서 황고출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들어왔다.


“늙은이가 힘도 좋더라고요.”


“흠! 흠!”


괜히 멋쩍어진 클라라는 헛기침을 하며 내 무릎에서 내려왔다. 해병들은 우리를 방해한 늙은 신하를 다시 밖으로 끌어냈다.


“장군님! 사진 찍으시겠습니까?”


황고출이 물었다. 그러자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클라라가 내 손을 잡고 먼저 끌어당겼다.

정전 밖으로 나가니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 해병들이 바글바글했다. 본국에서 온 전문 사진기사가 먼저 모인 부대원들을 찍어주고 있었다.


“어서 제 옆자리로 오시죠!”


다음 차례가 오자 황고출이 나를 가운데에 세우고 왼쪽에 섰다. 클라라는 바로 내 오른쪽에 서고, 원규둘은 내 바로 뒤에 섰다. 그리고 이 네 명을 중심으로 1개 중대가 우르르 모였다.

유럽에서 나온 다게레오타이프 사진기를 잡은 사진기사가 촬영했다. 버튼 한 번만 터치하면 끝인 미래와 달리 촬영 과정도 복잡했다.

그래도 오랜 시간 동안 전장을 함께 누빈 전우들과 한데 모여 찍으니 괜히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직도 내 마음속의 전우애는 10대처럼 정열적인 모양이다.


“우리끼리 한 번 더 찍자!”


단체 촬영이 끝나자 클라라가 내 어깨를 톡톡 건들며 정전을 가리켰다. 마침 본국에서 사진기사들이 넉넉하게 우리를 따라왔기에 사진기사 두 명을 불렀다.

우리는 다시 정전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내가 다시 황좌에 앉으라 권했으나, 나는 그녀를 앉혔다.


“자, 필름 태울 테니 움직이지 말아주세요!”


나는 손 받침대에 걸터앉아 그녀의 어깨에 팔을 얹고 정면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런데 내 팔의 피부를 통해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호흡이 조금 가빠진 것 같았다.

그렇게 수 분이 흐르자 사진 촬영이 끝났다.


“사진은 내일이나 내일모레 중으로 드리겠습니다.”


사진기사들이 물러나자 그녀는 나를 올려봤다. 눈가가 촉촉했다. 그제야 오늘 따라 텐션이 높았던 이유를 알게 됐다. 내가 북경에 오면서 끝을 직감한 듯이 그녀 역시 그랬으리라.

그 눈빛을 보고 있으니 나도 마음이 쓰라렸다. 하지만 이 역사적이고 기쁜 날에 침울해져 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 정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이 궁을 봐봐. 절대 넘볼 수 없던 성역이 정복되고, 곳곳을 장식하던 금은보화가 수레에 실려 옮겨지고 있어. 우리가 해낸 거야.”


그녀는 피식 웃으며 손등으로 눈가를 톡톡 두드렸다. 나는 일부로 못 본 척을 하며 말을 이었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이곳에 서서 세상을 내려다볼 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런데 지금 우린 여기 있지. 그래서 그런가 난 미래가 기대돼. 얼마나 더 좋은 일과 더 큰 행복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다 닦은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 역시 나를 보며 내 손을 잡았다.


“자금성에 와서 깨달았어. 우린 행복해질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라는 걸. 그러니 우리 함께 웃고 즐기자.”


“자금성이 큰 보물을 줬네.”


완전한 미소를 되찾은 그녀는 나와 입을 맞췄다. 나 역시 두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그렇게 자금성에서 우리는 진정한 보물이 무엇인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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