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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조선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2inro
작품등록일 :
2023.10.03 22:51
최근연재일 :
2024.02.0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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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2,263

작성
24.01.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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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집 가고 싶다!(1)

DUMMY

해병 조선 94. 집 가고 싶다!(1)




몸이 안 좋아 침대 생활 중일 때, 육군 참모부에서 기밀 회의 출석 요청이 들어왔다. 솔직히 가기 싫었지만, 기밀이라고 하니 궁금하여 갈 수밖에 없었다.

기밀이 붙은 이유는 간단했다. 이 회의에서 다루고자 하는 사항이 청과의 전면전 작전이었다.


“지금 상황이 그닥 좋지만은 않습니다. 청 정부가 지방에서 군대를 빼내 국경 지대를 전력을 보강하고 있습니다. 봉기가 발생하면 자칫 봉기군이 청군에게 한 번에 쓸려나갈 위험이 있습니다.”


브리핑을 맡은 육군 참모장이 현재 최전방 상황을 보고했다.


“봉기 지역 거점은 크게 장춘청과 하얼빈입니다. 모두 철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최고참모장님께서 제안한 장갑 열차는 아쉽게도 열차 속도가 너무 느려져 개발안이 불통과 됐습니다.”


사전에 국경 상황을 보고받고 나름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해서 내봤는데 역시 기술적 한계가 있어 안 된 듯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사람이 직접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


“장춘은 육군 제2군단이, 하얼빈은 육군 제3군단이 맡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중원에서의 증원군 차단은 육군 제1군단과 4군단이 맡습니다.”


현재까지의 계획에 따르면 공세 방향은 크게 세 방향이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건 좀 위험해 보였다.

일단 남만주국의 2개 군단이 보조를 한다 해도 전선 길이가 너무 길다.


“제가 보기에는 수도방위군을 포함한 지상 병력 전체가 동시에 북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작전은 봉기 거점으로의 신속한 이동이 전부이지, 나머지 지역에 대한 공략이 다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 작전이 미완성이라고는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취약점이 너무 많아 보였다. 청군이 장춘과 하얼빈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2군단과 3군단이 떠나면서 생긴 공백으로 청군이 쇄도해 들어오면 답이 없어진다.


“그럼 본토 방어를 예비군과 향토방위군에게 맡겨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육군 총사령관인 김석준 대장이 묻자 나는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바다는 해군에 의해 완벽히 통제되고 있으니 상륙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음. 지적하신 부분은 동의하는 바이기에 보완을 하는 방향으로 나가야겠군요.”


그래도 지금 육군 고위 장교 중에 규슈에서 실전을 치렀던 자들이 많다. 실력이 없는 자들은 아니기 때문에 작전만 조금 더 보완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 판단했다.


“이번 작전에서 해병대의 역할은 1,4 군단의 예비대 역할입니다. 적은 증원군을 공격하는 1,4 군단을 꺾고자 할 것입니다. 이때 해병대는 빈틈으로 파고들어 오는 적을 잡아주면 됩니다.”


해병대를 예비대로 둔 거는 괜찮은 판단이다. 적의 주력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군대를 예비대로 두는 게 맞았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로도 청군이 남만주를 치고 한반도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요동 반도의 해안가 라인을 따라 남하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잉커우 지역만 잘 틀어막으면 청군은 알아서 믹서기 속 과일처럼 갈려나갈 것이다.


‘전면전이 임박했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남만주국 국경으로 집결하는 양측의 전력은 증가할 것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생각했던 건 북만주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제한전이었지만, 청의 기민한 대응을 보니 쉽게 가는 건 꿈 깨야 할 듯하다.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늙은 호랑이 라이차가 나를 반겼다. 나이를 많이 먹어서 그런가 하루가 지날 때마다 갈수록 노쇠해지는 게 눈에 보였다. 반려범이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왔어?”


집에 들어오자 기타를 연주 중이었던 클라라가 악기를 내려놓았다.

그때 오신이 한 손에 들린 서류 뭉치를 팔랑팔랑 흔들며 걸어나왔다. 걸음걸이를 보니 좀 급해 보였다.


“무슨 일인데?”


“이거 봐봐.”


오신이 내게 서류를 넘겨줬다. 나는 서류를 받고 천천히 읽어봤다. 제국익문사에서 보내준 유럽의 동향이었는데, 내 눈을 의심하게 하는 문장이 보였다.


‘대한제국에서 출간됐다는 [공산주의]가 번역되어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음.’


내 기억상으로 그 누구도 [공산주의]라는 책을 집필한 적이 없다. 국내 출간 도서의 대부분이 모이는 해병 문고에 사회주의적 성향의 책이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상한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유통 시기다. 청이 개항하고 얼마 안 돼서 책이 유럽에 대규모로 유통됐다. 그렇다면 이건···”


“일신이로군.”


기생충 같은 놈이 또 이상한 짓거리를 한 게 분명하다.


“일신이 뭐야?”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클라라가 옆으로 왔다. 오신은 나를 보더니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었다.


“미안, 우리끼리 이야기 좀 해도 될까?”


신과 관련된 문제라 그녀가 있는 자리에서 이야기할 수 없어 양해를 구했다. 그녀는 오신을 흘끗 쳐다보다가 군말 없이 기타를 챙겨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녀가 올라가자 대화를 재개했다.


“그런데 일신이 어떻게 개입을 한 거지?”


“일신은 지금까지 여러 대체역사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인류의 지식을 접했어. 놈이 공산주의를 정리해 책을 쓰는 건 일도 아닐거야.

그러고 그 책을 유럽에 대규모로 유통해 우리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계획이겠지.”


참으로 난감하다. 안 그래도 유럽에서 사회주의 사상이 노동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기득권층인 자본가와 왕족들은 사회주의 공포에 빠져있다.

산업 혁명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영국에서는 이미 노동조합결성 운동이 시작됐고, 유럽의 많은 사회주의자는 대한제국의 사회주의 친화적인 정책을 본받아야 한다고 떠들고 다니고 있다.

유럽 기득권자들에게 사회주의는 체제에 대한 저항이며, 자유주의와는 차원이 다른 절대악이다. 만약 그들이 절대악의 근원을 뿌리 뽑고자 마음을 먹는다면 대한제국은 안전할 수 없다.


“그래도 한가지 다행인 점이라면 프랑스에서 혁명이 발생했다는 거네.”


얼마 전에 프랑스에서 혁명이 발생했다. 기존의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왕정에서 보다 자유주의적인 새 왕정이 들어선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새 왕은 선대 왕정과 달리 프랑스 내부 개혁에 집중하는 온화한 성격이라고 하니 프랑스의 극동에 대한 직접 개입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사회주의 문제만 잘 풀어보면 되겠군.”


이 문제는 외무부의 관리들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분명 잘해낼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자마자 깨져버렸다. 영국이 일본에 프리깃과 전열함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증기 엔진이 달린 것들로 말이다.


“아니, 이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일본이 적극적인 개혁 정책을 펼치며 언젠가 유럽의 최신 기술이 그들에게 들어갈 거라 예상은 했으나, 이 정도로 갑작스럽게 이루어질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를 견제할 마음이 이 정도로 컸던 것인가?


“류큐, 규슈, 아이누에서 증기선 구매를 요청해왔다는군.”


“동북아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어. 얼마나 큰 폭탄이 터지려고 하는 거냐···”


지금 내가 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것들은 왠지 빙산의 일각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분명 뭔가 더 있다.


“그냥 얌전히 집 보내주면 어디 덧나나.”


내 직감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마지막까지 엄한 놈이 계속 개입해 판을 어지럽히고 있다.


“일단 오늘 온 보고서는 이 정도가 전부야.”


“알겠어. 오신, 고생했어.”


아픈 몸 이끌고 회의 갔다 왔는데 오자마자 힘 빠지는 소리를 들으니 아무것도 할 의욕이 안 났다.

나는 보고서를 챙기고 터덜터덜 위층으로 올라가 내 방에 들어갔다. 보고서는 대충 책상에 던져놓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왜 모두가 나를 괴롭히는 거야?’


몸도 안 좋은데 인간을 초월한 존재까지 나서서 한낱 인간을 괴롭히니 분통이 터지고 상심은 커져만 갔다.

하루빨리 고향으로 돌아가 500억을 받아내어 내가 이뤄낸 것, 그리고 앞으로 이뤄낼 것을 가족과 공유하고 싶었다.


“썅!”


분노가 치밀어 올라 고함을 지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당장 이 화를 어디다 풀어야 했다. 안 그러면 감정 조절을 못 할 것 같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벽에 걸어놓은 손도끼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손도끼를 챙기고 복도로 나갔다.


“도오! 왜 그래?”


클라라가 방 안에서 나오며 나를 불렀으나 지금 감정 상태로 입을 열었다가 말실수를 할까 봐 무시하고 지나쳤다.


“도오!”


뒤에서 그녀가 불렀지만 무시하고 1층으로 내려갔다.

정문을 벌컥 열어버리고 정원으로 나갔다. 정원에는 개인 수련용으로 세워둔 목각 인형들이 있었다. 나는 저 목각 인형들이 일신이라 생각하고 도끼를 내질렀다.

자세 같은 건 생각 안 하고 감정을 실어 목각 인형을 찍었다. 한 번 찍을 때마다 오른쪽 손목에 큰 무리가 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 했는데! 왜! 나한테! 지랄인데!”


고함을 지르며 도끼질을 하다가 마지막에 잘못 찍어 손목을 삐끗했다. 도끼는 그대로 튕겨 나가 내 오른쪽 발등 바로 옆에 떨어졌다.

하지만 일신에게 진 기분이 들었다. 목각 인형이 손목을 삐끗한 나를 비웃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왼손으로 도끼를 잡고 다시 도끼질했다.

결국 목각 인형 하나가 그대로 부러졌다. 나머지 두 개의 목각 인형도 모조리 부러뜨릴 기세로 내리쳤다.


“야! 야! 그만해!”


그때 뒤에서 클라라가 내 왼팔을 덥석 잡았다. 막 휘두르고 있어 자칫하면 다칠 수도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제지했다.

나는 도끼질을 멈추고 뒤로 돌아 그녀를 내려다봤다. 그녀는 내 오른손목을 보더니 미간을 좁혔다.


“부었잖아.”


그녀가 내 오른손목에 손을 가져가자 손을 뒤로 빼 피했다.


“무슨 일인데? 아까 오붕이랑 무슨 이야기를 나눴던 거야?”


그럼에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나를 걱정해주었다. 마음 같아서는 진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오신이 비밀 엄수를 부탁했기도 하고, 내 말을 믿어줄지 확신도 안 들었다.


“미안. 흉한 꼴만 보였네.”


짧게 사과만 하고 다시 내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도끼를 바닥에 내동댕이친 후 침대에 몸을 던졌다. 오른손목이 욱신거렸지만 치료하고 싶지 않았다.


‘20년이야. 자그마치 20년이라고.’


이 세계에 온 지 20년이나 지났다. 이제는 가족의 얼굴과 목소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내 방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내 친구들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았다.


‘일신··· 일신···’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는 신이 계속 떠올랐다. 하지만 신을 상대로 내가 뭘 하겠는가?


‘그래. 청이 문제야. 애초에 이놈들만 아니었으면 난 더 빨리 집에 갔었을 거야.’


결국 내 분노의 화살은 돌고 돌아 다시 청에게 꽂혔다. 이게 비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어쩌겠는가?

청을 박살 내는 것이 유일하게 일신을 엿먹일 수 있는 길이다. 그렇기에 다짐했다. 일신이 질려버릴 정도로 아주 철저하게 그의 꼭두각리를 분쇄해버리겠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48 by****
    작성일
    24.01.11 23:02
    No. 1

    오신과 일신 사이에 껴서 하루아침에 대체역사속으로 빨려들어온 도오가 세삼 불쌍하네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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