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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i*** 님의 서재입니다.

극한의 생존 게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2inro
작품등록일 :
2020.03.01 10:58
최근연재일 :
2020.08.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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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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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 경찰서 탈환전(1)

DUMMY

극한의 생존 게임 3.9 - 경찰서 탈환전(1)




마르셀로가 추방된 다음 날, 박원균은 조용히 영진과 진성민을 불렀다.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이전에 나온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우선 진성민은 새롭게 편제된 팀을 이끌게 되었다. 지난 감기 사태 때 수색대원 둘이 사망하면서 부득이하게 팀을 재편해야 했는데, 마침 한 팀이 그의 휘하로 간 것이다. 적진 출신의 낯선 이에게 수색팀을 맡긴다는건 정말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새 가족이 생기신걸 축하드립니다.”


영진은 진심어린 말투로 수색팀 결성을 축하해주었다. 진성민은 고맙다며 미소 지었지만 그 미소에는 어딘가 부족함이 있었다. 아쉽게도 옛 동료들과 다르게 새로 구성된 팀원은 동성애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아직 반세준이 이곳에 오지 않아 팀이 완벽해지지 않았다.


“나중에 돌아올 때 반세준을 꼭 데려와줘.”


반세준은 유일하게 남은 그의 동료이기에 꼭 함께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영진은 그의 마음을 헤아려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박원균과의 볼 일이 끝나자 자리를 떴다. 그가 나가자 둘 사이에 약간의 적막이 흘렀다. 박원균은 예전처럼 살벌한 기로 제압해보려고 했지만, 영진은 그때와 달리 굴복하지 않았다. 결국 이 의미없는 기 싸움을 끝내고 새 명령을 내렸다.


“너에게 새 임무를 주겠다. 사람들을 나른 후에 2~3일 안으로 타이거 팀과 교역소 주둔 병력 전원 구장으로 데리고 오도록 해.”


그가 내린 명령은 영진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의도가 너무 뻔한 건 둘째치고 너무 자주 이동하는 게 아닌가 했다. 최근 원주 그룹 일 때문에 이동이 잦았는데, 그런 탓에 좀비가 흩어지기도 전에 소음에 이끌려 되려 더 많은 좀비가 모였다. 어제 마르셀로가 추방될 때 몰려든 좀비 수가 증명했다. 영진은 우려하는 바를 박원균에게 세세히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는듯 했으나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언제 출발하든 좀비는 늘 많아. 그리고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겨서 되려 길이 막혀버리면 어떻게 할 생각이고?”


“자칫하면 많은 사람이 죽습니다.”


“죽는 게 아니라 변하는 거겠지. 아무튼 나도 양보할 수는 없다. 원주 그룹을 지키는 건 그쪽 병력만으로도 충분해. 그리고 우리 곰벌레의 소중한 인력을 원주 그룹에 배치해두는 건 인력 낭비이자 외교적 결례라는 걸 너도 잘 알 텐데?”


박원균은 마음을 돌릴 생각이 없었다. 영진은 단순히 그가 권력 문제 때문에 이러는 것은 아님은 알았다. 곰벌레 병력이 경찰서에 계속 주둔하는 것은 원주 그룹에 부담스러운 일이다. 또한 사이비가 곰벌레에게 약속 불이행을 지적하며 시비를 걸어오고, 그 불똥이 원주 그룹에게 튈 수도 있다. 따라서 병력 철수는 반드시 이행해야 했다. 문제는 박원균이 다른 목표를 겸하며 급하게 일 처리를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면전에서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거사를 치르기 전에 괜히 마르셀로 꼴나고 싶지 않았다.


대화를 끝내고 나온 영진은 마음의 무거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려고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나아질 건 하나도 없었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터벅터벅 거리를 걸었다. 좌우에 빽빽이 들어선 판자촌과 그 주변을 두르고 있는 관중석과 그 위에 세워진 판자집을 보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 한숨 자고 일어나는 게 나을 듯했다.


“야, 그런데 그 노르웨이 여자랑 마르셀로랑 자주 자지 않았냐?”


“그러네. 혹시 그 여자도 한 패 아니야?”


그는 길을 걷던 도중 사람들이 이나에 대한 근거 없는 험담을 들었다. 그들은 영진과 눈이 마주치자 헛기침을 하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시늉을 했다. 마르셀로가 추방된지 고작 하루 차인데 벌써부터 헛소문이 도는건 좋은 현상이 아니었다. 이건 최근 안 좋은 일이 겹치며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일단 그는 일부러 못들은 척하고 지나갔지만 괜히 이나가 걱정되어 그녀의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누나, 안에 있어?”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이나가 들어오라고 답을 해왔다. 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그녀는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들은 모양이었다.


“정말 이해가 안돼.”


그녀는 자신의 복잡한 심정을 표현하고 싶어했지만, 아직은 부족한 한국어 실력에 답답해 했다. 결국 모국어로 답답한 속마음을 풀어냈다. 그는 노르웨이 어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심정을 충분히 공감했다.


“무시해. 여전히 누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아. 근거 없는 악담은 금방 사라지기도 해.”


“알아. 하지만 나쁜 소문은 마약이야.”


근거 없는 악담은 영진의 말대로 금방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은 어떤 것에 집중하거나 무언가를 탓하고 싶어한다. 이때 약자에 대한 근거 없는 악소문이 생긴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삼으려 할 수도 있었다. 영진은 구장 사람들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님을 알았지만, 그래도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 지 모르니 그녀의 걱정을 충분히 이해했다.


“너 경찰서에 언제 가?”


그녀는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했다. 자기도 누명에 씌여 마르셀로처럼 추방될까봐 두려워했다. 그는 마음 같아서라도 이나를 데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박원균은 정해진 인원만 이동할 것을 명령했다. 현실적으로 그녀를 경찰서로 데려가는건 불가능했다.


“내일 출발할 거야. 하지만 난 누나를 데려갈 권한이 없어. 미안해.”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는 말에 그녀는 풀이 죽었다.


“일단 다시 말은 해볼게.”


“아니야. 괜찮아. 네 몸부터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영진에게 이나가 말했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알겠다고 말한 후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오니 왠지모르게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단순한 기분 탓이겠지만 방금 전의 방문이 괜히 그녀에게 피해를 준 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생겼다.


걱정 가득한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구장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소형 트럭에는 30명분의 식량이 한가득 쌓였고, 소형 SUV 3대와 승용차 2대, 그리고 화염방사기가 장착된 중형 SUV에 사람들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탑승했다. 아침 일찍부터 소란이 일다보니 잠에 깬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우리가 보유한 차량 전부네.”


“그러게.”


여름에 들어서 갑자기 고장 난 차량과 비상용 차량 한 대를 제외하면 저게 구장 내 차량의 전부였다. 그러니 다들 차량이 훼손되지 않고 무사히 귀환하기를 바랐다.


“누나.”


영진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는 이나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따라갈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일단 여기에 있으면서 괜하 박원균의 심기 건드릴 만한 언행이나 행동은 하지마. 그리고 현우에게는 지금 내 상황 알려주지 말고. 알겠지?”


“알겠어. 몸 조심해.”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그에게 몸 조심하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돌아가자 그는 중형 SUV 조수석에 탑승했다. 그는 무전기를 점검하고 문지기에게 출발 신호를 보냈다. 마침 구장 앞은 단 한 마리의 좀비도 없이 깔끔했기에 문지기는 곧장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면서 발생하는 소음은 열심히 기름칠을 해도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선두 차량의 운전자는 뒷차량들이 빠르게 나올 수 있도록 급하게 구장을 나갔다. 뒷차량들도 별 탈 없이 매끄럽게 구장을 나왔다.


“너무 조용한데.”


보통은 구장 문이 열리자마자 좀비들이 반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든 차량이 빠져나오기까지 너무 조용했다. 영진은 자신이 틀린 건가 싶었다. 차라리 자신이 틀렸기를 바랐다. 이정도의 대규모 이동에 좀비가 방해하러 나온다면 골치 아파지니 말이다.


“신속히 이동합니다. 사수는 사주 경계 잘 해주세요.”


영진은 천장에 뚫린 구멍 밖으로 상체를 내민 화염방사기 사수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는 알겠다며 팔을 아래로 내려 엄지를 올렸다.


“좀비다.”


구장에서 멀어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좀비들이 반응했다. 수가 꽤 되는지 수많은 괴성이 겹쳐들렸다. 영진은 제발 경찰서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창 밖을 보았다. 창 밖 거리에서 좀비들이 하나 둘씩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각 차량에는 총기를 보유한 사람이 한 명씩 탑승해 있는데, 그들은 좀비가 총성을 듣고 물러난다는 습성을 이용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놈들은 물러날 기색 없이 달려왔다.


‘어? 저러면 안 되는데? 잠깐 이건 흡사...’


기분 나쁜 데자뷰가 느껴졌다. 그는 데자뷰의 원인이 되는 사건을 떠올리려 노력했다.


‘아.’


마침내 그는 데자뷰의 원인을 떠올렸다. 저건 구 안전구역이 붕괴될 당시 보았던 현상이었다. 그때에도 구 안전구역을 포위한 좀비 떼가 머릿수를 믿고 총성에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런데 너무 이른거 아닌가? 이렇게 빨리 모인다고? 아, 여름에는 밤에도 뛸 수 있으니 모이는 속도가 더 빠를 수 밖에 없던 건가?’


그는 좀비가 많이 모였다는 건 알고 있어도 이동 중에 최악의 현상을 맞이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대로 가면 경찰서가 위험한데.”


“네?”


운전에 집중하던 운전자는 영진이 한 말을 듣고 놀라 반문했다.


“경찰서가 아니면 어디로 갑니까?”


운전자가 묻자 영진이 고민했다. 그러다 무전기를 잡고 원주 그룹에게 무전을 쳤다.


“우리를 따라오는 좀비가 굉장히 많다. 오버.”


-늘 많지 않았나? 오버.


“총성에도 물러나지 않는다. 예감이 좋지 않으니 만약을 대비해 전투 태세를 갖춰주기를 바란다. 주변에 달리 갈 곳이 없어 부득이 그곳으로 가야하는 점 양해바란다. 오버.”


원주 그룹에게 이런 말을 하니 양심이 찔렸다. 원주에서 간신히 탈출한 사람들에게 또다시 좀비의 공포를 선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구장으로 돌아가자니 뒤가 막혀있고, 다른 소그룹에 방문하자니 거리가 멀었다. 30명이 안전하게 몸을 피할 곳은 경찰서 뿐이었다.


-알겠다. 안전하게만 오도록. 아웃.


예상과는 다르게 원주 그룹은 빠르게 답변해왔다. 영진은 그들에게 미안하면서도 감사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어떻게든 좀비를 조금이라도 더 떼어 놓는 것이었다.


“11시 방향 좀비 다수!”


영진은 전방에서 미친듯이 달려오는 좀비를 보고 기겁했다. 화염방사기 사수는 바람이 부는 방향을 피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래도 불은 무서웠는지 놈들이 주춤하는게 보였다. 영진은 후속 차량이 걱정되어 무전을 했다. 다행히 맨 뒤쪽에 이용호의 차량까지 안전했다. 그러나 사방에서 좀비가 너무 빠르게 포위망을 좁혀오니 경찰서까지 간신히 도착할 듯했다.


‘개조 차량이라 쉽게 전복되지 않겠지만,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좀비는 점점 많아지고 거리도 점점 좁혀져갔다. 앞열은 그래도 화염방사기 덕을 보고 있지만 뒤로 갈수록 횃불에 의지를 해야하다보니 상황이 좋지 않았다. 따라서 영진의 차량은 앞을 가로막은 좀비가 더욱더 두꺼운 층을 형성하기도 전에 빠르게 돌파해야 했다. 영진은 운전자에게 조금 더 속도를 내기를 지시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뒷 차량도 속도를 높였고, 좀비와의 레이스는 절정에 다다랐다.


“저기 경찰서입니다. 조금만 더 힘냅시다.”


죽음의 레이스 끝에 어느덧 시야에 경찰서가 들어왔다. 원주 그룹은 그들을 발견하고 서둘러 문을 열었다. 입구에 배치된 두 병사는 화염 방사기를 갈기며 좀비가 입구로 붙지 못하도록 했다. 영진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제작한 듯 했는데 화력이 매우 셌다.


“후속 차량부터 차례대로 진입하십시오. 오버.”


영진이 탑승한 차량은 먼저 경찰서로 들어가지 않았다. 무수히 몰려드는 좀비들 앞에 서서 화염을 갈기며 후속 차량들의 진입 공간을 확보했다. 사람과 물자로 빽빽하게 찬 차량들이 연이어 경찰서로 진입했다. 마침내 마지막 트럭까지 안전하게 진입하자 영진의 차량도 경찰서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오자 문지기들은 즉시 철문을 닫아 걸어잠구었다.


-쾅! 쾅! 쾅!


문이 닫히자마자 좀비들이 몰려들어 문과 벽을 난타했다. 특히 철판으로 둘러진 벽 부분이 심하게 흔들렸다. 벽 너머로는 엄청난 수의 좀비가 몰려있었다. 경찰서 앞길은 물론이며 그 뒤쪽의 공간까지 성난 군중으로 바글바글했다. 관측탑에 배치된 군인이 화염병을 대충 던져도 맞을 정도였다.


-좀비가 너무 많이 몰린 것 같습니다. 끝이 안 보입니다.


관측탑에서 걱정 섞인 무전이 들렸다. 영진은 우선 사람들을 건물 안으로 대피시켰다. 그리고 싸울 수 있는 사람을 우측에 민원봉사실 건물, 좌측에 수사원 건물에 분산배치시켰다. 중형 SUV에서는 화염방사기와 가스통을 분리해 민원봉사실 건물로 옮겼다.


“괜찮을까요? 아주 작정하고 몰려오는데.”


이용호가 덜컹덜컹 흔들리는 문과 벽을 보고 겁을 먹었다. 목소리는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영진은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영진 역시 두려웠다. 더군다나 앞서 비극을 한 번 경험했기에 더더욱 두려웠다. 그럼에도 리더로서 침착하게 해야 할 일을 지시했다.


“관측탑에 계신 분도 무기 챙겨서 내려와주세요.”


영진이 무전기로 지시하자 군인은 즉시 총을 어깨에 메고 화염병 상자를 든 채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관측탑에서 내려온 군인은 수사원으로 달려갔다. 영진은 사람을 대피시키고 온 가람에게 이민호와 강 소령이 어느 건물에 있는지 물었다.


“두 사람 모두 중앙의 서에 있어.”


“용호 씨는 수사원 쪽으로 가서 사람들 지휘해주시고, 저는 민원봉사실로 가서 사람들 지휘하겠습니다.”


지시를 받은 이용호는 수사원으로 발을 돌렸다가 뒤로 돌아 가람에게 어서 따라오라고 했다. 그러나 가람은 영진을 따라 민원 봉사실로 가겠다 했고, 이용호는 우물쭈물하다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영진은 그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다가 민원 봉사실로 향했다. 그러던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2미터 즈음 되는 철판 벽 위로 좀비들의 머리가 빼꼼 솟아난 것이다. 좀비의 힘에 의해 철벽이 무너지는걸 예상했던 영진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 씨발!”


좀비가 탑을 쌓기 시작한 것이다. 구 안전구역이 몰락했던 날에는 볼 수 없던 광경이었다. 놈들은 탑을 쌓고 올라오더니 하나 둘씩 벽 안으로 굴러 떨어졌다. 영화에서나 보았던 걸 두 눈으로 직접 보게되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동시에 극한의 공포가 전신을 휘감아 꽉 조였다. 그가 느끼는 공포는 아포칼립스 첫 날에 느꼈던 그것과 맞먹었다.


“어, 어서 들어가자!”


가람이 굳어버린 영진의 팔을 잡아당겼다. 민원 봉사실 안에 있는 사람들도 어서 들어오라고 외쳤다. 경찰서 안으로 떨어진 좀비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더니 영진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영진은 가람과 함께 민원 봉사실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들이 들어오자마자 재빠르게 문을 닫고 여러 개의 잠금 장치를 걸었다. 예전에 문을 철문으로 교체 했었기에 좀비들은 이 육중한 문을 결코 돌파할 수 없었다. 1층 창문도 이미 철판에 막혀 있었기 때문에 좀비의 진입을 거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곳에 고립 되었다는 것이다.


“하···”


좀비가 탑을 쌓아 넘어올 줄은 몰랐던 영진이 이마를 쓸어넘겼다. 그때 누군가가 옆으로 다가왔다. 김한솔이었다. 그는 한솔이 서에 있지 않고 여기에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저희 괜찮을까요?”


한솔이 물었다. 영진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들은 문이 구타 당하는 소리에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다. 혹시라도 좀비가 창문에 붙은 철판을 부수고 들어올까봐 단 한순간도 문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누군가는 만약을 대비해 2층으로 도망갔다. 다른 건물의 상황도 크게 다를 건 없어보였다. 여러모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아마도 건물 밖은 좀비로 가득 찼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건물에 갇혀 서서히 말라죽을 것이다.

하지만 영진은 이대로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언젠가 죽게 되더라도 아버지의 복수 만큼은 꼭 하고 죽을 생각이었다. 그러지 못한다면 억울해서 저승으로 못 갈 것 같았다. 그리고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이 위기를 넘겨 자신의 지지 기반을 굳힐 생각이었다.


“나만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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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3.11 - 경찰서 탈환전(3) 20.07.06 92 3 15쪽
61 3.10 - 경찰서 탈환전(2) +1 20.07.03 106 4 18쪽
» 3.9 - 경찰서 탈환전(1) 20.07.01 103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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