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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585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0:54
조회
1,435
추천
49
글자
18쪽

26화. 야차족과의 조우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천령수(天靈樹)는 해마다 거의 배의 크기로 빠르게 자라나서 백 년이 지나면 완전한 성체로 자라는데, 그 크기가 자그마치 밑동 직경이 칠십 장(210m)에 높이는 삼백오십 장(1,050m)에 이르니 하늘 아래 가장 높고 거대하게 자라는 나무였다.


지금 천둔산의 천령수는 아직 작지만 몇 년만 지나면 멀리서도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담을 쌓고 진법과 주술을 펼쳐서 접근하지 못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겉에서 보기에는 그냥 돌담처럼 보이지만 그 둘레로는 환진이 주술과 복합된 채 펼쳐져 있어서, 드나드는 생문을 모르는 자는 담벽과 십 장 이내로 접근이 불가능했다.


괜히 잘못 접근하면 겉만 빙빙 돌다가 놀라서 다시 나가게 되어 있었다. 육정육갑(六丁六甲)의 주술을 가미하여 대지와 공간을 비틀어 놓은 것이다!


아직 성전은 짓지 않은 듯 내부의 높은 돌담 근처로 나무로 지은 임시 숙소들이 몇 개 눈에 띄는데, 태을 선인이 그중 한 건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 안에는 신녀 한 사람과 선인 한 사람이 탁자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태을 선인이 들어서자 두 사람이 예의상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선인이 손을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냥들 앉지. 잠시 할 말이 있어서 들렀네.”


“예, 말씀하시지요.”


“내가 내일부터 잠시 자리를 비워야겠네. 몇 달이 걸릴지도 모르겠어. 그러니 이곳 일들은 앞으로 자네들이 맡아서 문제가 없도록 잘 진행해 주게.”


“걱정하지 마셔요. 선인께서 진법이나 주술(呪術) 등 어려운 일은 모두 처리해 주셨으니 나머지는 저희가 잘 처리하겠어요.”


그러자 같이 있던 선인도 거들었다.


“맞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어디를 가시는지 여쭤봐도 될는지요?”


“자세히 말할 수는 없으나 대협곡에도 볼일이 좀 있고, 우르산맥에도 이종족이 쳐들어올 길은 없는지 또 자세한 형세를 좀 살펴볼 생각일세.


우리 지도에는 큰 틀만 들어 있지 세부적인 내용까지는 아직 넣질 못했거든. 우리와 같은 시기에 넘어온 신수들과 마수, 요수들도 신수들이 어떻게 막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도 있고.”


“말씀만 들어도 매우 중요한 일들이군요. 아무 걱정 마시고 잘 다녀오십시오.”


“네, 잘 다녀오세요”


“그럼 자네들만 믿고 가네. 잘들 하고 있게.”


태을 선인이 자신의 숙소로 돌아와서 주섬주섬 집 떠날 봇짐을 챙겼다.


선인이라 가진 것이 별로 없으니 챙길 것도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먹고 입고 자는 사람인지라 누구에게나 필수품은 있기 마련이다.


다음 날 아침.


화창한 봄날의 바람을 맞으며 태을 선인은 간단한 봇짐을 어깨에 걸치고 막사를 나서서 산을 타기 시작했다.


오늘은 우선 천령수 주변을 천천히 살피고 천둔산 산정에 올라 사차원(四次元)의 공간균열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봐야 한다.


다음은 신수와 마수, 요수들이 어디에 근거지를 만들고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한 확인도 필요했고······.


우르산맥이 워낙 광대하니 대협곡을 거쳐가면서 쥬맥도 만나 볼 계획이다.


한울께서 쥬맥에게 전하라는 것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다. 쥬맥이 알지 못하게 우연히 조우한 듯해야 한다.


* * * * *


쥬맥은 오늘도 무공 수련에 여념이 없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면 몸을 씻고 정갈하게 한 다음,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운기조식(運氣調息)과 태을현천신공부터 수련했다.


들숨과 날숨을 천천히 늘려 가면서 하단전 기해혈에 있는 단전에 기를 모으고 천천히 소주천(小周天)을 행한다.


코로 천천히 빨아들이는 들숨으로 기를 단전으로 내린 다음에 좌협을 돌아 명치에 이르면 다시 우협을 통하여 단전으로 돌리고, 그 기를 날숨으로 천천히 코로 내뿜었다. 다시 처음과 반대인 우협과 명치를 거쳐서 좌협을 통한 다음에 단전을 지나고······.


이렇게 소주천을 몇 번 끝내고 그 뒤에는 의식으로 임맥과 독맥으로 기를 돌리며 운기했다.


“흠, 이제는 대주천을 해 볼까?”


아직 양맥(兩脈)이 타통되지는 않았지만 시원한 기운이 등을 따라서 백회혈까지 올라갔다가 따뜻한 기운으로 바뀌어 앞쪽을 타고 흐르는 듯하다.


이렇게 대주천을 몇 번 행하고 이어서 태을현천신공의 심법에 정해진 혈을 따라서 계속 운기하면, 전신이 편안해지고 머리는 맑아지며 속은 따뜻해지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상쾌했다.


운기조식을 끝내고 나면 이제는 제법 내공이 쌓여서 하단전이 묵직하고, 차갑고 뜨거운 두 기운이 서로를 감싸며 휘도는 듯했다.


동굴 안에 자라고 있는 빨간 버섯 같은 약초를 먹고 나면 무척 힘이 들지만 몸에는 너무 좋은 것 같았다. 특히 운공을 해 보면 내공(內功)이 많이 불어난 듯하여 그동안 열흘에 한 번 꼴로 꾸준히 먹어 왔다.


전염성 풍토병을 앓았던 몸에는 아직도 부스럼 딱지가 앉아 있어서 흉측하긴 하지만, 고름이나 진물이 흐르지 않으니 그나마 살 것 같았다.


“휴우~ 몸이 가뿐하구나. 좀 더 수련에 박차를 가해야겠어.”


운기조식을 끝내고 간단히 요기를 하였다. 처음에 가져왔던 육포는 예전에 떨어지고 없지만, 지난 가을에 모아 둔 열매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점박이와 어울리면서 잡았던 물고기들을 잘 말려서 저장해 둔 건어(乾魚)도 많았고 말이다.


이제 봄이 되니 요즘은 온 산천에 산딸기 비슷한 것들이 넘쳐나고 있어서 식량은 걱정이 없었다.


최근에는 여러 동물들이 자주 다녀가는 굴이 이상하여 들어가 보았다가 암염을 발견하여 요긴하게 쓰고 있다.


비 오는 날이면 옛날 생각에 젖어서 말린 물고기에 소금을 조금 뿌려 모닥불에 구워 먹곤 했다. 반쯤 말린 물고기는 그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또한 틈나는 대로 가져온 서책 중에서 식물도감 비슷하게 정리된 내용을 공부하였다. 그래서 이제는 먹을 수 있는 산나물과 약용으로 쓰이는 약초, 독을 가진 독초를 대부분 구별했다.


필요할지 몰라서 눈에 띄는 대로 채집해 말리거나 먹기도 했고······.


“언젠가 필요할 때가 있을 거야.”


몸이 건강해지고 무공서에 따른 여러 훈련을 통해서 전보다 훨씬 강해지니, 이제는 가져온 검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도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힘이 없으니 겨우 들 수는 있어도 마음대로 휘두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검을 가지고 태을현천검법 열여덟 초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시전할 정도로 육체가 강해진 것!


하루에도 온몸에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몇 번씩이나 반복해서 연습하기 때문에, 이제는 눈을 감고도 시전할 수 있을 정도로 숙련이 되었다.


오늘도 아침 요기를 하고 검법을 몇 번 연습했더니 아침에 몸을 씻었는데도 온몸이 땀에 젖어서 냄새가 난다.


검법 연습이 끝나면 권법, 장법, 경신술, 보법 등 무공서에 있는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매일 몇 번씩이나 반복적으로 연습했다.


이러한 것들을 능숙하게 펼치게 되자 이제는 천 장 낭떠러지 틈새를 오르내리는 것도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금방 할 수 있었다. 경신술로 점박이와 달리기 경주를 해도 거의 뒤쳐지지 않아서 더욱 재미있게 어울려 놀기도 했고.


몸이 많은 수련을 통해서 단련되고 민첩해지니 이제는 동굴 앞의 넓은 바위에 걸터앉아서 다리를 흔들어 대며 아래를 구경하는 것도 무섭지 않았다.


다른 짐승이나 이종족의 눈에 띌까 봐 조심은 하지만, 은하수(銀河水)가 계곡 틈새로 온통 하늘을 채우는 밤이면 홀로 그렇게 걸터앉아서 밤 늦게까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곤 했다.


“친구들은 잘 지낼까? 나도 언젠가는 종족들에게 돌아가야 할 텐데······.”


쥬맥은 이제 이렇게 혼자서도 용감하게 모든 일을 헤쳐 나갔다.


오늘도 밤이 깊어 사경(四更:1시경)에 접어들었건만 피곤하여 깜박 잠이 들었다가 일어난 쥬맥. 잠이 안 오니 동굴 앞의 넓은 바위 위에서 다리를 대롱거리며 대협곡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동굴이 있는 절벽 위로부터 아련하게 말소리 같은 것이 들리고, 돌 조각 몇 개가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조금 지나니 갑자기 ‘으아악!’ 하는 비명 소리가 멀리 떨어진 협곡 안에서 울려 퍼졌다. 누군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것이리라. 오싹 소름이 돋았다.


“아니, 무슨 일이지? 누가 떨어졌나?”


귀를 기울이니 누군가 쫓고 쫓기다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사태가 발생한 듯하여 매우 불안했다.


자신은 아직 어리고 혼자이니 천인족이 아니라면 생사가 걸린 위험이 닥칠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얼른 일어나서 동굴 속으로 들어가 둥지 같은 잠자리를 파고 들었다.


불안감(不安感)에 오들오들 떨다가 깜박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벌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어제 밤에 절벽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한편으로는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불안했지만, 예전처럼 몸을 씻고 운기조식을 한 다음에 단검을 허리에 꽂고 동굴을 나섰다.


이럴 때는 점박이가 함께 있으면 더 든든할 텐데 하고 생각하면서······.


우선 낭떠러지 틈새로 언덕 위에 올라서서 사방을 살펴봤지만 이상한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실은 어젯밤에도 전에 한 번 쫓겼던 야차족 중의 은모야차인 마린챠 모녀가 야신(夜神)인 진신챠가 다시 보낸 추격자들에게 쫓겼던 것이다.


건너편 낭떠러지 위에서 쫓기다가 그전과 같은 방법으로 추격자들을 낭떠러지로 떨어뜨렸던 것이고.


그 뒤에 어떻게 겨우 길을 찾아서 이쪽 반대편으로 넘어왔고, 지금은 나무 위에 숨어서 근처를 살피는 중이었다.


그런데 멀리서 처음 보는 종족이 접근해 온다. 긴장하여 자세히 모습을 살펴보니 아직은 어린애였다. 그러면 혹시 주위에 어른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


모녀는 바짝 긴장하면서도 유심히 살펴보니, 야차족은 옷을 입지 않는데 희한하게도 위아래에 모두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꼬리가 없네?


‘꼬리가 있으면 얼마나 편한데······. 으이그~ 꼭 병신 같애.’


속으로 웃으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어린 녀석이라 위험해 보이지는 않으니.


허리에는 조그만 칼 하나를 찔러 넣고 있는데, 마린챠의 키가 팔 척에 이르니 저 정도의 어린 말라깽이는 두렵지 않았다. 가만히 지켜보자 녀석은 배가 고픈 모양인지 산딸기를 따서 먹는다.


쥬맥은 위험해 보이는 것들이 보이지 않아서 마음 놓고 산딸기를 따서 먹었다. 평소에 동물들이 먹는 것을 많이 보기 때문에 이제는 어떤 것을 먹을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오늘도 아주 빨갛게 익은 산딸기들이 탐스럽게 익어 있는 언덕 근처에서 잘 익은 것들만 골라 맛있게 먹었다.


아침을 먹지 않고 나왔기 때문에 식사 대신으로 요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때 발목이 따끔하더니 옆으로 무엇인가 긴 것이 스르르 기어간다.


“아얏! 뭐야?”


단검을 꺼내어 풀을 헤쳐 보니 팔뚝만 한 굵기의 뱀이 급히 줄행랑을 치는데···, 머리가 세모꼴이다.


‘요놈의 뱀이 나를 물었구나. 이 나쁜 녀석! 너도 혼 좀 나 봐라.’


화가 나서 쫓아가자 뱀이 도망을 가다가 돌아서서 머리를 쳐들고 대들었다.


“요놈 봐라? 겁도 없이······.”


버릇없이 날 물었겠다? 얼른 바닥에 떨어진 나무를 주워서 목을 눌렀다. 발버둥치는 놈을 단도로 목을 냉큼 자르니 목도 없는 주제에 죽지도 않고 피를 뿌리며 이리저리 꿈틀댔다.


그 모습이 신기해서 겁도 없이 목이 잘린 뱀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렇게 신기한 듯이 보고 있는데 물린 발이 갑자기 감각이 없고 부어오른다.


내려다보니 물린 이빨 자국 두 개가 보이고 주변이 시커멓게 변하고 있었다. 재수없게도 독사에게 물린 것!


‘어? 독사에게 물리면 죽는다던데?’


혹시 자신도 죽을까 봐 깜짝 놀랐다.


“으악! 독사다!”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처음 당해 보는 일이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른다. 발은 시커멓게 변하면서 부어오르고······.


미라챠가 보니 자기 또래의 아이가 독사에 물린 듯했다. 허둥지둥하는 꼴을 보니 저러다가 죽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저 애가 독사에 물렸나 봐. 어떡해? 너무 불쌍해.”


딸이 안타까운지 발을 동동 구른다. 어미의 마음이란 매한가지라 마린챠의 생각에도 어린애를 저대로 두면 분명히 죽을 것 같았다.


자기도 미라챠를 살리기 위해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또래의 자식을 둔 입장에서 어린것에게 동정이 갔다.


“그래, 위험해 보이니 한번 가 보자.”


두 모녀가 나서서 다가가자 갑자기 눈앞에 악마처럼 생긴 두 얼굴이 나타난 것을 보고 쥬맥은 뱀에 물린 것보다 더 깜짝 놀랐다. 그 모습이 마치 악마처럼 보이니 말이다.


“으아아악!”


결국 겁이 나서 고함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독사에게 물려서 도망도 못 가니, 처음 보는 악마 같은 것들에게 잡혀 먹는 줄 알았던 것.


한 손에 단도가 들려 있지만 너무 긴장해서 휘두를 생각도 나지 않았다.


혼자서 검법도 무공도 열심히 연습했지만 이 순간에는 머릿속이 공백처럼 하얗게 변해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직 어린애가 아닌가.


그런데 괴물인지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다가오는 표정이나 손짓 발짓이 자기를 해치려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른처럼 큰 사람이 손에 든 단검을 뺏더니, 그것으로 뱀에게 물린 상처를 사방으로 찢는 것이 아닌가? 제법 아팠지만 참았다.


그러더니 날카로운 송곳니가 솟아난 입을 벌리고 뱀에 물린 상처를 빨기 시작했다. 까맣게 죽은 피를 계속 빨아내니 점차 붉은 피가 나온다.


그러자 옆에 있는 어린애에게 손으로 누르고 있으라고 시키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려 약초로 보이는 풀을 찾았다.


입으로 약초를 몇 번 씹더니 그것을 상처에 넓게 펴서 바르고, 주변의 길쭉한 풀잎과 줄기를 찾아서 묶어 준다.


그러자 조금씩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기는 하는데 힘이 없어서 걸을 수가 없었다. 퉁퉁 부어오른 부기도 쉽게 빠지지 않았고 말이다.


옆에서 바라보던 미라챠가 최대한 상냥한 표정을 지으면서 또래로 보이는 이종족의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얘, 너는 누구니?”


“뭐라고 하지? 무슨 말이야?”


언어가 달라서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니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킨다.


“미라챠!”


이번에는 옆에 있는 엄마를 가리켰다.


“마린챠!”


이렇게 몇 번을 반복했다. 그제야 쥬맥이 알겠다는 듯이 자신을 가리켰다.


“쥬맥!”


이렇게 되니 세 사람이 서로 이름을 알게 되었다. 모르는 사이에 이름을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거리가 좁혀지고 친밀감(親密感)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 세 사람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쥬맥은 자기의 비밀 주거지로 이들을 데려가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했고, 두 모녀는 아직 제대로 숨어 지낼 주거지도 만들지 못했다.


서로 손짓과 발짓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안 되겠는지 마린챠가 쥬맥을 업고 일어섰다.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한다.


아무래도 어른은 없고 아이 혼자인 듯하니 어디든 데려가서 우선 독사에게 물린 상처도 돌봐야 했다.


그런데 쥬맥이 등에 업혀서 가는 길에 자꾸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킨다. 아마 그쪽으로 가자고 하는 모양이다. 어디 잘 아는 곳이라도 있나?


그래서 가자는 대로 가다 보니 그리 높지 않은 산 정상에 넓고 큰 바위가 보인다.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바위를 가리키자 시키는 대로 따라가 봤다.


멀리서 보기보다 옆에서 보니 매우 큰 바위였다. 높이도 제법 있지만 붙잡고 오르기엔 무리가 없어 보였고.


바위 위로 올라가자고 손짓하니 기어서 조심히 올라가 주변을 살펴보았다.


산 위라서 제법 시야가 넓게 트이고 큰 나무 그늘 아래에 있는 평평하고 넓직한 바위다. 무엇보다 가운데가 우묵하게 큰 홈이 파여 있어서 숨어 있기에도 잠자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또한 비가 오거나 급할 때는 나무 그늘로 들어가서 숨으면 은신처로도 딱이다! 마린챠는 이곳이 맘에 들었다.


여기는 사실 쥬맥이 처음에 버려진 곳이었다. 지금 쥬맥이 사는 동굴로는 갈 수 없으니 이곳이 생각나서 함께 데리고 온 것이다.


조금 안전한 곳으로 와서 안심이 되는지 미라챠가 자꾸 쥬맥에게 궁금한 듯이 말을 걸었다.


“쥬맥! 너는 왜 산속에 혼자 있는 거야? 어른들은 없어?”


“야! 뭐라고 하는지 말이 통해야 알지. 뭐라는데? 내가 잘생겼다고?”


“이 미라챠는 엄마가 있는데 너는 왜 없니?”


“넌 미라챠라구? 그건 알고 있잖아?”


말이 안 통하니까 서로가 동문서답을 하지만 손짓과 발짓으로 계속 얘기를 하다 보니 하나씩 통하는 게 생겼다.


대충 눈치로 때려잡아서 그 의미를 파악하고 하나씩 그 단어부터 이해를 해 가는 것이다. 그래도 그 과정이 너무 지지부진하니 마린챠가 나섰다.


실은 마린챠도 호기심(好奇心)이 동하여 이종족의 언어를 배워 보고 싶어서 쥬맥을 가르치면서 자기도 천인족의 말을 배우는 것이다.


마린챠는 역시 어른이라 얼른 이해하고 자신도 배웠지만, 옆에서 듣고 있는 미라챠가 말은 더 빨리 배웠다.


아직 어려서 감수성(感受性)과 기억력이 좋고, 할 일이 없으니 쥬맥과 계속 반복하면서 연습한 덕분이다.


마린챠는 자식이 있는 엄마인지라 어린 쥬맥을 금방 받아들여서 마치 자기 자식처럼 돌보았다.


자기도 미라챠가 있으니 엄마 입장에서 혼자인 어린 쥬맥이 남의 일 같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둘을 남겨 두고 먹을 것을 찾으러 나섰다.


그런데 한 시진쯤 지난 뒤에 뭔가에 쫓겨서 허겁지겁 달려오면서 둘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쥬맥, 미라챠! 어서 숨어! 빨리 나무 위로 올라가!”


아무래도 무슨 큰일이 난 모양이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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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28 철없는사과
    작성일
    21.11.26 22:08
    No. 1

    몸상태가 너무 안 좋아 늦었네요. 모녀와 언젠가 만날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만나니 왠지 안심이 되는 건 아무래도 모정이겠지요ㅎ 새로운 종족과의
    친밀도는 어쩜 화합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 같아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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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무인을 꿈꾸다 +1 21.06.29 1,506 50 18쪽
22 22화. 동굴 속의 기연(奇緣) +1 21.06.29 1,509 50 18쪽
21 21화. 새 친구 점박이 +1 21.06.29 1,483 50 18쪽
20 20화. 새로운 안식처(安息處) +1 21.06.29 1,489 49 19쪽
19 19화. 우르표범과의 조우 21.06.29 1,470 47 19쪽
18 18화. 홀로 숲에 버려진 아이 +1 21.06.29 1,472 49 18쪽
17 17화. 풍토병(風土病) +2 21.06.29 1,468 48 18쪽
16 16화. 화해협상(和解協商) +1 21.06.29 1,468 49 19쪽
15 15화. 핏물은 강이 되어 흐르고 +2 21.06.29 1,482 50 18쪽
14 14화. 협상 결렬과 힘겨루기 +2 21.06.29 1,471 50 18쪽
13 13화. 울트의 읍참마속(泣斬馬謖) +2 21.06.29 1,507 50 17쪽
12 12화. 반인족 선발대와의 전투 +2 21.06.29 1,565 50 17쪽
11 11화. 대륙지도 작성 +2 21.06.29 1,612 49 21쪽
10 10화. 비월족과 검치범 +2 21.06.29 1,620 48 19쪽
9 9화. 들개 떼의 습격 +2 21.06.28 1,695 49 18쪽
8 8화. 반인족과의 격돌(激突) +2 21.06.28 1,761 48 19쪽
7 7화. 사건의 발단(發端) +2 21.06.28 1,868 50 19쪽
6 6화. 첫 주거지 +2 21.06.28 2,018 52 18쪽
5 5화. 선인과 거인(巨人) +3 21.06.28 2,175 50 18쪽
4 4화. 거인족과의 조우(遭遇) +2 21.06.28 2,398 53 18쪽
3 3화. 천인족의 대이동(大移動) +3 21.06.28 2,650 55 18쪽
2 2화. 서장(2) 탈출(脫出) +3 21.06.28 2,846 56 19쪽
1 1화. 서장(1) 탄생(誕生) +5 21.06.28 4,670 5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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