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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593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1:23
조회
1,447
추천
48
글자
18쪽

33화. 새로운 신공(神功) 수련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태을 선인은 기특하다는 듯이 쥬맥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물었다.


“병이 다 나았는데 이제 나랑 돌아가고 싶지 않으냐? 이 할아버지가 데려다주마. 함께 가자.”


“아니에요. 이 흉터들이 흉해서 친구들이 따돌릴 거예요. 저는 이제 이곳이 좋아요. 여기서 무공도 연습하고 새로운 친구들도 있어요. 친구들은 내 모습이 흉해도 흉 안 보고 좋아해요.”


그 소리를 들으니 어른으로서 또 괜히 부끄럽다. 짐승도 흉을 안 본다는데 사람들은 어찌······.


‘그래! 사람이 짐승만도 못할 때도 있구나!’


태을 선인이 속으로 혀를 끌끌끌 차면서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너무 안타까워서다.


몸을 살필 때 보니 선인(仙人)이 되기는 어려운 체질이다. 그렇다면 무인(武人)이 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한울이 몰래 챙겨 준 신공(神功)을 별것이 아닌 양 슬며시 넘겨줘야겠다.


“그럼 무공을 배우려면 제대로 한번 배워 볼래?”


“지금도 배우고 있는데요?”


“그것은 기초적인 거란다. 이 할아버지가 옛날에 우연히 얻은 상승(上乘)의 신공서가 있는데, 선인이라서 그냥 가지고만 있단다. 네가 한번 배워 보겠느냐? 아주 훌륭한 무공이다.”


“그럼 한번 보여 주세요.”


“그래, 잠시 기다리거라.”


마침 잘되었다는 듯이 한쪽에 두었던 봇짐을 가져다 풀었다. 그 안에서 서책 두 권과 가죽으로 된 두루마리 하나를 꺼냈다. 우선 서책 두 권을 건네주면서······.


“이건 가지고 다니기가 무거운데 버릴 수도 없고 하니까 네가 가지고 있다가 심심하면 한번 읽어 보려무나.”


주맥이 받아서 살피니 한 권은 천인족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상당히 두꺼운 한 권은 기문진식(奇門陣式)과 간단한 주술, 기관과 토목술, 인체의 혈과 경맥, 사혈과 마혈의 위치, 점혈(點穴)과 해혈(解穴)방법 등등에 대한 서적이었고.


두 권의 무게가 묵직한데, 몇 장 넘겨보니 어려운 문장 밑에는 작은 글씨로 누군가 상세한 설명을 달아 놓았다.


딱 보기만 해도 수백 년은 되었을 것 같은 오래된 흔적을 가지고 있는 가죽으로 된 두루마리를 펼치니, 역시 오래된 듯한 아주 얇고 넓은 가죽이 그 안에서 열 장이나 나왔다.


각각이 위에 조금 큰 글씨로 제목이 쓰여 있고, 어려워서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태을문(太乙文)으로 큰 단락을 이루어 글들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 옆에는 역시 누군가 알기 쉽게 요즘 사용하는 천령문(天靈文)으로 깨알같이 주해를 달아 놓았다.


아마 그것은 최근에 누가 적어 넣은 듯 색깔이 선명했고 사용된 염료의 냄새가 아직도 풍기고 있었다.


이것은 사실 한울이 우연히 얻은 고대(古代)의 귀한 무공서인데, 자신은 전해 오는 가전무공(家傳武功)이 있어서 참고로 연구만 해 오던 자료였다.


선인이 두 개의 묶음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모두 쥬맥에게 건넸다.


“와! 엄청 오래된 것 같아요.”


“이미 수백 년 전에 천하제일가(天下第一家)였던 가문의 신공들이란다. 이제는 맥이 끊겨서 모두 절전(切傳)된 무공들이야. 내게 기연이 닿아서 손에 들어왔다만은 나는 선인이니 아무런 필요도 없는 물건이 아니냐? 버리기도 아까우니까 너라도 한번 배워 보렴.”


“제가 이걸 할 수 있을까요?”


“걱정 마라. 내가 시간이 있으니까 네가 이해할 때까지 알려 주마.”


“정말로 선인 할아버지가 가르쳐 줄 수 있어요?”


“그럼, 너한테 얻은 것도 많은데 갚아야지.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는 법이다. 안 그러냐?”


“우와! 정말 고맙습니다. 저도 열심히 배울게요.”


새로운 무공을 배운다니 기쁨에 차서 얇은 가죽 두루마리를 펼쳐 보았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데, 빈 공간이 없이 앞뒤로 글씨가 빼곡히 들어찼다. 어떤 부분에는 그림까지 그려져 있었고.


한 묶음에는 조금 큰 글씨로 혼원은하무량신공(混元銀河無量神功)이라고 멋진 필체로 적혀 있는데······.


그 안에는 혼원은하무량심법, 혼원은하장, 무량은하신지, 혼원벽력권, 은하무량금나수, 은하무량후, 혼원신수 등이 들어 있었다.


또 한 묶음은 검법 중심으로 되어 있는데, 첫 장에 혼원은하무량검법(混元銀河無量劍法)이라고 쓰였다.


그 안에는 혼원은하무량검법 아홉 초식과 무량은하신법, 무량혼원보법과 은하무상검(以氣馭劍과 心劍) 등이 들어 있었다.


검법의 아홉 초식에는 자세한 설명이 붙어 있었는데 일 초식에 아홉 번의 변화, 거기에 다시 아홉 변화가 맞물려 한 초식마다 총 여든한 번의 변화가 일어났다.


첫 초식인 백혼정심(魄魂正心)은 자기방어 중심으로 대치 시나 비무 시에 사용하기 좋은 초식이었다.


두 번째 초식 천지무량(天地無量)은 일류나 초일류 수준의 적과 싸울 때, 세 번째 초식 은하무한(銀河無限)은 절정고수 수준의 적과 싸울 때 사용하면 제격이었고.


네 번째 초식 제요제사(制妖制邪)는 요기나 사기가 강한 적을 만났을 때, 다섯 번째 초식 제마마천(制魔魔天)은 마기가 강한 적이나 마수 처단 시에 사용하면 좋았다.


여섯 번째 초식 현천무류(玄天霧流)는 진법과 주술이 능통한 적들을, 일곱 번째 초식 팔천제혼(八天制魂)은 일 대 다수 또는 수천의 적과 홀로 싸울 때 필요한 초식.


그리고 여덟 번째 초식 혼원무극(混元無極)은 무의 극에 이른 절대자와, 마지막 아홉 번째 초식 무극무량(無極無量)은 입신(入神)지경에 이르러 심마나 심적까지도 다스려야 할 때 사용하는 최상승의 검식이었다.


수록된 검법들이 모두 상대에 따라서 최소의 힘으로 제압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쥬맥이 얼핏 보아도 그동안 익히던 태을현천신공과 태을현천검법에 들어 있는 무술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어렵고, 그만큼 최상승(最上乘)의 무공들이었다.


무공서의 내용을 대충 살펴본 쥬맥의 입이 찢어질 듯이 귀에 걸렸다. 이제 이 무공들을 익히면 제대로 된 무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쥬맥은 보름 동안 태을 선인이 준 두루마리를 보면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묻고 깨달았다.


또한 두 권의 서책 중에 주술이나 기관진식, 진법 등에 대해서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묻고 나름대로 정리를 했다. 이제는 다 익히지는 못했어도 방법이나 내용은 모두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익히는 과정이 더 힘들고 어렵겠지만 그것은 선인인 태을 선인이 돕기에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었다.


그 대신 머무는 동안 태을 선인은 매일 밤 쥬맥의 몸에 선기로 추궁과혈을 해 주면서 여기저기 뭉친 진기를 깨끗이 풀어 주었다.


더불어 자신의 영기를 더하여 전신을 골고루 주무르니, 내공이 훨씬 정순해지고 수발(受發)이 자유로워져서 상승의 무공을 익히기에 최적의 체질로 바뀌고 있었다.


그러나 회자정리(會者定離)라 했던가? 만남이 있으면 또 헤어짐이 있는 법.


이제 어느 정도 가르쳤다 싶은 태을 선인이 내일 다시 길을 떠나기로 했다.


함께 지내다 보니 비록 독신으로 수행을 하면서 살아왔지만 쥬맥이 마치 친손자처럼 귀엽고 정이 들었다.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 저녁을 일찍 열매와 산나물을 삶아서 때우고, 둘이서 조손처럼 동굴 앞 넓은 바위에 다리를 대롱거리며 앉았다.


“선인 할아버지! 정말 내일 가실 거예요?”


“그래, 너도 이제 배울 건 다 배웠고 나도 갈 길이 멀구나.”


“내가 선인 할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신 거 다 배워서 훌륭한 사람이 되면 찾아갈게요.”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언제든지 마음이 내킬 때 찾아오렴. 모두가 무척 반가워할 거야.”


멀리 서산마루에 해가 걸리고 하늘에 점차 노을이 번지며 어둠이 밀려온다.


쥬맥의 동굴은 깊은 낭떠러지의 아랫부분에 있어서 그 모습을 보지 못하지만, 틈새로 하늘이 노을빛에 아름답게 물드는 것이 멀리에 보였다.


수려한 절벽 틈새로 집을 찾아가는지 새끼를 찾아가는지 서둘러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며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태을 선인도 세상사를 모두 잊고 위대한 대자연이 살아서 숨쉬는 이런 수미산(須彌山) 같은 곳에서 조용히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혼자 선술이나 닦으면서 말이다.


그때 쥬맥이 깊은 생각에서 벗어나 침묵을 깨고 선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선인 할아버지, 정말로 천신님이 있어요?”


“그럼! 저 하늘에 계시면서 우리를 다 내려다보고 계시지.”


“그럼 나쁜 짓을 하면 천신께서 보시고 벌을 주시는 거예요?”


“글쎄? 네가 알아듣게 어떻게 설명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구나. 일단은, 천신님께서는 하나하나를 보고 죄를 따지거나 벌을 주시는 건 아니란다. 이 수많은 천지만물을 어찌 하나하나를 다 따지겠느냐?”


“그럼 벌을 주시지 않으면 막 죄를 지어도 되는 거예요?”


“그것도 아니란다. 어떻게든 스스로가 책임을 지게 되거든.”


“벌도 안 주시는데 어떻게 책임을 져요?”


“천신님은 우리들 하나하나를 일일이 살피시는 것이 아니라 천신만의 천지법칙으로 따지시는 거란다.


천신님께서는 당신의 영기를 한 조각씩 떼어서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우리 영혼에 함께 심어 주시지. 그래서 우리 모두가 천신님의 자녀라고도 말하는 것이고.


이렇게 주신 천신님의 영기 한 조각은 자의식을 가진 우리 스스로가 관리해야 하는 거야. 그런데 나쁜 죄를 지으면 그 영혼이 그 죄과에 따라서 물이 들면서 오염이 된단다.


천신님께서는 그 죄 하나하나를 보지 않아도 영혼에 오염된 색이나 농도만 보고도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 한눈에 모든 것을 아시는 것이지.”


“그럼 아무도 안 볼 때 죄를 지어도 그래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그럼! 그것은 스스로의 마음에 반응하는 것이지. 누가 보던 보지 않던 하늘의 그물은 빠져나갈 수가 없단다.”


“그러면 천신님을 안 믿어도 벌을 받아요?”


“그건 아니란다. 천신님을 믿고 안 믿고는 죄를 짓는 것과는 관계가 없단다. 그러면 안 믿는 모든 종족은 다 죄인이 되지 않겠느냐?”


“그러면 우리 천인족은 왜 천신님을 믿으라고 그래요?”


“산 정상까지 가는 길에는 많은 길이 있단다. 헤매다가 못 오르는 사람도 있고, 험한 절벽을 위태하게 오르는 사람도 있고, 이미 나 있는 편한 길로 오르는 사람도 있지.


그 편한 길로 쉽게 오르도록 가르쳐 줄 뿐이란다. 물론 안 믿는 사람들 중에서도 편한 길을 잘 찾아서 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믿는 사람이 길을 헤맬 때도 있는 법이지.


결론은 자신의 영혼을 어떻게 지키고 가꾸느냐? 이것 하나란다.


너도 무인의 길을 걸으면 어쩔 수 없이 많은 사람을 죽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적을 봐준다고 네 생명을 줄 수야 없지 않겠느냐?


그렇지만 불필요한 살생을 삼가고 살릴 수 있을 때는 살려 주는 것이 자신을 위한 것이란다.”


“그러면 좋은 일을 하면 천신님께서 상도 주시는 거예요?”


그 질문에 웃음이 절로 나오는 태을 선인.


“하하하! 천신님은 좋은 일을 했다고 해서 상을 주시는 분이 아니시란다.”


그러자 억울하다는 듯이 따지는 쥬맥이다.


“그럼 좋은 일을 왜 해라고 그래요. 상도 안 주면서······.”


“아이구~ 네가 화가 났구나. 그건 자기가 스스로에게 상을 주는 거란다.”


“피~ 거짓말! 어떻게 자기가 자기한테 상을 줘요? 나는 한 번도 나한테 상을 준 적이 없는데요?”


“좋은 일을 하면 마음이 기뻐지고 선해져서 천신님이 주신 영혼(靈魂)이 맑아지고 오염이 엷어지니 이게 바로 상(賞)이지. 그렇지 않으냐?”


“에잉~ 나는 맛있는 먹을 거라도 주시는 줄 알았잖아요?”


“하하하하!”


“헤헤헤헤!”


조손(祖孫)처럼 서로 마주 보며 웃는 모습이 너무 정겨웠다.


“근데요, 지난번에 알려 주신 것 중에서 하나를 잘 모르겠어요.”


“응, 그래? 그게 뭔지 말해 보렴.”


“검법에 초식으로 싸우되 초식으로는 싸우지 말라는 말이 있잖아요? 초식으로 싸우라고 해 놓고 왜 또 싸우지 말라고 그래요?”


“응, 그것은 이런 거야. 예를 들어서 이번에 준 아홉 초식을 네가 알고 있다고 치자. 상대가 천지를 양단할 듯이 직도황룡(直搗黃龍)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는데, 너는 초식으로 싸운다고 횡소천군(橫掃千軍)처럼 옆으로 베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느냐?”


“둘 다 죽거나 다치겠지요? 빠른 사람이 이기려나?”


“그래! 그런 때는 피하거나 네가 맞지 않고 더 빨리 베거나. 맞받아치던지 하는 것이지. 초식이 횡으로 베기부터 시작한다고 그것대로 하면 안 된다는 얘기야.


초보자들이 전장에서 가장 많이 죽는 것이 바로 초식대로 싸우려고 하기 때문이란다. 우선 초식을 익혀서 필요할 때 사용하고, 또 응용을 할 줄 알아야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지. 무슨 얘기인지 이제 알겠느냐?”


“선인 할아버지는 싸워 보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알아요?”


“인석아! 엄청나게 잘 싸우는 고수들한테 들었다.”


이렇게 태을 선인과의 아쉬운 마지막 밤이 지나고 있었다. 내일의 헤어짐이 아쉬워 선인도 쥬맥도 자리에 누웠지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태을 선인은 잠이 안 오니 깨달음을 하나씩 정리하느라, 쥬맥은 그저 하릴없이 지난날을 생각하며 부모 형제 생각과 고향별, 친구인 수르와 유리의 생각에 잠을 못 이루는 것이다.


다음 날.


쥬맥은 대협곡 위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태을 선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을 선인도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지 몇 번을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찌 발걸음이 가볍겠는가?


오랜만에 말이 통하는 같은 종족의 어른을 만나서 많은 것을 배우고 정이 들었는데, 또 무정하게 떠나는 모습이 야속하기도 했다. 이제 다시 혼자다.


등성이에 서서 대협곡을 바라보며 또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울지 말자! 나는 용감한 아이 쥬맥이니까. 아빠가 나는 용감한 아이랬어.’


허전한 마음에 미라챠와 즐겁게 지냈던 큰 바위를 찾아가 나무 그늘에서 얼굴을 무릎에 괴고 앉았다.


느낄 겨를도 없었는데 세월이 빠르게 흘러 벌써 또 가을이 왔나 보다.


나무에서 하얀 꽃들이 바람결에 떨어져 눈처럼 멀리 날리는 모습을 보니 이곳에 버려지던 때가 생각이 난다. 벌써 일 년이 다 간 것인가?


‘그날 밤도 이랬는데······.’


울지 않으려고 그렇게 애를 쓰며 참는데도 자신도 모르게 또 눈물이 볼을 적신다. 스스로 용감한 아이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아직은 어쩔 수 없는 어린애인가 보다.


하지만 지난 일 년, 자신이 생각해도 잘 살아왔고 또 용감하게 헤쳐 왔다.


참담(慘憺)했던 그때보다는 이제는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멀리서 점박이가 쥬맥을 발견하고 심심했는지 반갑게 달려왔다. 서로 얼굴을 대고 비비니 서글퍼서 울던 얼굴에 금방 웃음꽃이 피어났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들판을 내달리니 헤헤헤 하고 천진난만(天眞爛漫)한 웃음이 절로 난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이 말하는 쥬맥.


“그래! 이렇게 사는 거야 쥬맥! 울지 않고 용감하게! 나는 쥬맥이니까.”



태을 선인이 돌아간 뒤로 쥬맥은 계속 주기적으로 자오음양지를 먹어 가면서 더욱 무공 수련에 심취하였다.


식사를 하고 나면 계속 공부와 수련만 거듭하니 성취(成就)가 눈에 띄게 느는 듯했다.


혼원은하무량신공과 검법은 혼자 익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상세하게 주해(註解)가 달려 있었고, 또 태을 선인께 몇 번씩 반복하여 물어보고 이해를 하였기 때문에 더디지만 하나씩 하나씩 진도가 나가고 있었다.


내용은 이미 수십 번을 읽어서 달달 외울 지경이 되었고······.


이렇게 혼신을 다하는 하루하루가 가고 있었다. 선인이 떠난 지 한 달쯤 흐르니 이제 마음도 한결 안정을 되찾았다.


이제는 틈나는 대로 주고 간 서적들도 관심을 가지고 보기 시작했다.


전신 혈맥을 살피고 위치를 하나하나 짚으면서 외우니 무공서에서 말하는 혈자리를 훨씬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하루는 통나무를 하나 잘라서 사람과 똑같은 크기로 깎았다. 단도를 부드러운 돌에다 잘 갈아서 파내려 가니 힘이 세져서 하루 만에 훌륭한 목상을 만들 수 있었다.


목상에 각 혈자리를 표시하고 경맥은 선을 그었다. 우선 하나씩 혈자리를 짚고 말한 다음에 서적을 보고 맞는지 비교하며 외우니 며칠 만에 혈자리와 경맥도 달달 외우게 되었다.


기관진식(機關陣式)이며 진법 등 이런 것들을 읽고 하나씩 연습해 보니 매우 흥미로워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떤 때는 자신이 만든 진법에 갇혀서 몇 시진을 헤맬 때도 있었다. 아무런 할 일이 없으니 이렇게 노는 것이 쥬맥의 하루 일과였다.


* * * * *


한편, 천인족 주거지에서는 한판 소란이 벌어졌다.


갑자기 키가 사십 척(12m)이나 되는 거인들이 오십여 명이나 나타난 것이다.


그 안에는 얼굴과 손바닥, 발바닥을 제외하고 온몸에 세 치 정도의 털이 덥수룩하게 난 거인이 셋이나 섞여 있었는데······.


거인족 중에서 설인족(雪人族)으로, 가랑이 부분만 풀이나 가죽으로 가리고 큰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털색이 검정색, 갈색, 흰색으로 다 다른데 흰색이 가장 어른인 듯했고······.


검정색 털을 가진 거인은 아직 성인이 덜된 듯 좀 앳되어 보였고, 모두 날카로운 손톱이 세 치 정도나 자라 있어서 맹수는 저리 가라다.


어린애들은 보기만 해도 오줌을 저릴 정도로 위압적인 모습들.


그런데 이들이 왜 갑자기 나타난 것일까?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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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무인을 꿈꾸다 +1 21.06.29 1,506 50 18쪽
22 22화. 동굴 속의 기연(奇緣) +1 21.06.29 1,509 50 18쪽
21 21화. 새 친구 점박이 +1 21.06.29 1,483 50 18쪽
20 20화. 새로운 안식처(安息處) +1 21.06.29 1,489 49 19쪽
19 19화. 우르표범과의 조우 21.06.29 1,470 47 19쪽
18 18화. 홀로 숲에 버려진 아이 +1 21.06.29 1,472 49 18쪽
17 17화. 풍토병(風土病) +2 21.06.29 1,468 48 18쪽
16 16화. 화해협상(和解協商) +1 21.06.29 1,468 49 19쪽
15 15화. 핏물은 강이 되어 흐르고 +2 21.06.29 1,482 50 18쪽
14 14화. 협상 결렬과 힘겨루기 +2 21.06.29 1,471 50 18쪽
13 13화. 울트의 읍참마속(泣斬馬謖) +2 21.06.29 1,507 50 17쪽
12 12화. 반인족 선발대와의 전투 +2 21.06.29 1,565 50 17쪽
11 11화. 대륙지도 작성 +2 21.06.29 1,612 49 21쪽
10 10화. 비월족과 검치범 +2 21.06.29 1,620 48 19쪽
9 9화. 들개 떼의 습격 +2 21.06.28 1,695 49 18쪽
8 8화. 반인족과의 격돌(激突) +2 21.06.28 1,761 48 19쪽
7 7화. 사건의 발단(發端) +2 21.06.28 1,868 50 19쪽
6 6화. 첫 주거지 +2 21.06.28 2,018 52 18쪽
5 5화. 선인과 거인(巨人) +3 21.06.28 2,175 50 18쪽
4 4화. 거인족과의 조우(遭遇) +2 21.06.28 2,398 53 18쪽
3 3화. 천인족의 대이동(大移動) +3 21.06.28 2,650 55 18쪽
2 2화. 서장(2) 탈출(脫出) +3 21.06.28 2,846 56 19쪽
1 1화. 서장(1) 탄생(誕生) +5 21.06.28 4,670 5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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