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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75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09:30
조회
1,498
추천
50
글자
17쪽

13화. 울트의 읍참마속(泣斬馬謖)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반인족 선발대와의 전투가 끝나자, 전장에서는 조장급 이상 무사들을 모아서 지시와 협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적의 전사자를 화장(火葬)하기에는 수가 너무 많으니 적당한 자리를 찾아서 모두 매장(埋葬)하라.”


“포로를 기지 안으로 데려가면 우리 기밀이 누설될 수 있으니, 불쌍하지만 깨끗이 죽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저항할 힘도 없는 포로를 죽이는 것은 학살(虐殺)이나 진배없다. 천신을 섬기는 우리가 그래서는 안 된다. 우리가 적과 싸울 때도 목을 치거나 심장을 찔러 단칼에 죽이려는 이유가 무엇이냐?”


“생명(生命)은 소중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목을 내어 줄 수는 없으니, 일단 적과 싸움에 임하면 고통 없이 갈 수 있도록 그리한다 배웠습니다.”


“그래! 그것이 바로 천신을 섬기는 우리 종족의 기본 사상이다. 그러니 포로는 주거지 근처에 간단한 막사를 만들고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선인들에게 진법(陣法)을 설치하라 일러라.


식량만 제공하고 전쟁이 끝나면 돌려보낸다. 포로(捕虜)를 죽이지 않는 것이 나중에 협상에 임할 때 우리에게 보탬이 될 것이다.”


“우리 전사자와 부상자는 이미 기지로 함께 귀환(歸還)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습니다.”


“잘했다. 적군의 보급품이나 장비류는 어떤 것이 있었나?”


“큰 사다리 종류와 투석기 등······. 보급품은 식량과 칼, 창, 활이 각각······.”


전투와 뒷처리를 끝낸 천인족 기습대는 적의 대군이 며칠 내로 몰려올 것이기 때문에, 경계병(警戒兵)만 남겨 두고 현장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천인족은 반인족의 선발대 기습 마무리와 적의 대군을 맞이할 준비에 밤낮없이 움직이는 상황이라 전사자 가족은 채 슬픔을 달랠 겨를도 없었다.


부상자 중에 화살에 맞은 몇몇 사람이 독에 중독(中毒)된 증세를 보였다. 처음 보는 독이다. 그래서 선인과 신녀들이 해독제(解毒劑)를 만들기 위해 여러 약초를 조합한 해독단(解毒丹)을 만들어 약효를 시험하기로 했다.


또한 부상자 치료를 위해 천막들이 더 세워지고, 천막과 부상자를 치료할 손이 부족하다 보니 쥬맥도 그 천막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눕게 되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 보건만 상태는 점점 더 악화(惡化)되어 가는 듯했고 몸도 전보다 많이 부어올랐다.


그렇지만 이 전쟁 중에 쥬맥에게 신경을 써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겨우 먹을 것이나 얻어먹으면 그뿐······.


* * * * *


한편, 여기는 반인족 터타우가 준비한 다섯 번째 마지막 거점인데, 벌써 본진이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도망치듯 후퇴하여 돌아온 터타우 추장을 비롯한 선발대 1천여 명이 난처한 표정으로 빈 공터에 웅성웅성 모여 있었다.


그 앞에 대추장(大酋長)인 울트가 붉으락푸르락하는 표정으로 빨간 새의 꽁지깃이 달린 모자를 눌러쓰고 제자리를 왔다갔다하고 있다.


제 분을 못 이겨서 하늘을 봤다 땅을 봤다 하다가 터타우 추장(酋長)을 노려보며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터타우 추장! 그래서 어쨌다고? 적과 싸우다가 겨우 도망쳐 왔다고?”


“그게 아니라 적이 새벽에 갑자기 기습(奇襲)을 해 와서······.”


“그럼 적이 나 갑니다 하고 쳐들어오나? 적이 인사를 하고 다녀?”


“매복(埋伏)을 시켰으나 적군에 기동력이 뛰어난 기마대가 있어서······.”


“닥쳐! 장수가 싸움에 질 수는 있어도 경계(警戒)를 못 해서 지는 것은 지휘관으로서는 최악(最惡)이야. 무슨 놈의 핑계가 그리 많아? 적이 코앞에 올 때까지 뭐하고 자빠져 있었어? 엉?”


“죄송합니다. 제가 그 죄를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니 죄 없는 저 부하들은 제발 용서를······.”


“그러면 내가 그냥 넘어갈 줄 알았어? 지금은 소소한 싸움이 아니라 수만 명이 동원된 전쟁이야 전쟁! 너를 일벌백계(一罰百戒)로 참하겠다.”


이때 터타우 추장과 친한 다른 추장이 나서서 만류를 하려고 했다.


“대추장님! 전쟁에서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 하였습니다. 터타우 추장에게 전투에서 만회(挽回)할 기회를 주심이······.”


“닥쳐! 이건 싸움에서 진 것이 아니라 경계 업무라는 기본을 망각(忘却)하여 생긴 일이다. 두 번 다시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일 것이니, 모두 똑똑히 보고 경각심(警覺心)을 일깨우도록 하라!”


사납게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고개를 돌리고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괜히 무슨 날벼락을 맞을지도 모르니······.


“내 칼을 가져오너라!”


그러자 뒷수발을 하는 병사가 큰 대도를 울트 대추장에게 건넸다. 검집도 없는 큰 칼을 앞으로 세우며 터타우 추장을 지그시 바라보는 울트.


“추장답게 깨끗이 가! 이리로 와서 앞으로 목을 늘이고 앉아.”


“알겠습니다. 꼭 적을 섬멸하여 저의 한을 풀어 주십시오.”


터타우가 울트 대추장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목을 길게 늘어뜨렸다.


그러자 울트가 대도를 번쩍 들었다가 번갯불처럼 내리치니 목이 단칼에 잘려서 바닥을 굴렀다. 뒤늦게 시뻘건 피가 사방으로 튀면서···.


주변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그들을 가만히 둘러보던 대추장이 모두에게 한마디를 했다.


“터타우 추장은 내가 아끼는 수하였다. 하지만 전쟁터에서 기강이 무너지면 수많은 부하들이 희생되는 참사가 일어난다. 너희도 오늘 일을 본보기로 삼아서 이 전쟁에 최선을 다하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동료의 죽음을 보고 모두가 바짝 긴장해서 외치니 제법 비장한 얼굴이다.


“그래도 추장인데 화장하여 가족에게 돌려보내라. 그리고 적군이 말 같은 것을 타고 번개같이 치고 들어온다고 하니, 이번에 식량 삼아 끌고 온 시원맘모스 오백 마리를 죽이지 마라.


맘모스를 앞세워서 놈들을 밀어 버릴 것이다. 관리를 철저히 하고 오백 마리를 더 보내라고 연락을 취해라.”


선발대가 참패한 것이 이렇게 마무리가 되면서 모두 한숨을 돌리는데 한쪽에서는 시신을 치우느라 분주하다.


친했던 친구는 부릅뜬 눈을 감겨 주며 눈물을 흘렸다. 손에 피를 묻힌 대추장은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허망한 눈빛으로 먼 하늘을 바라보고······.


‘정말 그렇게 센 놈들인가? 이제 와서 돌아갈 수도 없고, 에이 참!’


목숨이 한순간에 오가는 전쟁터가 그도 이제는 싫은 것일까?


터타우 추장을 참하여 기강(紀綱)이 바짝 선 반인족의 대군이 다음 날 바로 마지막 거점을 출발하였다.


복수를 다짐하며 원정(遠征)의 막바지 길을 재촉하니 며칠 남지 않은 대격돌에 모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대군 안에는 반인족 중 이각족의 칸드란이 수하들을 감찰하기 위해서 몰래 침투시킨, 정보를 수집하는 비선 인력도 이십여 명이나 섞여 있었다.


전쟁을 허락하긴 하였으나 뭔가가 의심스럽고, 세력을 키워서 자신을 위협(威脅)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에 대비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들이 두세 명씩 짝을 이루어서 이곳저곳 조직으로 몰래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그들 중에 비선(秘線) 두 명이 은밀히 만나서,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장하며 정보를 주고받고 있었다.


“전번에도 쵸룬이라는 녀석이 젊은이들을 수련시키려고 데려갔다가 그놈들에게 여든 명이 넘게 죽었대.”


“그럼 이번에 천사백 명 이상이 돌아오지 못했다니 전부하면 천오백 명이 넘게 죽었네. 그 정도면 적도 많이 죽었을 것 아냐?”


“들리는 얘기로는 적은 수십 명도 죽지 않은 것 같대. 정말 잘 싸운대.”


“그럼 우리가 적보다 열 배가 넘게 죽었는데 그 싸움에 우리가 낀 거야?”


“이번에는 5만이 넘는 대군이니까 우리야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겠지”


“나는 위험하면 지체 없이 바로 튈 테니까 그리 알어. 칸드란님께 정보를 전하는 것이 우리 비선의 사명(使命)이잖아? 그러니 살아야지. 안 그래?”


“그래도 어떻게 되어 가는지 끝까지 봐야지? 결과 보고를 해야잖아.”


“그러면 내가 중간 결과를 보고 드리고, 네가 끝나면 와서 최종 보고를 드려. 그러면 되겠네. 됐지?”


'씨이~ 예쁜이를 두고 내가 먼저 죽을 수는 없지. 히히히!’


“맘대로 해. 탈영으로 잡혀서 사형당해도 난 모른다? 나를 원망하지 마.”


‘설마, 칸드란님의 뒷배가 있는데···.’


그러는 중에 드디어 먼저 출발한 앞쪽은 목적지에 도착하였고, 멀리서 그 모습을 살펴보는 천인족 병사들은 긴장과 불안, 초조함으로 마음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 * * * *


한편, 여기는 천인족의 작전 회의실.


중요한 지도자급이 모두 모여서 마지막 작전을 협의하고 있다.


“적군이 오만 명이 넘으면 전투원 숫자가 적은 우리가 지난번처럼 기습 공격으로 물리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정면으로 맞대결하는 것도 위험이 너무 큽니다.”


“그렇습니다.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무장을 시키되 여자와 노약자들은 목책 안에서 기지를 지킵니다.


싸울 수 있는 만 명 전원은 모두 기 편성한 조직대로 내일 아침에 목책 앞 벌판에 구축한 진지로 이동하여 전투 태세를 갖추세요.


여(女)무사들도 모두 참전합니다. 종족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니 모두 나섭시다.”


“기지 방어와 후방의 지원은 야율린 대족장이 맡고, 부상자는 안으로 들여서 치료는 대신녀께서 신녀와 선인들 몇 분을 지원받아 맡아 주세요.”


“천사장님! 신수 해타는 어떻게 연락이 되었습니까? 최종적으로 화해가 결렬되면 위협을 해서라도 막아야지요. 멸족의 위기가 닥치기 전에······.”


······.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에 천령대는 완전 무장하고, 전투가 벌어지면 선봉에 서도록 하세요.”


“지난번에 우리가 기습을 하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적이 기습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은신(隱身)에 뛰어난 무사로 정찰조를 꾸려서 내보내 철저히 동태를 감시하도록 합시다.”


······.


“비거를 높이 띄워서 적의 동태를 수시로 살펴 주세요. 그리고 작전 지도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잃어버리거나 빼앗겨서는 안 됩니다.”


“참! 중요한 사항이 있습니다. 지난번 전투 때 적군이 독화살을 쏘아서 몇 사람이 맞고 중독이 되었는데, 신녀들과 선인들께서 함께 연구하시어 이곳에 자생하는 약초로 일단 해독단을 만들었으니 화살을 맞고 중독 현상을 일으키는 환자는 꼭 먹여 주세요.”


······.


서로 간에 수많은 말이 오갔다. 그 외에도 공격 방법과 진법 전개 등 여러 가지 작전 계획의 전달과 주의 사항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었고···. 이렇게 대전투를 앞둔 밤이 삼경(三更 11시~1시)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 * * * *


한편, 반인족 포로들 백여 명은 주 격전지로 예상되는 들판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격리되었다.


큰 나무들 사이를 대충 가지로 덮고 비와 이슬을 피하게 했다.


둘레에는 환각을 일으키는 주술진으로 환벽을 쳐서 내 외부가 서로 보이지 않게 하고, 팔괘구궁(八卦九宮)의 묘리를 진법에 혼합하여 생문을 모르면 드나들 수 없도록 하였다.


식량만 넣어 주고 안에서 자유롭게 지내지만 젊은 녀석들이 좁은 공간에 갇혀 있으니 오죽 답답하겠는가?


서로 친한 몇 녀석이 한곳에 모여서 잡담을 하며 떠들고 있었다.


“에구, 이번에는 정말로 죽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아직 살아 있네. 왜 우리를 안 죽인겨? 뭔가 있남?”


“혹시 살려 뒀다가 나중에 잡아먹을라고 한 거 아니여?”


“난 말랐응게 뚱뚱한 너부터 잡아먹을 거여.”


“에이, 재수없는 소리 말어. 여시 같은 애인이 기다린단 말이여.”


“근데 너 도망칠라고 울타리 너머로 갔다가 혼났담서?”


“말도 마라, 잉. 분명히 올 때는 주변이 벌판이었는디 글씨 한 발자국 들어가니께 갑자기 천 길 낭떠러지가 나오더라고. 그려서 옆으로 돌아 나올려고 허니께 끝없는 바다가 나오더랑께.”


“너 그랴서 그 자리서 똥오줌을 다 쌌담서?”


“아니 아랫도리에 옷도 안 입는디 어떤 눔이 봤댜? 쪼꼼 혔는디~.”


그러자 친구 녀석이 박장대소를 하면서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떠벌렸다.


“야들아! 야가 지난번에 도망을 칠라고 울타리를 넘다가 똥오줌을 쌌댜. 아이쿠~ 아직도 냄새가 진동허네. 얼레리 꼴레리여.”


“니가 시방 나 속여가꼬 이실직꼬 시킨 것이제? 지금 본께 넌 친구도 아니여 이눔아. 어디 한번 해볼텨? 나는 살고 니는 죽자 이눔아.”


갑자기 둘이 엉켜서 치고받는데 꼬리까지 휘둘러서 뒤통수를 때렸다. 옆에 있는 녀석들은 말릴 생각도 않고 도리어 싸움을 붙이고 있으니······.


“난 미야루가 이기는 데에 오늘 점심을 건다. 빨리들 걸어.”


“점심 갖고 되냐? 나는 미야루가 지는 데에 아이엘사슴 한 마리.”


“나는 미야루가 이기는 데에 내 예쁜 애인 엘리얀을 걸겠어.”


“뭐? 뭐를 걸었다꼬?”


‘저놈이 또 그새에 애인한테 싫증이 났그만. 갸는 내 옛날 애인이었는디 내가 이기면 안 되제.’


“바꿔! 나도 미야루가 이기는 걸로 바꿔!”


그때 한 녀석이 뚱한 소리로 말했다.


“나는 이긴 사람한테 내 아부지를 줄껴. 정말이여. 믿어 보드라고”


“아니 그게 무슨 말이여? 다 늙은 니 아부지를 노후 봉양이나 혀라고?”


그런데 한 녀석이 피식 웃었다.


‘쟤 아부지는 작년에 죽었는디······.’


이렇게 철없는 반인족들의 미숙한 경쟁심에 또 하루가 덧없이 가면서 피를 부르는 전쟁은 코앞으로 닥쳤다.


* * * * *


전쟁을 앞둔 밤이 깊어 사경(四更: 1시~3시)인데, 한울 안상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생각에 잠겨 있다가 가부좌를 하고 태을청령신공을 운기하였다.


날숨과 들숨이 점점 길어지더니 하단전 기해혈에 진기가 모였다. 소주천에 이어 항문에 있는 장강혈을 지난 진기가 등 뒤 정중앙의 독맥을 따라서 올라가 대추혈과 아문혈로 이어지더니, 백회혈을 지나 임맥을 따라 내려온다.


다음은 아랫입술 밑의 승장혈을 시작으로 중정을 거쳐 곡골에 이르더니 회음혈을 지나 다시 기해혈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수기(水氣)는 머리로 오르고 화기(火氣)가 장으로 내려오니, 머리는 맑아지고 장은 따뜻해지면서 온몸에 기운이 충만하였다.


이어서 다시 백맥을 순차로 융통하니 상단전, 중단전, 하단전에 각각 희고, 붉고, 파란 광채가 어렸고, 그 주위를 영롱한 오색의 광휘가 둘러싸고 은하처럼 맴돌기 시작했다.


한울은 이제 천인족에서 한 명밖에 남지 않은 전신(戰神)으로 무예가 화경(化境)에 이른 초고수라, 운기에 따라서 천지인과 오행의 기운이 서린 삼화취정(三化聚頂)과 오기조원(五氣造元)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온몸을 휘감던 광채가 점차 몸으로 스며들더니 두 눈을 번쩍 뜨는데, 마치 번갯불이 치는 듯하였다.


점차 눈빛이 평상으로 돌아오자 자리에서 일어선 한울이 한쪽에 놓인 검가(劍架)로 다가갔다. 거기에서 고풍스럽고 현기가 느껴지는 검을 집어 들었다.


검집에는 푸른색 바탕에 수많은 은하와 사방 이십팔수의 별자리가 정묘하게 금색으로 새겨져 있었다.


손을 보호하는 호수는 해타의 뒷다리가 양쪽으로 하나씩 별을 움켜쥐고 있는 형상이고, 손잡이 검병은 해타의 몸체에 습기를 빨아들인다는 해타의 털로 싸여 있었다.


그리고 손잡이 끝부분의 검수(劍首)는 황금으로 해타의 머리를 본떴고, 해타의 갈기로 만든 수술이 달렸다.


어디 그뿐인가? 해타의 입에는 태양과 같은 큼직한 야명주가, 두 눈에는 붉고 파란 보석이 박혀 있었다.


이는 한울에게 서로 다른 상대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태양처럼 광명정대(光明正大)한 판단을 내리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 검의 이름이 천인족 5대 신검 중에서 오직 한울에게만 전해져 내려온다는 해타정심검(海駝正心劍)이다.


검을 천천히 뽑아 드니 신수 해타의 영기가 서린 푸른 검날에 고대 태을문자가 적혀 있었다. 한 면에는 ‘생명을 살리는 생검’ 그리고 다른 한 면에는 ‘악과 사를 가르는 정검’ 이라는 문자가 멋진 필체로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검날을 완전히 뽑아 들자 네 자에 이르는 검날에 푸른 영기가 희미한 안개처럼 흩날리는데, 진기를 주입하니 푸른 광휘가 사방으로 뻗치며 예리한 검날이 금빛으로 빛났다.


조용히 검을 들어서 허공에 띄우니 검이 한울의 검결지(劍訣指)를 따라서 천천히 주위를 맴돌며 날아다니는데, 나직한 한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 한울 안상은 내일 종족의 위기를 맞아서 이 검을 뽑고자 하오니 천신께서는 천인족을 지킬 수 있도록 이를 허하여 주소서. 검을 뽑되 천신께서 창조하신 생명들을 가벼이 여기지 않겠나이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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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2 무림존자
    작성일
    21.07.01 14:42
    No. 1

    천인족의 전투는 너무 인간적인 것 같아요. 심지어 선인이나 신선들까지 죽이기를 밥먹듯이 하는 어떤 종족과는 많이 다르네요.

    찬성: 36 | 반대: 0

  • 작성자
    Lv.28 철없는사과
    작성일
    21.08.29 22:44
    No. 2

    비선이 중간에서 내뺄 기세인데... 벌써부터 분열이면
    여차해서 이길 수 있을 듯... 거기에 해타까지 도와준다면
    노려볼 수 있을 듯 해요~!!

    찬성: 5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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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풍토병(風土病) +2 21.06.29 1,462 48 18쪽
16 16화. 화해협상(和解協商) +1 21.06.29 1,462 49 19쪽
15 15화. 핏물은 강이 되어 흐르고 +2 21.06.29 1,473 50 18쪽
14 14화. 협상 결렬과 힘겨루기 +2 21.06.29 1,463 50 18쪽
» 13화. 울트의 읍참마속(泣斬馬謖) +2 21.06.29 1,499 50 17쪽
12 12화. 반인족 선발대와의 전투 +2 21.06.29 1,555 50 17쪽
11 11화. 대륙지도 작성 +2 21.06.29 1,605 49 21쪽
10 10화. 비월족과 검치범 +2 21.06.29 1,612 48 19쪽
9 9화. 들개 떼의 습격 +2 21.06.28 1,686 49 18쪽
8 8화. 반인족과의 격돌(激突) +2 21.06.28 1,751 48 19쪽
7 7화. 사건의 발단(發端) +2 21.06.28 1,857 50 19쪽
6 6화. 첫 주거지 +2 21.06.28 2,006 52 18쪽
5 5화. 선인과 거인(巨人) +3 21.06.28 2,158 50 18쪽
4 4화. 거인족과의 조우(遭遇) +2 21.06.28 2,380 53 18쪽
3 3화. 천인족의 대이동(大移動) +3 21.06.28 2,630 55 18쪽
2 2화. 서장(2) 탈출(脫出) +3 21.06.28 2,827 56 19쪽
1 1화. 서장(1) 탄생(誕生) +4 21.06.28 4,628 5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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