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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생존 게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2inro
작품등록일 :
2020.03.01 10:58
최근연재일 :
2020.08.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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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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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 테러(1)

DUMMY

극한의 생존게임 3.13 - 테러(1)



찌르르 거리는 매미들의 합창이 유난히 열정적인 날이었다. 동시에 유난히 더운 날이기도 했다. 소빙하기가 찾아온 지구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예전 같았으면 집 안에 틀어박혀 에어컨 바람 쬐며 영화나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 옛날이야기였다. 영진은 현대 문명의 수혜가 끊긴 현실을 탓하며 소형 SUV의 조수석에 탑승했다. 이어서 운전석에 반세준이, 뒷좌석에 가람과 주둔병 두 명이 탑승했다. 영진이 문지기에게 엄지를 올리자 철문이 열렸다. 길에는 도보에 난 잡초처럼 좀비가 듬성듬성 있었다.


‘아니지, 이제는 도보에도 잡초가 많지.’


도로를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거리는 난장판이었다. 아니, 난장판이라기보다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도보 블럭은 녹색 식물로 뒤덮여가고 있었고, 억센 나무의 뿌리는 시멘트를 뚫고 나오기도 했다. 식물들은 고층 건물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영진은 정말로 폐허가 되어가는 도시를 보며 착잡한 심정이 들었다. 이제는 정말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건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뭘 그리 생각하십니까?”


좀비를 피해 여유롭게 운전 중인 반세준이 영진에게 물었다. 영진은 살며시 웃으며 생각하고 있던 바를 들려주었다. 그러자 반세준도 그저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어느덧 본부 앞에 도착했다. 좀비가 경찰서를 포위했을 때만 하더라도 저 구장을 다시 볼 날이 올까 하고 확신이 서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렇게 돌아오니 기분이 참 묘했다.


“다들 제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특별한 행동을 하지 마세요.”


본부로 온 멤버는 영진이 고르고 고른 사람들이었다. 나름 비밀 유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보니 이런 지시를 내릴 수 있었다. 그들은 알겠다고 하고는 차에서 내렸다. 그들을 먼저 맞이한 사람은 박원균이었다.


“저 사람들 왜 다쳐서 왔데?”


“무슨 일 있었나?”


거리에 나와 있던 사람들은 붕대를 두르거나 거즈를 붙인 영진 측 사람들을 보며 웅성거렸다. 박원균은 사람들이 빠르게 모여들자 조금 놀란 듯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작 다섯 명만 온 것에 대해 미간을 찌푸렸다.


“왜 다섯 명밖에 없지?”


고생하고 온 사람들에게 던진 첫마디였다. 영진은 순간순간 올라오는 화를 억누르며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죽은 사람은 당연히 이곳에 올 수 없거니와 심하게 다친 사람들 역시 이동할 수가 없습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군중 사이에 있던 강정숙 박사가 팔짱을 낀 채로 물었다. 영진은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눈동자를 훑어본 후 일부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경찰서에서 벌어진 일을 간략하게나마 들려주었다. 그러자 그들은 크게 놀랐다. 아무래도 이 소식을 처음 듣는듯했다.


“왜 이 소식을 알려주지 않았습니까?”


강 박사는 박원균과 한윤지를 째려보며 낮은 톤으로 물었다. 아무래도 화가 단단히 난 듯했다.


“큰 혼란이 찾아올까 봐 그랬습니다. 좀비가 탑을 쌓아 벽을 넘는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잖습니까? 가뜩이나 감기 사태의 후유증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한데 악소식이 겹치면 어찌 되었겠습니까?”


한윤지는 흔들림 없는 차분한 어조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그들의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했기에 가만히 있었다.


“일단 다친 사람은 치료받도록 하고 내일 다시 이야기하지.”


박원균은 어서 들어가 보라고 손짓했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진성민이 튀어나가 다섯 명 중 유일하게 멀쩡한 반세준을 보며 안도했다. 진성민은 영진에게 다가가 그의 왼손을 덥석 잡았다. 우직하고 우람하며 억쇠 같은 두 손에 잡히자 영진은 흠칫했다.


“멀쩡히 돌아와 정말 다행이야.”


“하하, 세준 씨가 창을 기가 막히게 사용하시더군요.”


둘은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진성민은 반세준과 함께 자리를 떴고, 영진 역시 가람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나머지 주둔병 두 명도 아는 동료의 집으로 향했다. 그들이 떠나자 박원균이 한윤지에게 물었다.


“정말 이민호가 크게 다친 걸까?”


“그건 사람을 보내기 전에는 확신할 수 없어. 일단 당분간은 저 사람들 건들지 마. 괜히 민심이 흉흉해질 수 있어.”


그녀는 팔짱을 낀 채 해산하는 군중을 보며 말했다. 박원균은 감시 인력이라도 붙여두고 싶었지만 그녀의 말대로 당분간은 조심해야 할 듯하여 포기했다.


“대장님.”


그때 한 부하가 다가왔다.


“사이비 교주가 직접 대화를 요청했습니다.”


박원균은 뜬금없는 상황에서 연락이 왔다니 어리둥절해 했다. 한윤지 역시 지금 상황에서 사이비가 이쪽과 할 이야기가 있나 싶었다. 그래도 일단 대화는 해야 하니 그들은 속히 자리를 옮겼다.



영진과 가람은 강 박사에게 검사를 받으러 갔다. 강 박사는 그들을 반갑게 맞이해주면서 다친 곳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아무래도 의사 출신은 아니다 보니 자세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워했다. 그러나 확실한 건 그들이 제대로 치료받았다는 사실이다.


“누구에게 치료 받았어?”


“원주 그룹에 있는 군의관분께 치료받았어요.”


두 사람도 자신들이 제대로 치료받았음을 확인하고 안심했다. 강 박사는 그들을 유심히 지켜보더니 조심스러운 질문을 던졌다.


“박원균 때문에 그 난리가 난 거야? 아까부터 너희가 박원균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거든.”


박원균 때문에 그 일이 벌어진 것은 맞지만 그는 강 박사가 어느 편에 서 있는지 알 수 없기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아니라고 시치미를 뗐다. 이에 강 박사가 미간을 좁히며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민호와 박원균 사이에서 갈등이 있다는 걸 알아. 그리고 네가 이민호 편에 서 있다는 것도 알지. 이나도 알고 있어.”


영진과 가람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강 박사는 그들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협력이라는 걸 하고 살았어. 그런데 이제는 서로를 의심하고 있어. 의심뿐인 세상에 사는 건 굉장히 피곤한 일이야. 너희도 동의하지?”


둘은 별다른 말을 꺼내지 않고 온순한 양처럼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너희 행동 조심해. 여기는 이미 박원균파가 먹었어.”


강 박사는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었다. 영진은 그 말을 듣고서 어쩌면 강 박사가 편을 아직 정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해보았다. 한편으로는 벌써 박원균파가 이곳을 먹었다니 놀랐다. 강 박사는 그동안 이곳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세세하게 들려주었다.


“감기 사태 때 발생한 수색대원 사망자는 숙청당한 거야. 친이민호 대원 중 나름 영향력 있는 애들이었거든. 그러다 보니 아예 이민호 쪽에 붙었던 애들은 겁에 질려서 박원균 쪽으로 전향했어. 그리고 박원균이 거느리고 있는 여자들을 동원해서 남성 지지자들을 양성했고, 지지자들에게 몇 가지 작은 편의를 제공하면서 인기도를 올렸어. 그러다 마르셀로가 반역으로 처형당하면서 박원균이 원래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기억해냈지. 거기에 외부의 위협이 있으니 단결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돌고 있어.”


쿠데타를 진행하려는 영진의 입장에서는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박원균에게 여론이 기울어져 있으면 향후 권력을 쟁취했을 때 사람들의 호응을 얻기 어려울 수 있었다. 하지만 전혀 가망성이 없지는 않았다. 이곳 사람들이 박원균을 바라보고 있는 원인 중 하나가 공포였기 때문이다. 이 공포만 없앤다면 구장 사람들의 진실된 호응을 얻어볼만 했다.


“아무튼 난 계속 입 다물고 있을 테니 걱정 안 해도 돼.”


강 박사는 그들을 진정시키는 제스쳐를 취하며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그럼 박사님은 저희를 지지해주시는 건가요?”


가람이 물었다. 영진은 그녀가 바보 같은 질문을 하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강 박사는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하지만 확실한 건 내가 정의로운 편에 설 거라는 거야.”


다른 말로 바꿔 말하자면 너희가 똑바로 하지 않으면 지지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영진에게는 그것이 일종의 압박처럼 느껴졌다. 강 박사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들 역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며, 훗날 사이비와 전쟁을 치를 때 그것은 반드시 정의로워야 할 것이다.


‘몸은 회복 중인데 머리는 갈수록 아파오네.’



무전실에 도착한 박원균은 부하가 앉아있던 자리에 앉아 박광철의 무전을 받았다. 대화의 시작은 진부하기 짝이 없는 인사였다. 박원균은 이 진부한 인사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본론이나 말하라고 했다.


-요새 세상이 뒤숭생숭 합니다. 뭐, 원래부터 그래 왔지만 저희 양측이 충주에서의 최후의 보루라는 입장에서 보면 더더욱 난리통이라 볼 수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남북이 서로 적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물론 친하게 지내자는 말은 아닙니다. 최소한 별 관계가 없는 이웃으로 지내자는 겁니다.


뜬금없는 상황에서 온 연락이 뭔가 싶었더니 예전부터 사이비가 지속해서 요구해온 것이었다. 이제는 안 오면 섭섭할 무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큰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지다 보니 평소에 무시하고 넘겼던 한윤지가 그의 의도를 알아보라고 했다.


“우리가 왜 그래야 하는가? 오버.”


-이번에 원주 그룹이 겪은 참사를 들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는 저마저도 하나님에 대한 원망이 들더군요. 좀비가 탑을 쌓아 벽을 넘다니요. 정말 끔찍한 현상입니다. 따라서 적어도 여름 동안 만이라도 서로 조용히 지냈으면 합니다. 그리고 여름 동안 충돌 없이 잘 지낸다면 가을 겨울에도 서로를 신뢰하며 그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겠지요. 오버.


박원균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하겠다. 하나는 1주일에 한 번씩 대화를 지속하는 것. 하나는 서로 도움이 필요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거리낌 없이 연락할 것. 지킬 수 있나? 오버.”


옆에서 그가 말하는 걸 듣고 있던 한윤지는 그게 뭐냐며 생색을 냈다. 그가 조건을 건다길래 이쪽에 이익이 가는 조건인 줄 알았는데 별 쓸데없는 조건뿐이었다. 그러자 박원균이 짜증 섞인 말투로 자기가 알아서 하니 간섭하지 말라고 했다. 그녀는 뒤로 돌아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당연히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럼 제 요청을 들어주시는 건가요? 오버.”


박광철이 억지로 웃음을 참아가며 물었다.


-그쪽이 가만히 있으면 우리도 가만히 있겠다. 오버.


일종의 상호불가침 조약이었다. 박광철은 활짝 웃으며 기뻐했다.


“어려운 요청 들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화합을 축복하실 겁니다. 오버.”


-··· 알겠으니 끊겠다. 아웃.


무전이 끊기자 박광철은 뛸 듯이 기뻐했다. 그리고는 주저 없이 황상연을 불렀다. 그의 부름을 기다리고만 있던 황상연은 속히 달려왔다.


“공격 작전 준비는 잘 되어갑니까?”


황상연은 박광철의 질문과 표정을 통해 드디어 날이 왔음을 깨닫고 해맑게 웃었다.


“그렇습니다. 공격 후 탈출한 사람으로 위장할 인원까지 마련해두었습니다. 다들 출동 대기 중입니다.”


박광철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 지으며 뒤로 돌아 건물 안 사람들에게 알렸다.


“지금 부로 작전 지휘권은 천군 대장에게로 위임됩니다.”


김윤식과 송윤복은 공을 황상연이 독차지하는 듯하여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주교의 명령이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고개를 숙여 동의를 표하자 황상연은 얼굴에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하나님의 가호가 있기를.”


박광철을 필두로 하여 모두가 가호가 있기를 빌었다. 황상연은 마치 자신이 뭐라도 된 듯 착각하며 기세등등하게 나갔다. 박광철은 그런 그를 보며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작가의말

어제 일이 있어서 많이 늦었습니다. 다음부터는 바쁘더라도 공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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